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낮술 2 - 한 잔 더 생각나는 날
하라다 히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9월
평점 :
밤 10시경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고객의 요청에 따라 잠을 자지 않고 밤새 지켜봐주는 지킴이 일을 하는 이누모리 쇼코가 주인공인 『낮술2』의 부제는 ‘한 잔 더 생각나는 날’이다. 제목만 봐서는 쇼코에게 조금 더 힘든 일이 생긴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전남편이 재혼을 하고 딸아이가 혼란스러울 수 있어 생활이 익숙해질 때까지 아이를 한동안 못보는 것으로 시작을 하니 아이 엄마인 쇼코에게는 전작보다 더 힘든 상황일 수 있다. 하지만 전작부터 그래왔듯이 쇼코는 지킴이 일로 만난 고객에게 최선을 다하고는 일을 마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한 잔의 술로 피로를 푼다.
『낮술2』의 차례에서 보듯이 이번에는 열 번의 술로 이루어져 있다. 전작에 비해 무려 여섯 번의 술이 적다. 그 만큼 한 편의 농도가 더 짙은 것을 알 수 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먹고 싶은 음식은 아홉 번째의 술에 등장하는 ‘돈코쓰 라멘’이다. 소설 속 쇼코는 맥주와 일반 라멘을 먹지만 왠지 소주안주에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킴이 일을 하는 쇼코는 다양한 사람을 만난다. 아이를 두고 출근을 해야 하는 싱글맘부터 혼자가 된 노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할머니 등 간병일도 아닌 심부름 센터의 업무 중 하나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쇼코의 지킴을 받고는 마음 편하게 밤을 보낸다. 그중에서 암의 말기로 투병 중인 오십대 여성 소설가인 히다와의 만남을 다룬 ‘다섯 번 째 술’편이 인상적이었다. 선술집 소설로 인기를 얻었다는 히다는 식도락 소설을 쓴 소설가답게 쇼코에게 먹은 음식의 묘사를 부탁한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대목은 음식의 묘사가 아니라 히다의 말이었다.
“언제든지 먹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든지, 라는 건 없어요,”
히다는 괴로운 듯 말했다.
“모든 것이 그래요. 당신은 분명 지금 여기 있는 것들, 당신 수중의 것들이 언제까지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겠죠? 그런데 그렇지가 않아요. 그걸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짧거든요.” (159쪽)
즐길 수 있는 시간은 짧다란 말은 맞는 말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나름의 여유도 부리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아홉 번째 술의 장에서 라멘집에서 쇼코는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뭐랄까. 평범한 가게인데 평범하게 맛있어서 좋아해요. 마음이 놓이는 맛이랄까.” (308쪽)
‘평범한 가게인데 평범하게 맛있어서 좋다’라는 말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아마 나도 평범하게 쓴 글이 평범하게 좋게 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 같다. 평범하다는 것은 질리지 않는다는 말고 같은 말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