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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 ㅣ 문학동네 청소년 51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평점 :
열다섯 살이면 중학교 2학년쯤 되는 나이다. 대내외적으로 중2병이라는 말로 대신할 수 있을 만큼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그만큼 예민하고 부서지기도 쉽지만 그만큼 단단해지기도 쉬운 나이이기도 하다. 이꽃님 작가의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은 열다섯 같은 반 친구의 은재, 형수, 우영, 지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것도 행운, 타이밍이라 불리는 아주 묘한 이의 눈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야기는 형수와 우영이 반에서 다크나이트라고 불리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은재가 방충망을 뜯고 집으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것이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려고 하는 방편임을 알게 되고 은재가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것을 알게 된 두 친구는 고민에 빠진다. 어찌보면 간단한 이야기이다. 폭력에 시달리는 동급생, 이에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주인공, 그렇지만 도와주는 것은 힘들고 모른 척하는 것은 쉽다. 이것을 다음과 같이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열다섯 살이 되는 동안 녀석들이 배운 거라고는 비겁해지는 방법, 불의를 보고 눈감는 방법, 보고도 못 본척하는 방법 같은 것들뿐이지 않은가. (23쪽)
한편 우영도 어머니의 학대에 시달리고 있다. 아들의 성공을 자신의 성공으로 생각하는 엄마로 인하여 지속적인 언어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우영은 엄마와의 행복한 기억으로 겨우 참아내고 있는 중이었다. 은재가 시달리고 있는 폭력이 가볍다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우영이 시달리는 폭력이 가볍게 다뤄지고 있는 점은 조금 아쉽기도 하였다. 자신의 딸이니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은재의 아빠의 생각을 가진 어른보다 아들의 성공이 자신의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우영의 엄마의 생각을 가진 부모가 더 많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야기는 은재가 축구를 시작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축구부 감독인 형수의 아버지의 도움으로 은재를 어둠에서 구해내면서 이야기가 끝이 난다. 도중에 우영은 반장인 지유의 도움으로 점차 자신감을 가지면서 성장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 소설의 말미에 나오는 구절이다.
나는 안다.
인생은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은 순간에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걸.
인생이 당신을 구해 줄 거라고?
개소리 말라지. 인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당신의 인생은 당신이 구해야만 한다. (181쪽)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우영과 은재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결심을 한 것은 친구들이 곁에서 손을 내밀어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친구가 없었다면 그들은 결코 그곳에서 빠져나오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인생을 지독하게 만드는 것도 인간이고, 그 인생에 손을 내미는 것 또한 언제나 인간이라는 말이 수긍이 간다.
매년 11월 19일은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지금도 적지 않게 자행되고 있는 아동학대를 예방하기에는 특정 하루를 기념하는 것보다 1년 내내 예방에 힘써야 함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예방의 날까지 지정하는 것은 더욱더 어둠속으로 숨는 학대를 당하는 아동, 청소년들을 좀 더 밝은 곳을 이끌기 위한 최소한의 관심인 것 같다. 흔히 아동과 청소년은 사회의 손길이 필요한 약자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행운이 너에게 다가오는 중』의 주인공들은 그들 스스로 돌파구를 찾아 낸 점에서 우울하지만은 않은 이야기였다. 성년이 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이미 어른이 된 그들의 이야기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