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미친 반전
유키 하루오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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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와 단절 된 고립된 장소에서 사건이 일어나는 클로즈드서클의 형식을 지닌 방주를 선보인 유키 하루오의 성서 삼부작 중 두 번째 이야기가 바로 십계이다. 이 역시 고립된 외딴 섬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다루고 있어 클로즈드서클물처럼 보이나 전작인 방주와는 사뭇다른 환경이 펼처져 옮긴이는 이른 역클로즈드서클물이라고 부른다.

 

사건의 무대가 되는 곳은 에다우치지마섬으로 작중 화자인 오무로 리에의 큰아버지가 소유한 무인도이다. 리에의 아버지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큰아버지 오무로 슈죠는 젊은 시절 주식투자 성공으로 많은 재산을 모아 본토와 제법 많이 떨어져 있는 무인도를 구매하여 집과 인프라 정비 후 섬 전체를 개인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었다. 예대를 목표로 삼수 중인 주인공 오무라 리에는 초등학교때까지 종종 섬으로 놀러갔으나 중학교로 진학을 하고 동아리 활동이 바빠져 큰아버지와 만남이 뜸해졌다고 한다. 그런 큰아버지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 섬의 처분을 의논을 할 겸 바람을 쐬기 위해 관광 개발, 건설 회사, 부동산 회사 사람들과 함께 일박 이일의 일정으로 섬을 향해 떠난다.

 

무인도인 에다우치지마섬에 총 아홉 명의 등장인물이 하루를 보내기 위해 온다는 설정이 사건의 냄새를 물씬 풍기게 만들었다. 등장인물은 관광 개발 사와무라 씨와 젊은 여자 인턴 아야카와 씨, 건설 회사의 사장 50대 남자 구사카 씨와 마흔 살 전후의 여자 건축사 노무라 씨, 부동산 회사 30대 초반 남자 후지와라 시, 40대의 중년 남자 오사나이 씨, 큰아버지의 지인 야노구치와 아버지, 리에까지 아홉 명이다.

 

오랜만에 찾은 섬이지만 나름 정비가 잘되어 있어 일행들은 그럭저럭 만족을 하며 시설을 돌아보는데 방갈로에서 폭탄을 제조한 흔적을 찾으며 상황은 악화되어 간다. 그리고 다음 날 일행 중 한명이 살해를 당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사건과 동시에 일행에게는 범인이 보낸 메시지가 현관문 앞에서 발견된다. 그 메시지에는 10가지 하지 말것이 적혀있는데 구체적으로 사흘간 섬을 떠나지 말고, 섬의 상황을 외부에 전달하지 말고, 통신 수단을 소지 하면 안 되고, 침실 하나당 한 명씩 머물며 범인을 누구인지 알아내지 말 것을 주문한다. 열 가지 항목을 지키지 않으면 방갈로에 있는 폭탄이 폭발한다고 협박을 한다. 소설의 제목이 왜 십계인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그 사흘 동안 또 다른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범인의 또 다른 메시지도 함께 발견된다.

 

살인범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범인을 발히면 안되는 상황이기에 옮긴이는 이를 역클로즈드서클물이라고 칭한다. 하지만 섬에 있는 사람들은 모종의 방법으로 살인범과 의사소통도 하면서 사흘이 지나가길 기다린다. 그 과정을 1인칭 화자인 리에의 눈으로 보고 있으면 스릴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전작인 방주와는 달리 마지막 반전이 아쉬웠다. 범인과 함께 생활을 하지만 범인을 밝히면 안 되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까지는 새롭게 느껴졌으나 섬을 빠져 나오는 배위에서 밝혀지는 사건의 진상이 너무 밋밋한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새로운 형식의 미스터리 소설을 찾는 이에게는 좋은 시도가 될 수 있는 십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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