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 25년간 부검을 하며 깨달은 죽음을 이해하고 삶을 사랑하는 법
프로일라인 토트 지음, 이덕임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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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

(프로일라인 토트 / 이덕임 역)


어릴 적 죽음이 두려웠다. 죽음이 가진 적막과 막연하게 느껴지는 통증, 끝이라는 절망감 때문이었다. 그것은 누구에게 배워서 생긴 것이 아니었고, 그저 나에게 느껴진 것일 뿐이었다. 그래서 죽음은 조심스러운 대상이고 신중해야 하며, 위험한 것이 되어버렸다.

성당에서 장례미사 복사를 설 때면, 죽은 자를 떠나보내는 유족들의 슬픔이 모든 것을 덮었기에, 죽음은 절망과 슬픔이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나오는 사망자들은 그 누구도 행복한 죽음이 아니었다. 안타깝고 억울하며, 희생된 죽음이었기에, 죽음에 관한 부정적인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죽음에 대해선 신중하게 다가가야 하고, 시신에 대한 궁금증은 악하고 부정한 것, 경계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책 <천국에도 분명 고양이가 있을 거예요>의 저자 ‘프로일라인 도트’(뜻 : ‘죽음 여사’, 본명 유디트 부라우나이스)는 나와 다르게 죽음을 보고 자랐다. 죽음에 대한 호기심이 컸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발현할 수 있는 좋은 심성과 좋은 길로 끌어주는 가족이 있었다.


유디트가 어떤 아이로 자랐는지는, 어릴 적 그녀의 말 한 문장으로 알 수 있다.

“세상에! 건물 하나에 죽은 사람이 가득 차 있다니!”

(빨간 벽돌로 된 병리과 건물에 있는 시신 안치소를 보며 하는 말)


자신의 적성과 꿈을 깨닫고, 부검 어시스트 교육 기관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 간호사인 유디트의 엄마는 유디트가 시신과 마주할 소중한 기회를 제공한다. 그때 유디트는 이렇게 생각한다.

“그저 신기함과 기쁨, 감사한 느낌이 들 뿐이었다.”(56)


죽음을 대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그녀는 ‘부검 어시스턴트’ 일을 한다. 늘 죽음을 접하고, 부검하는 일이 직업이기에, 그가 원하던 직업을 찾아 열심히 일하며, 우리와는 다른 죽음을 다루며 살아간다.


저자가 모든 죽음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죽음을 좋아하지 죽임을 좋아하지 않는다. 도살장의 경험이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외외증조부모님과 외조부모님, 그리고 아버지의 죽음과 장례를 치르며, 죽음과 시신을 대하는 정중하고 깊이 있는 태도에 고개가 숙여진다.




죽음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보고, 시신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저자에게 가장 힘들고 슬픈 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족의 슬픔과 마주하는 일이다.

죽음은 느닷없이 다가온다. 누군가에게 듣는 사망 소식은 유가족들에게 크나큰 아픔이기에, 그 말을 전할 때에도 마음을 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불길한 말을 해야 하며, 마음의 충격을 받을 준비를 하며, 아픔을 마주하고 대비할 시간을 주어야 한다.


“죽음과 함께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지금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었을까?”(276)


죽음의 이야기는 늘 삶의 이야기이며, 죽음이 말하고자 하는 것 역시 삶에 관해서다. 죽음을 잊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삶의 큰 부분을 놓치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다. 죽음은 슬프다. 그러나 두려움은 아니다. 행복했던 기억과 잠시의 작별이 슬픈 것이지, 죽음은 두렵지 않다. 삶의 한 부분인 죽음으로, 이 삶을 완성하기에, 삶이 완성될수록 죽음을 보는 안목도 깊어지리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요즘 아이들도 똑같이 갖고 있다. 죽음, 귀신, 영혼, 악귀, 유령. 모두 비슷비슷하지만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는 것도 똑같다. 그런 아이들에게 이에 대해 늘 이야기하는 것이 있다. 나는 진심으로 귀신이나 영혼이 우리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 두렵고 무서울 것 같냐고? 귀신이 괴롭히면 어떡하냐고? 나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걸 안다. 귀신이든 악귀는 내 곁에 있을 리가 없다.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걔들을 가만 둘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할머니를 만나면 한참을 떠들 자신도 있다. 그래서 나에게 죽음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라 고마움과 그리움이다.


이 책은 죽음 자체를 다룰 뿐만 아니라, 죽음 이후의 과정을 다룬다. 시신을 수습하고 필요에 따라 부검하며, 염과 습 과정의 의미를 가르쳐 준다. 그 후의 장례 절차와 매장 혹은 화장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부검 어시스트인 저자의 글이기에,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사실적이고 정교하며,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힐 듯 묘사된다. 예를 들어, 엎드려 죽은 남자의 얼굴은 사후 생긴 시반 때문에 보랏빛이 된다. 그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는 부인에게, 남편의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그런 과정에 관한 묘사가 인상적이다.(118) 또한 산모의 태 안에서 죽은 아기와의 작별 의식을 준비하며, 손상된 아기의 몸을 정리하면서도, 아기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자신일  뿐, 사랑하는 부모는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하는 장면도 무척 기억에 남는다.(123)  


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저자의 독특한 사고방식에 놀라기도 한다. 열심히 부검한 뒤에 즐기는 환락의 파티, 신생아 사망자에 대한 무심함은 직업적인 영향이기도 하겠지만,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기에 만들어낸 방어막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독자에 따라 주의해서 읽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이 모든 과정을 통해서 죽음이 가진 그 의미를 깊이 있게 들여다 본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무엇보다 일요일 오전에 뚝딱 읽어낼 만큼 쉽고 매끄러운 문장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길 추천한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솔직한 후기임을 밝힙니다.)


#천국에도분명고양이가있을거예요

#프로일라인도트

#디자인하우스



"죽음과 함께 살면서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다. 항상 죽음을 염두에 두는 삶을 살지 않았다면,지금 내가 알고 있는 이 모든 것을 과연 깨달을 수 있었을까?" -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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