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뤼아르 시 선집 을유세계문학전집 121
폴 엘뤼아르 지음, 조윤경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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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엘뤼아르는 내적, 외적으로 고통스러운 생애를 보냈다. 그럼에도 그의 시 안에서는 희망과 긍정을 찾아 볼 수 있다. 고통의 언어와 문법으로 쓰였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함께 살아가고자 하고, 사랑과 애정으로 서로를 보듬고자 하는 마음이 잘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한다. 위에 인용한 <그리고 어떤 미소를>만 봐도 어렴풋 느낄 수 있다. 결코 완전하지 않은 밤 안에는 '불 켜진 창문', '관대한 마음', '내민 손 열린 손', '주의 깊은 눈' 등의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되는 표현들이 등장한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 느낄 수 있는 연대의 감정 같은 것이다.


프랑스 시를 잘 알지 못했던 내 눈길을 끌었던 건 단연 <모퉁이>의 전문이었다. 양귀자의 소설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의 제목이 외국 시를 인용해 지어진 것이라는 건 알았는데 전문을 다 인용한 줄은 몰랐다. 이처럼 폴 엘뤼아르는 예술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시인이었다. 장뤼크 고다르 등의 예술가들에게 말이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고 점층적으로 쌓아나가면서 마지막 한 문장을 통해 중요한 핵심을 보여 주는 그의 방식이 많은 예술가들에게 귀감이 되었다고 한다.


양차 대전 시기에 자유와 사랑을 써내린 폴 엘뤼아르.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시대의 양상에 고통받고 아파한 민중들에게 한 줄기 희망이자 위안이 되었다. 언뜻 보기에는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그렇기에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 보았을 때 오는 감동이 배가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쩐지 낯설고 어려운 그 일말의 부분이 늘 새로움을 가져다 주는 하나의 기제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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