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라리 on the Pink
이명랑 지음 / 세계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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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느끼는 외로움의 양을 무게로 계산한다면 삶의 어느 시기에 가장 많은 양이 될까?
누르고 눌러 담은 외로움이 뚜껑사이로 슬며시 흘러내리는 순간 우리는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의 동요를 느낀다.
그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걸까?

다리 건너 이쪽의 학교에 다니게 된 나(정아)는 아직 이쪽 친구가 없다. 끊임없이 친구들을 향해 신호를 보내보지만 어느 한사람 그 신호에 눈길을 두거나 따스한 미소조차 머금지 않는다. 그래서 외롭긴 해도 적극적인 방법으로 친구들에게 다가가진 않는다.
거부당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마음이 여리다.
그런 나에게 우연찮은 사건을 계기로 친구가 생긴다.
중학교 동창인 효은과 단지 강 건너 저쪽에 살아 함께 등교하게 된 은정은 버스 안에서 잡담을 하다 2학년 선배의 눈에 찍혀 차례로 구타를 당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어이없게 1학년 ‘짱’이 된 나는 내면의 두려움을 감춘 채 ‘짱’의 이미지로 겉모습을 포장하게 된다.
이 책의 나와 은정, 효은은 일반적인 시선으로 볼 때 문제아들이다.
나(정아)는 생활이 바쁘다는 핑계로 서로에게 무관심하고,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의 관심에서 멀어져 기본적인 대화조차 없는 가정에서 생활하고 있고,
은정은 엄마의 가출과 비정상적인 아버지의 행동으로 인한 정신적 불안을 비행행동으로 해소하고 있으며,
큰 키에 예쁜 얼굴을 한 효은은 보통과 다른 가족관계와 ‘성’에 대한 혼란, 끊임없이 쏟아지는 타인의 비난 섞인 시선을 피하기 위해 평범함을 갈구해 왔지만 냉담한 현실에 좌절한다.


스스로 보호할 방법을 알지 못한 채 평범함의 틀에서 내동댕이쳐진 아이들이 받았을 수많은 상처들.
버림받고, 외면당한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외치는 그들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는 커녕 차가운 시선으로 또 한 번 상처를 준 우리에게 따끔하게 내뱉는 야무진 한마디에 얼굴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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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가지 생각사전 - 어린 철학자를 위한
라루스 백과사전 편집부 지음, 박창호 옮김, 자크 아잠 외 14인 그림, 박민규 / 청림아이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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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야?”로 시작된 아이의 궁금증은 해가 가면서 “왜?”로 바뀌었고, 궁금증이 풀릴 때까지 몇 번이고 똑같은 질문을 계속하곤 했다.
질문의 양도 많아지고, 생각도 깊어진 아이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엄마의 대답이 궁색해질 때면 ‘함께 찾아보기’로 책에 대해 흥미를 갖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아이 못지않게 나도 새로운 것을 알아간다는 것에 흥분했던 것 같다.
많은 책 가운데서 아이에게 꼭 필요한 책을 고른다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것저것 따지고 꼼꼼하게 살펴 아이가 꼭 읽어주었으면 했던 책이 외면을 받아 속이 상한적도 있었고, 엄마의 눈엔 한없이 시시해 보이는 책을 아이는 뭐가 그리 재미난지 배꼽을 쥐고 웃는 일도 있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엄마의 눈엔 시시하지만 아이에겐 재미난’ 책이다.
우선 그림이 눈에 띈다.
처음엔 우스꽝스러운 그림을 찾아 책의 앞뒤를 뒤적이던 아이가 그림의 내용이 궁금했던지 순서에 상관없이 글을 읽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초등 저학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해 놓아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지만 아이의 수준에 따라 ‘쉬운 책’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다.
하나의 질문을 두고 큰아이와 작은 아이가 서로의 의견이 옳다고 서툴게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어른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아이들에겐 꽤 심각한 문제였나 싶어 끈기 있게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지 못했던 것이 마음에 걸리면서도 생각을 표현하고, 나와 다른 생각을 끝까지 들어 줄줄 아는 배려의 마음을 스스로 깨달았다는 것에 만족스럽다.
‘생각주머니가 커지는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끊임없이 의문을 품지만 적절한 해답을 찾지 못한 꼬마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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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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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한테서만 맡아지던 그 냄새.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가슴에 안겨 그 냄새를 맡으면 속상하고, 서러웠던 낮 동안의 기억들이 스르르 잊히면서 잠이 쏟아지곤 했다.
비누, 화장품, 샴푸, 그리고 땀 냄새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 만들어낸 엄마만의 향기는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상처를 빨리 치료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의 삶은 남편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표정의 변화 없이 한결같은 모습이었지만 울타리 밖 여자로서의 삶은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전경린의 소설 속 윤진은 울타리 밖의 여자다.
그녀의 딸 호은의 말처럼 직업이 있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이혼을 했고 애인도 있고 지각도 있는(p.13).
호은의 눈에 비친 엄마는 전형적인 한국여자들과는 거리가 먼 독립적인 존재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비록 이혼은 했지만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방법으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도 안다.
엄마 윤진에게 나만의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말처럼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 그 뿐일까.
엄마나 아내가 아닌 한 사람이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그녀만의 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반면 딸 호은은 복잡한 가족관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일탈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재혼으로 새롭게 생겨난 동생 승지에게도 미움이 아닌 자신처럼 외로움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엄마의 애인인 아저씨에게는 가벼운 질투심과 함께 엄마의 행복을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결손가정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 따라다니는 어둡고 침울함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낌 없이 상처를 주는 일도 없이 한발 뒤에서 좀 더 세심하게 상대를 관찰하고 조언해 주는 발전적인 관계의 가족상을 보든 듯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그 상황에 적합한 가족애를 표현하는 것 같아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관계가 심각하거나 위태롭지 않은 밝은 느낌이라 다행스런 생각이 든다.
엄마의 집이 항상 그 곳에 있는 한 서로를 이해하는 가족의 포근한 시선을 변함없이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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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불행하다
카리 호타카이넨 지음, 김인순 옮김 / 책이좋은사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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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남자는 불행하다. 왜?
창고 운반원 마티는 단 한번 아내에게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로 별거중이며, 곧 이혼을 당할 처지에 놓여있다.
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여겼던 그는 자신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가족에게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내와 딸을 되찾기 위해 무엇이든 해야 했던 마티는 아내가 교외에 자신만의 집을 갖는 꿈을 꾸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한 눈물겨운 투쟁을 시작하게 된다.

마티의 삶은 요즘 우리의 모습과 흡사하다.
여성의 사회진출로 인한 가사와 육아의 공평한 분담과 터무니없이 높아진 집값, 거기에 과도한 세금까지.
가족이 함께 모여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행복한 꿈을 꾸어야 할 집이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된 것이 요즘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집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 위한 투자나 과시욕 때문일까.
아니면 젊은 날 겪은 집 없는 설움에 대한 보상심리 때문일까.
마티의 내 집 마련의 꿈은 단순히 가족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아내와의 문제는 집이라는 공간을 확보하고 나면 씻은 듯 해결되리라 믿고 있으며, 그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인해 다세대 주택의 이웃에게는 공동생활에서의 암묵적 규칙을 이행하지 않는 파렴치한 인물이 되었고, 단독주택의 이웃에게는 자신이 소중하게 일군 가족의 평화를 위협하는 위험인물로 치부되었다.
결과적으로 마티의 소박한 꿈은 이웃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었지만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는 여러 문제들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었다.
이혼율 증가에 따른 편모ㆍ편부 가정의 문제, 고령화 사회의 노인문제, 조금의 불이익도 용납하지 않는 개인주의적 성향까지.
집을 둘러싼 여러 사람들의 갈등이 현재 우리의 모습이라 더 공감이 가면서도 삶의 여러 부조리한 면에 순응하며 살아온 것 같아 씁쓸한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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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누나 일순이> 서평단 알림
큰누나 일순이 파랑새 사과문고 48
이은강 지음, 이혜원 그림 / 파랑새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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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이는 그런 친구였습니다.
몸이 아픈 부모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책임지고, 넷이나 되는 동생을 보살피면서도 얼굴한번 찡그린 적 없는 속 깊은 아이였지요.
맏이는 살림밑천이라 했던가요.
예나 지금이나 맏이는 부모 다음으로 형제, 자매에게 의지가 되는 존재인가 봅니다.
마음 놓고 아플 수도, 갖고 싶은 것에 욕심을 낼 수도 없었지만 일순이는 꿈이 있어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바람마저도 일순이에겐 사치였나 봅니다.
부모님과 어린동생 사순이의 죽음으로 한 집안의 가장이 된 13살 일순이는 남은 동생들의 꿈을 위해 자신의 꿈은 잠시 접어두기로 한 모양인지, 졸업을 몇 달 앞두고 공장으로 일을 하러 떠났습니다.
그 뒤로 일순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옛 이야기에서처럼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아름다운 결말이길 기대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피, 요즘에 그런 사람이 어디 있어요.”
이 책을 읽고 그때의 일순이 나이가 된 조카는 말합니다.
그렇죠.
요즘이라면 일순이처럼 자신을 희생하며 모든 걸 내어줄 수 있는 사람이 몇 안 될지도 모릅니다.
한 부모에게서 난 형제, 자매들도 적은 재산 때문에 다투고, 헐뜯는 일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말이지요.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일순이처럼 모두를 보듬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야트막한 담장위로 넓은 가지를 치고, 시원한 그늘아래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와 허기진 아이들의 배를 채워주던 그 감나무.
그 감나무에서 일순이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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