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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단의 마술 ㅣ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8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4년 2월
평점 :
최근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양한 소설을 읽었으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많은 작품을 쓰는 작가인 만큼 등장인물의 수도 특성도 제각기 다양하지만 최근 읽은 블랙쇼맨 시리즈나 메스커레이드 시리증 등에는 숨막힐 듯 한 미스터리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극단적인 살인과 같은 사건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일지도 모르겠다. 여덟 번째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금단의 마술』에서는 처음부터 한 사람의 사망으로 시작한다.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주인공은 단연 데이토 대학 물리학부 교수인 유가와 미나부이다. 그에게 고등학교 후배 고시바 신고가 찾아온다. 존폐위기에 놓인 고등학교 물리 연구회의 퍼포먼스를 위해 도움을 주고 받은 적이 있기에 데이토 대학에 입학을 한 신고가 유가와를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신고는 돌아가는 길에 유일한 가족인 누나 아키호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후 신고는 대학을 자퇴하고 기계공장에 취직한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다시 신고는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국회의원 오가 진사쿠의 스캔들을 추적하던 르포라이터가 자택에서 변사체로 발견된다. 피해자의 휴대 전화 통화 이력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수사를 펼치던 경시청 형사 구사나기는 그중 고시바 신고라는 인물이 최근 정보를 감췄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신고와 유가와의 접점을 찾아 유가와에게 접근한다.
낙후된 도시에 과학단지를 건설을 계획하고 있는 국회의원 오가 진사쿠와 정치부 기자였던 사망한 신고의 누나 아키호가 연관이 있음은 소설 초반부터 암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정체를 감춘 신고는 오가를 노린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살인을 하려는 인물이 밝혀진 것만큼 맥 빠지는 것도 없지만 작가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야기를 촘촘하게 잘 이끌어 나간다.
유가와 마나부가 등장하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의 백미는 범죄에 쓰인 물리적인 현상이다. 『금단의 마술』에도 이와 같은 것이 등장한다. 바로 유가와와 신고가 물리 연구회의 퍼포먼스를 위해 함께 만든 레일 건이다. 이를 유가와는 친구인 형사 구사나기에게 간단히 이렇게 설명한다.
금속제인 두 레일 사이에 전도체를 끼우고 순간적으로 다량의 전류를 흘려보내면 거기서 발생하는 자기장과의 상호 작용으로 전도체에 큰 힘이 실리게 돼. 원리는 지극히 간단하지. (186쪽)
원리는 간단하지만 그 위력은 간단하지 않다. 경찰은 그것을 더욱 개량하여 사라진 신고를 잡으려고 한다.
가족을 잃은 젊은이가 복수를 위해 살인을 계획하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가는 『금단의 마술』의 마무리를 이렇게 한다. 경찰을 따돌리고 신고를 찾은 유가와는 신고에게 이렇게 말을 한다.
내가 여기 온 이유는 한마디로 책임지기 위해서야. 사정은 잘 알아. 자네라고 성인군자는 아니잖아. 사랑하는 사람을 그렇게 잃었으니 원한을 풀고 싶기도 하겠지. 하지만 레일 건 연구에 몰두했던 때를 한번 생각해 봐. 우리 둘이 무슨 얘기를 나눴지? 과학이 얼마나 위내한가에 대해 늘 애기했잖아. 나는 자네에게 이런 짓을 하라고 과학을 가르친 게 아니야. …… 억지로 뜻을 꺾지는 않겠어. 자네가 어떻게든 뜻을 이루겠다면 힘을 보태겠네. 자네가 그 레일 건을 만들도록 가르친 사람은 나잖아. 그러니 내가 매듭을 지어야지. 쏘고 싶으면 그렇다고 말하게. 의원의 머리가 조준기에 들어오는 순간 내가 프로젝타일을 발사할 테니까. (333쪽)
레일 건의 살상력을 물어왔던 형사들에게 그것은 실험용이지 살인용이 아니라고 계속 대답을 하던 유가와다운 말이었다. 이 말에 신고가 살인을 단념하고 사건이 끝이 난다. 두 사람이 사망을 하는 사건이 있는 『금단의 마술』이지만 그러한 사건보다 유가와와 신고를 통해 누구를 가르친다는 것이 책임을 진다는 것까지 확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