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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완벽한 장례식
조현선 지음 / 북로망스 / 2026년 1월
평점 :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나만의 기준으로는 대부분의 책을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에서 먼저 만난다는 것이다. 그곳에서 읽고도 계속 마음에 남는 책만 따로 구매한다. 무턱대고 책을 들이다 보면, 어느 순간 방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 책이 되어버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나름의 규칙이다. 하지만 이 규칙이 무너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소멸 예정 적립금’ 알림을 보는 날이다.
그렇게 충동적으로 구매하게 된 책이 바로 조현선 작가의 『나의 완벽한 장례식』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처음에는 ‘장례식’이라는 제목에서 다소 감상적인 이야기일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이 책은 예상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의 배경은 종합병원이다.
삶과 죽음이 가장 가까이 맞닿아 있는 장소. 우리는 일상에서 이 공간을 애써 외면하지만, 그 안에서는 매일 누군가의 끝과 누군가의 시작이 교차한다.
주인공 정나희는 병원 1층 매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스무 살 청춘이다. 타인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그녀는 점점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사연에 깊이 관여하게 된다.
이 작품의 핵심 설정은 ‘완벽한 장례식을 준비한다’는 것이다. 다소 비현실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오히려 이 설정이 매우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제대로 된 작별’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철저히 ‘삶’을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죽는 순간 마음을 꽉 잡고 있던 한 가지만 기억해. 죽음의 충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진짜 원하는 바는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54쪽)
이 문장은 이 소설이 던지는 질문을 압축한다.
우리는 과연 무엇을 붙잡고 살아가고 있는가.
‘완벽한 장례식’을 준비한다는 것은 결국 ‘나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되짚는 일이며, ‘무엇을 남기고 싶은가’를 고민하는 과정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눈물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되묻게 만드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나는 이제 지는 해야. 내게 남은 이 세상은 저 끄트머리만한 크기만 남았어. 하지만 해가 진다고 해서 없어지는 게 아냐.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차례지.” (97쪽)
이 문장은 죽음을 ‘끝’이 아니라 ‘이동’으로 바라본다.
지는 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시 떠오르는 것처럼. 그래서 이 소설은 슬픔만을 남기지 않는다. 오히려 읽고 난 뒤에는 잔잔한 온기가 오래 남는다. 떠난 사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이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살아가기 때문이다.
『나의 완벽한 장례식』은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삶을 더 또렷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소설이다.
누군가의 마지막을 통해 나의 지금을 돌아보게 만드는 이야기로 소설을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나의 마지막은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