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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5월
평점 :
그냥 만들어진 것은 없다. 그게 문학 작품이든, 건축물이든. 그 안에 한 사람, 한 세대의 삶이 있고 희노애락이 있다. 1970년대 한국 문학을 보면 경제 부흥을 위한 정책들과 발전되어가는 나라의 모습이그려지고, 그 기쁨 속에서 조명되지 못하는 주변화된 노동자들의 삶들까지도 모두 그려진다. 소설은 픽션이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역사적 맥락은 왜곡되지 않는다. 이처럼 건축물에도 당대 사람들이 세상을 읽는 관점, 물질을 다루는 기술 수준, 사회 경제 시스템, 인간을 향한 마음, 인간에 대한 이해, 꿈꾸는 이상향, 생존을 위한 몸부림 등이 있다. 인간의 생각과 세상의 물질이 만나 이루는 하모니는 무릇 한 세대의 서사를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건축물에서 한 세대를 읽어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앞서 말했듯 문학은 한 세대의 고민, 상처를 담고 있다. 또한 그 고민과 상처들이 어떻게 극복되어 나가는지도 그려낸다. 건축물 역시도 그 당시 세대에게 어떤 고민이 있었는지, 무엇이 가장 필요했는지를 알 수 있게 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창작물이란 그런 것이다. 개인이라면 개인, 세대라면 세대. 그들만의 맥락이 창작자의 손에서 재탄생한다는 것. 창작자는 그런 사람들의 마음이 곡해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내가 그들이라면'과 같이 사고하게 된다. 누군가의 고뇌가 꾹꾹 눌러 담긴 건축물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을 바탕으로 쓰인 책에는 독자에게까지 그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게 하는 매력이 있다. 『유현준의 인문 건축 기행』이 내게는 딱 그런 책이었다. [재미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친구에게 소개하고 싶어 안달 난 경험을 누구나 해 봤을 것이다. 내 기분이 지금 그렇다]라는 저자의 말을 오롯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