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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2 - 천손신화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중앙집권적인 고대국가의 기틀마련’, ‘태학 설립’, ‘불교 수용’, ‘율령 반포’ 한국사 능력검정시험의 교과서에 실려 있는 소수림왕의 업적이다.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도 시험을 위해 공부를 할 때에도 딱히 저 4가지 이외에는 신경을 쓰지도 않았고 암기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이외에도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았으니까. 하지만 광개토태왕을 알기 위해서는 그의 큰아버지인 소수림왕을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소수림왕과 고국양왕이 마련해 놓은 중앙집권적인 기틀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원정을 다닐 수 있었다고 하는 역사적인 평가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광개토태왕 담덕2』 천손신화 편에서는 고국원왕이 백제와의 전쟁에서 세상을 떠나자 소수림왕이 즉위하고 1700년이 지난 지금의 역사책에서도 언급이 될 태학, 불교, 율령과 같은 내정을 안정시키는 치세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천손신화’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디어 담덕이 태어난다. 동명성왕이나 박혁거세와 같이 알에서 태어났다고 까지는 아니나 황룡이 나타나는 태몽과 오랜 가뭄을 이겨내고자 행한 기우제를 지내는 중 마른 하늘에 번개가 치고 비가 내리는 때에 태어나는 등 어느 탄생설화 못지않은 모습으로 담덕의 탄생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주인공인 담덕의 탄생보다 더 재미있었던 점은 소수림왕이 왕위에 오르면서 고구려의 최고 관직인 국상이 교체되는 등 기존 기득권이 실각하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는 과정이었다.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있었고 소수림왕의 왕후의 아버지인 국상 명림수부가 파직되고 이련(고국양왕)의 비인 연화의 스승인 을두미가 국상이 되는 과정인데 예나 지금이나 권력을 가진 자들은 그것을 놓지 않으려고 하고 새롭게 권력의 중심으로 들어오는 이는 그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는 암투의 과정이 잘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고구려를 개혁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국상 을두미를 중심으로 태학을 설립하고, 1권부터 등장하는 석정스님을 필두로 전진에서 불교를 받아들이는 과정 등이 스토리에 맞게 이어졌다. 이렇게 국사를 배웠다면 더 재미있게 배우고 공부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그 많은 사건과 사실을 스토리텔링으로 배우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도 고개를 들었다.
또 하나 재미있는 점은 고대 국가의 왕권 계보이다. 기본적으로 왕권은 장자, 즉 큰 아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익숙하나 고대국가에서는 형제간의 세습도 자주 일어났다고 한다. 실제로 소수림왕은 자녀가 없었다. 그의 뒤를 이은 고국양왕은 그의 동생이고 광개토태왕 담덕은 고국양왕의 아들이니 소수림왕에게 담덕은 조카가 된다. 그럼에도 소수림왕은 담덕의 탄생을 기뻐했다고 그리고 있다. 소수림왕의 왕후는 고국양왕의 비(당시 동궁비)에게 시샘과 견제를 하지만, 이는 권력의 중심에 있는 이 뿐 아니라 누구라도 그럴 수 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인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점은 고국원왕의 죽음과 관계가 있다. 알려진대로 고국원왕은 백제와의 전쟁 중 평양성에서 전사를 한다. 그 과정에서 근초고왕은 다음과 같은 말로 기회를 살리자는 태자의 말을 막는다.
아무리 우리 백제와 고구려가 적대적 관계에 있다 하더라도 인륜에 어긋나는 일은 삼가야 하느니라. 만약 고구려왕의 훙거가 사실이라면, 태자 구부는 상제가 된다 상게에게는 예의를 가 갖춰야 하거늘, 그를 상대하 싸우겠다고 덤비는 패악을 저지를 수야 없지 않겠느냐? 그러고서 어디 군자국이라 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서찰을 대왕 구부(소수림왕)에게 보낸다.
고구려 대왕의 훙거를 매우 애석하게 생각합니다. 완한을 자초한 책임은 전적으로 우리 백제군에게 있습니다. 백배사죄하는 마음으로 철군합니다. 황망중이겠지만 장례를 잘 모시길 바라는 바입니다.
다른 소설 같았으면 이야기가 벌써 끝났을 법도 하지만 주인공이 이제 세상에 나왔다.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 『광개토태왕 담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