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은 울면 안 돼? 문지아이들 172
박주혜 지음, 서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속상하고 힘들 땐 좀 울어도 돼. 뭐가 되려고 고민하지 말고, 그냥 나 자신으로 살자. 훌륭한 사람이 되기보다는 훌륭하게 놀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 선사 시대에서 우주 시대까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류 인싸이드 과학 2
프랑수아 봉 지음,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프랑수아   /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 김수진  / 풀빛)


우리는 사피엔스다스스로 ‘슬기롭다 이름 지은   부끄럽긴 하지만, ‘슬기’ 덕분에 우리는다른 생물들과 다른 지위로 살았다그것이 자연에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우리 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였던  아니지만유일하게 남은 인류다네안데르탈인크로마뇽인데니소바인  다른 인류가 있었지만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 통해서 사피엔스의 인지혁명 덕분이었다고 한다그리고 가상의 실재를 믿는 사피엔스의 특징 덕분이라고 덧붙인다개괄적인 사실은 <사피엔스> 통해서 배울  있다하지만 사피엔스의삶은 어땠는가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다르며 전의 하빌리스에렉투스와는 무엇이 다른가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가?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우리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만이 아니라 정말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아니 ‘살았는지 알려준다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에렉투스하빌리스와의 차이와 특징사피엔스들의 생존과 방식그리고 자신을 ‘외면화하는 과정과 방식을 통해서사피엔스가 어떻게의사소통 했는지를 알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사피엔스>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주요 특징과 특질을 다룬다면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사피엔스의 인류학적 특징집단과 이동그들의 네트워크와 사고의 외면화 과정에 대해서 보여준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이상희의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 사이쯤 있는 책이라   있겠다.


1장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남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존재가 어떻게 지구 전지역으로 퍼지고 사피엔스의 지위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그저 인지혁명만의 결과가 아니라도구와 불의 발견에 따른 적응의 결과가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같은 호미니드  안에서 일어난 공진화 덕분이라는 결론을 보여준다매우 인상적인 결론이 아닐  없다스스로의 노력으로 진화할  있다는 의미이니까.




2장에서는 사피엔스가  지구를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기후 변화에 따라서 이동하게  영악한(?) 사피엔스는 이동한  지역의 지리적생태적 특정에 금세 적응하고스스로를 보호하고 불리기 위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그리고 다른 곳에 이미 완전히 적응한 다른 집단과 만나 교류하기도 한다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것도  때문이다재미있는사실은 남성 네안데르탈인과 여성 사피엔스가 낳은 아이는 없고남성 사피엔스와 여성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부분이 의아하고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3장에서는 우리를 8  전의 사피엔스 혹은 네안데르탈 무리로 데려다 준다그들의 일상과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생각지 못한 악취와 만날  주의하길 바란다그리고 3  전의 사피엔스를 만났을 때는 개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기존에 알던 이론과 다르게개를 키우기 시작한목적이 사냥만이 아니라 이동하기 위함도 있었다는 점이다썰매개의 기원은 수만 년은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4장에서부터 자신을 외면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있다 시작은 ‘죽음 관해 다루는 사피엔스들의 모습인데당시의 시신은 치창하여 묻었고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이 조심스러웠다그러나  지역에서의 매장 방식은  지역만큼이나 다양하기에 시신 처리와 매장 방식을    지역의 매장 문화가 달랐지만결국 죽음을 걱정하고 염두에 두고 살았다.




5장에서는 장신구를 다룬다그러나 남은 장신구는 시신에 있는 것일 뿐이기에그들이 자신을 꾸민 방식가령 문신이나 치장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몸치장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집단에서의 지위를 보여주고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정보를 알리기 위해 치장했다는 설이 인상깊다하긴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옷과 치장을 보며 상대를 파악하니그때의 인간과 지금은 별반 다르지 않은  같다.




6장은 벽화를 다룬다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굴 벽화는당시 인간이 동굴에 그리기 좋아해서그린  아니다밖에 그린 것은 남아 있는  별로 없고동굴 깊숙이 매우 사적이고  집단만의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 남긴 것이다비밀스럽고 사적이기에 깊숙이 그렸고그것이 남아 있기에 동굴 벽화를 보고 당시의 일반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게다가 시기별로 그림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도 독특하다하지만 그림 실력이나 의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은현재의 시대를  많이 반영하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그리고 벽화는 결국 당시 인간과 집단의 규칙을 가르쳐주는 목적이 컸다.




마지막 7장은 신석기로 진입한 인간을 보여준다기후의 변화 덕분에 다양해진 자원그로 인한 인구의 증가와 농사건축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퍼져나간다. (우리가   느리지만구석기가수백 만년이고신석기가 불과 1  정도임을 감안해야 한다.) 정착하기도유목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간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222)


우리는 스스로 공진화하는 존재다환경에 영향을 받지만이를 이겨내고  버텨내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총균쇠> <지리의 > 환경적지리적 영향을 강조했다면그에 영향을 받지만  이겨내고진화할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는다.


(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 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 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 P2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배고픈 멧돼지 꿈터 그림책 7
이서연 지음 / 꿈터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고픈 멧돼지(글/그림 이서연)





1.사랑스러운 그림이다.

이 그림책의 그림은 물감이 종이에 흠뻑 젖은 듯해 포근하다. 물감이 종이를 참 사랑해야만, 종이에게 흠뻑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때 나올 만한 그림이다. 그림에서 자연은 인상을 잘 나타내며, 인물의 모습은 세밀하다. 자연은 멀리서 보는 듯하지만, 사람은 가까이서 보는 듯하다.


우리는 늘 곁에 있는 우리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지만, 정작 곁에 있는 자연은 멀리서 보는 듯하다. 작가의 그런 의도가 숨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포근하며 따스한 자연과 세밀하고 뚜렷한 사람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잘 어울린다.


영유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그림과 글이 좋다. 흉내내는 말, 특히 소리 흉냇말과 동작 흉냇말을 골고루 활용하면서, 읽기도 재미있고 생생한 표현도 살아 있다. 아이들이 흉내내는 말을 통해서 표현력을 기르기에 아주 좋다. 덩달아 부모님이 읽어주는 재미도 있다. “꼬르륵~ 꼬르륵!” 아마도 꼬르륵은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을 웃게 할 마법의 주문이 될 듯하다.




그림에 짜임새가 있고 앞의 그림과 뒤의 그림을 견주어 보면서 무엇이 변하고 달라졌는지 알기 쉽게 되어 있다. 초반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후반에서 감자를 맛있게 먹는 장면은 여러 번 되돌아 읽어도 계속 재미있고 흐뭇하다. 숲에서 잔치를 한다면 딱 저 모습일 것이다.


또한 그림으로 묘사한 장면들이 재미있다. 투박해 보이지만 섬세하며, 상황을 매우 깊이 묘사한다. 괴물의 실루엣이 보이는 장면에서는 두근두근하고, 방문을 사이에 두고 대치할 때는 놀라지만, 아궁이에 끼인 모습은 우스꽝스럽고, 꾀죄죄한 멧돼지의 모습은 처연하여 재미있다.




배고픈 멧돼지 말고도, 배고픈 숲속 동물들과 모두 함께 감자를 나눠 먹는 마지막 장면은 가슴이 따뜻해진다. 두런두런 모여 앉아 감자를 먹으며 무슨 말을 나누고 어떤 생각을 할지 이야기를 나눠도 재미있겠다.



2.정말 아름다운 내용이다.


산골 마을에 사는 미호와 미소. 부모님이 일 나간 사이, 작은 방안에 단 둘이서 감자를 먹는데 낯선 소리가 들린다. 문을 열려고 한다. 부지깽이로 찌른다. 멧돼지는 놀라고 화가 나서 문을 열려고 하지만 열리지 않자 부엌 아궁이로 들어가려 한다. 하지만 끼어버린다. 두 자매는 끼어버린 멧돼지를 구해주고, 꾀죄자하고 배고픈 멧돼지에게 감자를 건넨다. 때마침 찾아온 배고픈 숲속 동물들에게 감자를 대접한다.




감자는 땅에서 났다. 모두가 함께 먹을 만큼 넉넉하고, 게다가 가을이잖은가? 먹을 게 넉넉한 이 시기에, 숲속 동물들 배에선 모두 꼬르륵 소리가 난다. 먹거리가 사람에게만 있었나 보다. 자연과 숲의 모습은 아름다웠지만, 그 열매는 사람만 누렸나 보다.


배고픈 수많은 생명을 대신해 멧돼지가 방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배가 고프다고, 좀 나눠 먹자고 말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방문은 닫혀 있고,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 감자 냄새는 그렇게 풍겼으면서 말이다. 온 숲에.


단둘이 문을 닫고 작은 방에 있을 때, 미호와 미소에게 멧돼지는 ‘괴물’이었다.

문을 열고 끼어버린 멧돼지를 구한 후 마주했을 때 ‘배고픈 멧돼지’였다.

문을 닫고 보면 제대로 볼 수 없다. 문을 닫고 귀를 닫고 눈을 감은 채 바라보면, 그 누구라도 괴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문을 열고 마음의 눈을 뜨고 바라본다면, 또 모두가 친구다.




문을 열고 제대로 보았을 때, 비로소배고픈 한 마리의 멧돼지가 서 있고, 꾀죄죄하고 서글퍼 보인다.


요즘은 영유아 때부터 스마트폰을 보고 영상에 길들여진다. 엄마 품에서 차분하게 읽는 그림책, 그림 하나하나를 손으로 꾹꾹 짚어가며 보고 읽는 맛을 느끼기도 전에 핸드폰을 잡는다. 그림 하나의 소중함을 잃고, 손쉽게 접하는 자극적인 영상에, 우리 아이들의 마음도 자극적인 화면에만 길들여질까 두렵다.


하.지.만


눈을 뜨고 귀를 열고 있지만, 우리가 보고 듣는 핸드폰 속 세상은

창호지에 살짝 뚫어놓은 구멍일 뿐

대상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마음을 열고 바라볼 때라야만

대상을 제대로 볼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다.


우리가 문을 닫고, 우리끼리만의 세상에서 맛난 감자를 먹는 사이

방문 넘어에서는 배를 곯고 고통을 앓고 희망을 잃는다.


우리가 작은 창구멍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이

빙하가 녹고

북극곰은 길을 헤매며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라져간다.


아이들은 우리 어른들처럼 작은 창의 세상에서만 살지 않길 바란다.

문을 열고 나와 세상과 마주하며

곯고, 앓고, 잃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면 좋겠다.

녹고, 헤매고,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랑하면서 지켜주면 좋겠다.


어쩌면 그보다 먼저

우리가 가진 감자나 조금 나눠 먹도록 하자.


(본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산골 마을 작은 집에 미호와 미소가 살아. - P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프로일라인 토트 / 이덕임 역)


어릴 적 죽음이 두려웠다. 죽음이 가진 적막과 막연하게 느껴지는 통증, 끝이라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생긴 것이 아니었고, 그저 나에게 느껴진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은 조심스러운 대상이고 신중해야 하며, 위험한 것이 되어버렸다.

성당에서 장례미사 복사를 설 때면,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유족들의 슬픔이 모든 것을 덮었기에, 죽음은 절망과 슬픔이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사망자들은 그 누구도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다. 안타깝고 억울하며, 희생된 죽음이었기에, 죽음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선 신중하게 다가가야 하고, 시신에 대한 궁금증은 악하고 부정한 것,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의 저자 ‘프로일라인 도트’(뜻 : ‘죽음 여사’, 본명 유디트 부라우나이스)는 나와 다르게 죽음을 보고 자랐다.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좋은 심성과 좋은 길로 끌어주는 가족이 있었다.


유디트가 어떤 아이로 자랐는지는, 어릴 적 그녀의 말 한 문장으로 알 수 있다.

“세상에! 건물 하나에 죽은 사람이 가득 차 있다니!”

(빨간 벽돌로 된 병리과 건물에 있는 시신 안치소를 보며 하는 말)


자신의 적성과 꿈을 깨닫고, 부검 어시스트 교육 기관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간호사인 유디트의 엄마는 유디트가 시신과 마주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때 유디트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저 신기함과 기쁨, 감사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56)


죽음을 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녀는 ‘부검 어시스턴트’ 일을 한다. 늘 죽음을 접하고, 부검하는 일이 직업이기에, 그가 원하던 직업을 찾아 열심히 일하며, 우리와는 다른 죽음을 다루며 살아간다.


저자가 모든 죽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죽음을 좋아하지 죽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살장의 경험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외외증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장례를 치르며, 죽음과 시신을 대하는 정중하고 깊이 있는 태도에 고개가 숙여진다.




죽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시신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저자에게 가장 힘들고 슬픈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족의 슬픔과 마주하는 일이다.

죽음은 느닷없이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듣는 사망 소식은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아픔이기에, 그 말을 전할 때에도 마음을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불길한 말을 해야 하며, 마음의 충격을 받을 준비를 하며, 아픔을 마주하고 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죽음과 함께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지금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었을까?”(276)


죽음의 이야기는 늘 삶의 이야기이며, 죽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 역시 삶에 관해서다. 죽음을 잊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큰 부분을 놓치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두려움은 아니다. 행복했던 기억과 잠시의 작별이 슬픈 것이지, 죽음은 두렵지 않다. 삶의 한 부분인 죽음으로, 이 삶을 완성하기에, 삶이 완성될수록 죽음을 보는 안목도 깊어지리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요즘 아이들도 똑같이 갖고 있다. 죽음, 귀신, 영혼, 악귀, 유령.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똑같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에 대해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나는 진심으로 귀신이나 영혼이 우리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두렵고 무서울 것 같냐고? 귀신이 괴롭히면 어떡하냐고? 나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안다. 귀신이든 악귀는 내 곁에 있을 리가 없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걔들을 가만 둘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면 한참을 떠들 자신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라 고마움과 그리움이다.


이 책은 죽음 자체를 다룰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과정을 다룬다. 시신을 수습하고 필요에 따라 부검하며, 염과 습 과정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그 후의 장례 절차와 매장 혹은 화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검 어시스트인 저자의 글이기에,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묘사된다. 예를 들어, 엎드려 죽은 남자의 얼굴은 사후 생긴 시반 때문에 보랏빛이 된다.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는 부인에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그런 과정에 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118) 또한 산모의 태 안에서 죽은 아기와의 작별 의식을 준비하며, 손상된 아기의 몸을 정리하면서도, 아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자신일  뿐, 사랑하는 부모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장면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123)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에 놀라기도 한다. 열심히 부검한 뒤에 즐기는 환락의 파티, 신생아 사망자에 대한 무심함은 직업적인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기에 만들어낸 방어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자에 따라 주의해서 읽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죽음이 가진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일요일 오전에 뚝딱 읽어낼 만큼 쉽고 매끄러운 문장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길 추천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임을 밝힙니다.)


#천국에도분명고양이가있을거예요

#프로일라인도트

#디자인하우스



"죽음과 함께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지금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었을까?" - P27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죽음은 결국 삶의 이야기다. 죽음을 말하는 건 어떻게 살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