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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근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12월
평점 :
최근 인터넷 서점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의 『비정근』에 관한 광고를 보았다. 늘 생각했던 것보다 빠른 주기로 소설이 발표되기에 으레 또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나보다고 넘어갔었는데 생각보다 제목이 익숙했다. 알고 보니 2013년도에 국내에서 출판된 소설의 개정판이다. 연휴 전 들린 도서관에서 구판이 있어 개정판이 아닌 구판으로 읽게 되었다. 인문학이나 과학관련 책이 아닌 소설이 개정판으로 다시 출판되는 것이 낯설긴 했지만 크게 내용이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컸기에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총 6장과 또 다른 두 편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비정근』에서 1장의 ‘6X3’의 도입부의 한 대목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천성이 일하기를 싫어한다. 돈은 없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살고 싶다. 말이 나온 김에 털어놓자면 교사라는 직업도 좋아하지 않는다. 대학 3학년 때 취업활동에 늦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랴부랴 방향전환을 했던 것 뿐이다. 기간제 교사. 참 폼 안 나는 단어다. 오래할 일은 아니지. (9)
주인공이 어떤 인물인지 엿볼 수 있다. 교사라는 일을 좋아하지 않고 더군다나 아이들도 싫어하는 쪽에 가까운 나라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하지만 소설의 특성상 나는 기존 교사의 부재를 메꾸기 위해 들어간 초등학교에 마치 꿀벌을 이끄는 여왕벌처럼 사건을 몰고 다닌다. 재미있게도 나는 숫자 1부터 6까지 들어간 초등학교에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로 한 두 달을 근무하게 된다.
사건은 동료교사의 살해당한 살인사건부터 학급의 지갑이 사라지는 도난 사건, 신입 교사의 추락사, 학급속에서 일어나는 따돌림까지 다양하게 일어난다. 이쯤 되면 사건을 몰고 다니는 만화 <명탐정 코난>의 주인공같은 생각도 든다. 작가가 1997년부터 발표한 소설을 모은 소설이기에 지금의 상황과 다른 점도 있어 오래된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도 들지만 무엇보다 사건의 단서가 일본어 표기와 관련된 사건이 많이 있어 번역서로 읽어가기에 공감이 덜 되는 부분이 있어 아쉽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자연스럽게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이 학생들에게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 중 제4장 ‘우라콘’에서 나오는 말이 좋았다.
사람이란 말이야, 당연히 호불호라는 게 있는 법이야. 하지만 확실한 건, 사람을 좋아해서 얻을 수 있는 건 아주 많지만, 싫어해서 얻을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거야. (152)
소설 속 주인공이 학교를 옮겨 다니며 일어나는 사건을 해결하기에 사건이 각기 독립적인 단편소설 모음집에 가까우나 동일한 주인공의 등장이 장편소설처럼 보이기도 했다. 짧은 호흡으로 그리 자극적이지 않은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가 있다면 권해주고 싶은 『비정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