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학동네 청소년 68
문이소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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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체는 국가 기밀, 모쪼록 비밀> (문이소/문학동네)


기분 좋은 작품이다. 남들에게 그 정체를 ‘모쪼록 비밀’로 하고픈 작품이기도 하다. 이렇게 재미있는 단편집이라니! SF라는 큰 틀 안에 있지만, 작가가 다루고자 하는 바는 훨씬 더 넓고 깊다. 아직 따스함이 가시지 않은 삶은 달걀이, 껍질을 깨고 통통 튀는 소설이다. SF 장르면서도 예술혼이 살아 있고, 그 안에 약자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이 스며든 작품이다. 문학계 거장의 풋풋했던 시절의 작품을 읽는다면, 바로 이런 느낌이리라.


이 책은 가볍다. 얼마든지, 한없이 무겁게 풀어낼 수 있는 소재를 가뿐하게 다룬다. 폭우로 흙더미에 무너진 버섯 재배사와 버섯균 이야기를 미래에서 온 종균 도둑 이야기로 사뿐히 밟아낸다. 예상치 못한 결말과 마주하면 아쉬움보다는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첫사랑에 각성한 두 사람과 또다시 보고 싶은 그 도둑도. (소녀 농부 깡지와 웜홀 라이더와 첫사랑 각성자)


이 작가는 제목 짓는 재주가 있다. ‘젤리의 경배’가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런 이야기를 펼칠 줄은 상상도 할 수 없다. AI의 초상화를 그려야 하는 무명 작가. 젤리와, 그 작가의 그림에만 꽂힌 AI. 너무나 다른 둘이, 자신에 관한 고민에서 공통점을 찾는 과정이 흥미로운데, 그 속에 금전 거래와 납치, 첩보와 예술이 함께 들어 있다. 진짜다.(젤리의 경배)


이전의 기억은 잃은 채, 촉감만 물려받은 마요린은 자신이 물려받은 유산인 그 ‘유영의 정체’를 찾아 지구로 온다. 그가 찾는 유영은 무엇일까? 수많은 유영 중에, 학교도 다니지 않고 팬도 없는 유튜버 유영을 만나 도자기 체험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우리 요린이는 ‘유영의 정체’를 찾는다. 따뜻한 관계에 대해서 말하는 작품이다. 자신의 기억을 찾아 지구에 온 외계인이 도자기를 체험하며 갖는 관계라니. 생각만 해도 복잡난해하지만, 진짜 따뜻하다.(유영의 정체)


죽음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도 흥미롭다. 오랜 세월 병상에서 지내온 춘희 여사가 회복하여 딸과 오붓한 전원생활을 하는 장면, 급성 신장염으로 고새아던 애완견 흰돌이가 가족들과 캠핑 가서 함께 놀고 지키는 이야기, 가족과 함께 아이슬란드에서 오로라를 보고 싶어 하던 영지. 이들의 떠나보내는 모습은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이토록 좋은 날, 오늘의 주인공은)


고양이 ‘누더기 여사’의 죽음으로 홀로 남게 된 막내를 납치한 대걸레 마녀를 찾기 위한 반려 로봇 ‘봉지’의 이야기는 유쾌발랄하다. 쓰다 질렸다고 구박받아 도망쳐 나온 반려로봇 봉지가 길거리 동물들을 보살피다 벌이는 유쾌한 복수극과 허당기 가득한 반려로봇을 보는 재미가 있다. 약자를 대하는 이 로봇의 행동 방식이 어딘가 아이를 닮은 구석이 많고,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고 공감을 시작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담은 작품이다. 물론 유쾌, 발랄, 코믹은 덤이다. (봉지 기사와 대걸레 마녀의 황홀한 우울경)


이 다섯 작품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는데, 미래, SF 라는 점 외에도 모두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남성의 역할은 매우 한정적이란 점은 아쉽다. 다만 주인공이 그렇다는 것이지 남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명확히 하고 싶다.


또한 다루는 소재가 매우 넓고 기발하다. 버섯재배, 유화, 도자기, 죽음, 길고양이처럼, 익숙한듯 새롭고, 독특하지만 친근한 소재라는 점이 좋다. 삶과 과학, 미래와 예술, 기계와 자연이 조화롭게 살아가고, 그 모습이 즐거운 하모니를 이룬다는 점은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젊은 농사꾼,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러스트레이터, 학교를 그만둔 아이, 사랑하는 이의 죽음 곁에 있어주지 못한 사람, 은둔형 외톨이 예술가, 집을 나온 반려로봇 등, 사회가 그어놓은 틀과 선, 그 경계에 있는 이들을 다룬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또한 탱탱볼처럼 통통 튀는 작가의 문장 표현력과 그러면서도 넌지시 보여주는 깊은 주제, 너무 진지할까 봐 걱정이 많은지 진지와 눈물을 닦을 유쾌함을 곁들인 점이 인상 깊다


글밥이 적고 단편으로 이뤄져 있으며, 각 이야기마다 나눌 생각이 무궁무진하다. 초등 고학년 이상 청소년들에게 추천한다. 어른들에겐, ‘모쪼록 비밀’이다.


2024.01.14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내정체는국가기밀모쪼록비밀

#문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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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
피터 애커먼 지음, 맥스 달튼 그림, 김선희 옮김 / 더블북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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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피터 애커먼 글 / 맥스 달튼 그림 / 더블북)


- 약속의 징검다리.

- 동전 몇 푼을 집어 넣으면 그리운 사람들의 목소리를 한 컵씩 마실 수 있는 음성 자판기.


이외수의 ‘감성사전’에 나온 말이다. 동전 몇 푼으로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기대하는 음성 자판기는 무엇일까? 바로 공중전화다. 작가의 아름다운 표현과 달리, 이제 공중전화를 보기가 참 어려워졌다.


약속 장소에 늦을까 친구에게 연락하려, 공중전화로 찾아가 긴 줄에 한참을 기다렸던 일은 90년대 이전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한 일일 것이다. 동전을 넣으며 들리던 ‘뚜~’하는 소리와 그리고 ‘뚜뚜~’하며 나는 연결음, 그리고 공중전화 속 동전이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들리던 그리운 목소리.


더 이상 공중전화를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공중전화가 사라지는 건 뭔가 나의 삶의 한 부분이 잘려나가는 듯한 상실감이 든다. 겉으로는 재난이나 정전 상황에서 공중전화가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사실 그런 이유보다 이웃처럼 늘 곁에 있던 공중전화가 사라진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헛헛한 것일 테다.


<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는 바로 그 지점을 다루는 이야기다. 


-

이 책의 배경은, 뉴욕시 웨스트엔드 대로와 100번 가가 만나는 거리에 있는 공중전화다. 항상 회의에 늦은 회사원,

쿠키가 더 먹고 싶은 걸스카우트소녀,

시멘트를 더 주문해야 하는 공사 현장 감독,

코끼리를 잃어버린 동물원 관리인,

첼리스트, 발레리나, 어릿광대, 그리고 비밀요원 등.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바로 공중전화다. 이따금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하지만, 필요하고 그리운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곳이 공중전화인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공중전화를 찾지 않고 저마다 가진 작은 물건에 이야기를 하자, 공중전화는 엄청난 충격에 빠진다.

‘사람들한테 다들 휴대전화가 있으면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을 거야.’


사람들이 찾지 않는 공중전화는, 유리창에 금이가고 갈수록 꾀죄죄해진다. 이따금 트럭에 실려가는 다른 전화박스를 보며, 자신의 운명을 기다리던 공중전화에게, 얼마 뒤 어마어마한 폭풍이 내리친다.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까?

-


<뉴욕의 마지막 공중전화>는 어린이 그림책이다. 어른들에게는 추억 돋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세상에 이런 게 있었어?’하는 마음이 들 테다. 오랜 시간,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했던 공중전화가 있었다는 것, 아직 그 쓸모를 다하지 않았으며 역할이 남았음을 알게 한다. 그저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풍경, 배경이 아니라, 내가 모르고 잊고 있던 때에도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존재가 우리 곁에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마치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그리고 동네마다 있는 작은 문화재처럼.


나는 이 책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읽으면 좋겠다. 부모님도 함께 보면 좋겠다. 조금 불편하지만 정감있었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불편함이 주었던 따스함을 얘기하면 좋을 것이다. 부모님 손을 잡고 공중전화를 이용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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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채기처럼, 변화와 발전은 막을 수 없다. 터져나오는 새로운 제품과 과학 기술 앞에 세상은 급속도로 변해간다.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한때 우리와 함께 했던, 정겨운 그것들은 어느 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손에 익어서 손때가 묻은 그 물건들이 사라지는 게 마냥 가슴 아픈 까닭은, 어쩌면 그 안에서 나를 보기 때문이다. 발전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나의 모습이, 창고 깊숙이 들어갔다가 폐기물로 처리되는 물건처럼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이다. 어디 나뿐이랴. 나이를 먹으며 모든 이들이 겪는 같은 감정일 것이다.


변화는 모두에게 공평하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며, 그 사이 적응하지 못할까 봐, 도태될까 봐 걱정하는 모습은, 사라지는 공중전화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마냥 옛것을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 그렇기에,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들이 가진 쓸모를 발견하고, 다시 쓰고 고쳐 쓰고 나눠 쓰는 매력을 알기를. 아울러, 대상을 그 쓸모와 가치만이 아니라, 함께 했던 시간과 의미로 판단하길.


초등 저학년 이하 어린이들에게 추천한다. 부모님, 조부모님과 함께 읽으면 몇 권의 책을 함께 읽는 효과가 생길 것이다.


2023.12.26

*본 서평은 ‘더블북’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뉴욕의마지막공중전화

#피터애커먼

#맥스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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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
실키 지음 / 현암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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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바게트(실키/현암사)


차별과 혐오에 관한 책으로 강의를 할 때, 잊지 않고 반드시 말하는 것은 ‘차이’에 관해서다. 서로의 차이가 오해를 불러오고, 그 오해가 차별을, 그리고 혐오까지 이어지는데, 그로 인한 피해는 점점 심각해진다. 그래서 서로의 ‘차이’를 아는 것이 중요하고, 그 ‘차이’를 좁혀가는 것이 모든 문제의 실마리라는 점을 얘기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우리는 서로 다르고 모두가 다 ‘차이’가 나기에, 서로 다른 우리에게는 약간의 차별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모든 사람이 완벽히 똑같지 않은 이상 ‘차별’은 필연적이다. 그래서 그 차이를 인정하고, 작은 차별이라도 좁혀나가려 노력하며, 그 노력이 힘들다면 제도적으로, 법적으로 보완해야 하는 것이다. 차이는 나쁘지 않지만 차별은 심각한 문제고, 혐오는 범죄가 된다. 하지만 그걸 모르거나 무심코 지나치고, 알면서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한다.


<김치바게트>는 프랑스에서 생활하는 ‘실키’ 작가의 자전적인 에세이 만화다. 본명이 ‘슬기’라고 밝힌 작가는, 프랑스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두세 장의 짧은 만화로 엮어 자신의 생각을 조근조근 전한다. 익살스럽지만 가볍지 않고, 비판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기에,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마음으로 접할 수 있다. 부드러운 붓으로 그린 날카로운 비판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한국에 사는 우리들은 결코 느껴보지 못한 혐오와 차별을 그대로 엿볼 수 있다. 프랑스 사람들이 가진 아시아인과 인종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교묘한지, 칭찬처럼 들리는 차별 표현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역시 아시아인이라 수학을 잘하네.”

“너희들 엄청 어려 보이잖아.”

“나는 너를 유색인종으로 보지 않아! 모든 생명은 소중해,”


이런 말을 대놓고 하면, 이것이 칭찬인지 편견인지, 내 편인지 적인지 구분하기가 모호해진다. 작가는 그런 차별을 ‘먼지 차별’이라고 말하는데, 직접적이지 않기에 항의하기도 쉽지 않은, 차별로 받아들이면 오히려 과민반응으로 여겨지는 이러한 문제가 가볍지 않음을 지적한다. 그러면서 같은 입장에서 우리가 가진 편견과 차별이 그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나는 과연 동남아시아인들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진 않을까? 무슬림이라면?


문화적 차이로 인해 생기는 문제와 오해를 풀어내는 이야기도 재미있다. 인사 방식과 동거문화, 임신 중지,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보는 모습은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특히 성을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에는 실소가 터진다.


특정 주제에 관한 작가의 입장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비거니즘’, ‘꼭지에게 자유를’ 등의 주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다는 데 생각이 미치고, 작가의 주장과 의견에 박수를 보내게 된다. 읽는 사람에 따라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이런 혐오와 차별, 문화적 차이 말고, 우리 문화와 프랑스 문화의 차이에 대해서 풀어가는 이야기도 무척 재미있게 읽힌다. 김치를 대하는 한국인의 진지한 태도와 김치와 김장 문화가 받아들이지는 모습을 보면 어깨가 으쓱하고 뿌듯해진다.


특히 이 책에서 동거문화에 관해 얘기하는 점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작품 속 주인공은 프랑스에서 남자 친구와 동거하는데, 한국이라면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하거나, 동거 경험이 이별사유가 되기도 한다고 밝힌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동거인은 전세대출 혜택이 거의 없고 위급 상황 시 보호자가 되기 어려우며, 사별했을 때 남은 연인은 아무런 자격이 없다. 그에 반해 생활동반자법이 있는 프랑스의 상황은 복지 혜택이 훨씬 더 넓어보였고, 이는 우리 사회가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으로 여겨졌다.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혐오, 여성 해방에 관한 내용이 꽤 있지만,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차이를 좁히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와 차이를 좁혀가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습, 차별과 편견이라는 담을 무너뜨리려는 자세가 매우 구체적으로 보이고 느껴지는 작품이다. 게다가 딱딱한 글이 아니라 만화로 풀어내기에 더 쉽고 공감되는 부분은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이다.


한 시간 안에 다 읽을 만한 책이다. 하지만 재독, 삼독은 해야 작품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 문화에 대한 이해만이 아니라, 은연중에 가진 우리의 편견과 차별, 혐오에 대해서 이해하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본 서평은 현암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서평입니다.


2023.12.17


#김치바게트

#현암사

#실키

#북스타그램

#교양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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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을 위한 매뉴얼 독깨비 (책콩 어린이) 81
송선혜 지음, 박현주 그림 / 책과콩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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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동을 위한 매뉴얼> (송선혜 / 책과콩나무)


어린이 SF 동화가 문학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누군가의 대체품으로, 누군가의 꿈과 바람을 이뤄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야 함을 알려주는, 매우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총 6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늘 강조하듯 로봇 이야기는 반드시 사람 이야기다.


[너는 코코가 아니야]

얼마 전 죽은 강아지 코코를 그리워하던 서아는, 코코를 복제하기로 한다. 하지만 복제되어 온 강아지는 코코와 다른 까만색 강아지. 게다가 코코에겐 없던 알러지까지 있다. 가족들은 복제 코코를 반품하자고 하지만, 서아는 그 강아지를 통해 자신을 보기 시작한다.


[진짜 강아지 콩이]

진우 부모님은 성적이 올랐다는 핑계로 진우에게 강아지를 선물하는데, 사실 로봇 강아지로 진우를 감시하기 위한 용도다. 로봇 강아지 콩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진우가 부모님의 통제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자꾸 구석으로 숨는다. 그리고 콩이는 결단을 내린다.


[두 번째 버전 손주]

할아버지 집에 손주 로봇이 들어온다. 무료이지만 자기 회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로봇인데, 할아버지는 로봇의 광고 안내에 하나도 따르지 않아, 광고 지수가 낮은 손주 로봇은 폐기 위험에 놓인다.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유일한 말법인 손주 로봇.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외동을 위한 매뉴얼]

외동이라 말이 늦은 서준이를 위해, 부모님은 ‘노준이’라 이름붙인 로봇을 데려와 형 역할을 시킨다. 서준이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임신하며 정부 지원이 끊기자 부모님은 노준이를 폐기하려 한다. 과연 외동을 위한 로봇 노준이는 어떻게 할까?


[다쳐야 사는 아이]

하리는 99.9% 인간이지만 엄마는 100% 안드로이드다. 그마저도 두 번째 로봇 엄마다. 엄마가 오래된 로봇이라 아빠는 엄마를 폐기하려 하는데, 하리는 엄마를 따라 로봇들이 모인 비밀기지에 가려고 작전을 벌인다.


[완벽한 사람]

미카는 로봇을 싫어한다. 그래서 아빠가 쿡 1호를 불법 폐기할 때도 당연하게 생각했고, 동생 루카의 다리가 기계인 것도 탐탁찮게 생각한다. 학교를 같이 다니는 로봇에 대해서도 반감이 크다. 로봇을 싫어하는 그런 미카에게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사건이 생기는데…



반전과 감동이 있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며, 과학과 기계가 발달한 시대에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 SF 문학이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 혹은 강아지인데, 아이들은 로봇이냐 인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공감하고 어울리려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그들과 동화하려 노력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려 노력한다. 그것은 사람인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배우고 익하여 할 덕목이기도 하다.


몇몇 반전은 인상 깊다. 사람인 줄 알고 살던 주인공이, 사실 로봇인 걸 안 순간 느꼈던 당혹감은,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가진 편견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초라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들을 보고 있자면, 점차 인간성을 잃고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진짜 사람’, ‘진짜 로봇’은 무엇인지 자문하고, 종국에는 사람과 로봇의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로봇 이야기는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고, 로봇들이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야 할 모습,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로봇 이야기를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을 넓히길 바란다. 타인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해한다면, 책을 꼼꼼히 읽은 것이리라.


인문과학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할 만하며, 학교와 학원에서 도덕과 윤리, 사회성, 로봇과 인간에 관한 여러 토론에서도 적극 활용할 만한 도서다.


초등 전학년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2023.12.1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쓴 글임을 밝힙니다.


#외동을위한매뉴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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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없는 개, 복이 - 생명의 소중함을 호소하는 떠돌이 개 이야기 즐거운 동화 여행 68
조희양 지음, 임종목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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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없는 개, 복이>(조희양 글 / 임종목 그림 / 가문비어린이)


요며칠 아팠다. 아플 땐 또 책 만한 위안이 없다.


학생들이 읽고 추천하는 책은 빠짐없이 읽는다. 지난 주에 초등 3학년 아이들이 꼭 읽어보시라고 권한 책인데, 그날 수업 때 구매한 책이 도착했는데, 책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절반을, 자기 전 침대에서 나머지 절반을 읽었다. 아이들이 추천하는 책에 실패란 없다.


2023년에 읽은 수백 권의 책 중에, 읽고 눈물을 흘린 유일한 책이다. 그걸 12월에 만나다니.

게다가 초등 저학년 도서라기엔, 매우매우 깊이 있는 작품이다. 수많은 문학적 가치와 상징, 작품 속 인물들의 상황과 아픔, 그것을 이겨내는 과정까지, 어느 하나 비판할 것이 없는 완전무결한 작품이다. 이런 작품은 참 오랜만이다.


< #혀없는개복이 >에는 이미 제목에 주인공과 특징이 고스란히 나와 있다. 이 책의 화자도 ‘복이’인데, 복이는 혀가 없다. 누군지 모르는 나쁜 사람이 복이를 잡아서 혀를 끄집어내어 잘라버린 것이다. (혀가 잘린 이야기는 두 번째다. 다른 책은 바로 < #족제비 >) 혀가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 수많은 생각과 짐작이 가능하다. 혀가 없이에 말하기 어려울 것이고,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할 것이다. 자신의 털을 다듬지 못하고, 암컷인 복이는 새끼를 낳아도 태를 벗겨내지도, 털을 고르지도, 분비물을 처리하지도 못한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복이. 그러나 이름은 복이다. 복이 이야기를 담담히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고 아파온다. 내가 고작 감기 걸리고 앓는 소리한 걸 분명 알고 있는 거다.


-

복이는 진 셰퍼드이지만, 떠돌이 개다. 혀가 없는 복이는, 늙은 개로부터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듣고, 아기에게 줄 첫 선물로 따뜻하고 안전한 보금자리를 찾으려 한다. 어느 골목을 찾은 복이는 ‘은비’라는 눈 먼 개를 만난다. 가정집 마당에서만 지내는 은비는, 복이와 아기들을 돌봐 줄 사람이 분명 있을 거라며 용기를 북돋아 준다. 앞이 보이지 않는 은비와 혀가 없는 복이. 이 조합은 정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로에게 위안이 되는 존재. 두꺼운 문을 사이에 두고, 문틈으로만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지만, 둘은 서로를 통해 큰 위안을 얻는다.


그런 복이에게 ‘숲 속 빌라’의 한 아주머니가 손을 내민다. 신기하게도 개의 말을 알아듣는 듯한 아줌마에게 고깃국을 대접받는데, 혀가 없기에 입에 물고 하늘을 쳐다보며 씹어먹어, 옆으로 음식물과 침이 줄줄 새는 복이의 침을, 아줌마는 꼼곰히 닦아준다. 복이를 병원에 데려간 아줌마는 그제야 ‘복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복이를 어떻게 돌볼까 마을 주민들이 고민하다, 결국 숲 속 빌라 지하 공간을 내어주는데, 그곳에서 복이는 세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힘겹게 새끼를 돌보는 복이. 새끼들은 쑥쑥 자라면서, 엄마 복이에게 감사해 하고, 엄마의 침을 닦아준다. 행복한 것도 잠시, 새끼들을 다 돌보기 어렵기에, 아주머니는 새끼들을 분양하고, 복이는 아픈 시간을 보낸다.


복이를 돌보는 것에 불만이 있던 몇몇 빌라 주민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던 아주머니는, 결국 시골에 계신 할머니 댁에 복이를 보낸다. 복이도 보고, 어머니도 자주 뵐 겸, 시골을 자주 찾는 아주머니와 복이. 둘의 이야기는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작가의 마을 들으며, 참았던 눈물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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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보면 당연하고 평범한 이야기지만, 삶의 진실은 본디 그런 당연한 곳에 숨어 있다. 당연하기에 잊고 살았던 그 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새끼를 낳았지만, 태에 싸인 새끼들을 혀로 핥아 태에서 나오도록 하지 못한 복이. 아주머니가 없었다면 큰일이 날 뻔 했다. 새끼들은 곧잘 커서 그런 엄마를 돌봐준다. 자식에게 부족한 어미이고, 자식에게 도움받는 어미이지만, 그것이 가족이고 사랑임을 깊이 깨닫는다.


혀가 없기에 하늘을 바라보며, 침을 흘리며 먹어야 하는 복이는, 먹을 때마다 하늘을 바라보면서 감사해한다. 빼앗긴 것에 슬퍼하는 것만큼, 가진 것에 행복하는 마음이 있다. 눈이 보이지 않지만,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복이를 달래주고 희망을 주는 ‘은비’는 말 한 마디가 주는 도움이 얼마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을 수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숲 속 빌라 아주머니의 헌신은, 복이만이 아니라 어머니까지 바꾸어놓는다. 우리가 도움을 주면서, 정작 스스로 도움을 받았음을 알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작가의 말을 읽으며 눈물을 쏟는다. 이 책이 실화이며, 작가가 복이를 되살려놓는 일이 바로 이 책이었음을 밝힌다. 도와주었지만, 도와줄 수 있었기에 감사한, 받은 것이 더 많음을 알고 작가는 고마워한다.


복이는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고 간다. 자신을 혐오하는 이들을 이해하고, 자신에게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비난하지 않는다. 자신의 혀를 자른 것이 사람이기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고 생각하지만, 복이 또한 사람으로 인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한다. 복이가 바라본 사람은 무엇이었을지 고민하게 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아주 아름다운 도서다.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여러 모순적인 잣대가 있지만, 그 모순을 받아들이면서도 동물과 함께 하고 생명을 존중해야 하는 것도 옳은 일이다. 아이들과 동물의 생명에 대해 함께 나눌 만한 매우 깊이 있는 책이었다.


<일곱 번재 노란 벤치>, <꽝 없는 뽑기 기계>, <리보와 앤>에게서 느낀, 아동 문학의 진수를, <혀 없는 개, 복이>에게서 또다시 발견한다. 이 좋은 책을 애들만 읽힐 순 없다.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한, 수많은 어른이들이 이 책을 읽고 가슴 깊은 감동과 성장을 경험하길 바란다.


2023.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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