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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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단요 / 사계절)


박지리 문학상을 받은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를 가제본으로 받았다. 흥미로운 내용과 주제를 가진 작품이기에, 여러 달 전부터 흥미를 갖고 있었다. 매우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내용으로, 기대를 한껏 품게 되는 작품이다.


단요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학교나 독서단체에서 나눈다. 가장 많이 다루는 도서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누는 <다이브>가 있는데, 창비 소설Y 책으로,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한 SF 및 미스터리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다이브>는 세계가 물에 잠겨 몇몇 높은 곳만 남은 근미래가 배경인데, 전지구적인 재앙 혹은 위협이 생긴 후에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이하 ‘세이바’) 비슷하다. 하지만 <다이브>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수호’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세이바>는 그 대상이 넓어졌다고 하겠다.


<세이바>의 배경은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인류의 머리 위 50센티미터 쯤에, 수레바퀴가 하나 생긴다. 마치 천사의 링처럼 둥둥 떠 있는데, 만질 수도 없으며, 과학적으로 풀어낼 길이 없는 이 수레바퀴는, 청색과 적색의 비율에 따라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선한 행동(혹은 동기)이 있었다면 청색이, 그렇지 않다면 적색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 수레바퀴로 인해 세계는 이내 혼란에 빠진다.


이 상황을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고리가 둥둥 떠다니며, 그 고리가 그 삶의 삶의 궤적과 사후세계 방향을 가리킨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만날 때 고리의 색깔부터 볼 것이다. 자신의 도덕성이 고리에 늘 공개되고, 자신의 행동과 동기, 결정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비율이 달라지기에, 늘 고리를 염두에 두고 살 수밖에 없다.


연예인, 아이돌, 유명인들은 그 고리 색깔에 따라서 진실이 드러나거나 새롭게 발굴될 것이고, 자기 고리 색깔을 위해서, 우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받아야 한다. 봉사하고 헌신하고 기부하며, 환경을 생각하고 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정말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어떤 종교인들은 그 고리가 생겨나기 자취를 감추고, 어떤 종교인은 추앙받는다. 그것이 그의 본성만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건 마치 하느님, 부처님, 알라가 머리 위에서 실시간으로 심판을 내리는 것과 같다. 곰곰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실시간으로 검열되고 있으며, 그 검열주체가 거의 ‘신’이다. 그것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처럼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이제는 속마음을 숨기거나 자신의 행실을 감춘 채 행동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작품 인간의 본성, 심리를 다룬다기보다, 우리 앞에 현실로 닥친, 전지구적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지금 눈앞에 환경재앙과 빈부격차, 자원남용의 문제가 버젓이 있지만, 우리는 눈앞의 현실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 우리 머리 위에 바로 수레바퀴가 있지만, 그건 그거고 하며 사는 모습, 혹은 색깔과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다.


책의 형식은 매우 독특하다. 여러 사람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수레바퀴가 생긴 이후의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화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누군가 서술하고있는데, 그저 3인칭 서술 혹은 가끔씩 화자가 등장하는 1인칭 서술이려니 했는데, 책 뒤의 심사평을 읽어보면 화자가 ‘세계’라고 하니, 그 부분은 3, 4장을 다 읽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기대를 한껏 품게 되는 작품이다.


어쨌든, 2부까지는 수레바퀴 출현 이후의 사람 및 사회의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띄는데, 그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가제본으로 읽었지만, 전체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며, 문학작품으로만이 아니라 환경과 관련해서 함께 읽고 나눌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걱정만 할뿐 행동하지 않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거라 생각한다.


2023.08.20


*본 기대평(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4부 중 2부를 담은 가제본을 읽고 쓴 서평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세계는이렇게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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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도둑과 슈퍼히어로 다봄 어린이 문학 쏙 4
온잘리 Q. 라우프 지음, 피파 커닉 그림, 정회성 옮김 / 다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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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역사는 차별의 역사라 해도 틀리지 않으며, 차별을 없애려 노력한 역사이기도 하다. 차별은 자신과 집단을 보호하는 방법이었겠지만, 그 대상이 열등하고 약한 존재라는 점에서 비겁하다. 차별과 혐오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차별과 혐오는 특정 대상, 집단을 향하는데, 그것은 순수히 독립적으로 생겨나지 않고, 사회와 구조에서 생겨나기에,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이 책은 우리가 가진 혐오가 크게 발현되는, 학교 문제아와 노숙인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 책의 화자이자 주인공은 최악의 문제아인 11살 헥터다. 그외 주요 인물은 노숙자 토마스, 같은 노숙자인 캣우먼, 노숙자 단체에 봉사하는 학교 친구 메이 리 등인데, 인물 구성이 독특하다. 도둑을 잡는 슈퍼히어로가, 학교 최고 문제아 헥터와 노숙자 조합이라면, 이거 참을 수 없다. 안 읽고 어떻게 지나치겠는가.


———


도시의 랜드마크라 여겨지는 기념물이 도난당하는 런던, 사람들은 도둑이 남긴 표식을 통해 노숙자들이 범인일 거라 생각한다. 말썽쟁이라는 말은 애교로 들릴 정도의 문제아 헥터는 학교 아이들을 괴롭히는 것도 모자라 공원 벤치에서 지내는 토마스 씨를 쫓아내려 하고, 그의 손수레를 호수에 빠뜨리는 실수를 저지른다. 얼마 후 피커딜리 광장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던 늦은 밤, 헥터는 얼굴 없는 도둑을 목격한다. 헥터는 조심스럽게 엿본 범인의 인상착의가, 노숙인 토마스라 여기고, 학교에 온 경찰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경찰은 토마스를 쫓지만, 자신이 말한 대로 그린 몽타주를 보면서, 헥터는 토마스가 범인이 아닐 거라 생각하고, 메이 리의 도움을 받아 토마스 씨를 찾아 사과하고, 그들은 함께 계획하여 범인을 쫓는다. 과연 노숙인들을 곤경에 빠뜨린 얼굴 없는 도둑은 누구일까?


———


이 책은 네 부분으로 나뉜다.


1.헥터의 온갖 나쁜짓

어른들은 헥터를, ‘헥터어어어어어어어어’라고 부른다. 헥터가 하는 일은 급식 수프 통에 고무 뱀을 넣거나 약한 아이들을 괴롭히고 간식을 빼앗는 일인데, 헥터가 윌과 케이티를 대동하고 벌이는 짓들을 보는 일은 별로 유쾌하지 않다. 아마도 헥터가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혹은 아이에 관한 혐오와 편견을 꼬집으려는 작가의 의도겠지만, 잘못과 악행을 저지르는 일에 개연성이 부족한 점은 좀 아쉽다. 이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서 헥터를 이해하기 쉽지 않고, 작가는 그런한 점을 노린 듯하다.


2.노숙자 토마스 씨를 괴롭히는 헥터

공원의 손수레 노숙자 노인인 토마스 씨에게 쫓겨난 헥터가, 복수를 위해 토마스 씨의 손수레를 훔쳐 달아나다, 결국 호수에 빠뜨린다. 토마스 씨는 교통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으로, 그 손수레에는 소중한 앨범도 있었다. 폭주하는 손수레는 헥터 자신을 의미했고, 헥터는 자신이 하는 일이 얼마나 잘못인지, 무모한지를 모른다. 이 부분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뒤에 나올 사건과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이기에 이 위기를 넘겨야 한다.


3.도시의 유명 랜드마크를 훔치는 도둑들.

시내의 랜드마크라고 할 만한  천사 동상이 사라지고 패딩턴 곰 동상도 도난당한다. 피커딜리 광장에 있는 분수대 꼭대기의 안테로스 동상에서 활이 사라지는데, 그곳에서 스케이트 보드를 타던 헥터가 우연히 그 상황을 목격한다. 수염을 기르고 모자를 쓴 사람과 전화 통화를 하는 여자 소리를 듣는데, 헥터는 그가 토마스라고 생각한다. 도시를 떠들썩하게 한 얼굴 없는 도둑이 토마스라니! 헥터는 노숙자를 돕는 단체에서 봉사하는 메이 리를 이용해 토마스의 거처를 알아내고, 그를 경찰에 신고하기까지 한다. 헥터는 자신을 영웅이라 생각하고 유명해질 거라 여긴다. 헥터가 말한대로 경찰이 그린 몽타주를 본 헥터는, 토마스가 범인이 아님을 직감하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한다.


4.토마스를 의심한 헥터가, 토마스와 도둑을 찾는 과정.

헥터는 토마스 씨에게 사과하고, 메이 리와 캣우먼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해결하고자 한다. 도둑들이 남긴 표식은 노숙자들의 표시이긴 하지만, 노숙자들은 그런 표식을 함부로 남기거나 자신들에게 손해가 될 짓을 하지 않기에, 토마스 씨는 헥터의 도움을 받아 도둑을 잡기로 한다. 이 과정이 무척 흥미진진하고, 나이트 버스 노선에 따라서 범행 장소가 정해진 걸 찾아내고 다음 범행을 예측하여 범인을 찾는 과정이 매우 흥미롭다. 범인이 누구인이 알고 나면, 그 뜻밖의 상황에 매우 놀랄 수밖에 없다. 인물과 구조적 특징이 작품의 주제와 매우 깊이 연관되어 있다.


——-


우리가 가진 혐오는 불안에서 시작한다. 그 대상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불안감이 혐오로 표출되는데, 이 책의 헥터와 토마스, 캣우먼, 그리고 메이 리 모두 사회적 차별과 혐오의 대상이다. 그들이 저지른 일이든 아니든, 그 자체로 혐오의 대상이 되고, 편견은 그들의 이미지를 고정시킨다.


노숙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은, 얼굴 없는 도둑이 벌이는 절도 사건을 통해 드러내고, 범인의 실체와 마주하는 순간, 혐오를 가진 그들의 추악한 면모를 볼 수 있다. 그 과정이 통쾌하지만, 우리 사회의 씁쓸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책이 많다. 온갖 사고를 치고 다니는 주인공의 변화를 본다는 점에서 <내 인생 최악의 학교>와<스피릿 베어>가 떠오르고,범죄의 수위나 자극성으로 볼 때는 <도둑의 수호천사>가 떠오른다. 그러나 <얼굴 없는 도둑과 슈퍼 히어로>는 문제아 주인공과 노숙인이 풀어간다는 점이 독특하고, 결정적인 사건으로 인물의 성격과 상황이 급격하게 변화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헥터만이 아니라 토마스, 캣우먼, 메이 리 모두가 인생 역전을 경험하기에, 열린 결말이 싫거나 불안한 결말을 예상하지 않아서 좋다.


얼굴 없는 도둑들이 남긴 수상한 노란색 기호는 노숙인들만 아는 비밀 기호이기에, 도둑은 노숙인일 거란 의심과 혐오를 부추기고, 그 여론을 등에 업고 엄청난 이익을 얻으려는 세력이 있었다. 노숙인들의 기호를 보고 해석하는 재미도 있는데, 각 챕터 제목 위에 나오는 그 상징 기호로 그 챕터의 내용을 유추하고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다. 도둑들의 상징 기호는 책의 말미에 나오는데, 오히려 책의 앞부분에 제시해두어도 책을 더 흥미롭게 해주었으리라 생각했다.


이 책의 호불호가 갈릴 부분은 단연 헥터의 비행이다. 헥터가 저지르는 잘못에 대해서, 헥터는 과연, 왜 그러는지에  관한 개연성이 부족하고, 그런 인물이 한 번의 사건으로 변화한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문제아와 노숙인에 대한 혐오를 없애기 위해 이러한 장치를 마련한 것이겠지만,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막연한 기대와 동경을 갖지 않도록 주의도 필요하다. 혐오도 문제지만 막연한 선의도 경계해야 한다.


그럼에도 노숙인에 대한 배려와 공감, 그들을 위한 여러 활동과 봉사, 더불어 살아가려는 노력과 연대는 깊이 고민할 주제이기도 하다. 특히 북런던의 노숙자 쉽터에 5백만 파운드를 기부한 네스빗 경과 그의 딸이 이 모든 음모에 가담했다는 것을 알면, 우리가 저마다 가진 야누스의 얼굴을 마주하게 될 것이고, 부끄러운 부분을 살짝 건드릴지도 모르겠다.


이 작가는 문학과 여성 권리 부분에 대한 공로로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아동과 여성을 위해 활동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이 책에 그런 작가의 이력이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결론적으로 무척이나 흥미로운 책이다. 책의 수준은 크게 높지 않지만, 글밥이 많고 영국, 노숙인, 혐오에 관한 배경이 필요하기에 초등 중고학년이라면 읽을 만하다.


2023.07.15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쓴 주관적인 글입니다.


#얼굴_없는_도둑과_슈퍼히어로

#다봄

#도서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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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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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 권영주 역 / 알에이치코리아


사랑 이야기는 두꺼운 포장지로 싼 선물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행복한 연애와 그 아름다운 모습, 애틋한 상황, 몇 번의 시련과 극복으로 사랑 이야기는 완성된다. 이렇게 적절히 꾸며진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도달하고픈 이상이 된다. 그런 사랑 이야기는 차고 넘치도록 많이 보았고,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또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랑 이야기를 감싼 멋진 포장지를 걷으면, 진짜 사랑 이야기, <패밀리 트리>가 나온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 꿈, 이별, 추억을 다룬다.


<패밀리 트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그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추억 속으로, 우리를 살짝 들어올려 데려다 놓아 준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의 주요 모티브는 ‘가계도’다. 증조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는 이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기쿠 할머니의 증손자 류세이와 외손녀 릴리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로, 할머니가 운영하는 ‘고이지 여관’이 주된 배경이다.


이 책의 화자는 류세이인데, 그는 기쿠 할머니와 아들 스바루 아저씨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산다. 류세이의 말을 들으면, 고이지 여관은 유서깊은 여관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러브 호텔 같은 곳이고, 그곳을 운영하며 가족을 기르고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쉼의 장소를 제공한다. 류세이와 릴리는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자란다.


📖“앨범을 보면 누가 가족이고 누가 더부살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할머니에게는 혈연관계든 아니든 넓은 의미에서 모두가 가족이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고이지 여관에 도둑질하러 들어온 노인까지 고용해 잡일을 시켰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할머니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며, 방학 때마다 오는 릴리 역시 뭔가 가족 간의 곤경이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나저나 방학 때만 되면 놀러오는 릴리를 늘 기다리는데, 류세이는 릴리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릴리 성격에 곤혹스러워하고, 심술쟁이에 어디론가 금세 날아가버리는 여자애라 생각한다. 한 살 터울인 누나 쓰타코와 릴리, 그리고 류세이는 ‘드림’이라고 적힌 특별한 방에서 머무르며, 특별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방학 때만 오는, 완전 도시 아이 ‘릴리’는, 시골 아이인 류세이보다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하고, 그 누구보다 즐겁게 논다. 릴리와 류세이, 그리고 류세이의 누나 쓰타코, 셋은 정말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그 중 가장 행복한 기억은, 바로 강아지 ‘바다’에 관한 에피소드다. 무덤가에 버려진 바다를 데려오는 멋진 작전과, 아빠를 끌어들이고 할머니를 설득하여 키우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이들 감정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고, 누구나 있을 법한, 어릴 적 동물 입양 과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고이지 여관이 불이나고, 사슬에 묶여 있던 바다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이들은 상실을 체험한다. 할머니는 평생을 가꾸어 온 여관을 잃었고, 아이들은 바다를 떠나보낸다. 바다를 구하려 불길로 들어가려는 류세이를 말린 아빠도 그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들은 그렇게 아픔을 마주하고 성장한다. 그렇게 떠나보낸 바다를, 류세이와 릴리는 아주 오래 그리워하고, 그들의 어린 시절은 깊은 상실감으로 남는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류세이는 릴리의 마음을 알고, 둘을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런데 읽다보면, 할머니의 손자, 손녀들이 이래도 되나 싶다. 


여기서 잠깐, 류세이는 할머니의 증손자이고, 릴리는 외손녀다. 그렇다면 류세이와 릴리는 5촌 고모와 조카 사이 아닌가??? 그런데 그게 간단치가 않다. 증조 할머니의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내려온 가계가 류세이로 이어지고, 두 번째 남편에게서 내려오는 가계가 릴리로 이어진다. 기가막힌 것은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이 서로 형제라는 것이다.


꼬일대로 꼬여 있는 이 가계도 안에서, 류세이와 릴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릴리의 가정 상황을 아는 아버지는 그런 류세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또 할머니 뿐이다. 그런데 릴리의 가정 상황이 어떻길래? 그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누구나 겪었던,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기억이 떠오르고, 할머니 댁에서 사촌들과 하룻밤 보내며 쌓았던 추억이 맺힌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쓴맛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류세이의 이야기가 촉촉하고, 그런 류세이를 사랑하며 단단하게 자라나는 릴리의 상냥함이 즐겁다.


읽는 동안 <소나기>가 많이 생각났다. <소나기>의 소녀는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이야기의 뒤로 갈수록 차분하고 성숙해지고, 소심했던 소년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바뀐다. 이 책에서 릴리와 류세이도 그런 성격의 변화와 굴곡이 보이고,  그것을 보는 재미가 크다.


류세이와 릴리, 쓰타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 류세이와 릴리의 비밀스런 사랑 이야기, 할머니와 남편들, 그리고 가계도, 바다와의 추억, 여관의 화재와 새로운 사업, 류세이의 친구 우엉 등. 이 책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와 독특한 인물이 가득하다. 이 모든 상황을 류세이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점이 재미있고, 그렇기에 릴리와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선을 넘는다. 사랑의 수위가 지나치리 만큼 높기에, 어린 아이들에게는 주의해서 소개해야 한다.


류세이 곁의 가족과 친구를 통해, 우리 모두는 이미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보며, 여러분의 사랑도 무사하길, 또 한 번 이뤄지길, 바라본다.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일과와 번 아웃이 오는 힘든 상황에서, 또다시 읽을 이유, 살아갈 희망을 주는 단비같은 책이었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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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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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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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댄 야카리노 저 / 김정연 역 / 다봄)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책이 사라진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평균 독서량이 1년에 몇 권 되지 않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초등 시절 읽은 독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들도,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위한 책에만 손을 댈 뿐입니다.  이미 우리는 책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책이 들려 있어야 할 아이들에 손에 폰이 들려 있으며, 수천 년간 굳건히 지켰던 책의 지위는, 불과 10년 만에 폰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인간은 결국 이에 적응하고 살아가겠지만, 그 세상이 이전보다 더 아름다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이 사라진 세계>는 제목처럼, 정말 책이 사라진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빅스가 사는 도시에서는 ‘눈들’이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마치 시리와 구글, 빅스비, 챗GPT처럼 공부도, 노는 것도 눈들이 돕습니다. 도와주는 눈들은, 우릴 감시하기도 합니다.


예, 낯설지 않지요? 지금도 유명 식당을 방문하고 나서면, “그 식당은 어떠셨는지?” 폰이 바로 물어봅니다. 폰은 내가 어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운동했고 잠을 잤고 서 있었는지를 압니다. 그러고는 더 일어서라 하고, 운동하라 하고, 수분을 섭취하라고 알려줍니다. 이 책의 ‘눈들’처럼요.


빅스는 우연히 만난 찍찍이를 따라 낯선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지하도시에는 처음 보는 ‘책’들이 있고, ‘작품‘이 있으며,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할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할 것도 많고, 눈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눈들의 도움이 없이도요!


가족이 떠올라 보고 싶던 빅스비는 가족에게도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돌아간 빅스비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요?


이 그림책의 배경은 두 곳입니다. 눈들이 제시하고 감시하는 지상과, 눈들의 감시가 없지만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옛 도시입니다. 두 세계가 수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상 도시는 밝고 화사합니다. 노랗고 푸른 색조를 띠며 청결하고 깨끗하며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름답고 깨끗한 풍경이 아니라 그저 ‘눈들’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똑같은 옷과 모자를 씁니다. 어릴 적 가졌던 각자의 개성과 특징은 옷과 모자로 사라지고, ‘눈들’에 의해서 모두가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지하 도시는 어둡고 우중충합니다. 검고 붉은 색조를 띠며 좀 불결하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합니다. 거미와 쥐도 있지만, 몰랐던 아름다움과 흉측함, 예술과 동물, 아름다운 음악과 장엄함이 있습니다. 이곳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존중하며 각기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돌아온 빅스가 바꿔놓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을 읽으며, 그 변화를 직접 마주하고, 달라질 우리의 모습을 예상해 봅니다. 빅스가 가져온 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싶어’ 하며, 언니와 세상을 구할 작전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책 전체를 꼼꼼히 봐야 합니다. 표지를 한참 본 뒤에, 과감하게 표지를 벗겨내면, 양장 표지에 있는 상징이 이 작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책을 한 장 펼치면 나오는 맨 앞의 속지와 맨 뒤의 속지의 차이도 꼭 봐야 합니다. 책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변화를 보려면요!


그리고 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들이 도와주는 지상세계와 스스로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알아내어야 하는 지하세계, 그리고 그 두 세계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각 세계의 특징이 분명하며, 변화의 시작이 ‘책’을 통한 읽기와 생각 나누기, 그리고 마음먹기, 행동하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삶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눈들이 알려주고 놀아주고 안내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함께하고, 함께 끌어가는 삶을 보여줍니다. 그 한 가운데에 ‘책’이 있으며, 표지에서 보이듯, ‘책’은 자기 앞의 생을 밝히는 불빛임을 깨닫습니다.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 ‘빅스’인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숨겨진 커다란 잠재력과 개성을 의미하는 듯하며, ‘눈들’로 인해 우리의 삶과 행동과 사고가 재단되기에는, 우리가 가진 가치는 너무 크고 소중합니다.


이 책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은 ‘책’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나누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삶의 주도권을 찾는 과정이 모두 책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이 편리와 이기를 마냥 포기할 수도 없지요. 책과 폰 사이에 분명 어떤 길이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초등생까지, 부모님과 함께 읽을 만합합니다.


2023.06.11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책이사라진세계에서

#댄야카리노

#다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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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 (반양장) - 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 창비청소년문학 118
이종산 지음 / 창비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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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이종산/창비)


종이 접기와 관련한 책은 두 번째 읽는다. 첫 번째는 켄 리우의 <종이 동물원>인데, 이민자 어머니와 다문화 가정에서 살아가는 주인공의 이야기로, 중국 한 지역의 전통 문화인 종이접기에, 다문화 가정의 이야기가 겹치면서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종이 접기에 투영한 작품이다. 두 번째가 바로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인데, 두 작품 모두 종이접기 속에 인물의 깊은 마음을 고스란히 담는다는 점에 있다.


생각해 보면, 종이접기에는 접는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뜨개로 만든 엄마의 수세미에는, 한땀한땀 그 엄마 마음이 오롯이 담겨 있으며, 접은 종이의 겹쳐진 주름 하나마다 접은 사람의 마음이 담겨 있다. 그러니 종이접기 이야기 속에는 꾹꾹 담아놓은 마음이 얼마나 많을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다.


<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은 신비로운 책이다. 도서실과 종이접기, 역사와 이별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으면서도, 깊이가 있다. 현실에 한쪽 발을 굳건히 둔 채, 판타지를 넘나들며 보여주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으로 다가온다.


여자중학교 도서부 학생들이 종이접기를하는데, 도서실에서의 종이접기는 다른 시간대와 연결되는 열쇠다. 세연과 모모, 소라는 세연이 보았던 종이학 귀신을 조사하며, 학교의 괴담을 찾고, 그 괴담의 실체에 접근한다.


그 실체란, 일제 강점기에 강제동원되어야 했던 아이들이었고, 학교의 사당은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를 접어 태웠던, 큰 의미가 있던 곳이었다. 그리고 종이학 귀신은 여전히 그 아이들을 기다리며, 종이학을 태우고 있다.


초반은 공포스럽지만 진실에 다가갈수록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긴다. 막연한 역사는 공포일 수 있지만, 눈에 보이는 이야기로 역사는 현실이 되고 현재가 된다. 


종이학 접기에 이런 슬픈 의미가 담긴 줄 몰랐다. 그리움을 멀리 전하고픈 만든 이의 깊은 마음이 담겨 있고, 죽어서조차 기다리는 선생님의 마음을 마주하면가슴 아프다.


누군가의 말과 추억으로 들을 수 없는 일제강점기의 이야기는, 이제는 시간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종이접기처럼, 차곡차곡 접어 놓고, 언제든 펼쳐 볼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접고 펼쳐, 또 접으며 종이접기를 가르쳐주어야 하는 것처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그 역사는 접고 또 펼치며 계속 이어가고, 시간을 건너 마주해야 하는 일이다.


싱그러운 세 아이들의 모습과 세상과 주변을 바라보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 그러면서도 따스함을 잃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마주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다만 도서부 선배와 지문 선생님, 즐거운 연꽃의 캐릭터 역할은 한정적이거나 축소된 느낌이다. 그리고 종이를 접고 시간을 넘나드는 그 과정과 의미를 드러내는 데에 설득력을 높였으면 어땠을까 한다.


그럼에도 책장이 잘 넘어가고, 뭔가 가르쳐려 하기보다는, 마음을 전달하려 한다는 점에서 충분히 추천할 만한 책이다. 문학이 역사 앞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잘 보여주며, 미스터리와 약간의 호러, 역사, 이렇게 셋이 손잡은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청소년들이나 책읽기가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이 시작하기 참 좋은 #소설Y 클럽. 벌써 여덟 권째 책이 나오는데, SF, 판타지, 스릴러 요소를 적절히 가미한, 적절한 위치를 잘 선정한 도서들이 계속 나오는 것 같아 보는 눈이 즐겁다.


2023.06.04


*본 서평은 창비 소설Y 클럽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서평임을 밝힙니다.


#도서부종이접기클럽

#소설Y

#스위치

#소설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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