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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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애니 라이언스 / 안은주 역)


나이가 들수록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가 많다.

갑자기 온 연락은 늘 당황스럽고 황망하다.

잘 지낼 때는 별로 연락할 일이 없지만,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은 잘 지내지 못한 상황일 때가 많다.


잘 지내는 건 참으로 어렵다.

쫓기듯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건

그저 인사치레거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잘 지낸다는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문제와 오류와 불편이 있지만,

그런대로 사는 게 문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따라서

우리가 접하는 약간의 문제, 오류, 불편에

천착하기 시작하면,

약간이었던 것들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래서 약간의 것들은 조금씩 무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오로지 그것만 생각나듯이

무시하려고 하면 늘 떠오르는 법이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유도라 할머니가 깊이 파고든 문제는

바로 ‘죽음’이다.

유도라는

자신의 남은 삶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삶이라면

과감히 삶을 떠나려고 한다.

그것은 90세가 넘도록 사신 어머니를 모신

유도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유도라 할머니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옆집에 이사 온 로즈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삶의 끝자락의 끝자락에 닿기까지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85세의 유도라 할머니에게

인생 최고의 시간이 남아 있었을 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깨달을 수 있으리라.

당신 인생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살 만한 그 인생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작은 문제와 오류와 불편으로,

자신의 삶을 너무 어둡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죽음을 선택하려 한 순간 찾아온

삶의 가장 큰 행복은

유도라의 삶 전체의 줄거리를

바꿔놓는다.


작은 꼬마 숙녀 로즈가 보여준

순수함과 선의,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태도는

주변 사람들의 삶의 궤적 자체를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유도라와 로즈의 이야기로

삶과 독서의 궤적이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한스미디어에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식 출간본을 보내주셨다.

표지에 참 많은 의미를 담았다.

하늘빛 바다에 튜브를 타고 유유자적한 유도라 할머니의 모습은

그녀의 삶과 그 이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예쁘게 리본을 두르고, 선물처럼 다가온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섬세한 손길로, 귀한 책을 보내주신 한스미디어에 감사를 표한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즐겁고, 끝까지 읽어버리기가 너무나 아쉬운 책이다.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와 매기, 롭.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독서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따뜻했다.


이 책은 여든다섯 살 노인 유도라 허니셋의 이야기를 그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유도라는 자신의 삶을 끝내려 한다. 아흔 살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힘겹게 목숨을 부지한 엄마와 달리, 유도라는 삶의 끝을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 그래서 스위스 죽음 클리닉에서 온 존엄한 죽음에 관한 전단을 보고, 당장에 존엄한 죽음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러나 유도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앞집에 이사 온 로즈네 때문이다. 롭과 매기의 딸인 열 살 로즈로 인해 유도라의 삶이 달라진다. 남다른 패션 감각에 숨김 없지만 기발하고, 마음을 이해하지만 거침없는 로즈로 인해 유도라는 존엄한 죽음을 기다리기까지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내와 사별한 노인인 스탠리를 모임에서 만나는데,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 이 셋은 금세 절친이 된다. 이 세 사람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 책은 85세의 유도라의 삶과 어린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의 유도라의 삶이 교차 서술된다. 그러면서 유도라의 삶의 굴곡을 보여주며, 유도라가 자신의 삶과 죽음을 왜 그렇게 결정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도라가 겪은 충격적인 과거와 마주하면, 유도라가 품위와 예절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훌륭한 노인이라는 점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각 시기의 유도라가 느낀 감정과 선택,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해야 할 수밖에 없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품위가 느껴진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과 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그와 같은 논리로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음 앞에 경건하고 존엄한 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옳지만, 삶 앞에 겸손하고 존귀해야 하는 것 역시 옳다. 죽음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생각에 파묻혀 삶을 놓쳐버리지 말아야 한다.


스위스의 죽음 클리닉에 존엄사를 신청하면서, 유도라는 그곳의 상담사인 페트라와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 클리닉 사람들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놓쳐선 안 된다는 걸 단호하게 말한다. 존엄한 죽음은 삶의 회피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기에, 그것이 도피가 아니라 결말임을 말해준다. 결말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삶을 포기하지 말 것을 말하는 클리닉 사람들의 말은 매우 인상깊다.


85세 유도라 할머니의 이야기는 어린 소녀 로즈와 그 가족, 그리고 스탠리와 그의 가족, 여러 모임을 통해서 확장된다. 품위있지만 깐깐하고, 도도하지만 외로운 유도라가 진짜 삶의 행복과 가족,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얼마나 큰 위안과 행복을 주는지 깨닫는다. 물론 로즈와 스탠리가 내밀었던 손을 맞잡으며, 유도라는 그들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유도라에게 돌아온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도라와 베프가 된 로즈는, 로즈가 거동이 어려워 집안에서 지내자, 유도라를 자주 찾아온다.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로즈가, 유도라 할머니 집에 들어오면서 외치는 말이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죽음과 마주하며 그 아쉬움을 소중히 여기는 로즈. 로즈는 유도라를 통해 가족과 친구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었고, 유도라 역시 진짜 가족이 생겨 행복한 노후를 맞는다. 책 속 인물 하나하나가 참 소중한 캐릭터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웃음짓고, 같이 아파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삶의 마지막에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라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웠던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글밥이 많지만, 긴 호흡으로 엉덩이 붙이고 읽을 수 있는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당연하게 독서모임 회원분들과 함께 읽고 꼭 나누고픈 책이다.


요즘 일이 많아져서 좀 지치고, 감기를 앓으며 몸이 힘든 한 주를 보내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이 책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슴 따뜻한 책 한 권으로 편한 휴식을 선물해준 ‘한스미디어’에게 참 고맙다.


로즈가 만들어낸  참 아름답고 멋진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우리요. 또봐또봐요.”





2023.04.14

*한스미디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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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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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찰스 디킨스 / 스푼북)


스푼북 출판사의 서포터를 하면서 읽는, 찰스 디킨스의 다섯 번째 책이다. 열 권 모두를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찰스 디킨스의 전설적인 도서 ‘오래된 골동품 상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십몇 년 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출간된 날, 많은 사람들이 해리 포터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기다리며, 서점 앞에서 줄을 섰던 일이 있었다. 당연히 해리가 죽는 결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한참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고, 수많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해리를 살려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일이 이미 100여 년 전에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 소녀 ‘넬’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악인인 ‘퀼프’는 어떻게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뒷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책을 실은 영국 배가 대서양을 거쳐 미국에 도착하기를,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이 책의 가진 당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한 책은한두 권밖에 없고, 어린이 도서는 전무한 상황에서, 스푼북에서 이 책이 아동용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은 ‘넬’과 그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골동품 상점에서 일하는 ‘키트’, 그리고 천하의 악당인 ‘퀼프’와 변호사 ‘샘슨’, 그의 직원 ‘리처드’ 등이다. 물론 넬과 할아버지가 떠돌아 다니다 만난 인형극단 사람들과 교사 마턴, 목사 등 매우 큰 비중을 지닌 인물이 많기에, 다채로운 인물과 그 특징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다.




——-


넬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데, 할아버지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도박에 손을 댄 할아버지는 악당 퀼프에게 돈을 빌리지만, 그마저도 다 잃고, 퀼프에게 전당포를 빼앗긴다. 할아버지는 넬을 데리고 도망치듯 런던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인형극단 사람들과 지내기도 하고, 교사 마틴을 만나 교회에 딸린 건물에서 일하며 점차 안정을 찾는다. 퀼프는 넬과 할아버지를 내쫓고, 눈물을 글썽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꼴을 꼭 보고 싶었지만, 그들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걸 보지 못한 것을 못내 서운해 한다. 그래서 골동품 상점 직원이었던 키트를 곤란에 빠뜨리는데, 이 사실을 안 갈런드 가족이 진실을 밝히고, 키트를 구한다. 그리고 퀼프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 후 넬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키트는 넬에게로 향하지만 가여운 넬은 그만 죽음을 맞는다. 키트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절대로 잊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작품 속 악당 ‘퀼프’처럼, 그저 악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 본다. 물론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순수하게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순수하게 악한 이들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순수한 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퀼프’다. 퀼프는 돈 많은 상인이지만, 이기적이고 비열하다. 작품 속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악당이 아니라, 악을 즐기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을 이용해 그들을 자기 권력 아래 두고 괴롭히며,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수긍이 가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퀼프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이 바로 ‘넬’이다. 넬은 착하고 순수하며, 도덕적인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 퀼프가 만들어낸 어려움 속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시련에 맞서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한다.


넬과 퀼프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넬은 순수하고 선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 노력한다. 퀼프는 음흉하고 악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악용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한다. 넬은 평화를 꿈꾸지만 퀼프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꿈꾼다. 최후의 순간에 넬이 여러 사람들의 애도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퀼프는 시커먼 강물 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갔다. 그 이후로도 넬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 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면, 퀼프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는, 행복한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살기 어렵다. 혼자서 악할 수 있지만, 홀로 선할 순 없다.


우리 어린이들이 스푼북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통해, 백 년을 건너 도착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작품과 마주하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여러 인물을 자신에게 대입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3.04. 14



*스푼북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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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화

#독서논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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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알렉산드로 발드리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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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릿>(찰스 디킨스/스푼북)


스푼북에서 보내주시는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도서를 한 권씩 읽는 중입니다.

장대한 이야기를 짧은 책으로 살짝 엿볼 수 있다는 점이 좋고, 찰스 디킨스의 책을 아이들에게 소개할 수 있어서도 좋습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쓴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하나씩 읽어가기가 참 즐겁습니다.


얼마 전 고등학생 제자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경제적 격차와 교육 격차 중 어떤 것이 더 시급한지,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 의견을 구하더군요. 학교에서 이런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참 다행이고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럴 때 잊지 않고 함께 고민하자고 연락주는 제자에게도 고맙습니다.


인간의 삶의 행, 불행은 많은 부분 사회적 불평등에서 시작한다고 여겨집니다. 개인이 운명을 개척할 수 있지만, 그보다 더 큰 힘으로 환경은 우리를 옥죄어 오고, 그 환경의 벽을 넘기란 실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작은 도릿>은 이러한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서 고민하는 책입니다.




찰스 디킨스는 <작은 도릿>을 통해서 환경과 자기 결정권 사이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디킨스는 어린 도릿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 사회적 불평등, 그리고 태어난 환경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세상에서 자기 결정권을 위한 투쟁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그러나 에이미와 그녀의 가족이 겪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궁극적으로 회복력, 인내, 인간 관계의 힘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작은 도릿>은 세계 문학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이 읽을 만한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또는 초등 논술을 시작한 아이가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우리 사회의 빈부격차, 빈익빈부익부 현상, 빈곤의 해결 방안을 함께 생각하고 고민하는 수업으로 풀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가정에서 부모와 함께 읽고 나눈다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왜 생기는지, 빈부격차로 인해 벌어지는 사회적인 문제는 무엇인지 생각하고, 빈부격차가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서 깊이 나누어봐도 좋겠습니다. 빈부격차를 해소할 만한 방법에 대해서 나누고, 그러한 정책이 지금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알아보는 것도 훌륭한 논술 공부가 되겠습니다.


이 책에서 도릿 씨 가족은 마샬시 감옥에서 삽니다. 가난해서 빚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마샬시 감옥에 갇히는데, 이곳에서는 빚을 갚아야 나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옥에 있으니 빚을 갚을 수 없고, 그저 그곳에서 살아야 하지요. 그래서 가족 전체가 그곳에서 살기도 합니다.




그런데 도릿 씨 가족이 가난해진 것은 도릿 씨의 잘못이 아닙니다. 그에게 상속된 재산도 있었고, 클레넘 부인이 후원자였던 도릿 씨에게 남긴 재산도 있었지만, 누군가가 가로채면서, 도릿 씨 가족은 빈곤해졌고 감옥에 갇히게 된 것이지요. 즉 가난한 사람이 원래 가난하거나 무능력하고 게을러서 가난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걸 찰스 디킨스는 보여줍니다.


게다가 클레넘 씨 가족이 부유해진 것도 다른 사람의 재산을 가로채면서 얻어낸 부였기에, 그들의 부도 자신들에게 유래한 것도 아니지요. 즉 부유한 이들의 부가 모두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넌지시 보여줍니다.


또한 은행이 망하면서 길거리로 나앉게 되는 사람들을 보여주면서, 그들의 부가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도 보여줍니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시선이 빈곤한 이들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작은 도릿>은 당시 영국의 빈곤, 사회적 불평등, 도덕적 문제를 비판하는 작품입니다. 부유층과 빈곤층의 극명한 대조를 통해서 소외되고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한 사람들의 가혹한 삶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작은 도릿’인 에이미는 현실에 순응하지 않습니다. 삶이 주는 역경에 맞서는 친절과 연민, 인내의 힘을 보여줍니다. 에이미는 수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삶을 회복하고, 그러면서 이타심을 잃지 않고 주변 사람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영감을 줍니다.


찰스 디킨스는 이 작품을 통해 당시 사회 및 정치 제도의 부패와 위선을 비판하며 개혁과 사회 정의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딱딱하고 다소 차가운 사업가로 비쳤던 아서 클레넘이 타인의 고통을 더 잘 알게 되고 공감과 연민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인간적인 변화를 겪는 과정이 인상깊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난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책 속의 이야기라 생각합니다. 혹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막연한 혐오도 많습니다. 혐오는 편견을 낳고 편견은 차별로 이어지기에, 아이들과 함께 이러한 주제에 대해서 나누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가난한 이들의 친구였던 ‘찰스 디킨스’의 작품을 하나하나 읽다 보면, 우리가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것은 이웃에 대한 사랑이고, 가족과 주변에 대한 사랑이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시대를 넘어 날카로운 시선과 따뜻한 마음을 담아 보내는 찰스 디킨스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좋은 책을 보내주신 ‘스푼북’에 감사를 표합니다.


2023.04.05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쓴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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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1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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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서아람 글 /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

따뜻한 마음이 포근하게 담겨 있다.


음펨바 효과란, 같은 냉각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찬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끓는 물이 갑자기 영하 30도 정도의 추위와 만나면 순식간에 얼어, 눈이 되어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갑자기 닥친다면, 그건 즐거운 일일까, 아니면 당혹스런 일일까?


아이들은 빠른 변화를 기대한다. 운동을 배우면 바로 선수가 될 것 같고,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 바로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기타를 사주자 곧바로 고급 스킬부터 시작하는 아들래미를 보면, 어린 시절 나 역시 그랬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변화는 잠시의 행복, 잠깐의 즐거움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갑작스런 변화가 가져온 문제와 마주한다.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형태의 이야기다. 첫 장을 읽는 순간, 식상함이 성급하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상한 가게, 특별한 간식, 독특한 맛의 묘사, 그걸 먹은 아이들의 변화, 그리고 깨달음. 저마다 가게의 형태와 내용이 조금 다를 뿐, 비슷한 소재는 아닐까 하는 실망감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단언컨대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일곱 가지 맛 아이스크림으로 이뤄진 이야기와 배경이 되는 한 편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재미있다. 그리고 문학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아이들의 심리와 성장, 감정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학원 때문에 너무 바쁘고 피곤해 자신을 대신 해줄 뭔가를 찾는 안소미

쌍꺼풀을 갖고 싶은 김민서

너무 바쁜 아빠가 좀 게을러져서 자신과 놀아주길 바라는 최민준

식탐이 많아 통통해서 날씬해지고 싶은 오현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임수아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되돌리고 싶은 최지훈

이불에 오줌을 싸는 송시우


아이들은 저마다 바라는 것이 있고, 바라는 것을 얻으면 잠시 즐거워지지만, 그것이 온전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처럼, 자신이 바라고 필요한 일은 양면성이 존재하며, 갑작스런 변화는 음펨바 효과처럼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곳은 어떤 의미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소원이란 늘 그렇듯이 들어주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가미되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긴 주관적 해석이 없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소원이란 두루뭉술한 형체의 단면이므로 이뤄진 소원에 만족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되돌리고 싶은 지훈이의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고 깊이 있는 수작이다. 지훈이의 소원은 자신을 위한 변화를 바랐던 다른 여섯 아이와 달리 자신이 아닌 할머니의 변화를 바랐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변화의 행운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아이다운 순수함만으로 할 수 없는, 깊은 진심이 담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으면서, 자신이 못하는 것만 보려고 했다. 힘겨웠지만 웃을 수 있었고, 잘 하는 걸 보여달라는 ‘무인’의 요청에 보여줄 것이 하나쯤 있는 아이들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다들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던 아이들이었다. 부족하다 생각한 그것을 채워주는 아이스크림 가격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넘치도록 가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너무 어리석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욕망은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욕망은 우리가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자신의 장기를 보여준 아이들에게

무인 아이스크림 사장은 아무거나 원하는대로 가져가라고 하지만, 약속이나 한듯 하나만 가져가는 아이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변하고자 하는 계기, 변화의 맛을 보는 것이었다.


서평을 다 쓴 뒤에야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요즘엔 예능과 뉴스도 별로 보지 않기에 이 작가가 전직 검사라는 걸 알고 놀랐다. 검사님이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이력을 찾아보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웹소설로 탄탄하게 다져진 실력이 글에서 보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이야기의 모티브를 잘 풀어낸 점도 좋다. 비슷한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2편이 나오리라 예상하는데 1편이 고민을 다뤘다면 2편은 관계를 다루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아이가 읽을 차례다.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기대된다.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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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퍼필드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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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퍼필드>(찰스 디킨스 / 스푼북)


스푼북에서 초등 대상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차마 손대지 못한 책마저도 초등대상으로 나온다니, 정말 기대되는 일이다.


이번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다. 완역본 도서는 1000쪽을 훌쩍 넘는데, 큰맘 먹고 읽어야 할 만큼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나온다니, 애들과 함께 돌려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겁다.


이 책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장의 어린 노동자로서 일하기도 했고, 낮은 계층 사람들의 삶을 직접 살아보았기에, 그의 작품에는 그 시절의 이야기와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온기가 담겨 있다. 찰스 디킨스가 죽었을 때, 영국의 노동자들은 ‘우리들의 친구가 죽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 노동자들의 친구가 위대한 작가라는 점에서, 영국인들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과 당시의 사회 모습이 잘 드러나고, 주인공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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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데이비드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어린 데이비드를 하녀 클라라의 집으로 보낸다. 힘든 시기에, 잠시나마 행복했지만, 돌아온 집에는 달갑지 않은 새아빠가 와 있었다. 엄격한 새아빠는 데이비드를 기숙학교인 살렘하우스에 보내고,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책을 가까이 하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집으로 가지만, 새아빠는 데이비드를 쫓아내고, 데이비드는 변호사 일을 돕는 미코버 씨 가족과 잠시 살다, 고모 할머니를 찾아 떠난다. 고모 할머니는 데이비드의 사정을 알고, 새아빠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자신이 입양한다.


데이비드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위크필드라는 변호사 집에서 지내는데, 위크필드 씨 밑에서 일하는 유라이어라는 사람은 어딘가 음흉한 사람이었다. 그는 위크필드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며 자기 발아래 두고 조종하려 하고, 위크필드와 일하게 된 미코버 씨도 유라이어의 정체를 알고 걱정하며 돕는다.


데이비드가 성장하여 변호사 일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유라이어는 본색을 드러내는데, 데이비드와 미코버는 유라이어를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위크필드 씨의 사랑스런 딸 아그네스는 유라이어 손에서 벗어나 데이비드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의 뜻대로 움직이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난 데이비드는 고모 할머니와 좋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올바르게 선택하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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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읽는 세계 문학은 관심을 유발하여 더 깊은 도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아무리 위대한 책이라 하더라도 문장 표현과 어휘, 글의 분량에 가로막혀 읽지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이 많다. 그래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적절히 정리하고 요약한 세계문학이 스푼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 고맙다.


하긴,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과 4대 비극도 완역본을 대본으로 읽기에는 모두가 다 부담스럽지만, 소설처럼 정리해서 읽거나, 아동 청소년용 문고판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아이도 이 책을 금세 잘 읽었고, 내용 이해는 물론이고 그 역할에 따른 인물 분석도 쉽게 해내었다. 산티아고 갈레라는 독특한 그림체의 작가는 인물에 대한 묘사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그림만 봐도 이 인물의 특징과 앞으로의 모습을 예측하기도 쉬워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고 한다. 게다가 권선징악, 상선벌악,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유쾌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짧은 동화인 만큼, 가려지고 누락된 내용이 많기에,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전후 상황을 알기 어렵고,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함께 나누고 깊이 생각할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이 혼자만 읽게 두지 말고, 부모나 선생님이 함께 읽으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만으로도 더 깊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완역본을 읽을 용기가 생겼다. 바로 옆 도서관에 책이 있다고 하니 오늘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겠다.


소중한 도서를 보내주신 ‘스푼북’에 감사를 표한다.


2023.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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