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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6월
평점 :

<패밀리 트리>
오가와 이토 / 권영주 역 / 알에이치코리아
사랑 이야기는 두꺼운 포장지로 싼 선물이라 생각한다. 두 사람의 행복한 연애와 그 아름다운 모습, 애틋한 상황, 몇 번의 시련과 극복으로 사랑 이야기는 완성된다. 이렇게 적절히 꾸며진 사랑 이야기는, 누구나 도달하고픈 이상이 된다. 그런 사랑 이야기는 차고 넘치도록 많이 보았고, 이 책을 읽으며 그것을 또 기대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사랑 이야기를 감싼 멋진 포장지를 걷으면, 진짜 사랑 이야기, <패밀리 트리>가 나온다. 이 책은 두 사람의 사랑만이 아니라 가족, 꿈, 이별, 추억을 다룬다.
<패밀리 트리>는 누구에게나 있는, 그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추억 속으로, 우리를 살짝 들어올려 데려다 놓아 준다.
제목에서처럼, 이 책의 주요 모티브는 ‘가계도’다. 증조 할머니로부터 내려오는 이 집안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기쿠 할머니의 증손자 류세이와 외손녀 릴리의 사랑이야기가 주된 이야기로, 할머니가 운영하는 ‘고이지 여관’이 주된 배경이다.
이 책의 화자는 류세이인데, 그는 기쿠 할머니와 아들 스바루 아저씨가 운영하는 여관에서 산다. 류세이의 말을 들으면, 고이지 여관은 유서깊은 여관처럼 들리지만, 사실은 러브 호텔 같은 곳이고, 그곳을 운영하며 가족을 기르고 많은 사람들을 먹여살리며, 수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쉼의 장소를 제공한다. 류세이와 릴리는 할머니의 사랑과 관심 속에 자란다.
📖“앨범을 보면 누가 가족이고 누가 더부살이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할머니에게는 혈연관계든 아니든 넓은 의미에서 모두가 가족이었을 것이다. 한동안은 고이지 여관에 도둑질하러 들어온 노인까지 고용해 잡일을 시켰다. 곤경에 처한 사람을 보면 가만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할머니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며, 방학 때마다 오는 릴리 역시 뭔가 가족 간의 곤경이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나저나 방학 때만 되면 놀러오는 릴리를 늘 기다리는데, 류세이는 릴리에 대해 동경하는 마음과 좋아하는 마음, 그러면서도 거침없는 릴리 성격에 곤혹스러워하고, 심술쟁이에 어디론가 금세 날아가버리는 여자애라 생각한다. 한 살 터울인 누나 쓰타코와 릴리, 그리고 류세이는 ‘드림’이라고 적힌 특별한 방에서 머무르며, 특별한 하루하루를 보낸다.

📖“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방학 때만 오는, 완전 도시 아이 ‘릴리’는, 시골 아이인 류세이보다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하고, 그 누구보다 즐겁게 논다. 릴리와 류세이, 그리고 류세이의 누나 쓰타코, 셋은 정말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는데, 그 중 가장 행복한 기억은, 바로 강아지 ‘바다’에 관한 에피소드다. 무덤가에 버려진 바다를 데려오는 멋진 작전과, 아빠를 끌어들이고 할머니를 설득하여 키우는 과정이 흥미롭다. 아이들 감정 묘사가 너무나 실감나고, 누구나 있을 법한, 어릴 적 동물 입양 과정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고이지 여관이 불이나고, 사슬에 묶여 있던 바다는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이들은 상실을 체험한다. 할머니는 평생을 가꾸어 온 여관을 잃었고, 아이들은 바다를 떠나보낸다. 바다를 구하려 불길로 들어가려는 류세이를 말린 아빠도 그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들은 그렇게 아픔을 마주하고 성장한다. 그렇게 떠나보낸 바다를, 류세이와 릴리는 아주 오래 그리워하고, 그들의 어린 시절은 깊은 상실감으로 남는다.
이런 사건을 계기로 류세이는 릴리의 마음을 알고, 둘을 키스를 나누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런데 읽다보면, 할머니의 손자, 손녀들이 이래도 되나 싶다.
여기서 잠깐, 류세이는 할머니의 증손자이고, 릴리는 외손녀다. 그렇다면 류세이와 릴리는 5촌 고모와 조카 사이 아닌가??? 그런데 그게 간단치가 않다. 증조 할머니의 첫 번째 남편에게서 내려온 가계가 류세이로 이어지고, 두 번째 남편에게서 내려오는 가계가 릴리로 이어진다. 기가막힌 것은 첫 번째 남편과 두 번째 남편이 서로 형제라는 것이다.
꼬일대로 꼬여 있는 이 가계도 안에서, 류세이와 릴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그러나 릴리의 가정 상황을 아는 아버지는 그런 류세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친다. 그러나 둘의 사랑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또 할머니 뿐이다. 그런데 릴리의 가정 상황이 어떻길래? 그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누구나 겪었던, 어린 시절의 반짝이는 기억이 떠오르고, 할머니 댁에서 사촌들과 하룻밤 보내며 쌓았던 추억이 맺힌다. 그러면서도 인생의 쓴맛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류세이의 이야기가 촉촉하고, 그런 류세이를 사랑하며 단단하게 자라나는 릴리의 상냥함이 즐겁다.
읽는 동안 <소나기>가 많이 생각났다. <소나기>의 소녀는 적극적이고 밝은 성격이지만, 이야기의 뒤로 갈수록 차분하고 성숙해지고, 소심했던 소년은 반대로 적극적으로 바뀐다. 이 책에서 릴리와 류세이도 그런 성격의 변화와 굴곡이 보이고, 그것을 보는 재미가 크다.
류세이와 릴리, 쓰타코의 어린 시절 이야기, 류세이와 릴리의 비밀스런 사랑 이야기, 할머니와 남편들, 그리고 가계도, 바다와의 추억, 여관의 화재와 새로운 사업, 류세이의 친구 우엉 등. 이 책에는 참으로 재미있는 이야기와 독특한 인물이 가득하다. 이 모든 상황을 류세이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점이 재미있고, 그렇기에 릴리와의 사랑 이야기는 다소 선을 넘는다. 사랑의 수위가 지나치리 만큼 높기에, 어린 아이들에게는 주의해서 소개해야 한다.
류세이 곁의 가족과 친구를 통해, 우리 모두는 이미 반짝이는 삶을 살고 있음을 깨닫는다.
멀어질수록 깊어지는 두 사람의 사랑을 보며, 여러분의 사랑도 무사하길, 또 한 번 이뤄지길, 바라본다.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일과와 번 아웃이 오는 힘든 상황에서, 또다시 읽을 이유, 살아갈 희망을 주는 단비같은 책이었다.
*‘알에이치코리아’에서 보내주신 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쓴 서평임을 밝힙니다.
2023.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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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와 보내는 여름은 매 순간이 반짝임의 연속이고, 하루하루가 모험이었다." -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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