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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몸 안에 있다 - 의사이자 탐험가가 들려주는 몸속에 감춰진 우리 존재와 세상에 대한 여행기
조너선 라이스먼 지음, 홍한결 옮김 / 김영사 / 2024년 1월
평점 :
우리의 몸속을 구성하고 있는 장기와 기관들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 있는가? 제각기 어떤 구조를 가졌는지, 몸속이라는 세계에서 무슨 역할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말이다. 이 책이 흥미로웠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식도란 음식물이 넘어가는 기관, 뇌란 생각을 돕고 몸이 움직이도록 지시하는 기관이라는 정도의 생각을 하며 살아가는 나였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라 생각한다. 직업군이 의료 쪽이거나 나의 어떤 기관에 문제가 생겨 아파 보기 전까지는 사서 호기심을 가질 까닭이 상대적으로 적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아프면 병원에 가고, 병원에 가면 내 몸이 어디가 어떻게 잘못됐는지를 알려 주는 이 세상에서 인체의 특정 기관에 대하여 깊은 사유를 해 본 일반인의 비율이 얼마나 될까? 그런 궁금증부터 들었다. 이런 음식은 이런 기관에 좋다더라는 얘기를 들으면서도 ‘무슨 특징이 있길래, 기관과 어떤 상호작용을 하길래 좋다는 걸까?’를 떠올리는 사람이 당연히 있기야 하겠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도 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알았을 때 삶의 팔레트가 더욱 다채로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새로이 자리 잡게 되었다. 『삶은 몸 안에 있다』는 제목처럼, 그 안에 삶이 있고 세계가 있다. 몸속을 아는 건 곧 몸 밖의 삶을 아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나’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들을 이해한다는 건 곧 나의 세계를 넓혀가는 것과 같다는 말도 된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본디 ‘앎’을 열망한다. 이론과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갖은 공부를 한다. 그 공부를 하는 데에 필요한 ‘몸’은 뒷전이라는 아이러니 속에서 말이다. 닳고 닳아버려 기능을 못 하게 되었을 때야 제대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존재를 삶과 연관 지어 설명해 주는 책의 가치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목차는 ‘기관 | 그에 대한 수식어’ 챕터별 제목들로 이루어져 있다. 저자 라이스먼이 의대에서 배우고 의사로서 활동하며 경험한 것들을 압축해 놓은 수식들이다. 이 부분이 좋다고 느꼈다. 라이스먼이 의대에서 공부할 때의 사유와 의사로서 환자를 대하며 느낀 고뇌를 비교하며 신중하게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의학 지식들을 나열해 놓았다는 감상을 들게 할 수도 있는 장르임에도 적절한 비율로 어렵지 않은 독서를 유도할 능력을 가진 듯한 단락들이 인상 깊었다.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 있는 의학 지식들이라니. 과히 매력적이지 않은가.
장르 편식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슨 책을 추천해 줘야 하는가 가끔 고민하게 된다. 내가 추천해 주지 않으면 절대 읽지 않을 것 같지만 읽다가 포기하지는 않을 재미있는 책이어야 할 것이니 말이다. 나는 이때 주로 쉽게 풀어 쓴 철학 책을 추천해 주는 편인데, ‘재미있지만 철학적 지식도 있고 나름 배운 것이 있는 독서’였다고 느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이 추천 목록에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사람 살아가는 냄새가 나는 의학 도서’도 추가해 볼까 한다. 책을 읽은 후 여러 이야기를 나눌 때 확실한 주제를 가운데 둘 수 있기도 하고, ‘아, 읽었다’라는 느낌을 받아 다음 독서를 이어갈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준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