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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 - 탐험가의 눈으로 본 기후위기의 7가지 장면
제임스 후퍼.강민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어느 한 곳에서는 몇 달째 비가 내리지 않아 땅이 갈리지는 반면 다른 곳에서는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수해가 나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태풍, 허리케인 등 발생하는 곳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지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가 몇 차례 일어난다. 사실 가뭄이나 홍수, 태풍 등은 지금에서야 걱정을 하는 새로운 재해가 아니다. 예전부터 발생한 재해이지만 최근 들어 발생하는 빈도나 강도가 잦아지고 강력해져 문제가 되고 있다. 원인으로 다양한 사항이 거론되고 있지만 지구가 매년 따뜻해지는 지구온난화도 적지 않은 몫을 하고 있다.
지구가 따뜻해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2007년 동료와 함께 자북극에서 자남극까지 42,000킬로미터를 무동력 폴투폴(180 Degrees Pole to Pole Manpowered)탐험을 한 제임스 후퍼가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한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에서 그 변화를 짐작할 수 있다. 무동력 탐험은 개 썰매, 스키, 자전거 등을 이용하며 탄소를 생성하는 동력을 이용하지 않고 이동하데 그 시작점인 그린란드에서부터 저자는 상상과 다른 모습의 북극을 마주한다.
바닷물이 얼어 만들어진 북극의 해빙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모습을 목격한 것이다. 온도가 높아지면 얼음이 녹는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북극의 얼음은 지구의 온도상승을 억제하고 있는 역할을 하고 있기에 그것이 녹음으로써 지구의 온도는 더욱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게다가 얼음이 녹음으로써 직면하게 되는 문제는 이것이다.
다년빙에서 빠져나온 염분은 해빙의 아래에서 밀도 높은 바닷물을 형성하는데, 이 밀도 높은 바닷물은 심해로 내려가면서 바다가 머금고 있는 탄소를 함께 가지고 가라앉는다. 이때 표층수와 심해수가 섞이며 해류를 형서하고 바닷물의 순환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은 지구 전체의 에너지 균형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년빙이 녹아 없어지면 이 과정도 사라지면서 균형이 깨진다. (57쪽)
균형이 깨진다는 것은 어떠한 변화가 일어난다는 말과 같다. 그 변화가 인간에게 이롭지 않을 것임은 쉽게 알 수 있다. 지구는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가 아니기에 대부분의 에너지는 태양으로부터 받는다. 태양에너지는 지구에 동일하게 도달하지만 구의 형상인 지구는 불균형하게 에너지를 받는다. 적도부근에서는 에너지 과잉이 극지방에서는 에너지 부족이 일어나는 셈이다. 그런 에너지 불균형을 지구는 다양한 방법으로 해소를 하는데 그런 에너지 순환 중 하나가 깨지는 것이다.
대륙으로 이루어진 남극에서도 사정도 같다. 거기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 아래에 잠자고 있는 영구 동토가 깨어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 더해진다.
극지방의 얼음이 녹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게 크게 와 닿지 않을 수 있다. 우려할만한 상황이긴 분명하나 현실 생활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벅찬 요즘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저자가 미국을 지날 때 겪은 폭염은 다른 어떤 것보다 눈이 갔다. 매년 기상관측사상 최고의 기온이라는 보도는 우리도 매년 겪는 현상이니까. 특히 북극의 온도가 높아짐으로 제트기류가 약해져 생긴다는 열돔 현상은 심각해 보였다.

그밖에 엘니뇨와 라니냐, 벌목 등으로 그 모습을 잃어가는 열대 우림, 건조해지면 자주 생기는 산불까지 기후변화로 마주하게 되는 재앙의 현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기후 위기는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선진국들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올라간 사다리를 걷어차며 지구는 하나이니 기후 위기를 대비하자는 선진국들의 연합은 자기 모순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책에서 많이 언급이 된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지나면 늦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 기후 문제이기에 전 지구적인 해법이 필요해 보인다. 기후위기를 촉발한 것도 인간이니 그것을 해결할 수도 있지 않을까? 『나는 매일 재앙을 마주한다』의 프롤로그의 마지막이 그래서 묵직하게 다가온다.
기후위기는 그야말로 도미노처럼 복합적이고 연쇄적인 재난으로 찾아온다. 이 비극은 전 지구에 걸쳐서 발생하고 있다. 비극의 도미노, 그 시작과 끝에 바로 우리 인간이 있다. (2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