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이렇게 바뀐다 - 제3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단요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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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단요 / 사계절)


박지리 문학상을 받은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를 가제본으로 받았다. 흥미로운 내용과 주제를 가진 작품이기에, 여러 달 전부터 흥미를 갖고 있었다. 매우 독특한 설정과 흥미로운 내용으로, 기대를 한껏 품게 되는 작품이다.


단요 작가의 작품은 수많은 학교나 독서단체에서 나눈다. 가장 많이 다루는 도서로 아이들과 함께 읽고 나누는 <다이브>가 있는데, 창비 소설Y 책으로, 영어덜트를 대상으로 한 SF 및 미스터리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다. <다이브>는 세계가 물에 잠겨 몇몇 높은 곳만 남은 근미래가 배경인데, 전지구적인 재앙 혹은 위협이 생긴 후에 사람들의 심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세계는 이렇게 바뀐다>(이하 ‘세이바’) 비슷하다. 하지만 <다이브>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수호’의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을 타깃으로 삼았다면, <세이바>는 그 대상이 넓어졌다고 하겠다.


<세이바>의 배경은 독특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전 인류의 머리 위 50센티미터 쯤에, 수레바퀴가 하나 생긴다. 마치 천사의 링처럼 둥둥 떠 있는데, 만질 수도 없으며, 과학적으로 풀어낼 길이 없는 이 수레바퀴는, 청색과 적색의 비율에 따라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준다. 선한 행동(혹은 동기)이 있었다면 청색이, 그렇지 않다면 적색 비율이 높아지는데, 이 수레바퀴로 인해 세계는 이내 혼란에 빠진다.


이 상황을 상상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사람들의 머리 위에, 고리가 둥둥 떠다니며, 그 고리가 그 삶의 삶의 궤적과 사후세계 방향을 가리킨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만날 때 고리의 색깔부터 볼 것이다. 자신의 도덕성이 고리에 늘 공개되고, 자신의 행동과 동기, 결정에 따라서 실시간으로 비율이 달라지기에, 늘 고리를 염두에 두고 살 수밖에 없다.


연예인, 아이돌, 유명인들은 그 고리 색깔에 따라서 진실이 드러나거나 새롭게 발굴될 것이고, 자기 고리 색깔을 위해서, 우리는 원치 않는 선택을 강요받아야 한다. 봉사하고 헌신하고 기부하며, 환경을 생각하고 정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정말 결정하고 행동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어떤 종교인들은 그 고리가 생겨나기 자취를 감추고, 어떤 종교인은 추앙받는다. 그것이 그의 본성만이 아니라 행동의 결과라 할지라도 말이다.


이건 마치 하느님, 부처님, 알라가 머리 위에서 실시간으로 심판을 내리는 것과 같다. 곰곰 생각해 보면,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실시간으로 검열되고 있으며, 그 검열주체가 거의 ‘신’이다. 그것이 인스타그램, 유튜브 라이브처럼 실시간으로 반영되고, 이제는 속마음을 숨기거나 자신의 행실을 감춘 채 행동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작품 인간의 본성, 심리를 다룬다기보다, 우리 앞에 현실로 닥친, 전지구적 문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보인다. 지금 눈앞에 환경재앙과 빈부격차, 자원남용의 문제가 버젓이 있지만, 우리는 눈앞의 현실을 외면한 채 살고 있다. 우리 머리 위에 바로 수레바퀴가 있지만, 그건 그거고 하며 사는 모습, 혹은 색깔과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우리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부끄럽다.


책의 형식은 매우 독특하다. 여러 사람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수레바퀴가 생긴 이후의 변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 책은 화자를 특정하기 어렵다. 누군가 서술하고있는데, 그저 3인칭 서술 혹은 가끔씩 화자가 등장하는 1인칭 서술이려니 했는데, 책 뒤의 심사평을 읽어보면 화자가 ‘세계’라고 하니, 그 부분은 3, 4장을 다 읽어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기대를 한껏 품게 되는 작품이다.


어쨌든, 2부까지는 수레바퀴 출현 이후의 사람 및 사회의 몇 가지 변화가 눈에 띄는데, 그 뒷이야기가 무척 궁금해진다. 가제본으로 읽었지만, 전체 내용이 무척 궁금해진다.


청소년과 성인 모두에게 적극 추천하며, 문학작품으로만이 아니라 환경과 관련해서 함께 읽고 나눌 만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며, 걱정만 할뿐 행동하지 않는 우리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 거라 생각한다.


2023.08.20


*본 기대평(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해주신, 4부 중 2부를 담은 가제본을 읽고 쓴 서평임을 감안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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