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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집
전경린 지음 / 열림원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엄마한테서만 맡아지던 그 냄새.
어린 마음에도 엄마의 가슴에 안겨 그 냄새를 맡으면 속상하고, 서러웠던 낮 동안의 기억들이 스르르 잊히면서 잠이 쏟아지곤 했다.
비누, 화장품, 샴푸, 그리고 땀 냄새가 적당한 비율로 섞여 만들어낸 엄마만의 향기는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도 상처를 빨리 치료하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오로지 남편과 자식을 위해 살아온 엄마의 삶은 남편이라는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는 표정의 변화 없이 한결같은 모습이었지만 울타리 밖 여자로서의 삶은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전경린의 소설 속 윤진은 울타리 밖의 여자다.
그녀의 딸 호은의 말처럼 직업이 있고 세금을 꼬박꼬박 내며……이혼을 했고 애인도 있고 지각도 있는(p.13).
호은의 눈에 비친 엄마는 전형적인 한국여자들과는 거리가 먼 독립적인 존재다.
자식을 사랑하지만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고, 비록 이혼은 했지만 상대를 비난하거나 비하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방법으로 자신과 타인을 사랑할 줄도 안다.
엄마 윤진에게 나만의 집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가의 말처럼 “경제적이고 정신적이고 육체적이고 윤리적인 문제를 자신이 전적으로 통제하는 일” 그 뿐일까.
엄마나 아내가 아닌 한 사람이 자신만의 독립된 공간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선으로 사람과 사물을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그녀만의 집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반면 딸 호은은 복잡한 가족관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일탈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아빠의 재혼으로 새롭게 생겨난 동생 승지에게도 미움이 아닌 자신처럼 외로움과 그리움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거란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엄마의 애인인 아저씨에게는 가벼운 질투심과 함께 엄마의 행복을 지켜주는 고마운 사람이라는 감정을 동시에 느낀다.
결손가정이라고 하면 당연하다는 듯 따라다니는 어둡고 침울함도,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거리낌 없이 상처를 주는 일도 없이 한발 뒤에서 좀 더 세심하게 상대를 관찰하고 조언해 주는 발전적인 관계의 가족상을 보든 듯도 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그 상황에 적합한 가족애를 표현하는 것 같아 낯설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관계가 심각하거나 위태롭지 않은 밝은 느낌이라 다행스런 생각이 든다.
엄마의 집이 항상 그 곳에 있는 한 서로를 이해하는 가족의 포근한 시선을 변함없이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