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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사라진 세계에서 ㅣ 가족이 함께 읽는 댄 야카리노 그림책
댄 야카리노 지음, 김경연 옮김 / 다봄 / 2023년 5월
평점 :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댄 야카리노 저 / 김정연 역 / 다봄)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보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책이 사라진 디스토피아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탈출구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라는 제목이 낯설지 않습니다. 어른들의 평균 독서량이 1년에 몇 권 되지 않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은 갈수록 줄어듭니다. 초등 시절 읽은 독서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청소년들도, 학교에서 수행평가를 위한 책에만 손을 댈 뿐입니다. 이미 우리는 책이 사라지고 있는 세상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책이 들려 있어야 할 아이들에 손에 폰이 들려 있으며, 수천 년간 굳건히 지켰던 책의 지위는, 불과 10년 만에 폰에게 자리를 내주었습니다. 인간은 결국 이에 적응하고 살아가겠지만, 그 세상이 이전보다 더 아름다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책이 사라진 세계>는 제목처럼, 정말 책이 사라진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빅스가 사는 도시에서는 ‘눈들’이 사람들을 도와줍니다. 마치 시리와 구글, 빅스비, 챗GPT처럼 공부도, 노는 것도 눈들이 돕습니다. 도와주는 눈들은, 우릴 감시하기도 합니다.
예, 낯설지 않지요? 지금도 유명 식당을 방문하고 나서면, “그 식당은 어떠셨는지?” 폰이 바로 물어봅니다. 폰은 내가 어딜 가는지 무엇을 하는지, 얼마나 운동했고 잠을 잤고 서 있었는지를 압니다. 그러고는 더 일어서라 하고, 운동하라 하고, 수분을 섭취하라고 알려줍니다. 이 책의 ‘눈들’처럼요.
빅스는 우연히 만난 찍찍이를 따라 낯선 곳으로 내려갑니다. 이제는 사람들이 살지 않는 지하도시에는 처음 보는 ‘책’들이 있고, ‘작품‘이 있으며, 보고 듣고 직접 ‘경험’할 것들이 잔뜩 있습니다. 곰곰이 생각할 것도 많고, 눈들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도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눈들의 도움이 없이도요!
가족이 떠올라 보고 싶던 빅스비는 가족에게도 돌아갈 수 있을까요? 돌아간 빅스비는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까요?
이 그림책의 배경은 두 곳입니다. 눈들이 제시하고 감시하는 지상과, 눈들의 감시가 없지만 더 이상 사람이 살지 않는 옛 도시입니다. 두 세계가 수직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상 도시는 밝고 화사합니다. 노랗고 푸른 색조를 띠며 청결하고 깨끗하며 정돈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름답고 깨끗한 풍경이 아니라 그저 ‘눈들’만 바라보며 살아가고, 똑같은 옷과 모자를 씁니다. 어릴 적 가졌던 각자의 개성과 특징은 옷과 모자로 사라지고, ‘눈들’에 의해서 모두가 비슷해집니다.
그런데 지하 도시는 어둡고 우중충합니다. 검고 붉은 색조를 띠며 좀 불결하고 지저분하고 무질서합니다. 거미와 쥐도 있지만, 몰랐던 아름다움과 흉측함, 예술과 동물, 아름다운 음악과 장엄함이 있습니다. 이곳은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고, 저마다의 생각을 존중하며 각기 다른 삶을 살았던 사람들이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요?
돌아온 빅스가 바꿔놓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책을 읽으며, 그 변화를 직접 마주하고, 달라질 우리의 모습을 예상해 봅니다. 빅스가 가져온 책을 읽으며,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더 많은 걸 ‘알고 싶어’ 하며, 언니와 세상을 구할 작전은 어떻게 펼쳐질까요?
<책이 사라진 세계에서>는 책 전체를 꼼꼼히 봐야 합니다. 표지를 한참 본 뒤에, 과감하게 표지를 벗겨내면, 양장 표지에 있는 상징이 이 작품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책을 한 장 펼치면 나오는 맨 앞의 속지와 맨 뒤의 속지의 차이도 꼭 봐야 합니다. 책이 만들어 놓은 세상의 변화를 보려면요!
그리고 책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눈들이 도와주는 지상세계와 스스로 읽고 고민하고 생각하며 알아내어야 하는 지하세계, 그리고 그 두 세계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각 세계의 특징이 분명하며, 변화의 시작이 ‘책’을 통한 읽기와 생각 나누기, 그리고 마음먹기, 행동하기로 이어지는 과정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그리고 삶의 주도권이 넘어오는 과정도 인상적입니다. 눈들이 알려주고 놀아주고 안내하는 삶이 아니라, 자신이 배우고 함께하고, 함께 끌어가는 삶을 보여줍니다. 그 한 가운데에 ‘책’이 있으며, 표지에서 보이듯, ‘책’은 자기 앞의 생을 밝히는 불빛임을 깨닫습니다.
주인공 아이의 이름이 ‘빅스’인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에게 숨겨진 커다란 잠재력과 개성을 의미하는 듯하며, ‘눈들’로 인해 우리의 삶과 행동과 사고가 재단되기에는, 우리가 가진 가치는 너무 크고 소중합니다.
이 책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의 원천은 ‘책’입니다. 읽고 생각하고, 나누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삶의 주도권을 찾는 과정이 모두 책 속에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이 편리와 이기를 마냥 포기할 수도 없지요. 책과 폰 사이에 분명 어떤 길이 있을 것임을 믿습니다.
유치원 아이들부터 초등생까지, 부모님과 함께 읽을 만합합니다.
2023.06.11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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