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이곳이 싫어 떠난 여행에서 어디든 괜찮다고 깨달은 순간의 기록
봉현 지음 / 김영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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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서적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꼬마 니콜라라는 어릴 적 보던 동화책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프랑스판 짱구는 못말려와 같은 책이다. 거기서 보던 그림과 비슷한 그림이 그려진 책을 만났다. 바로 봉현 작가의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이다. 그림체가 비슷하다고 해서 내용까지 비슷한 것을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는 여행지에서 나 자신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여행기이며 자아 성찰기이며 그림일기이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나고 자라 서울 소재의 대학에 입학을 한 저자는 학생이면서 학생이 아닌 20대 초반을 보낸다. 그러다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괜찮지만, 행복하지 않아서...


서울을 떠나 베를린으로 간 저자는 낯선 사람, 낯선 거리를 만나고 그림을 그리며 지내다 다시 농장, 유렵, 파리 거쳐 산티아고 순례길에 오른다. 그리고는 중동으로 건너갔다 다시 순례길에 오르고 인도를 거쳐 서울로 돌아오는 여정을 그곳에서의 그림과 함께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오랜 여행경험으로 여행가방 속 챙겨야 할 물건에 대해 말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내 여행 가방 속에서 제일 소중한 것은 스케치북과 10년 넘게 써온 낡은 필통, 그리고 책 한 권이다. 여행가이드에는 여권, 비상약, 장비 같은 필수품들을 챙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한 권 가지고 떠나시오라는 조언은 없다. 위급 용품이나 안내서도 물론 필요하지만, 몸을 챙기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여행 가방에 무엇을 넣을지 고민한다면, 몇 번을 읽어도 좋은 자신만의 책을 꼭 한 권 챙길 것. (71쪽)


여행에 필요한 것들만 챙겨도 가방이 꽉 찰 텐데 책까지 챙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나 4,285킬로미터에 달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을 걸으며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실을 회복 와일드의 저자 셰릴 스트레이드도 6개월 동안 걸으며 배낭 속에 책을 챙겼다는 이야기도 있으니 여행을 하면서 책 한권으로 마음을 챙기는 것은 중요해 보인다.


지금 생각을 해보면 갓 성인이 된 20대 초는 성인이라는 이름하에 많은 책임이 부과되는 시기이긴 하나 몸만 커진 청소년기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불안한 미래와 불안전한 자아 등으로 인해 많이 방황도 하는 시기이다. 그런 방황이 여행기 곳곳에 드러난다. 그렇다고 해서 방황만이 그려진 것은 아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며 저자는 자신이 건강하고 밝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이 글과 그림이 좋다.




하지만 두 번째로 간 순례길에는 처음만큼 설레거나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윽고 저자는 길이 아니라 같이 걷던 사람들과의 웃음, 눈물, 감동, 추억들이 그리웠던 것이라고 깨닫고 마차가지로 서울이 그리운 것이아니라 그곳에서 같이 살았던 그때 그 시절 그 사람들이 그리운 것이라고 깨닫는다.


그리고 괜찮았지만 행복하지 않아서 떠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다. 충분하지 않지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서...


아우구스티누스는 여행에 관하여 이렇게 말했다.

"세상은 책과 같다. 여행하지 않는 자는 단 한 페이지만 읽은 것과 같다."

답을 찾아 헤매며 방황을 한 수많은 여행지에서 저자는 세상이라는 책의 수많은 페이지를 읽으며 답을 구한 셈이다. 흔히 사람이 살아가는 것은 어디든 다 똑같다고들 하지만 여행지에서 만난 행복과 불행, 기쁨과 슬픔을 겪었기에 아주 예쁘게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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