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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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에도 격이 있다. 마음 내키는 대로 최고급 물건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어렵게 알아가는 내밀한 즐거움을 모른다. 격이 있는 물건에 도달하기까지 겪는 수많은 일들. 그것이 내 삶의 내용이고 역사가 된다.”

2002년에 처음 세상에 나온 <윤광준의 생활명품산책>을 펼치면 가장 만나볼 수 있는 글이다. 이 글 한마디에 격이 있는 물건을 찾아가며 20년을 지내온 것 같다. 내 수준에서 구할 수 없는 수준의 물건도 많았지만, <생활명품>은 손이 닿을 거리에 있는 물건들이라 그나마 다행이었다.

 

20년이 지나 이제 <생활명품> 시리즈의 최종본을 만났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윤광준 선생님은 처음에 사진작가로 처음 알게되었다. 당시에 유행이었던 DSLR카메라를 사두고 좋은 사진을 찍고 싶어서 우선은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를 찾던 시절이었다. 그러다가 소리의 황홀이라는 저서를 통해서 오디오파일로서 선생님을 만났다. 뭔가 취향이 통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가 만난 책이 <생활명품산책>이었다. 그 당시 책에는 일상생활속의 명품 18가지를 소개해주었고, 그중에 골라 몇가지를 구입하여 사용하던 것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다. 맥라이트, 필립스전기주전자 등이다. 사용해나가면서 아...이래서 생활명품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건조차 제 멋대로 선택하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는 걸 보고 놀랐다. 뭐가 좋고 아름다운지 몰라 생기는 일이다. 제게 좋은 것이 뭔지 아는게 취향이다. 취향은 반복적 선택과 실수로 단단해지게 마련이다. 멋지고 재미있게 사는 이들은 하나같이 세련된 취향을 지녔다. 지금은 차이가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이다”, <윤광준의 생활명품 101>, p.15~16

 

최종본 <생활명품 101>의 첫대목에 나오는 글이다. 그렇구나. 내게 좋은 것이 뭔지 아는게 취향이라는 말에 적극 공감한다. 지난 20년간 생활명품을 써오면서 내게도 취향이라는게 생긴 것 같다.

 

사람들과 지내다보면 취미가 같은 이들과는 그리 관계가 깊고 오래지 못하다는 사실을 느낀다. 음악감상, 영화감상이 취미라고 해서 같은 장르의 음악과 영화를 좋아하는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취향이 같은 이들과는 관계가 깊어지고 대화의 재미를 느끼게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뭔지 정확하게 아는 이들. 그리고 그들은 그 취향을 가지기 위해서 선택을 반복하고 그것에서 실수도 하게된 이들이다. 음악을 얼마나 많이 들어왔을까, 영화도 얼마나 많이 감상해왔을까.

 

우리 주변에 널려있는 생활물품도 마찬가지다.

쓸만한 볼펜을 하나 찾기 위한 노력을 해본 이들은 알 것이다. 결국 제트스트림이라는 일본 브랜드에 안착하나 싶었는데, 요즘 일본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아 국산 브랜드 중에 어떤 볼펜이 좋을까를 고심했던 얼마전이 기억난다. 결국 괜찮은 볼펜을 찾아 리필심과 함께 한 다스를 구입해서 주위와 함께 나눠쓰고 있는데, 바로 이런게 생활명품을 찾아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책에는 2002년 생활명품산책에 소개되었던 것들이 다시 소개되는 것도 있다. ‘도이터 색’, ‘미군용 벨트’, ‘몽블랑 만년필’, ‘지포라이터’, ‘빅토리녹스 나이프등이다.

그리고 이미 내가 찾아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 ‘밸버니 위스키’, ‘펠리시’, ‘이딸라 울티마 툴레’, ‘샘표양조간장 701’, ‘파피에르 다르메니’, ‘아요나 스토마티쿰등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내 취향을 알고 거기에 맞는 제품을 잘 찾아쓰는 편인 것 같다.

 

구해야겠다 싶은 것들은 책을 읽어나가면서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샵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있고. 그중에 쇼토쿠글라스 우즈하리’, ‘그라폰 파버카스텔 잉크는 바로 구입을 해서 이용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다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느꼈다. 그리고 격이 있는 물건을 찾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내 삶의 흔적을 물건에 깃들이게 하여, 사용하는 물건에 품격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활명품 시리즈가 이제 완결된다 하니, 윤광준 선생님께서 이제까지 그러하셨던 것처럼, 소장한 물건과 앞으로 소장할 물건과 더불어 이루어낸 풍요로운 삶을 다른 방법으로 후배들에게 알려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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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그림 - 나는 어쩌다 매일 그리는 사람이 됐을까?
뚜루(김진아) 지음 / 리토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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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같은 반에 미술반 친구가 있었다. 수학여행 갔을 때 그 친구 손에는 항상 A4 사이즈의 백색노트와 연필이 쥐어져 있었고, 여행의 목적지에 갔을 때 다들 사진 찍느라 분주한 가운데에서 전반적인 스케치를 하는 걸 보고 무척 멋있어 보이고 부러워보였다. 우연히 넘겨본 그 노트에는 깜짝 놀랄만한 솜씨로 그려진 풍경이 있었고, 때로는 친구들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숙제처럼 하던 그림일기였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션 드로잉은 이 그림일기의 다른 스펙트럼이 아닌가.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뚜루 김진아 작가의 ‘오늘도 그림’은 나처럼 무딘 손을 가진 사람이 삐뚤빼뚤일지라도 무엇이든 한번 그려볼까? 하는 충동을 일으킨다. 저자는 아파서 누워있기만 하는 중에 그림을 그리며 작은 것에서 더 큰 걸 발견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고 보니 그림을 그리는 중에는 그 대상의 세세한 면까지 다 찾아보고 발견하는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허투루 지나치는 수많은 대상들. 그렇게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듯한 눈길을 담아본 적이 있을까?


북바이북이라는 서점을 운영한 경험은 이 책 곳곳에 인용된 책으로 표현되고, 충분히 가치가 있는 캐릭터로서의 뚜루(휘뚜루마뚜루의 뚜루란다)와 쪼맨스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출몰한다. 재기발랄함을 뽐내며. 


아픈 중에도 다른 환우들과 함께 드로잉스쿨을 열고, 서로의 관심과 생각을 나누는 저자의 모습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인 척하는 쉽고 편한 길을 걸어가는 내게 진짜로 살라고 이야기하며, 진짜인 삶을 몸에 배게 하라는 저자의 유언과 같은 문장이 내게 진짜인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의 백미는 30일간의 드로잉미션을 던지는 책의 말미이다. 아직은 어떻게 그려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펜을 들고, 선부터 그어보리라 결심을 해본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매일 책을 읽는 호화로운 삶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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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황인숙 지음 / 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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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일이아주없는건아니잖아 ⠀
#황인숙시인 #황인숙산문집 ⠀
 ⠀

황인숙 시인의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산문집을 읽다보니, ⠀
일상에서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남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마치 나의 행복과 불행의 갭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생각이 든다. ⠀

나의 행복을 측정하는 잣대가 남의 시선이라는 생각을 하니 내 자존감이 이 정도 밖에 되질 않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

나이가 점점 들어가니 그간 내가 이뤄둔 건 뭔가...하는 압박에 더욱 초조하져 추하게 늙어가는 것 같다. ⠀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삶을 무르익힌다는 것이다. 삶이 깊어진다는 것이다. 깊은 삶은 기품 있는 삶이다. 삶이 깊어지면 남을 생각할 줄 알게 된다. 남을 생각할 줄 알게된다는 건 기품의 기본이다. 세월이 주는 가장 큰 선뮬인 그 기품. 이것이 아름다움 아닌가?"⠀
- 깊은 삶, 기품있는 삶. p.236⠀

그래. ⠀
나이들어감의 즐거움을 가져보자. ⠀
기품있는 삶을 살아보기로 하자. ⠀
지나온 여정도 그랬지만, 앞으로도 '좋은 일이 아주 없는 건 아니잖아'.⠀

그나저나,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조만간 읽어야겠다. ⠀


 ⠀
#기품있는삶 ⠀
#책읽기의즐거움 ⠀
#산문읽기의즐거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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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나희덕 지음 / 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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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걸음씩걸어서거기도착하려네
#나희덕산문집
#달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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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수식어가 있지 않아 좋은, 담백한 문장으로 완성된 글이 모여 책을 한권 이뤘다. 제목인 “한 걸음씩 걸어서 거기 도착하려네” 마냥 산책을 하며 만나게 된 사람들과 동물, 사물들 그리고 풍광들을 사려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한글자 한글자 적어서 이 책으로 도착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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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집을 잃고 가족을 잃었는지 모르지만, 그에게는 아직 삶을 버티게 하는 두 가지 무기가 남아 있다. 두 마리 개와 한 권의 책. 개는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존재일 것이고, 책은 자존감을 잃지 않도록 그의 정신을 지켜줄 것이다. 어두워지는 거리에 서서 그를 오래 바라보며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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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황에 있든지 사람으로서 살아가게 하는 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 문단. 어떤 이에게는 끊임없는 사색이 될 수도, 다른 이에게는 땀흘림이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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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돌아와보니, 이것의 구름도 영국의 구름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왜 나는 영국의 구름이 더 특별하다고 여겼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그건 구름의 처이가 아니었다. 영국에서는 모처럼 하늘을 보고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잃어버린 것은 구름이 아니라 구름을 바라볼 시간과 마음이었다. “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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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를 여행할 때, 햐...참 하늘이 좋다...하며 감탄을 한 기억이 난다. 그러고보니 여행중에는 하늘을 보며 다니는구나. 일상생활에서는 땅을 보며 다니고. 그 별스럽지 않은 차이를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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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문집의 장점은, 한권을 몰아보지 않더라도 한편씩 읽어도 좋다는 것. 나희덕 산문집 또한 책꽂이에 두었다가 틈틈이 꺼내보면 좋을 책. 달출판사의 책이 그런 경향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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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읽기의즐거움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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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
이원하 지음 / 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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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아니라그가나의꽃
#이원하산문
#달 #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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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띠에 인쇄된 황인찬 시인의 "이 사랑의 행방이야 알 수 없지만, 이 사랑이 다른 이들에게 사랑받으리라는 확신은 있다"는 추천사에 깊이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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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하 라는 시인의 이름도 처음 들었다. 전작인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라는 작품도 처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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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이라는 산문집을 읽다보니, 이렇게 절절한 마음을 담은 시는 도대체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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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참으로 발칙한 짝사랑의 마음을 담은 이 작품, 에세이를 그닥 많이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그간 접해온 문학작품에서 "짝사랑"에 관련된 것은 적지않게 접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노골적이고, 발칙한 짝사랑은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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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우릴 보며 악연이라고 손가락질 하죠. 한편에선 인연이라 하고요. 그를 처음 만났던 날 느낀건데, 우린 인연이 맞아요. 오로지 나만 편애받고 싶은 마음에 그의 곁에서 별별 소란도 피워보고, 엄살도 떨어보고, 웃기도 웃어보고 다 했는데 아직 조금 부족한 인연이에요. 결국은, 고백이겠죠." - p.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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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하는데도 이걸 못알아채는 남자는, '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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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놀아나는 내 인생이 나는 좋아요. 당신으로 탕진하는 내 삶이 좋아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당신을 포기하면 좋겠어요. 나만 당신을 잡게요."
- p.042 


"진심은 그에게 주고 진실은 내가 가지면 돼요. 나에게 하나밖에 없는 진심을 그에게 주면 돼요"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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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접해본 사랑 고백 중에 이 고백들이 제일 아름답다. 당신에게 놀아나고, 당신으로 탕진하는 내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는 고백. 이것보다 더 한 사랑의 고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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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3일에 강남의 모 책방에서 이원하 작가와 함께 하는 모임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지만, 아직 책도 다 읽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자리에 가는 것은 실례다 싶었는데,
책 읽어가다보니, 이원하 작가의 목소리로 이 글에 관련되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어봤으면 좋았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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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부다페스트 이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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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독한짝사랑
#책추천 #에세이추천
#책을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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