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동을 위한 매뉴얼 ㅣ 독깨비 (책콩 어린이) 81
송선혜 지음, 박현주 그림 / 책과콩나무 / 2023년 12월
평점 :

<외동을 위한 매뉴얼> (송선혜 / 책과콩나무)
어린이 SF 동화가 문학작품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걸 증명하는 작품이다. 아이들이 누군가의 대체품으로, 누군가의 꿈과 바람을 이뤄내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당당하게 살아야 함을 알려주는, 매우 깊이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는 총 6편의 단편동화가 실려 있는데, 모두 ‘로봇’에 관한 이야기다. 그러나, 늘 강조하듯 로봇 이야기는 반드시 사람 이야기다.
[너는 코코가 아니야]
얼마 전 죽은 강아지 코코를 그리워하던 서아는, 코코를 복제하기로 한다. 하지만 복제되어 온 강아지는 코코와 다른 까만색 강아지. 게다가 코코에겐 없던 알러지까지 있다. 가족들은 복제 코코를 반품하자고 하지만, 서아는 그 강아지를 통해 자신을 보기 시작한다.
[진짜 강아지 콩이]
진우 부모님은 성적이 올랐다는 핑계로 진우에게 강아지를 선물하는데, 사실 로봇 강아지로 진우를 감시하기 위한 용도다. 로봇 강아지 콩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진우가 부모님의 통제로 괴로워하는 것을 보며, 자꾸 구석으로 숨는다. 그리고 콩이는 결단을 내린다.
[두 번째 버전 손주]
할아버지 집에 손주 로봇이 들어온다. 무료이지만 자기 회사 제품을 자연스럽게 광고하는 로봇인데, 할아버지는 로봇의 광고 안내에 하나도 따르지 않아, 광고 지수가 낮은 손주 로봇은 폐기 위험에 놓인다. 자식들이 찾아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유일한 말법인 손주 로봇. 둘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외동을 위한 매뉴얼]
외동이라 말이 늦은 서준이를 위해, 부모님은 ‘노준이’라 이름붙인 로봇을 데려와 형 역할을 시킨다. 서준이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데, 엄마가 임신하며 정부 지원이 끊기자 부모님은 노준이를 폐기하려 한다. 과연 외동을 위한 로봇 노준이는 어떻게 할까?
[다쳐야 사는 아이]
하리는 99.9% 인간이지만 엄마는 100% 안드로이드다. 그마저도 두 번째 로봇 엄마다. 엄마가 오래된 로봇이라 아빠는 엄마를 폐기하려 하는데, 하리는 엄마를 따라 로봇들이 모인 비밀기지에 가려고 작전을 벌인다.
[완벽한 사람]
미카는 로봇을 싫어한다. 그래서 아빠가 쿡 1호를 불법 폐기할 때도 당연하게 생각했고, 동생 루카의 다리가 기계인 것도 탐탁찮게 생각한다. 학교를 같이 다니는 로봇에 대해서도 반감이 크다. 로봇을 싫어하는 그런 미카에게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사건이 생기는데…
—
반전과 감동이 있고, 인간과 로봇의 경계에 대해 고민하며, 과학과 기계가 발달한 시대에 진정한 인간성은 무엇인지를 자문하는 깊이 있는 작품이다. 어린이 SF 문학이 어디까지 깊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모두 어린이 혹은 강아지인데, 아이들은 로봇이냐 인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공감하고 어울리려 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사회에서 그들과 동화하려 노력하고 자기다운 삶을 살려 노력한다. 그것은 사람인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배우고 익하여 할 덕목이기도 하다.
몇몇 반전은 인상 깊다. 사람인 줄 알고 살던 주인공이, 사실 로봇인 걸 안 순간 느꼈던 당혹감은,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우리가 가진 편견이 얼마나 보잘것없고 초라했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사람보다 더 사람 같은 로봇들을 보고 있자면, 점차 인간성을 잃고 개인주의화 되고 있는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진짜 사람’, ‘진짜 로봇’은 무엇인지 자문하고, 종국에는 사람과 로봇의 경계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다시 말하지만, 로봇 이야기는 결국 인간에 관한 이야기고, 로봇들이 풀어가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 인간이 살아가야 할 모습, 추구해야 할 가치를 담는다.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이, 로봇 이야기를 통해 자기다움을 발견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폭을 넓히길 바란다. 타인이 사람이든 로봇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이해한다면, 책을 꼼꼼히 읽은 것이리라.
인문과학 관련하여 아이들에게 소개할 만하며, 학교와 학원에서 도덕과 윤리, 사회성, 로봇과 인간에 관한 여러 토론에서도 적극 활용할 만한 도서다.
초등 전학년에게 매우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2023.12.18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쓴 글임을 밝힙니다.
#외동을위한매뉴얼
#송선혜
#책과콩나무
#초등추천도서
#너는코코가아니야
#진짜강아지콩이
#두번째버전손주
#다쳐야사는아이
#완벽한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