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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 ㅣ 레이디가가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월
평점 :
향가, 고려가요, 시조까지 고전 문학을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마 지은이의 성향이나 시대적인 환경 및 문화 등을 이해하고 있어야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고전 문학을 이해하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다른 언어, 다른 문화권의 고전 문학을 이해하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일이다. 말로만 듣던 하이쿠(俳句)도 그렇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하이쿠는 다음과 같은 일본의 정형시라고 한다.
하이쿠(俳句)는 일본 정형시의 일종이다. 각 행마다 5, 7, 5음으로 모두 17음으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하이쿠는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인 기고(季語)와 구의 매듭을 짓는 말인 기레지(切れ字)를 가지는 단시(短詩)이다.
나에게는 미스터리 스릴러 쓴 작가의 이름만으로 소설을 고르게 하는 이들이 있는데 미야베 미유키도 그 중 한 명이다. 그녀의 소설 중 새로워 보이는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를 발견하고는 무슨 내용인지도 모른 채 읽기로 하였다.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에는 총 12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제목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워낙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많이 쓴 작가라 그런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그리고 통상 주석에 대하여 미라 알려주는 ‘일러두기’에는 이런 조언도 있다.
가급적이면 책의 뒤쪽이 있는 ‘작가의 말’을 먼저 읽고 소설을 감상하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뒤쪽에 있는 것을 먼저 읽고 다시 돌아올 거면 작가의 말을 책의 앞에 배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지만 작가의 말을 읽으며 왜 그렇게 일러두었는지 알게 되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 단편 소설의 제목이 모두 하이쿠였던 것이다. 작가가 참여하는 하이쿠 모임에서 만든 하이쿠를 가지고 작가는 이에 맞는 소설을 쓰기로 결심을 하고 만든 소설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파 미스터리의 대가답게 바람을 피우는 남편에게 속는 딸의 모습을 바라보는 어머니, 남자친구에게 스토킹을 당하는 여자, 폐건물의 원념 등 시대상을 담고 있는 내용이 적지 않아 주어진 하이쿠의 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도 만들어 졌다고 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화차』, 『모방범』, 『솔로몬의 위증』 등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사회적 모순을 담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하이쿠를 제목으로 한 단편에 집중하기는 힘들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하이쿠를 주제로 하여 소설을 쓰려고 하는 시도가 새로워 보였다. 아마 하이쿠나 일본어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았다면 조금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보았다.
조금 뜬금없지만 이번 책 『구름에 달 가리운 방금 전까지 인간이었다』의 내용만큼 인상적인 것이 있다. 책 내용과는 직접적으로 연관은 없지만 이 책은 ‘레이디 가가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책을 출판하려는 시도가 미스터리와 잘 어울려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