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
김도영 지음 / 봄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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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차나 배 등을 타면 멀미가 난다. 이는 신체가 외부환경에 대해 느끼는 각 기관의 정보 불일치로 일어나는데 멀미는 시각과 전정기관의 정보처리의 불일치로 일어난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신체는 수많은 정보를 다양한 수용체로 받아들이는데 그 처리에 일치된 결과를 얻지 못하면 멀미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겪은 것이 다르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으로 인해 일종의 멀미를 겪는 직장인이 많다. 김도영 교도관의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를 읽고 나니 교도관이라는 직업이 이상과 현실이 차이가 가장 큰 직업중 하나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교도관의 모습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의 모습이 거의 대부분이고 그것도 영화 그린 마일을 제와하고는 교도관은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수용자를 보조적인 역할을 많기 때문에 그리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항공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내비게이션에도 검색되지 않으며, 카메라와 녹음기, 휴대폰 등을 소지하고 들어갈 수도 없는 직장으로 매일 출근을 하는 저자는 나 나올 때까지 밥 잘 챙겨 먹고, 내 걱정은 하지 말고.’라는 문자를 가족에게 보내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뉴스로만 보고 싶은 사건들의 범인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에 당연한 것 같지만 그곳에서 하루 종일 그들과 씨름해야 하는 교도관의 작업이 만만치만 않게 보였다.


책의 첫머리에 저자는 다음과 같은 글을 적어 두었다.


고백합니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 솔직히 저는 잘 지켜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의 직업은 수용자들과 소통하여 인간적인 감정을 이끌어내 그들을 사회로 되돌려 보내는 일입니다. 그러려면 그들과 공감과 경청을 수반한 유대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범죄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공감과 경청이 말처럼 쉽게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교도관으로서 적어 내려간 직장 생활 생존기에 가깝습니다. (7쪽)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웃고 있는 가해자, 인권을 침해한 자들의 인권 보호, 반성의 기미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으며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한 그에게도 교화를 해야 하는 의무, 절망감이나 아쉬움, 후회 따위는 전혀 없이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이들의 사례가 왜 이 글이 직장 생존기인지를 알려주고 있었다.


특히 어느 수용자가 휘두른 주먹에 코를 맞아 코피가 나는 상황에 그곳에 있던 다른 수용자가 그를 막고 휴지를 건내 주는 에피소드에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느낀다.


내가 감시해야 할 수용자의 호의가 낯설었다. 마음은 분명 나를 도와줘서 고마운데 고맙다는 말이 쉽사리 잘 나오지 않았다. 내가 이 사람들에게 잘해주면 피해자들에게 뭔가 죄를 짓는 느낌이었다. (181쪽)


피해자들 생각에 호의에 고맙다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저자의 심정이 어느 정도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종교행사를 마치고 어느 수녀님은 교도관님의 일은 어찌 보면 주님의 일과 많이 닮았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길을 잃은 사람들은 잘 인도해주세요라는 말을 건넨다. 그 말씀에 저자는 여전히 타인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긴 사람들을 길 잃은 양으로 보는 시선에 심한 거부감이 든다고 밝히며 길 잃는 사람들의 인도는 자신의 그릇에 넘치는 말이라고 밝힌다. 어찌보면 자신의 직무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도 들 수 있지만, 인간으로서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다 받고,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 용서받고 사회에 다시 나오는 수용자 사례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는 저자는 우리 다시 만나지 말아요라는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다시 만나면 안 되는 장소이기도 하다.^^


경험상 어느 정도 살아온 사람은 잘 바뀌지 않음을 알고 있다. 태도든, 습관이든, 인격이든 무엇 하나라도 바꾸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인간은 변화하는 것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있기에 수용자와 소통하여 그들을 교화하여 다시 사회에 내보내는 일이 업인 교도관은 그래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감이 큰 직업이 아닌가 한다. 그 괴리감에 심한 멀미를 느끼면서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교도관의 삶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교도소에 들어가는 중입니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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