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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 - 우리의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두뇌 법칙 25
이케가야 유지 지음, 김준기 옮김 / 힉스 / 2024년 3월
평점 :
최근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생각대로 잘 되지 않는다’이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푸념으로 하는 말이긴 하나 잘 살펴보면 ‘생각대로’에서 원하는 방향을 그리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 때 나름대로 머릿속에서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그려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 진행상황과 실제의 진행의 괴리감이 생길 때 자주 이런 푸념을 늘어놓은 경향이 있다. 그러다 문득 우리의 두뇌는 어떻게 작동하기에 예측이나 기억 등의 작용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든다.
‘의식할 수 있는 것’보다 ‘무의식 상태로 실행하는 것’이 훨씬 많다며 뇌에서는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하는 도쿄대 약학부 교수가 쓴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는 아직도 미지로 잔뜩 남아있는 뇌에 대해 읽기 쉬운 말로 설명해준다.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프롤로그에서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과학은 흔들리는 삶에서 선명한 좌표가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걸로 책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7쪽)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이리저리 흔들리지만 선명한 좌표가 있다면 목표하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듯이 삶이 흔들릴 때 과학이 좌표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다. 또한 에필로그에는 이렇게도 이야기를 한다.
뇌과학에 관한 이야기지만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도 하다. 뇌를 아는 것은 나를 아는 것이다. 또 나를 아는 것은 세상의 일부를 이해한다는 뜻이다. (241쪽)
뇌과학에 과한 이야기와 세상에 관한 이야기가 같을 수는 없을 것 같지만, 뇌를 알아가는 것은 나를 알아 가는 것이고 나를 아는 것은 세상을 알아가는 것으로 확대가 될 수 있기에 마냥 억지스럽지만도 않았다.
일반인이 읽도록 쉽게 쓴 것 같지만 뇌과학이라는 영역이 쉽지 않은 영역이고 현직 교수가 쓴 책이기에 많은 학자의 연구결과와 논문이 소개되고 있다. 그럼에도 다른 쉬운 말로 대체를 할 수 없기에 개념이 어려운 것을 제외하고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그중에서 집중력과 창의력을 설명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동요가 심한 사람일수록 아이디어맨이라는 것은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동요한다는 것은 집중력이 없다는 것일 수도 있다. 동요하지 않고 한 가지에 집중하는 사람은 좀처럼 아이디어를 내기가 어렵다. 즉 집중력이 강한 사람은 아이디어맨이 되기 어렵다. 반대로 말하면 집중력이 부족한 사람이야말로 창의력이 강하다는 것이다. (210쪽)
아이디어는 번뜩인다고 한다. 그렇기에 무엇인가에 집중을 하고 있다면 번뜩이는 것을 잡기가 쉽지 않은 것을 새로운 생각은 뇌가 ‘동요’할 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집중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어려운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인간은 뇌의 용량을 10%정도만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인간이 100%의 뇌의 용량을 다 사용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상상을 그린 영화가 ‘루시’이다. 이에 뇌는 인간의 몸을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며 현재의 인체처럼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몸을 조절하는 데는 10퍼센트만 사용하면 충분하다고 중요한 것은 뇌가 아니라 몸이라고 주장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제목처럼 삶이 흔들려서 읽은 책이었는데 뇌과학에 대한 소개를 알게 되어 더욱 흔들리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뇌에 대한 연구로 삶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좋은 접근인 것 같다. 쉽게 읽기로 선택한 책이었지만 읽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