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이상한 무인 가게 시리즈 1
서아람 지음,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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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

(서아람 글 / 안병현 그림 / 라곰스쿨)




차가운 아이스크림 속에

따뜻한 마음이 포근하게 담겨 있다.


음펨바 효과란, 같은 냉각 조건에서 뜨거운 물이 찬 물보다 더 빨리 어는 현상을 말한다. 끓는 물이 갑자기 영하 30도 정도의 추위와 만나면 순식간에 얼어, 눈이 되어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변화가 우리에게 갑자기 닥친다면, 그건 즐거운 일일까, 아니면 당혹스런 일일까?


아이들은 빠른 변화를 기대한다. 운동을 배우면 바로 선수가 될 것 같고, 새로운 취미가 생기면 바로 전문가가 되길 바란다. 기타를 사주자 곧바로 고급 스킬부터 시작하는 아들래미를 보면, 어린 시절 나 역시 그랬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갑작스러운 변화는 잠시의 행복, 잠깐의 즐거움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 갑작스런 변화가 가져온 문제와 마주한다.


<이상한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는 독자들이 잘 알고 있는 형태의 이야기다. 첫 장을 읽는 순간, 식상함이 성급하게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상한 가게, 특별한 간식, 독특한 맛의 묘사, 그걸 먹은 아이들의 변화, 그리고 깨달음. 저마다 가게의 형태와 내용이 조금 다를 뿐, 비슷한 소재는 아닐까 하는 실망감으로 이 책을 읽었다. 그런데 단언컨대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일곱 가지 맛 아이스크림으로 이뤄진 이야기와 배경이 되는 한 편의 이야기가 진심으로 재미있다. 그리고 문학적인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며, 아이들의 심리와 성장, 감정 묘사가 탁월한 작품이다.


학원 때문에 너무 바쁘고 피곤해 자신을 대신 해줄 뭔가를 찾는 안소미

쌍꺼풀을 갖고 싶은 김민서

너무 바쁜 아빠가 좀 게을러져서 자신과 놀아주길 바라는 최민준

식탐이 많아 통통해서 날씬해지고 싶은 오현주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은 임수아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되돌리고 싶은 최지훈

이불에 오줌을 싸는 송시우


아이들은 저마다 바라는 것이 있고, 바라는 것을 얻으면 잠시 즐거워지지만, 그것이 온전히 행복해지지 않는다. 빛과 그림자처럼, 자신이 바라고 필요한 일은 양면성이 존재하며, 갑작스런 변화는 음펨바 효과처럼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곳은 어떤 의미에서 소원을 들어주는 아이스크림 가게인데, 소원이란 늘 그렇듯이 들어주는 사람의 주관적 해석이 가미되므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순조롭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긴 주관적 해석이 없더라도, 우리가 바라는 소원이란 두루뭉술한 형체의 단면이므로 이뤄진 소원에 만족하긴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되돌리고 싶은 지훈이의 이야기는 가장 인상적이고 깊이 있는 수작이다. 지훈이의 소원은 자신을 위한 변화를 바랐던 다른 여섯 아이와 달리 자신이 아닌 할머니의 변화를 바랐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변화의 행운을 남에게 돌리는 것은 아이다운 순수함만으로 할 수 없는, 깊은 진심이 담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 책의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이 있으면서, 자신이 못하는 것만 보려고 했다. 힘겨웠지만 웃을 수 있었고, 잘 하는 걸 보여달라는 ‘무인’의 요청에 보여줄 것이 하나쯤 있는 아이들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다들 많이 가지고 있으면서,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지려던 아이들이었다. 부족하다 생각한 그것을 채워주는 아이스크림 가격은 역설적이게도 자신이 넘치도록 가진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를 너무 어리석게 바라볼 필요는 없다. 욕망은 우리를 병들게 하지만, 욕망은 우리가 노력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재미있는 장면도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자신의 장기를 보여준 아이들에게

무인 아이스크림 사장은 아무거나 원하는대로 가져가라고 하지만, 약속이나 한듯 하나만 가져가는 아이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변하고자 하는 계기, 변화의 맛을 보는 것이었다.


서평을 다 쓴 뒤에야 작가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텔레비전을 보지 않고 요즘엔 예능과 뉴스도 별로 보지 않기에 이 작가가 전직 검사라는 걸 알고 놀랐다. 검사님이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이력을 찾아보니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웹소설로 탄탄하게 다져진 실력이 글에서 보이고,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이야기의 모티브를 잘 풀어낸 점도 좋다. 비슷한 이야기가 홍수를 이루지만, 그 안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수작임에 틀림없다. 2편이 나오리라 예상하는데 1편이 고민을 다뤘다면 2편은 관계를 다루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이제는 아이가 읽을 차례다. 아이는 무엇을 느끼고 생각했을지 기대된다.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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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퍼필드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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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코퍼필드>(찰스 디킨스 / 스푼북)


스푼북에서 초등 대상으로 한 찰스 디킨스의 작품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읽지 못한, 차마 손대지 못한 책마저도 초등대상으로 나온다니, 정말 기대되는 일이다.


이번에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은 <데이비드 코퍼필드>다. 완역본 도서는 1000쪽을 훌쩍 넘는데, 큰맘 먹고 읽어야 할 만큼 긴 호흡으로 읽어야 할 책이다. 그런데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나온다니, 애들과 함께 돌려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즐겁다.


이 책의 작가 찰스 디킨스는 힘든 어린 시절을 보냈다. 공장의 어린 노동자로서 일하기도 했고, 낮은 계층 사람들의 삶을 직접 살아보았기에, 그의 작품에는 그 시절의 이야기와 그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온기가 담겨 있다. 찰스 디킨스가 죽었을 때, 영국의 노동자들은 ‘우리들의 친구가 죽었다’라고 말했을 정도라고 하니, 노동자들의 친구가 위대한 작가라는 점에서, 영국인들이 이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데이비드 코퍼필드>에는 저자의 어린 시절 경험과 당시의 사회 모습이 잘 드러나고, 주인공이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모습이 인상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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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데이비드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는 죽었고, 엄마는 어린 데이비드를 하녀 클라라의 집으로 보낸다. 힘든 시기에, 잠시나마 행복했지만, 돌아온 집에는 달갑지 않은 새아빠가 와 있었다. 엄격한 새아빠는 데이비드를 기숙학교인 살렘하우스에 보내고,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도 책을 가까이 하고 친구들과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에 집으로 가지만, 새아빠는 데이비드를 쫓아내고, 데이비드는 변호사 일을 돕는 미코버 씨 가족과 잠시 살다, 고모 할머니를 찾아 떠난다. 고모 할머니는 데이비드의 사정을 알고, 새아빠로부터 떨어뜨려 놓고 자신이 입양한다.


데이비드는 학교를 다니는 동안 위크필드라는 변호사 집에서 지내는데, 위크필드 씨 밑에서 일하는 유라이어라는 사람은 어딘가 음흉한 사람이었다. 그는 위크필드에게 가스라이팅을 하며 자기 발아래 두고 조종하려 하고, 위크필드와 일하게 된 미코버 씨도 유라이어의 정체를 알고 걱정하며 돕는다.


데이비드가 성장하여 변호사 일을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유라이어는 본색을 드러내는데, 데이비드와 미코버는 유라이어를 막을 수 있을까? 그리고 위크필드 씨의 사랑스런 딸 아그네스는 유라이어 손에서 벗어나 데이비드와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데이비드는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그저 받아들이기만 하지는 않는다. 어른들의 뜻대로 움직이던 어린 시절에서 벗어난 데이비드는 고모 할머니와 좋은 어른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사랑하고 올바르게 선택하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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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읽는 세계 문학은 관심을 유발하여 더 깊은 도서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다. 아무리 위대한 책이라 하더라도 문장 표현과 어휘, 글의 분량에 가로막혀 읽지도 이해하기도 어려운 일이 많다. 그래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적절히 정리하고 요약한 세계문학이 스푼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점이 고맙다.


하긴,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과 4대 비극도 완역본을 대본으로 읽기에는 모두가 다 부담스럽지만, 소설처럼 정리해서 읽거나, 아동 청소년용 문고판으로 읽는다면 충분히 도전해볼 만하다.




아이도 이 책을 금세 잘 읽었고, 내용 이해는 물론이고 그 역할에 따른 인물 분석도 쉽게 해내었다. 산티아고 갈레라는 독특한 그림체의 작가는 인물에 대한 묘사를 매우 직관적으로 보여주기에, 그림만 봐도 이 인물의 특징과 앞으로의 모습을 예측하기도 쉬워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읽지 않아도 되어 좋았다고 한다. 게다가 권선징악, 상선벌악,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유쾌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짧은 동화인 만큼, 가려지고 누락된 내용이 많기에, 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그 전후 상황을 알기 어렵고,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만, 함께 나누고 깊이 생각할 부분이 부족한 점은 아쉽다. 따라서 이 책은 아이 혼자만 읽게 두지 말고, 부모나 선생님이 함께 읽으면서 간단히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것만으로도 더 깊은 독서가 되리라 생각한다.


부끄럽게도, 이 책을 읽은 후에야 완역본을 읽을 용기가 생겼다. 바로 옆 도서관에 책이 있다고 하니 오늘은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려 읽겠다.


소중한 도서를 보내주신 ‘스푼북’에 감사를 표한다.


2023.03.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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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2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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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켄 리우 / 황금가지)


켄 리우의 새로운 단편집이 나온다는 소식에 반가워했다. 너무나 <종이동물원>에서는 SF가 우리 사회 문제에 어떻게 녹아들 수 있으며, 인간의 관계와 감정을 새롭게 풀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동안의 SF가 공간적 배경의 확장을 다루었다면, <종이동물원>은 정서적 배경의 확장을 나타낸 것 같았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는 시간적 배경을 확장한다. (물론 이 책의 단편들은 <종이동물원>보다 이전의 작품들로 보인다.) 작가는 이 책에서 SF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데, 그 시간을 과거로까지 확장한다. 과거로 가는 시간여행이 아니라, 과거 그 자체를 SF로 보여준다. 대체역사 혹은 스팀펑크 같기도 한데, 저자는 여기에 실크펑크라는 장르로 명명한다. 과거 역사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다루는데, 그 속에 SF 요소를 담아낸 점이 독특하다.


<신들은 죽임당하지 않을 것이다>는 2010년에서 2015년까지 켄 리우의 작품을 엮은 책이다. 작가가 엮은 책이 아닌 옮긴이가 엮은 단편집임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여겨 볼 것은 단편집 속에 있는 연작이다. 2014년에 쓴 작품으로,<신들은 목줄을 차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순순히 죽지 않을 것이다>, <신들은 헛되지 않지 않았다> 세 편의 포스트 휴먼 3부작이다. 이 책의 제목도 이 연작을 바탕으로 만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연작으로 이어지는 이 단편은 여자 아이 ‘메디’의 이야기다. 로고리즘스의 직원이었던 아빠가 죽자 회사에서는 메디의 아빠를 인공지능으로 만들어, 서버에 넣는다. 그가 가진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고 하지만, 정작 본인이나 가족의 동의도 없고, 그의 창의성과 능력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포스트 휴먼이 된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다. 

인공지능이 된 아빠와 메디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SF문학에서 훌륭한 이정표가 될 장면이다. 메디의 아빠처럼 된 이들이 더러 있는데,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신’은 바로 이런 이들을 가리킨다. 포스트 휴먼, 혹은 신.


이들이 벌이는 게임과 문제점이 드러나고, 포스트 휴먼을 막으려는 이들과 살아남으려는 신들 사이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하고, 딸 메디의 입장에서 풀어가는 서사가 매력있다.




이 단편집의 몇몇 작품은 한국사와 관련이 있어서 흥미롭다. 임진왜란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북두’는 왜국의 침략에 명의 도움을 구하러 온 조선의 보병 장교 담원사의 이야기로, 이순신 장군과 명나라 장군 이여송 등, 익숙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나와 반가웠다. 적을 해칠 위대한 무기를 발명했음에도, 그 자료를 폐기하라는 명령을 내린 황제 만력제의 인품에 고개가 숙여졌고, 과학을 대하는 방식이 도덕적이어야 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우수리 불곰>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우수리 불곰을 잡는 모습을 통해서 역사적 사건이 개인적 아픔과 연결되며, 그 속에서 보여주는 공상과학적인 모습을 통해 대체역사물이 아니라도 SF가 역사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지 그 길을 보여주는 것 같아 놀라웠다.


이 외에도 무인 드론 조종사로서 겪는 트라우마를 보여주는 <루프 속에서>, 머나먼 우주에서 출발한 중성미자가 뇌의 한 부분을 건드리며 생겨나는 문제를 하루는 <1비트짜리 오류>, 비행선으로 물류를 옮기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부부를 통해 중국 여성 문제를 다루는 <장거리 화물 비행선>도 인상적인 작품이다. 특히 <장거리 화물 비행선>은 그 주제 면에서 <종이동물원>과 맞닿아 있었다.


켄 리우의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저자의 단편을 모았는데, 출판사와 역자가 그 내용과 방향에 매우 깊이 신경 쓴 점이 눈에 보였다. 또한 굳이 SF라는 타이틀이 없어도, 이야기 흐름을 따라 읽어나가는 그 자체로 흥미 있는 작품이다.


나는 켄 리우는 아직 그의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의 위대한 걸음의 시작이라 생각하며, 발전하고 변화하는 현대 과학과 사회의 모습에 발맞추어, 작가는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작품을 더 내놓으리라 생각한다.


중국 출신의 미국인 작가이기에, 중국과 한국, 주변 아시아 국가에 대한 애정, 과거를 기반으로 한 평화로운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을 기대해 본다.


2023.03.05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자유로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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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반려 닭, 코코 찰리의 작은 책꽂이
이명희 지음, 최지영 그림 / 찰리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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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의 반려닭, 코코>(이명희 글 / 최지영 그림 / 찰리북)


찰리북 출판사에서 기가막히게 재미있는 책이 한 권 나왔습니다. 제목에서 보듯, 반려닭을 키우는 얘깁니다. 세상에, 반려닭입니다, 꼬꼬!


민지는 할머니를 따라 간 장터에서, 오리를 따라 온 병아리를 공짜로 얻습니다. 마음씨 좋은 시장 할머니가 손녀딸과 같은 나이라며 선물해준 거지요. 할머니와 민지의 작전에, 털 알러지가 있는 민지 엄마도 어쩔 수 없이 당분간 키우게 합니다. 반려닭 이름은 ‘코코’로 짓지요.


그런데 병아리를 키우다니요? 21세기 아파트에서요? 그게 가능할까요? 하긴 생각해 보면 집에서 강아지와 고양이를 키우는 일도 수만 번 번거로워야 하는 일이고, 사람과 동물이 서로를 배려해야만 가능한 일이기에, 그렇게 마음을 쓴다면, 병아리라도 같이 살지 못할 일은 없지요.


하지만 반려닭 키우기는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여기저기 똥을 싸고 털을 날리는데, 엄마에게 구박받는 병아리 코코가 참 안타깝습니다. 민지는 그런 코코에게 재능을 발견하고 여러 훈련을 시키지만, 코코의 머리로는 어려운 일일까요? 게다가 조류독감이 퍼지면서, 코코를 키우는 민지네도 불안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민지는 코코와 산책하면서 세상을 구경시키고, 코코는 금세 동네 인기 스타가 됩니다. 게다가 엄마가 무서워하는 바퀴벌레가 나오자 코코는 어떻게 했을까요?




하지만 반려닭 코코를 키우는 일은 생각만큼 만만치 않습니다. 건강검진을 위해 병원에 가도 닭은 진료하지도 않습니다. 민지와 엄마는 시골 할머니댁을 다시 방문하는데, 자연 속에서 코코는 더 행복해 보입니다. 밭일을 돕다 잠시 화장실에 갔을 때, 민지 앞에 뱀이 나타납니다. 과연 뱀에게서 민지를 구해주는 슈퍼 영웅은 누구일까요?




이 책은 참 쉽고 재미있습니다. 저학년 아이들 대상이지만, 글밥도 꽤 많기에 그림책과 쉬운 책에서 조금 더 수준 있는 책으로 넘어가는 아이들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재치있는 표현으로 문장력과 어휘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며, 재미있고 통통 튀는 그림이 이해를 돕고, 깊이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이와 연기하듯 읽어도 아주 재미있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개성이 존중받는 시대입니다. 각자의 개성은 우리 문화의 토대이며, 우리 사회을 다채롭게 만들고 꾸준히 성장하게 하는 힘이지요. 남들처럼 살기보다는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지금 아이들에게, 남과 달라도 문제 없다는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동화입니다.


그러면서 동물을 이중적으로 바라보는 우리의 편협한 시각을 부끄럽게 만듭니다. 닭은 그저 우리의 치킨이 되는 동물이 아니라, 꼬꼬 하며 살아 있는 아름다운 생명이며, 우리가 정말 고마워해야 하는 생명체임을 깨닫게 합니다.


신해철의 <날아라 병아리>는 그의 경험으로 만든 노래인데 함께 잘 지내던 반려 병아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처음 죽음을 알게 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닌 세대들은 그런 병아리 한 마리쯤 키워본, 그리고 하늘나라로 보내본 경험이 다들 있을 테지요. 게중에는 중닭에서 수탉까지 키워본 친구들도 있었는데, 얼마나 부러웠던지요. 하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그 수탉은 어디로 갔을까요?


우리가 가졌던 소중한 경험과 추억이 우리의 자양분이 되었듯,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저마다의 경험과 추억으로 가득차길 바랍니다. 반려닭도 좋고 도마뱀도 좋습니다. 뭐, 뱀이면 어떻습니까?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면서, 아이들이 느끼고 생각하며 품이 더 큰 아이로 성장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들에게 <오! 나의 반려닭, 코코>는 작은 생명을 소중히 여기며, 반려동물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마음 깊이 새기게 할 책입니다.


저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저마다 동물과 관련한 생활문을 써보면서, 책을 더 깊이 나눠봐도 좋겠습니다.


2023.02.18


*찰리북에서 제공해주신 도서로 쓴 자유로운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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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피피 스포지토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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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찰스 디킨스 / 스푼북)


인간은 기억으로 남는다. 


우리의 몸속을 꼼꼼히 뒤져봐도, 우리 자신을 찾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의식’이다. 그런데 사고로 기억을 상실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기억이 돌아온다면 다행이지만, 기억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결국 다른 이들을 통해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을 잃은 사람은 다른 사람의 기억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가는 것이다. 컴퓨터 방식으로 이해한다면, 우리는 우리 ‘의식’을 타인에게 ‘백업’하는데, 그 방식이 분산이다. 그래서 기억을 잃는다면 다른 사람의 기억 속에 분산된 자신의 ‘의식’을 조금씩 찾아와 복구하여, 비교적 온전한 자신을 찾아내는 것이다. 결국 우리의 핵심은 ‘기억’이며, 우리는 기억으로 기억된다.


그런 의미에서 예전에 봤던 애니메이션 <코코>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를 명확하게 설명한다. 우리 존재가 사라지는 시기는, 자신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때라는 영화적 설정은 매우 현실적이다. 우리는 기억으로 남기에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정말 우리가 존재했는지조차 모르게 되는 것이니 말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는 것도, 결국 우리 자신이라면,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도 중요하다.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우리가 복구된다면, 어쩌면 내가 누구인가 하는 것보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느냐가 더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온전한 나 자신으로 불리면 좋겠지만, 그건 우리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스푼북 출판사에서 야심차게 만든 <S클래식 : 찰스 디킨스>를 통해서, 디킨스의 작품을 쭉 훑어가는 중이다. 이번에 도착한 책은 <크리스마스 캐럴>이다. 너무나 유명하고, 누구나 다 알지만, 정작 원작 완역본을 읽어본 사람이 없는 그 작품이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 캐럴>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지만, ‘스크루지’라고 말하면, ‘아하~’하고 다 알아챈다. 제목보다 주인공 이름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책은 너무나 유명하고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처음은 있는 법, 초등 저학년과 중학년 아이들은 이 책을 접하지 못한 아이들도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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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기회를 얻게 된 스크루지.

스크루지는 구두쇠다. 밑에서 일하는 직원 밥에게 월급을 무척 짜게 주고, 사무실을 데울 장작이 아까워서 촛불에 의지할 정도다. 차고 넘치도록 돈이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고 가족, 이웃들과 잘 지내는 것도 아니다. 하나밖에 없는 조카 프레드가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에 유쾌하게 초대해도 핀잔을 주며, 크리스마스 날 하루 쉬는 밥이 탐탁찮다. 그는 그렇게 아끼고 절약하며 살지만, 그가 사는 삶은 그의 집처럼 구석지고 어둡다.


그런 그에게 가장 친했던 동료 마레의 유령이 찾아오며, 스크루지를 위해 얻어낸 희망을 주겠다고 하며 사라진다. 그날 밤 스크루지는 과거, 현재, 미래의 세 유령을 만난다. 과거의 유령은 스크루지의 어린 시절과 여동생, 일을 가르쳐 준 어르신, 그리고 단 한 번의 사랑을 보여준다. 스크루지는 그 장면을 무척 힘겨워한다. 자신에게도 행복하고 희망찬 과거가 있었지만, 어떻게 이렇게 되었을까? 현재의 유령이 찾아와 스크루지의 직원 밥의 가족을 보여준다. 아픈 아들을 돌보면서도 스크루지에게 감사한 밥의 가족을 보고, 삼촌을 생각하는 조카 프레드를 통해서, 지금 자신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본다. 방 한 구석에서 입을 다문 채 지켜보는 스크루지의 모습은 애처롭고 처량해 보인다. 스크루지를 미래로 데려간 유령은 스크루지의 죽음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들과 오히려 기뻐하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스크루지는 잠에서 깨며, 다시 한 번 얻게 된 삶의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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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는 늘 있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할 때, 우리에겐 늘 세 개의 목숨이 있었다. 무모한 시도로 하나의 목숨을 잃어도 여전히 둘이 남아 있고, 실수로 목숨을 잃어도 아직 기회가 있었다. 손에 땀을 쥐며 했던 세 번째 목숨은 그 어느때보다 신중한 한 판이었다. 이러한 방식은 지금의 게임도 다르지 않다. 죽고 나서 다시 시작하는 기회는 늘 주어진다.

재미있는 것은 대부분의 게임은 플레이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재미있는지를 가르쳐주지 않는다. 불친절한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은 ‘죽으면서 배우는 것’이다. 죽음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그렇게 하면 죽는다는 거 배우고, 다시 도전하고 나아가는 것이다.


게임에서 죽음이 새로운 기회라면, 삶에는 무수히 많은 기회가 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해도, 그 뒤에는 여전히 기회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 기회는 계속 있다. 이것이 삶이 준 가장 큰 선물일지도 모른다. 스크루지가 세 유령이 준 기회를 통해서,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돈이 아닌 자신과 주변의 행복을 위해서 변화한 것처럼, 우리도 그런 기회를 통해서 변화할 수 있다.


사람은 시련을 통해서 성장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며 품이 큰 사람이 된다. 아픔과 상처를 통해서 발전하고 나아간다. 스트레스와 시련, 아픔과 상처는 우리에게 두 번째 기회다. 그리고 끊임없는 공부와 독서, 깊은 사유와 쓰기는 그러고도 남은 세 번째기회다. 무한하게 반복되는 두번 세번의 기회를 통해, 우리는 조금씩 더 높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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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힘이 강해지면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일이 가장 중요해졌다. 모든 것이 개인을 중심으로 움직이며, 정작 우리는 주변을 잃게 되었다. 아파트에 살며 모두가 같은 풍경을 바라보지만, 서로를 볼 수 없게 된 것처럼, 개인주의적인 삶은 곁의 가족과 친구, 이웃을 돌아볼 여유를 앗아간 것 같다.


아이들은 더 그렇다. 함께 노는 일이 점점 귀해지고, 방에 앉아 폰으로 게임하고 유튜브 보는 일이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도록 해야 한다. 나도 행복해야 하지만, 우리 함께 더불어 행복해야 하고, 함께 하는 삶의 소중함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혼자여도 즐겁지만 함께 할 때 더 행복하다는 것도 배우고 익히고 살아야 하리라 생각한다.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불어 사는 삶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알려줄 거라 생각한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쓴 자유로운 서평입니다.


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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