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림 - 나는 어쩌다 매일 그리는 사람이 됐을까?
뚜루(김진아) 지음 / 리토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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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2학년 시절 같은 반에 미술반 친구가 있었다. 수학여행 갔을 때 그 친구 손에는 항상 A4 사이즈의 백색노트와 연필이 쥐어져 있었고, 여행의 목적지에 갔을 때 다들 사진 찍느라 분주한 가운데에서 전반적인 스케치를 하는 걸 보고 무척 멋있어 보이고 부러워보였다. 우연히 넘겨본 그 노트에는 깜짝 놀랄만한 솜씨로 그려진 풍경이 있었고, 때로는 친구들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다. 그림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숙제처럼 하던 그림일기였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션 드로잉은 이 그림일기의 다른 스펙트럼이 아닌가.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뚜루 김진아 작가의 ‘오늘도 그림’은 나처럼 무딘 손을 가진 사람이 삐뚤빼뚤일지라도 무엇이든 한번 그려볼까? 하는 충동을 일으킨다. 저자는 아파서 누워있기만 하는 중에 그림을 그리며 작은 것에서 더 큰 걸 발견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러고 보니 그림을 그리는 중에는 그 대상의 세세한 면까지 다 찾아보고 발견하는 것 같다. 살아가다 보면 허투루 지나치는 수많은 대상들. 그렇게 세심하게 어루만지는 듯한 눈길을 담아본 적이 있을까?


북바이북이라는 서점을 운영한 경험은 이 책 곳곳에 인용된 책으로 표현되고, 충분히 가치가 있는 캐릭터로서의 뚜루(휘뚜루마뚜루의 뚜루란다)와 쪼맨스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출몰한다. 재기발랄함을 뽐내며. 


아픈 중에도 다른 환우들과 함께 드로잉스쿨을 열고, 서로의 관심과 생각을 나누는 저자의 모습에 큰 깨달음을 얻었다. 진짜인 척하는 쉽고 편한 길을 걸어가는 내게 진짜로 살라고 이야기하며, 진짜인 삶을 몸에 배게 하라는 저자의 유언과 같은 문장이 내게 진짜인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다. 


이 책의 백미는 30일간의 드로잉미션을 던지는 책의 말미이다. 아직은 어떻게 그려야할지 감도 잡히지 않지만, 펜을 들고, 선부터 그어보리라 결심을 해본다. 


매일 그림을 그리고, 매일 책을 읽는 호화로운 삶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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