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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ㅣ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피피 스포지토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평점 :

<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스푼북)
인간은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의 몸속을 꼼꼼히 뒤져봐도,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의식’이다. 그런데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기억이 돌아온다면 다행이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이들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을 잃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다. 컴퓨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 ‘의식’을 타인에게 ‘백업’하는데, 그 방식이 분산이다. 그래서 기억을 잃는다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분산된 자신의 ‘의식’을 조금씩 찾아와 복구하여, 비교적 온전한 자신을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핵심은 ‘기억’이며, 우리는 기억으로 기억된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코코>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우리 존재가 사라지는 시기는, 자신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라는 영화적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는 기억으로 남기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정말 우리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이라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우리가 복구된다면, 어쩌면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온전한 나 자신으로 불리면 좋겠지만, 그건 우리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푼북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만든 <S클래식 : 찰스 디킨스>를 통해서, 디킨스의 작품을 쭉 훑어가는 중이다. 이번에 도착한 책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누구나 다 알지만, 정작 원작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이 없는 그 작품이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캐럴>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스크루지’라고 말하면, ‘아하~’하고 다 알아챈다. 제목보다 주인공 이름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고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 아이들은 이 책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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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된 스크루지.
스크루지는 구두쇠다. 밑에서 일하는 직원 밥에게 월급을 무척 짜게 주고, 사무실을 데울 장작이 아까워서 촛불에 의지할 정도다. 차고 넘치도록 돈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가족, 이웃들과 잘 지내는 것도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 프레드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유쾌하게 초대해도 핀잔을 주며, 크리스마스 날 하루 쉬는 밥이 탐탁찮다. 그는 그렇게 아끼고 절약하며 살지만, 그가 사는 삶은 그의 집처럼 구석지고 어둡다.
그런 그에게 가장 친했던 동료 마레의 유령이 찾아오며, 스크루지를 위해 얻어낸 희망을 주겠다고 하며 사라진다. 그날 밤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유령을 만난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여동생, 일을 가르쳐 준 어르신, 그리고 단 한 번의 사랑을 보여준다. 스크루지는 그 장면을 무척 힘겨워한다. 자신에게도 행복하고 희망찬 과거가 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현재의 유령이 찾아와 스크루지의 직원 밥의 가족을 보여준다. 아픈 아들을 돌보면서도 스크루지에게 감사한 밥의 가족을 보고, 삼촌을 생각하는 조카 프레드를 통해서, 지금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다. 방 한 구석에서 입을 다문 채 지켜보는 스크루지의 모습은 애처롭고 처량해 보인다. 스크루지를 미래로 데려간 유령은 스크루지의 죽음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과 오히려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스크루지는 잠에서 깨며, 다시 한 번 얻게 된 삶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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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는 늘 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할 때, 우리에겐 늘 세 개의 목숨이 있었다. 무모한 시도로 하나의 목숨을 잃어도 여전히 둘이 남아 있고, 실수로 목숨을 잃어도 아직 기회가 있었다. 손에 땀을 쥐며 했던 세 번째 목숨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한 판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의 게임도 다르지 않다. 죽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는 늘 주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불친절한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죽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그렇게 하면 죽는다는 거 배우고, 다시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게임에서 죽음이 새로운 기회라면, 삶에는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그 뒤에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 기회는 계속 있다. 이것이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스크루지가 세 유령이 준 기회를 통해서,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돈이 아닌 자신과 주변의 행복을 위해서 변화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기회를 통해서 변화할 수 있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품이 큰 사람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통해서 발전하고 나아간다. 스트레스와 시련, 아픔과 상처는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독서, 깊은 사유와 쓰기는 그러고도 남은 세 번째기회다. 무한하게 반복되는 두번 세번의 기회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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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힘이 강해지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모든 것이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정작 우리는 주변을 잃게 되었다. 아파트에 살며 모두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서로를 볼 수 없게 된 것처럼, 개인주의적인 삶은 곁의 가족과 친구, 이웃을 돌아볼 여유를 앗아간 것 같다.
아이들은 더 그렇다. 함께 노는 일이 점점 귀해지고, 방에 앉아 폰으로 게임하고 유튜브 보는 일이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나도 행복해야 하지만, 우리 함께 더불어 행복해야 하고,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혼자여도 즐겁지만 함께 할 때 더 행복하다는 것도 배우고 익히고 살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쓴 자유로운 서평입니다.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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