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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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타국에서의 일년>(이창래)


이 책은 모든 면에서 평범하고 단조로운 남자인 스무 살 틸러 바드먼 이야기다. 대학 2학년인 그는 던바에 있는 집에서 여름을 보내다, 알바로 캐디를 하던 중 ‘퐁’이라 중국인을 만나고, 틸러의 삶은 하루아침에 완전히 바뀐다. 그 후 틸러에게 일어날 일은 너무나 믿기지 않을 정도로 터무니 없다. 그래서 빠져든다.


이 책에는 세 개의 줄거리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Pong과 함께 하며, 타국에서 겪은 일을 다루는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밸이라는 이름의 나이든 여성과 그녀의 비만인 8세 아들 빅터 주니어와 함께 지내는 이야기다. 밸과 빅터 주니어는 그녀의 남편이 저지른 일로 FBI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밸과 함께 집에서 빅터 주니어를 키우는 이야기가 큰 부분인데, 이 책은 후자부터 시작하며, 두 이야기가 자주 교차한다.


또 다른 큰 줄기는 당시 다섯 살이던 퐁이, 자신의 부모를 회상하며, 1966년 마오쩌둥의 문화대혁명이 시작된 이야기가나온다. 문화대혁명 때 일어난 수많은 폭력, 타락, 사회적 격변을 다루는데, 이 부분이 퐁의 입장으로 전개되어 독특한 재미를 준다.


틸러는 단조로운 청년이다. 아버지의 영향도 있는 것 같은데, 타국으로 1년을 떠나고 돌아올 때, 서로가 남기는 것은 우스운 이모티콘이 전부일 정도로, 둘은 단조로운 삶을 산다. 게다가 틸러는 자신에 대해서 큰 야망도 가능성도 보지 못한다. 그저 평범하게 사는 중이다.


틸러는 퐁을 만나고 많이 변화한다.. 퐁은 모든 사람을 알고 친구로 지내는, 카리스마 넘치는 사람이다. 굉장히 수완이 좋은 인물이지만, 그는 골프 캐디로 알바하던 틸러를 초대하여 자신의 여정에 함께 하도록 한다. 퐁은 틸러가 가진 무언가를 보았던 것일 테다. 틸러 역시 아버지와 달리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는 사람을 만나, 그 동안 채우지 못했던 갈망을 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기에 퐁이 요청하는 모든 일에 투신하게 된 것이기도 하다. 틸러는 그렇게 충동적으로 퐁과의 여정에 함께한다.


틸러가 여행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은 틸러 자신은 보지 못한 무언가를 틸러에게 발견한다. 수많은 이들이 틸러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데, 그 두렵고도 신나는 일을 통해 틸러는 자신을 보는 방식이 변화하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이 노래에 훌륭한 보컬 재능이 있는 걸 깨닫고, 맛에 관한 예민함을 드러내기도 한다. 결국 그가 아시아에서 보낸 시간은, 그저 타국에서 보낸 해외여행이 아니라, 일종의 귀향이기도 했고, 자신의 본질, 정체성을 착는 과정이었다.


하지만 타국에서 보낸 1년의 과정은, 읽기에 좀 거북하기도 했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건강음료를 만들기 위해 퐁을 드럼을 만나고, 그의 딸 콘스턴스도 만나는데, 퐁과 틸러는 그곳의 VIP 대접을 받는다. 하지만 퐁이 떠나고 퐁과 럭키가 드럼에게 수은을 넣은 건강음료를 건넨 사실과 그의 사기가 밝혀진 후, 틸러는 장난감 소공자 신세가 된다. 틸러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틸러는 콘스턴스의 성노예로 전락한 채 살아간다. 퐁이 잡혀오고, 퐁이 죽은 뒤 틸러는 우연한 계기로 그곳을 탈출한다. 


틸러가 해외에서 보낸 1년은, 그전에 평생 살아온 것과 다르게, 틸러 자신을 새롭게 규정짓는다. 새로운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지만, 고통스러운 최악의 상황까지 치닫는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그 과정, 그 1년은 그의 말대로 비참한 여정이었다.


하지만 타국에서 보낸 1년의 비참한 여정이, 틸러 삶의 비참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틸러가 크게 변한 건 없지만, 올바른 선택과 결정을 내리고, 주변 사람에게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이 되었다. 다소 무능하고 회색인간 같던 틸러가, 자신의 색채를 찾게 된 것은, 비참한 여정 때문이기도 했다.


틸러가 퐁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과정과 여정을 보는 재미가 있고, 책 중반의 퐁이 들려주는 중국의 문화대혁명 이야기도 무척 인상깊다. 사실 이 부분이 없었다면,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작품을 재미있다고 추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독서에 취미가 있고, 문학적 깊이와 서술적 특징,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보여주는 틸러의 경험과 그 변화, 그 속에서 의미를 찾을 만한 소양이 있는 사람에게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11월 중순부터 12월 초까지 오래 붙잡고 읽은 책이다. 유쾌한 독서는 아니었지만 깊이 있는 작품의 한 귀퉁이를 조금 이해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내년에 다시 재독해야 하리라.


2023.12.03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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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키 창비아동문고 332
전수경 지음, 우주 그림 / 창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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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키>(진수경 글 / 우주 그림 / 창비)


<침묵의 봄>을 읽으면, 아이들이 얻는 교훈이 있다. 자연 생태계에는 필요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해충이든 익충이든 고작 100년을 사는 인간의 눈으로 그들을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살충제 사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깨닫는다. 그래서 벌레, 곤충, 해충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하는 책이 <침묵의 봄>이다. 물론 저자의 의도는 그와 다르겠지만, 아이들은 그렇게 느낀다.


그런 책을 읽는다고 해도, 그래도 모기만큼은 좀 싫어해도 될 거라 생각한다. 모기는 그야말로 당연하고 완벽한 ‘해충’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이제 모기에 관해서도 좀 열린 마음이 생길 것 같다. 


바로 전수경 작가의 <무스키>다.


처음 이 책을 소개받고, 어울리지 않는 세 조합에 놀랐다. 어린이, 모기, 외계인. 이 셋으로 무슨 이야기를 끌어갈까 했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다. 이 글감으로 재미와 깊이를 더한 좋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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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수호는 은빛 찬란한 모기에게 물린다. 모기에 물리면 심한 증상이 나타나는 스키터 증후군이 있는 수호지만, 이 모기에는 몸이 반응하지 않고, 오히려 모기와 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모기가 가진 뛰어난 감각도갖는다. 알고 보니 이 모기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로, 이름이 ‘무스키’다. 모기에 물리면서 수호는 모기와 소통할 수도 있는데, 수호는 무스키가 지구에 사는 미세 동식물의 DNA를 채집해서 전달하려 왔다는 걸 알게 된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무스키는 다른 동물을 함부로 죽이고 자연과 협력하지 않는 교만하고 독선적인 생명체라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호를 무스키를 통해서 생태계를 이루는 수많은 생물들이 저마다 역할이 있으며, 인간의 눈으로 이로움과 해로움을 정해선 안 된다고 알려준다. 수호는 무스키를 통해 축구부 형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나고 친구 민지와의 관계도 회복한다. 모기 채집장치에 갇힌 무스키를 구해주고 경찰에 붙잡히기도 하는 수호는, 무스키와의 관계를 통해 한층 더 성숙해진다. 무스키가 남긴 신경전달물질이 다 소진되고, 무스키는 떠난다. 그리고 수호의 스키터 증후군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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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동화를 읽었다고 자부하지만, ‘모기’를 주요 인물로 등장시키는 동화는 생소했다. 그리고 걱정도 많았다. 도대체 외계인 모기를 주제로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 걸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모두 기우였다. 오히려 모기를 통해서, 우리가 가진 편견이 여실히 드러난다. 수많은 곤충에 대해서 넓은 아량을 가진 우리가 유독 모기에게만 편견을 갖는 것은 흡혈 습성 때문인데, 그것이 알을 밴 암컷 모기에게만 일어나는 일이며, 다른 수많은 모기들은 꽃즙을 먹고 꽃의 수분을 돕는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알면, 모기를 보는 시각이 조금은 변할 거라 생각한다.


또한 모기의 여러 특성을 알 수 있으며, 모기가 옮기는 여러 질병, 모기를 연구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생각을 얻고, 인간이 종을 구분하여 차별하는 모습을 반성하는 계기도 된다. 모기를 시작으로, 작은 생명의 소중함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고귀한 생명임을 깨닫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작품 속에 깨알같은 지식이 참 많다. 모기의 습성과 특징이 이 책에 잘 녹아 있었다. 그리고 모스키가 미세 동식물 DNA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말하는 시드볼트(seedvault) 이야기, 모기 채집 연구 이야기는 창작 동화 속에 과학 이야기가 매우 자연스럽게 작 녹아든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아울러 모기 모스키에게서 얻은 작은 변화의 시작이, 수호에게 큰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스키 덕분에 예민해진 감각으로 다른 친구들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작은 생명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타인을 향한 열린 마음을 갖는다. 이런 변화의 시작이 결국 어려움을 이겨내는 과정으로 이어지는 점이 인상깊다. 


작은 곤충과 친해지며,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성장한다는 점에서 ‘엘리스 브로치’의 <사라진 명작>과 견줄 만하고, 독특한 소재와 성장을 다룬다는 점에서 <천하제일 치킨쇼>도 떠오른다. 두 권과 함께 읽어도 좋을 듯하다.


초등 중학년 이하라도 가볍게 읽고 나눌 만한 도서다. 작은 모기와 인간 수호의 만남과 우정, 변화와 성장이라는 큰 주제를 이해하는 데는 무리가 없다.


2023.11.27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자유로운 글입니다.

#무스키

#전수경

#SF

#창비어린이책

#SF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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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전쟁 2 : 불편한 장난 별숲 동화 마을 53
이규희 지음, 한수진 그림 / 별숲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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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전쟁2> (이규희 글/ 한수진 그림 / 별숲)


<악플전쟁> 1권이 나온 지 꽤 오래 되었는데, 드디어 2권으로 돌아왔다. 이 책을 모르면 초등학생이 아니라 할 정도로, 교과서에도 실린 매우 재미있는 동화다. 생각외로 읽은 친구들이 꽤 많아서, “선생님한테 <악플 전쟁2> 있다.”라고 말하니, 애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서점에 놓이면 얼른 사려고 눈도장 콱 찍은 아이들이 꽤 많다.


이규희 작가가 <악플 전쟁>을 처음 썼을 때, 이 작품의 배경은 온라인 카페였다. 당시가 2012년이니, 스마트폰이 갓 보급되었던 시기였고 SNS보다는 카페가 더 활발했던 시기다. 그 시대에는 크고작은 모임마다 카페와 밴드가 있었으니, 작가는 그 시기를 배경으로 아이들의 문제를 그 속에 잘 담아내었다.


하지만 10년 사이, 온라인 문화가 달라졌고 아이들 문제도 훨씬 더 넓고 교묘해졌다. 심지어 아이들끼리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교사와 학부모 문제로까지 번지면서, 말하기 참 곤란하게 되었는데, <악플 전쟁2>에서는, 우리 사회의 그 전쟁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악플 전쟁2 - 불편한 장난>은 1편의 연장선이지만 새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1권에서 풀지 못한 수많은 매듭을 하나하나 풀어가는 깊이 있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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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전쟁> 1권의 반년 정도 후의 상황을 다룬다. 서영이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새로운 학년으로 올라가는데, 장미가 보경이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본다. 누가 봐도 심각하게 괴롭히는 상황이지만, 보경이는 그저 친구끼리의 장난이라고 치부한다. 서영이는 이 일을 돕다가 과거처럼 다시 사건에 얽힐까 봐 조심스럽고 망설이는데, 이때 나타나 장미를 돕는 사람이 바로 민주다. 민주는 1편에서 미라의 꾀임에 넘어가 서영이를 괴롭힌 아이다. ‘미라’다. 미라는 1편에서 서영이를 주도적으로 괴롭힌 아이인데, 그때의 잘못을 뉘우치며 살아가는 중인데, 민주는 미라와 진우, 그리고 서영이를 불러 장미를 돕자고 한다. 보경이는 장미의 집까지 찾아가, 하늘나라로 간 언니의 물건까지 가져가는데, 서영이의 경고 메시지를 받은 보경은 자신이 한 짓을 깨닫고 반성하기 시작한다. 서영이는 물건을 돌려주지만, 급기야 학폭위가 열리고 보경이와 혜미, 은철이는 처벌을 받는다. 장미는 조금씩 자신감을 찾으려 하지만 쉽지 않다. 이제 보경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기 시작하는데, 예전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 미라는 용기를 내어 보경이를 돕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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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폭력은 매우 민감한 문제다. 단지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가 또다시 피해자가 되는 일이 많고, 처벌을 받은 가해자의 삶이 망가지는 일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학교 폭력은 피해자와 가해자, 그리고 주변 아이들 모두에게 꽤 오랫동안 영향을 끼친다.


학폭을 다룬 수많은 책들은, 권선징악의 수순을 밟는다. 정의를 실현하며 독자에게 통쾌함을 주기 위함이겠고, 그것이 피해자를 위로하는 좋은 방법이겠지만, 우리가 다루는 것이 어른들의 폭력이 아닌 아이들의 폭력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소중한 우리 아이들이고, 책임과 처벌, 반성과 용서의 과정을 통해서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가 함께 성장하는 길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이 말이 피해자들에게 고깝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교육의 목적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편을 가른 다음, 가해자에게 평생의 주홍글자를 새겨서 고통받게 하기보다는, 잘못한 만큼의 대가를 치르되, 다시 사회, 학교로 복귀하여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 그것은 피해자의 회복만큼이나 중요한 일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수많은 여론과 실제 우리 감정은 그런 객관적인 방향을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권을 쓴 뒤, 작가의 고민도 바로 그 지점이었으리라. 문제를 해결한 다음, 피해자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용기를 내어 자신감을 되찾는 일이 쉽지 않고, 가해자도 가해학생이라는 주홍글씨를 단 채 오랜 기간 괴롭힘에 시달릴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그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려는 인물이, 이전 책에서의 가해자인 ‘미라’와 ‘민주’라는 점이 무척 의미심장하다.


그러면서도 피해자의 마음이 쉽게 해결되지 않음을 드러내는 장면도 좋다. 학교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마음이 금세 회복되지 않고, 꽤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의 여운이 남는다. 그래서 그 모든 기간동안 가해자가 고통받길 바라겠지만, 그것은 교육적이지도 않고 올바르지도 않다. 피해자의 아픔,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는 현실, 이 모든 것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과정이 이 책에 나오며,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또한 보여준다.


아쉬운 점도 많다. 우선 이 책에서 나오는 초등 학교 폭력의 모습에 쉽게 공감가지 않는다. 장난이라고 함부로 행동하는 보경이의 폭력, 그것을 보는 주변 아이들의 태도, 그리고 무작정 당하고만 있는 장미의 모습은 좀 부자연스럽고 어색하다. 심지어 집까지 찾아와 물건을 가져가는, 다소 비상식적인 상황, 장미와 보경이의 부모를 극단적이고 단순한 캐릭터로 놓아둔 점은 읽는 내내 불편한 부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분히 잘 전달되고, 이야기의 흐름이 무척 치밀하기에, 내가 느끼는 그 불편은 학교 폭력 상황의 불편함으로 치환되는 느낌이다. 그리고 모든 게 잘 해결되는 결말이 아니라, 그것이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는 문제임을 드러내는 결말이 무척 인상 깊다. 작가의 깊은 연륜을 보여주는 듯했다.


초등 전학년에게 추천한다.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2023.11.23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악플전쟁

#악플전쟁2

#이규희

#별숲

#학교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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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 -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사회 수업
신현주 글, 함규진 감수, 마이클 샌델 원작 / 미래엔아이세움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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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원저 / 신현주 글 / 아이세움)


수준 높은 중고등학생들과 꼭 다루는 인문과학 책으로는 <침묵의 봄>, <총균쇠>, <사피엔스>, <코스모스>가 있다. 읽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힘들다 아우성 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면 굉장히 뿌듯해 한다. 힘들었던 만큼 얻어가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자기들도 뭔가 더 깊어지고 성장한 듯한 기분을 느낀다. 이런 책을 읽으면, 아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책을 읽은 후의 세상이 달라진다. <침묵의 봄>을 읽고 나면 주변에 널린 화학제품에 대해서 깜짝 놀라고, <사피엔스>를 통해서는 우리 주변의 상상의 질서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진짜인지 고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고 나면 꼭 다루려고 하는 책이 바로 <정의란 무엇인가>(마이클 샌델)인데, 이 책은 아이들이 정말 어려워한다. 여러 사례와 예시가 많고, 철학서에 가까운 형식이라 나조차도 이 강의를 준비하려면 한숨부터 나온다. 하지만 <10대를 위한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이세움’에서 나온 이후로, 초중등 학생들이 <정의란 무엇인가?>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핵심을 잘 풀어내었고, 여러 예시와 사례, 그리고 구체적인 설명에 이르기까지, 원작을 그대로 옮겨 놓았기에, 제목처럼 10대를 위한 참 좋은 도서라 생각했고, 현재도 이 책으로 꾸준히 강의하는 중이다.


마이클 샌델의 다른 도서로, ‘10대를 위한’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뒤로도 <10대를 위한 사피엔스>,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까지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이 책을 여러 번 소개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세움의 10대를 위한 시리즈 서평에 선정되어, <10대를 위한 공정하다는 착각>을 받아 읽어 보았다. 


책의 형식과 방향은 다른 ‘10대를 위한’과 다르지 않다. 사례와 예시가 카드뉴스로 나와 있고, 그에 관한 설명이 원작 <공정하다는 착각>을 요약하여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즉 카드뉴스로 관심을 갖고 문제를 충분히 이해했다면, 그것을 분석하고 결론짓는 과정이 잘 나타난다. 그리고 각 장의 내용이 <공정하다는 착각> 원작의 어떤 챕터에 나오는지가 차례에 잘 소개되어 있기에, 필요한 부분은 원작을 찾아볼 때 유용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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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지나친 ‘능력주의’다. 우리는 그 사람의 실력, 성적, 능력을 보고 판단한다. 능력이 높은 사람은 그만한 보상을 받을 만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 책은 능력주의가 가진 함정을 말해준다. 그 사람의 능력이 오로지 그 사람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의 능력은 그 사람을 둘러싼 환경에서 이뤄진다. 어떤 사람이 출중한 능력으로 큰 돈을 번다면, 그 능력을 계발할 수 있었던 환경이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의 재력과 가정환경, 그 사람을 길러낸 사회와 교육 제도, 그 사람의 능력을 높이 사는 우리 사회와 문화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능력을 온전히 그 사람의 것으로 판단하는 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능력주의를 맹신하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은 ‘노력’이 부족했다 여기고, 그로 인해 더 낮은 임금과 낮은 생활 환경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차라리 과거 신분제 사회였다면, 자신의 무능력은 어쩔 수 없는 낮은 신분, 그 환경 탓이겠지만, 능력주의 사회에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한 개인의 잘못으로 여긴다. 그것이 불공정한데, 우리 사회의 능력주의는 그것이 공정하다고 ‘착각’한다.


능력주의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사람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능력을 볼 수밖에 없으니까. 그래서 환경적 요인을 줄여나가는 일이 중요하다. 공평한 교육 기회, 가정 환경에 따른 격차를 줄이기 위한 복지 제도를 통해, 능력이 없어서 성공하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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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었다고 생각한 수많은 성취들이, 대부분 행운이었다는 걸 인정해야 할 것이다. 나의 성취에 수많은 운이 겹쳐졌다는 걸 받아들이며, 삶이 나에게 준 행운에 겸손해야 하고, 공동체성을 되살리면, 가혹한 경쟁으로부터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초등 고학년에서 고등학생까지 두루 읽을 만한 책이다. 각 장마다 수많은 토론거리가 있는 만큼, 아이들과 생각을 나누고 싶은 부모님들도 함께 읽으면 좋겠다. 당연히 수많은 독서, 논술 학원에서도 활용가치가 매우 높은 도서다.


그리고 어려운 인문 도서를 맛보기 형식으로 미리 읽고자 하는 어른들에게도 강추한다.


2023.11.1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로 자유롭게 작성한 글입니다.


#공정하다는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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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세움

#10대를위한공정하다는착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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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9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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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나잇 칠드런>(댄 거마인하트 / 이나경 역 / 다산북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주인공의 성장이다. 사건을 이겨내며 과거와 달라진 주인공을 마주하는 과정은, 동화를 읽을 때 가장 설레는 부분이다. 그리고 주인공이 겪는 역경이 더 고될수록 그 결과가 드라마틱해지기에 그런 이야기를 보는 일은 늘 즐겁다.


그리고 이야기의 처음에 주인공의 처지나 성격, 상황이 난처하고 자신감이 부족할수록 그 변화가 돋보인다. 이 책에서 그 변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은 바로 ‘라바니’다. 그리고 그런 라바니의 변화를 도우면서, 자신의 삶이 달라지는 아이들이 나오는데, 그들이 바로 ‘미드나잇 칠드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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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바니 포스터의 아빠는 소 도축장에서 일하는 직원이고, 엄마는 음악과 미술, 요리에 재능이 있는 주부다. 라바니는 덩치가 큰 도니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어느 날 라바니는 한밤에 부모도 없이 차에서 내리는 일곱 아이를 발견한다. 나이대가 다른 이 아이들은 라바니의 앞집에 이사오는데, 라바니는 우연히 일곱 아이 중에 하나인 버지니아라는 여자 아이와 친해지고, 라바니는 그렇게 처음으로 친구(혹은 동지)가 생긴다. 일곱 아이의 친구가 되면서 그들의 비밀을 알게 되는데, 이들은 ‘래거본드’ 가족으로 부모가 없거나 여러 사정으로 혼자가 되었지만, 비인간적인 고아원에서 탈출한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혈연관계보다 더 끈끈한 관계로, 수백 년째 이어오고 있는 가족이었다. 성인이 되면 떠나야 하고, 떠난 가족들은 이들은 꾸준히 돕고 있었다. 하지만 이들을 잡는 전문 사냥꾼도 있는데, 래거본드 가족은 사냥꾼을 피해, ‘슬러터빌’ 마을로 들어온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해선 안 되는 이 비밀을 ‘도니’가 알아버리고, 급기야 사냥꾼이 마을로 들어온다. 라바니와 일곱 아이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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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는 무척 환영이다. 손을 놓을 수 없는 긴장감, 익숙하지만 뒤를 알기 힘든 전개, 수많은 문학 작품의 오마주까지. 물론 해피엔딩으로 이어지는 기분 좋은 해소 과정은 아이들에게 오랜 여운을 남길 것이다. 거기에 두 아이의 우정과 애정은 덤이다.


가장 중요한 인물은 ‘라바니’와 ‘버지니아’다. 둘은 여러모도 대비되는데, 부모가 있지만 외동이며 소심하고 자신감이 부족한 라바니와, 가정은 없지만 형제는 많고 자신만만하고 신중하지만 사려깊은 버지니아. 이 둘은 서로에게 진실하다는 가장 큰 공통점이 있다. 둘은 서로를 성장시키는데, 관으로 만든 보트로 대회에 참가하고, 도니의 폭력에 대항하고, 사냥꾼의 위협으로 벗어난다.


이 책에서 중요한 설정은 두 가지다. 하나는 래거본드 가족이고 다른 하나는 스키니스터 도축장이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래거본드 가족은 자기들만의 규칙을 갖고 특별한 주거지를 정해 자기들끼리 생활하는데, 자유분방하면서도 질서있고, 나름의 전통과 생활 방식을 살아간다. 성인이 되면 집을 떠나야 하기에, 래거본드 가정에는 늘 아이들만 있지만 가장 역할을 하는 큰 아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고 어려움을 이겨낸다. 각자 하나씩 있는 특별한 재능을 십분 활용하는데, 글씨를 잘 쓰거나 목소리 흉내, 손재주 등 아이들만의 ‘마법’ 같은 능력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아이들 스스로가 얼마나 큰 힘과 재능이 있는지를 스스로 깨닫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 마을을 먹여살리다시피 하는 ‘스키니스터’ 도축장은 스키니스터 씨가 - 그는 판사이기도 하다 - 운영한다. ‘쉭-음머쿵!’하는 끔찍한 소리가 나는 도축장은 이 작품에서 여러 은유와 상징으로 자리잡는다. 먹고 살기 위해서 도축하는 곳이지만, 그곳은 주인공과 여러 인물의 죄책감이 스며든 곳이기도 하다. 책의 후반에 도축장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바뀌는데, 삶의 큰 변화가 가져오는 기쁨을 만끽할 수 있다. 공감과 연대, 공생의 의미를 다루는 부분이다. 물론 스키니스터 씨와 라바니의 부모님이 보여준 그 용기 있는 행동도 잊을 수 없다.


작가도 역자도 밝히진 않았지만, 이 책에는 매우 유명한 세계 문학 혹은 청소년 문학의 오마주가 많이 보이는데, 그것을 찾는 과정도 재미있다. 


참 기분 좋게 긴장하며, 즐겁게 읽은 책이다. 초등 고학년부터 중학생까지 읽을 만하다. 300쪽이 넘으므로, 진득하게 앉아 읽을 수 있다면 꼭 읽길 추천한다.


*좋은 도서를 선물해주신 ‘다산북스’에 감사를 표한다.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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