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보건실 1 - 당신의 마음을 주세요 큰곰자리 68
소메야 가코 지음, 히즈기 그림, 김소연 옮김 / 책읽는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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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보건실1> (소메야 가코 글 / 히즈기 그림 / 김소연 역 / 책읽는곰)


독특하고 특별하고 오묘하다.

차원이 다른 주제와 흐름, 문장력이 매우 인상적이다.


수상한 *** 시리즈부터, 전천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화를 읽었지만, 이 책만의 독보점인 점은 이야기의 흐름이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간다는 점이고, 독보적인 문체와 문장 흐름이다. 이 책의 문장은, 그 흐름을 이어간다기보다 문장의 나열이 이어지는데, 순접이든 역접이든 그 어떤 접속사도 사용하지 않는다. 작가가 흡입력있는 문장으로 어린 독자를 들쳐메고 책 속으로 들어간다. 아무렇지 않게 환상적인 이야기를 풀어내고, 당연하다는듯이 문제를 풀어간다. 손에 따개비가 생기고, 커튼에서 잎이 자라며, 머리에 더듬이가 생기고, 미니어처 닭이 꼬꼬댁 뛰어다니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마술적 리얼리즘보다는 몽환적 판타지라 할 만한 작품이다.


—-


저마다의 아픔과 고민을 지닌 다섯 아이들이 보건실을 찾는다. 가나는 춤을 잘 추는 하나를 질투하는데, 손바닥에 시샘 따개비가 자라기 시작한다. 온몸을 덮을 정도인데, 과연 수상한 보건실 선생님은 어떻게 치료할까?


그 외에도 마스크 뒤에 숨으려 하는 에리, 메트로놈의 저주에 거려 남들과 꼭같아지려고 하는 소헤이, 재해도 집을 떠나게 된 상황과 불쌍하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짜증나’만 내뱉게 된 나호, 그리고 좋아하는 아이가 자기 사촌에게 준 쿠키가 배아픈 다이치까지.


아이들이 가진 고민은, 딱 아이들이 할 만한, 경험이 잘 녹아든 고민이다. 그저 아이들의 고민이 아니라 얼마나 괴롭고 마음이 힘든지, 왜 그런지를 잘 풀어내었다. 아야노 보건 선생님은 그저 ‘치료’를 하지 않고, 아이들이 ‘극복’할 힘을 준다. 아이들 스스로가 그런 힘을 기르도록 도울 뿐이다.


—-


책에서 아이들에게 뭔가 가르치려 하지 않는 점이 좋다. 무엇보다 어른으로서의 교훈이 아니라 그럴 수 있다는 걸 인정하게 하는 것, 우린 각자 다르고 부럽고 아쉽고 귀찮으며 예민할 수 있음을 받아들인다는 점이 좋다. 그래서 진지하지 않게 잡아 읽기 좋고, 그 어떤 편견과 고정관념 없이 보아 좋다. 그 누가 읽어도 자기다운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한 차례의 몽환의 꿈을 꾸는 듯한 ‘수상한 보건실’에 한참 누워 있다 보면, 어느새 살 만한 힘을 얻고, 자신감 액기스 한 컵을 마신 듯하다.


독특하고 특별하고 오묘한 이야기와 새로운 책을 읽고 싶은 모든 독자에게 권한다.


2023.01.04


-이 글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상한보건실

#당신의마음을주세요

#판타지동화

#초등책

#책읽는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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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 직업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스테이시 리 지음, 부희령 옮김 / 우리학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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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층 소녀의 비밀직업 (스테이시 리 지음 / 부희령 역 / 우리학교)


이 책의 지리적 배경은 20세기 초반 미국의 애틀란타, 온갖 것을 구분하고 차별하는 시절이 이야기다.

주인공은 17살 ‘조 콴’인데, 동양인(중국) 소녀다. ‘올드 진’이라는 노인과 함께 사는데, 그는 조를 돌봐주는 사람이다.


조는 올드 진과 함께 벨 씨의 인쇄소 지하에 숨어 산다. 그곳은 겉으로 찾기 힘든 장소인데, 과거 흑인 노예들이 몰래 만들어 놓은 곳으로, 위층 인쇄소에서 말하는 소리가 아주 잘 들린다. 조와 올드 진은 이곳에서 몰래 살며, 신문사를 운영하는 벨 씨 가족들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엿듣는다. 조는 그 이야기를 통해 사회에 관심을 갖고 많은 것을 배운다.


모자점에서 일하는 조는 모자와 매듭에 재능이 있지만, 유색인종이라 일터에서 해고된다. 조는 예전에 하녀로 일하던 페인 씨 저택에서 다시 일하는데, 올드 조도 그곳에서 마필 관리사로 일하는 중이다. 페인 씨 집에는 페인 부인과 그녀의 아들, 딸이 있는데, 딸 캐럴라인은 유독 조를 못살게 군다. 조는 캐럴라인의 하녀로 일하게 된다.


벨 씨의 인쇄소에서 만드는 신문 ‘포커스’는 경쟁 업체에 밀려 구독자가 줄어들고 있어서 위기에 처한다. 경쟁 업체에 대항할 필진을 구하는데, 세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안목을 보여줄 사람을 찾는다. 지하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조는 벨 씨 신문사에 자신이 쓴 글을 보내고, 포커스 신문사에서는 ‘스위티’라는 필명으로 조의 글을 싣는다. 사람들은 스위티의 의견에 놀라고 세상을 앞서 가는 생각과 여성의 권리, 참정권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 조, 즉 스위티의 칼럼으로 여성들은 자신들의 권리에 관심을 갖는다. 낮에는 저택의 하녀이지만 밤에는 지하실에 숨어 사는 칼럼리스트로. 과연 이런 위태로운 상황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 책은 20세기 초의 미국 상황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낸다. 활력있는 도시, 성장하는 미국의 근대사의 현장에 주인공과 함께 와 있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면에 숨은 빈부격차,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 참정권 문제 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흑인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 모습과 그보다 더 큰 차별을 받는 동양인들의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 여성 참정권 운동에 참가하는 조는, 그 ‘여성’은 백인 여성이라는 것을 알고 또 경악한다. 조는 그래도 꿋꿋하게 싸워나간다. 여성들의 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한 사람이 바로 ‘스위티’인 조인데, 여성들은 유색인종인 조를 외면하려 한다. 조는 물러서지 않는다.




이 책의 인물 관계가 무척 촘촘하다. 처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읽지만, 중반 이후가 될수록 인물의 관계가 더 좁혀지고, 바로 옆의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알고 놀란다. 마님은 마님이 아니었고, 아가씨는 아가씨가 아니며, 올드 조는 그냥 올드 조가 아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백인 중심의 사회, 그들이 지하실에 꽁꽁 숨겨두었던 추악한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나면 허울뿐인 명분이 우스워진다.


이쯤 읽고 나서야 작가의 의도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조는 왜 지하실에 숨어 살며, 왜 지하실에서만 엿들을 수 있었을까? 쓸모없다고 여긴, 혹은 수치스럽다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지하실에 방치되어 있다.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것들이 말이다. 누구에게나 그런 비밀스런 지하실이 있다. 쉽게 보여주지 못하는 지하실 공간. 그 공간에 감추어두었던 것이 어쩌면 누군가의 보물이고 꿈이었을 것이며, 삶의 희망이었을지도 모른다.

화려한 공간이 스스로 뽐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는 지하실이 두 손 높이 받들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 당시를 여자로서 살기도 벅찬데, 동양인으로 살아야 했던 조. 그러나 좋은 이웃들도 분명 있었으니,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조를 봐준 사람들, 바로 벨 씨 가족들이다. 그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보면, 백인과 흑인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이 문제였음을 깨닫는다.




“정의와 공평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고, 정해진 사람에게만 씌워지는 우산이다.”


하지만 조는 이미 알고 있다.

비가 쉽게 그치지 않으리란 것을.

그리고 그치지 않는 비는 없다는 것을.




2023년에는, 내 마음 속 지하실에 깊이 가둬버린 모순이 없는지 찾아보겠다.


2023.01.01


#아래층소녀의비밀직업

#우리학교

#북스타그램



정의와 공평은 우리가 아닌 다른 이들을 위한 것이고, 정해진 사람에게만 씌워지는 우산이다. - P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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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유행왕 저학년의 품격 4
제성은 지음, 노아 그림 / 책딱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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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유행왕

(#제성은 글 / 노아 그림 / #책딱지)


좋은 책을 권하면, 우리 아이들은 “몇 쪽이예요?”와 “재미있어요?”를 꼭 물어본다. 책이 과제인 아이들에게 두께와 재미는 힘든 과정을 버티는 힘이다. 그런데 아이들이 깨닫지 못하는 게 하나 있다. 힘들고 귀찮게 책을 읽고 나면, 재미만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점이다. 책을 통해서 어느새 생각이 깊어지고,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 되며, 대상을 보는 남다른 관점을 갖는다. 어떤 심리학자가 말하길, 시작하기 즐거운 일이 아니라 끝났을 때 즐거운 일을 하라고 했는데, 책읽기가 바로 그렇다.


그런데 재미와 생각, 그 두 가지를 함께 준다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이번에 읽은 < #내가바로유행왕 >이 딱 그런 책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도해인데, 유행하는 것은 모조리 따라하고 또 잘하고 싶어 하는, ‘인싸’가 목표인 아이다. 유행을 선도하는 아이 수호는 매번 새로운 유행을 가져와서 아이들이 부러워하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이 반에 유행하는 것이 참 많은데, 도해는 유행을 따르면서 재미와 위기, 즐거움과 초조함을 넘나든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이 책의 유행이 무엇을 말하는지 단번에 알 거라 생각한다. 아이들 사이에 유행하는 가방과 옷, 머리스타일은 기본이고, 유행왕 카드와 유행왕 빵, 그리고 스티커까지,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유행의 집합소다. 아이들은 좋은 카드를 뽑으려고, 귀한 빵을 구하려고 문구점과 편의점을 기웃거린다.


그러면서 도해와 민규는 유행에 따르는 것이 과연 좋은지 의문을 품고, 자기들만의 새로운 유행을 만든다.


책을 즐겁게 읽는 내내, 우리 아이들이 많이 떠올랐다. 어릴 적에 토마스와 친구들에서부터 터닝매카드, 레고에 이르끼까지 유행을 교리처럼 따라온 아이라, 최근 유희왕 카드를 성실히 모으며 용돈의 상당 부분을 투자하는 것을 보면 대견함과 함께 대범함이 느껴진다. 하지만 애들만 그런 건 아니다. 우리 어른들도 최신 스마트폰을 꼭 손에 쥐어야 하고, SNS에서 유행하는 물건이나 음식, 맛집은 꼭 가 보고야 만다. 집집마다 있는 에어프라이기와 스타일러를 볼 때마다, 착찹한 마음이 드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런 유행의 모습을 재미있고 상세하게 보여준다는 점이 <내가 바로 유행왕>의 특징이다. 유행이 어떻게 시작되고 변화하며, 끝나고 다시 시작하는지를 보여주며, 유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유행하는 걸 사기 위해 엄마의 지갑에 손 대는 모습은, 유행이 무엇을 위함인지를 골똘히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유행왕 빵을 차지하기 위해 편의점 앞에서 가위바위보를 해서 빵을 구하는 모습은 너무나 현실고증이 완벽해 부끄럽게 재미있다. 


이 책은 단지 유행하는 걸 따르는 것이 목적이 되지 않는지, 상술에 말려들어 소비가 목적이 된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한다. 정작 유행해야 할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솔직하고, 그것을 즐겁게 즐기는 일이라는 귀한 가르침을 준다는 점도 좋다. 그걸 엄청난 비밀을 전달하듯 말하는 장면도 재미있다.


유행을 선도하던 수호가, 피짓 스피너가 가장 재미있었지만, 유행이 지나서 들고다니기 민망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은 가슴이 찡하다. 남들에게 잘 보이고, 인싸가 되기 위해서 하는 유행이 아니라, 자신에게 더 솔직해지는 모습, 자신이 즐겁고 재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 것, 그것이 진짜유행임을 생각하게 만든다.


저학년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동화이지만, 대상 학년에 따라 얼마든지 깊게 풀어낼 만하다. 독서지도 선생님들은 다소 어려운 어휘와 함께 도해가 유행을 따르는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 전체를 아우르는 힘을 기르도록 하면 좋겠다. 논술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개성과 유행’에 관한 주제로 깊은 논술을 풀어낼 수도 있겠다.


한두 사람에게 즐거운 일이 퍼지면 유행이 된다. 유행은 일시적인데, 그것이 지속성을 지닌다면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문화’가 되며, 그 문화가 계속 이어지면 전통과 역사가 되기도 하기에, 유행을 또 너무 가볍게 보지 않도록 깊이 나누는 안목도 필요하다.


유행하는 거 사달라고 떼쓰는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유행을 인간관계로 여기는 초등 아이들까지 널리 읽을 만한 도서다. ‘저학년의 품격’ 시리즈는 책의 뒷날개에 친절하게 독서활동지를 제공하기에 학부모님들은 자료를 인쇄해 함께 공부하기에도 좋겠다.


2022-12-26 


“이 글은 책딱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후기입니다.”


#내가바로유행왕

#제성은

#책딱지

#저학년의품격

#초등추천도서

#저학년창작동화

#추천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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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 -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반달문고 41
정범종 지음,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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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간 우리에게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이었을까?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환경에 이르는 모든 곳에서 늘 문제가 도사리고, 겨우겨우 문제를 미루며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래도 가장 큰 위기를 꼽자면, ‘코로나’와 ‘환경’이다. 코로나19라는 세계사적 위기를 겪으며, 우리 삶의 판도가 바뀌었고, 환경위기로 인한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는 일상이 되었다.


이런 위기에서, 그래도 어쨌든 살아내는 어른들과 달리, 어린이들이 마주하는 위기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아이들의 학력 저하를 빼더라도, 성장과 발달,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는 너무 늦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다. 코로나와 함께 늘 찾아오는 황사와 기후 재해는, 아이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재난영화와 별로 다를 것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우리는 희망이 있을 거라 믿는다. 이 역병은 물리치지 못하더라도 견뎌낼 줄 알게 될 것이며, 기후 변화를 대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정책과 제도가 뒷받쳐줄 것임을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에서 이런 이야기를 만나는 건 여간 즐거운 일이 아니다.




<마스크 요정과 꼬마꽃벌>(정범종 글 / 김재희 그림 / 문학동네)은 <제2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이다.


제목에서 보듯 코로나19와 환경 이야기를 잘 버무린, 아름다운 작품이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이전 작품을 돌아 봐도, 작품의 재미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품고 있는 고민과 방향을,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의 주인공 마스크 요정은 ‘초희’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천식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살아야 하는 초희는, 아파트 화단에서 뽑혀나간 측백나무 자리에 봉숭아를 심어 기른다. 그곳에 꼬마꽃벌이 찾아와 땅속에 둥지를 튼다. 이 즐거운 일을 반 친구들에게 이리저리 알리며 좋아하지만, 그곳에 다시 측백나무를 심고자 하는 아파트 관리소장이 등장하고, 비가 내리며 땅속 둥지가 잠길 위기에 처한다. 봉숭아는 씨앗주머니를 만들어내며 점차 시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초희는 친구들, 좋은 이웃들과 함께 아파트 생태정원을 지켜나갈 수 있을까?




뽑혀버린 측백나무처럼, 초희에게도 뽑혀버린 공간이 컸다. 바쁜 부모님과 멀어진 친구들, 이제 낯선 이웃. 측백나무 자리를 메운 것이 예쁜 봉숭아였던 것처럼, 초희의 공간을 메운 것은 톡으로 나눈 친구들과 이웃, 그리고 아름다운 계절이다. 꼬마꽃벌이 땅속에 집을 지어 애벌레를 키웠듯, 지금의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속으로 성숙하는 과정이라 믿는다. 겨울이 오며 봉숭아가 시들 것을 알지만, 봄이 오면 다시 싹을 틔울 것도 알기에 기다림이 기대된다. 우리가 겪는 어려움도 그러하리라 생각하기에, 아이들의 미래는 봉숭아꽃빛이다. 그 물듦이 겨우내 사라지지 않기를…


이 책에서 어른들은 별로 역할을 하지 않는다. 방해하지 않으면 다행이다. 어른들은 살짝 협조할 뿐, 모든 일을 어린이들이 해낸다.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려 방법을 찾고, 친구들의 단톡방에 올려 생각을 모은다. 생각만 하지 않고,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자기 의견을 당당히 외친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봉숭아처럼, 꼬마꽃벌처럼 자기만의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면서 초희의 천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멀어진 친구와 가까워지며, 타인은 이웃이 된다. 그래, 아름다운 자연을 회복하는 데 꽃과 벌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


아파트 화단에 거대한 측백나무가 뽑혔듯, 

코로나로 우리 삶의 한 부분이 통째로 빠져나갔다.

환경 재난으로 일상은 늘 위협받는다.


그곳에 작은 봉숭아 꽃을 키우며 그곳에 꼬마꽃벌이 둥지를 만든 것처럼

코로나로 벌어진 수많은 공백과 구덩이를, 새로운 형식의 만남과 관계가 차츰 메우고 있다.

정부 정책과 소상공인들의 협조, 시민들의 참여로, 일회용품이 줄 듯 말이다.




초희의 천식이 점점 나아지듯,

코로나19가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 회복력을 키워줄 거라 생각한다.

불편한 일상이 모두의 안전함으로 다가오리라 예상하듯 말이다.


전기요 위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며, IOT 삶을 누리고 있지만,

우리가 왔던 곳, 가야 할 곳, 우리 뿌리는 결국 흙이다. 자연이고, 생태계다.

책의 심사평에서 말하듯, ‘생태적 감수성을 가진 우리 아이들만이 이 파국을 막을 수 있다.’




이 책의 아이들이 만한 것처럼 ‘그걸 바라는 이가 찾아내야’ 한다.


2022.12.18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마스크요정과꼬마꽃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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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정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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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추천도서

#독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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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이 뿔났다
지승룡 지음 / 하움출판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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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선비에게 꼭 필요한 것이 문방사우였다고 하지요. 먹, 종이, 붓, 벼루가 있어야만, 선비다울 수 있었을 겁니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무엇이 필요했을까요? 여성에게 꼭 필요한 것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는 <규중칠우쟁론기>라는 작품입니다. <아씨 방 일곱 동무>라는 동화책으로도 각색된 이 작품은, 자, 가위, 바늘, 실, 골무, 인두, 다리미를 의인화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이 칠우를 다루는 규중 부인도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현대사회, 우리 가정에서의 칠우, 혹은 팔우는 누구쯤 될까요? 그런 생각을 담아 만든 작품이 바로 <가전제품이 뿔났다>입니다.




아주 깊은 밤, 거실에 있던 텔레비전을 시작으로 해서,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 컴퓨터, 에어컨, 스마트폰, 이렇게 일곱 가전제품이 서로의 능력을 자랑합니다. 자신이 가장 중요하다고 자랑하는데, 주인 아줌마가 나와서는 어차피 전원을 켜지 않으면 아무것도 못한다고 말하지요. 가전제품들은 자신들을 우습게 봤다고 화를 내지만, 그 때 등장한 또 하나의 제품은 무엇일까요? 궁금하죠?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어보면서 생각하시길 바랍니다.




글과 그림이 재미있습니다. 대화글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말하듯 풀어가는 문장이 좋고, 눈에 보이는 듯 현실감 있게 표현한 점도 좋습니다.

“이집 식구들은 매일 나만 바라보고 산다고.”(텔레비전)

“안 먹고 살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냉장고)

“나 없으면 다들 외출도 못 한다고.”(세탁기)

“청소를 깨끗이 해야 건강을 챙기지.”(청소기)

“지금은 정보화 시대야.”(컴퓨터)

“매일 계속된 올여름 열대야를 나 없이 견뎠겠냐고.”(에어컨)

“나 부들고 있는 거 보셨수 못 보셨수?”(휴대폰)


그림도 재미있습니다. 두 팔 벌려 항의하고, 팔짱을 낀 채 우리를 바라보는 가전제품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세상은 참 편리해졌습니다. 세탁기 덕분에 주부들에게 가장 고된 일이었던 (이제 먼 옛날 속의 일) 빨래가 대폭 줄었고, 냉장고 덕분에 음식을 저장하고 보관이 용이해졌습니다. 다른 전자제품에 대해서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지요.


하지만 편리한 만큼 사라져버린 것도 많고, 문제가 많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냉장고가 생기면서 남은 음식을 이웃과 나누던 아름다운 문화가 사라졌고 빨래터가 사라지면서 이웃과 친해지기 어려워졌습니다. 세탁기와 식기세척기가 생겼다고 주부들의 일거리가 줄어든 것도 아니지요. 게다가 스마트폰으로 인해 관계는 넓어졌지만 깊이는 얕아졌습니다. 우리와 타인의 관계가 스마트폰의 두께만큼이나 얇아졌습니다. 이런 제품 덕에 지구는 더 온난해졌습니다.


규방에서의 일곱 동무들이 여성들의 좋은 친구였고, 문방사우가 선비들의 벗이었다면, 우리 주변의 가전제품들은 우리에게 벗일까요, 적일까요? 우리 곁의 가전 동무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지요.




가전제품들의 쓴소리를 듣기 전에, 우리가 가전제품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습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그 아래 동생들은 부모님과 함께 번갈아 읽거나, 역할을 맡아 구연해도 재미있겠습니다.


2022.12.14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솔직한 글입니다.)


#가전제품이뿔났다

#지승룡

#하움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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