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 천 년간 풀지 못한 한국어의 수수께끼
향문천 지음 / 김영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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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과와 국어국문학과는 과 학생들끼리의 관심사가 비슷해 서로의 수업을 듣곤 했다. 나 역시도 한국문학 전반을 다루거나 고전시가에 대해 배우는 수업들을 들은 경험이 있다. 이때마다 좋았던 점은 교수님께서 들려주신 그 문학과 시가를 구성하는 '한국어'의 역사에 있었다. 딱딱한 이야기라기보다는 드라마 녹화장에서의 '비하인드 신'을 모아 놓은 듯이 흥미로운 것들 투성이였다. 그리고, 팀 과제를 할 때 만난 국문학과 친구에게 이런 감상을 말해 주니 내게 추천해 준 유튜브 채널이 하나 있었다. 그 채널이 바로 '향문천 - 글을 울리는 샘'이었다. 이 채널의 주인장이 오늘 소개할 책의 저자이기도 하다.

'역사언어학'이라는 어떻게 보면 지루하게 느낄 수 있는 분야에서 많은 구독자를 거느릴 수 있었던 데에는 '흥미 유발'에 탁월한 영상 구성이 큰 몫을 했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런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이 쓴 책은 또 어떤 식으로 독자를 매료하게 될까 호기심부터 생겼었다. 우선은 책을 감싸고 있는 띠지의 카피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국어의 기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부터 흥미진진한 TMI까지 한국어사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유쾌하게 풀어낸 인문 교양서]

'인문 교양서'를 수식하고 있는 '한국어의 기원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적 사실부터 흥미진진한 TMI까지 한국어사의 크고 작은 순간들을 유쾌하게 풀어낸'이라는 말이 와닿았다. '향문천 - 글을 울리는 샘'의 구독자로서 채널 전반을 감상하며 흥미를 느꼈던 부분들을 명쾌하게 써내린 표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묘한 기대감 또한 생겨났다. 즐겨 보는 유튜버가 내가 좋아하는 콘텐츠인 '책'으로 자신의 지식과 기획력을 담아낸 것을 곱씹는 일이 주는 신선함에서 오는 것이었지 싶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건 '낭만'이라는 단어의 역사에 대해 다룬 지점이었다. 낭만은 본디 프랑스어 roman을 음역한 것인데, '물결이 흩어진다'는 비유적 의미 덕분에 음역어가 아닌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또 '낭만적'이라는 말의 '-적'은 중국어에서 소유의 의미이거나 형용사의 용법으로 만드는 허사로 사용되었지만 근대 일본에서는 '-tic'에 대응되는 번역어로 정착했다는 것까지. 언어가 교류되며 생겨난 하나의 어원을 자주 쓰이는 익숙한 단어들로 마주하니 반가웠다. 동시에 책을 끝까지 읽고 싶다는 추진력을 얻게 되기도 했다. 쉽게 쓰였지만 당연히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어려움에서 오는 잠시간의 지루함을 상쇄시켜 주는 균형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끝까지 읽고 느낀 점은 <벌거벗은 세계사>,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이야기> 등의 콘텐츠를 즐겨 보는 사람들이라면 향문천의 유튜브 채널과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 역시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는 것이다. 유익한 이야기를 머리에 주입하고 싶으면서도 그 이야기가 전달되는 방식이 흥미롭고 재미있었으면 하는, 그야말로 '지루하지 않은 공부'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이었다. 나 역시도 원칙에 맞춰 이론을 곱씹는 공부보다는 적당한 당근이 섞여 있는 공부를 선호하는 편인지라 많은 걸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시점에서 누군가 나에게 '여태 읽었던 인문 교양서 중에 제일 좋은 책'을 하나만 추천해 달라고 하면 『향문천의 한국어 비사』를 꼽지 않을까?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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