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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 선사 시대에서 우주 시대까지 살아남은 단 하나의 인류 ㅣ 인싸이드 과학 2
프랑수아 봉 지음,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김수진 옮김 / 풀빛 / 2022년 9월
평점 :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
(프랑수아 봉 글 / 오로르 칼리아스 그림 / 김수진 역 / 풀빛)
우리는 사피엔스다. 스스로 ‘슬기롭다’고 이름 지은 게 좀 부끄럽긴 하지만, ‘슬기’ 덕분에 우리는다른 생물들과 다른 지위로 살았다. 그것이 자연에 좋은 방향이든 그렇지 않든 말이다.
우리 사피엔스가 유일한 인류였던 건 아니지만, 유일하게 남은 인류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인류가 있었지만 우리가 살아남은 이유는 무엇일까?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를 통해서 사피엔스의 인지혁명 덕분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가상의 실재를 믿는 사피엔스의 특징 덕분이라고 덧붙인다. 개괄적인 사실은 <사피엔스>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사피엔스의삶은 어땠는가?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어떻게 다르며, 그 전의 하빌리스, 에렉투스와는 무엇이 다른가? 그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았는가?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우리 사피엔스가 살아남은 이유만이 아니라 정말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 아니 ‘살았는지’를 알려준다. 그것을 말하기 위해서 에렉투스, 하빌리스와의 차이와 특징, 사피엔스들의 생존과 방식, 그리고 자신을 ‘외면화’하는 과정과 방식을 통해서, 사피엔스가 어떻게의사소통 했는지를 알려준다.
쉽게 말하자면, <사피엔스>는 사피엔스만 살아남은 주요 특징과 특질을 다룬다면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사피엔스의 인류학적 특징, 집단과 이동, 그들의 네트워크와 사고의 외면화 과정에 대해서 보여준다. <슬기로운 사피엔스 생존기>는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와 이상희의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되었을까?>의 사이쯤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1장에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즉 남방의 유인원에 불과했던 존재가 어떻게 지구 전지역으로 퍼지고 사피엔스의 지위에 올랐는지를 보여준다. 그저 인지혁명만의 결과가 아니라, 도구와 불의 발견에 따른 적응의 결과가 진화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즉 같은 호미니드 종 안에서 일어난 공진화 덕분이라는 결론을 보여준다. 매우 인상적인 결론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의미이니까.

2장에서는 사피엔스가 전 지구를 장악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기후 변화에 따라서 이동하게 된 영악한(?) 사피엔스는 이동한 그 지역의 지리적, 생태적 특정에 금세 적응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불리기 위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한다. 그리고 다른 곳에 이미 완전히 적응한 다른 집단과 만나 교류하기도 한다. 사피엔스의 유전자에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가 남아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재미있는사실은 남성 네안데르탈인과 여성 사피엔스가 낳은 아이는 없고, 남성 사피엔스와 여성 네안데르탈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의아하고 궁금하다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3장에서는 우리를 8만 년 전의 사피엔스 혹은 네안데르탈 무리로 데려다 준다. 그들의 일상과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생각지 못한 악취와 만날 땐 주의하길 바란다. 그리고 3만 년 전의 사피엔스를 만났을 때는 개에 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기존에 알던 이론과 다르게, 개를 키우기 시작한목적이 사냥만이 아니라 이동하기 위함도 있었다는 점이다. 썰매개의 기원은 수만 년은 넘었을 것으로 보인다.

4장에서부터 자신을 외면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그 시작은 ‘죽음’에 관해 다루는 사피엔스들의 모습인데, 당시의 시신은 치창하여 묻었고, 죽은 자를 대하는 방식이 조심스러웠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의 매장 방식은 그 지역만큼이나 다양하기에 시신 처리와 매장 방식을 볼 때 각 지역의 매장 문화가 달랐지만, 결국 죽음을 걱정하고 염두에 두고 살았다.

5장에서는 장신구를 다룬다. 그러나 남은 장신구는 시신에 있는 것일 뿐이기에, 그들이 자신을 꾸민 방식, 가령 문신이나 치장에 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몸치장을 통해서 자신을 드러내거나 집단에서의 지위를 보여주고, 혹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정보를 알리기 위해 치장했다는 설이 인상깊다. 하긴 지금도 우리는 서로의 옷과 치장을 보며 상대를 파악하니, 그때의 인간과 지금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6장은 벽화를 다룬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동굴 벽화는, 당시 인간이 동굴에 그리기 좋아해서그린 게 아니다. 밖에 그린 것은 남아 있는 게 별로 없고, 동굴 깊숙이, 즉 매우 사적이고 그 집단만의 무언가를 그리기 위해서 남긴 것이다. 비밀스럽고 사적이기에 깊숙이 그렸고, 그것이 남아 있기에, 이 동굴 벽화를 보고 당시의 일반적인 변화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게다가 시기별로 그림수준에 차이가 난다는 것도 독특하다. 하지만 그림 실력이나 의미를 파악하고 판단하는 것은, 현재의 시대를 더 많이 반영하기에 주의해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그리고 벽화는 결국 당시 인간과 집단의 규칙을 가르쳐주는 목적이 컸다.

마지막 7장은 신석기로 진입한 인간을 보여준다. 기후의 변화 덕분에 다양해진 자원, 그로 인한 인구의 증가와 농사, 건축 등,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퍼져나간다. (우리가 볼 땐 느리지만, 구석기가수백 만년이고, 신석기가 불과 1만 년 정도임을 감안해야 한다.) 정착하기도, 유목하기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간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 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 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222)
우리는 스스로 공진화하는 존재다. 환경에 영향을 받지만, 이를 이겨내고 또 버텨내면서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총균쇠>와 <지리의 힘>이 환경적, 지리적 영향을 강조했다면, 그에 영향을 받지만 또 이겨내고진화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우리 자신임을 깨닫는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쓴 솔직하고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인간은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지배하는 방식에 따라 행동적, 생물학적 차원에서 영향을 받는데, 이런 방식은 하룻밤 만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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