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 (리커버 특별판) - 삶, 사랑, 관계에 닿기 위한 자폐인 과학자의 인간 탐구기
카밀라 팡 지음, 김보은 옮김 / 푸른숲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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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브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는 넷플릭스 영화 <스피드 큐브의 천재들>은 두 명의 천재가 등장한다. 큐브 세계대회가 무대인 이 영화는 재미있는 것은 영화라 소개를 했지만 두 명의 주인공은 실제인물인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바로 맥스와 펠릭스인데 영화는 맥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바로 맥스는 자폐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세계에 큐브를 통해 사회로 나오는 과정을 담담히 그리고 있다. 시상식에서 맥스가 옆 수상자를 보고 따라하는 것에 자신들의 목표를 하나 이루었다고 인터뷰를 하는 맥스의 아버지는 주위를 보고 배우는 것과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자폐인들에게 얼마나 어려운지를 알려준다.

 

맥스가 큐브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하지 말 것의 저자 카밀라 팡은 과학과 수학으로 세상과 만났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5살 때 엄마에게 사람들 사이의 매뉴얼에 대해 묻고는 세상에 나가도록 준비시켜주는 책이 없다는 것에 좌절한 경험을 풀어낸다. 저자는 다음과 같이 자신을 소개한다.

 

나는 자폐스펙트럼장애(ASD), 주의력결핍과잉활동장애(ADHD), 범불안장애(GAD)를 갖고 있다. 이 질병들을 모두 갖고 있으면 인간다운 삶을 살기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실제로 나는 종종 그렇게 느낀다. 자폐증을 작고 산다는 것은 조종기 없이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팬이나 기구 없이 요리하거나, 악보 없이 연주하는 일과 비슷하다.

 

타인과의 공감이 어려웠던 저자는 사람을 이해하는 도구로 과학을 선택한다. 다툼에서 나오는 방법을 단백질의 특성을 통해 이해하거나 의사결정을 인공지능의 머신러닝을 통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을 진화와 확률을 통해 배운다. 양자물리학, 파동, 화학결합 등 과학에 대해 알고 있다면 저자의 이야기가 더 공감이 갈지도 모르겠지만 잘 모른다고 하더라도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그것을 통해 저자가 세상을 어떻게 보는지에 더 초점을 맞추면 되니까...

 

예를 들면 저자는 두려움을 느낄 때면 빛의 굴절을 통해 두려움을 분해한다고 설명한다.

 

정신적 굴절은 대응 기제이자 촉매이기도 하다. 눈을 멀게 하는 공포라는 빛을 경이로운 무지개색으로 분산한다. 같은 원리로, 우리를 두렵게 하는 것들 속에도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발상과 자극이 들어있다. 우리가 다룰 수 있는 방식으로 분리해보면 두려움은 우리 자신과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도와주는 풍부한 발상으로 가득 차있다. 우리를 시험하고 두렵게 하는 것과 맞서는 일은 우리를 살아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과 더 가까워지는 길이기도 하며 다음에는 무엇을 시도할지 알려주기도 한다. (4장 두려움을 다루는 법에서)

 

뿐만 아니라 이해가 쉽게 그림도 그려서 보여주고 있다. 과학책에서만 보던 그림들이 두려움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등 주위의 다양한 문제와 접목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몇 가지를 살펴보면 다양한 파장을 가진 그래프로 타인과의 감정을 중첩하거나 상쇄하는 그림이 있는가하면 삼각함수인 탄젠트 그래프로 소설 속 인물의 감정에너지를 그린 것도 있었다.

 

무협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말이지만, 만류귀종이라는 말이 있다. 말이다. 저자가 과학과 수학을 통해 세상과 타인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생각이 났던 말이다. 타인과의 관계는 심리학이나 인문학이 담당한다고 생각을 해왔지만 모두가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인문학이든 수학이든 타인과의 관계를 이해하고 사회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준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심리, 감정적으로 자주 무너지는 멜트다운을 자주 경험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존재에 대해 사과가 아니라 현재를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도구를 통해 배우고 적응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놀라웠다, 한 쪽이 막힌다면 다른 쪽이 뚫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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