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안드레스 게레로 지음, 남진희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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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안드레스 게레로 저 / 남진희 역 / 한울림스페셜)


‘한울림스페셜’에서 좋은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지며,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배경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래도괜찮아’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에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지요? 그래도괜찮아 마을에 사는 ‘행복한 사람’이라니. 아마 천국이 있다면, 그가 살고 있는 곳일 겁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는, 벽돌공이 짓는 집은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지곤 했고, 제빵사가 갓 구워낸 빵은 며칠 지난 빵처럼 딱딱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입니다. 자꾸만 길을 잘못 든 기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사흘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괜찮아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실수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지만, 늘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축구 시합에서 스무 골도 넘게 먹었는데, 열다섯 골을 먹은 다음부터는 한 골을 먹을 때마다 모두 다 함께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즐기고 재미있게 시합한 일이 더 행복합니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안 괜찮은’ ‘안 괜찮아’ 이장님을 본 주인공은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자신의 마을과 정반대인 ‘그러면못참아’ 마을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참 완벽하고 꼼꼼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그러면어때’만 빼고요.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결혼합니다. 주인공이 실수해도 ‘그러면어때’는 화내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아니까요. 과연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에게서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첫째는 ‘깐깐해’, 둘째는 ‘뾰족해’입니다. 얘들이 어떨지 짐작이 가죠?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나이를 먹고도 늘 행복합니다. 어느날 뾰족해가 낳은 아이 이보르가, 자신처럼 서툰 아이라는 걸 알고, 주인공은 행복해합니다. 이보르의 삶도 행복해질 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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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친절합니다. 마을과 인물의 이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책 내용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괜찮습니다. 읽는 내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의 ‘안괜찮아’ 이장님을 걱정하는 주인공은 “정말 안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묻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고, 작은 실수가 커다란 흉터처럼 남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우리는 정말 안 괜찮은데, 괜찮은 걸까요? 그래도 괜찮은데,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그물에 걸린 채로 아등바등 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의 그림도 매우 인상깊습니다. 전혀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그려내면서 인물의 심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단 세 가지 입모양만으로 기분을 나타냅니다. 주인공의 입모양이 처질 때가 있는데, 아들 깐깐해가 다르팀을 204대 0으로 이겼을 때입니다. 주인공은 왜 슬퍼졌을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또 인물마다 쓰인 색의 종류에 따라 인물이 겪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의 옷이 딱 한 번 변하는데,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참 의미있는 장면이지요?


글과 그림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이들을 향해 있음도 깨닫습니다.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고 완벽하기 힘든 이들입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나 경계성장애를 가진 이들, 자폐스펙트럼에 있는 이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을 보며 ‘안괜찮아’를 연발하는 모습은 우리와 꼭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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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 얼굴이 많이 떠오르네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놀다 보면,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뚜렷한 특징을 발견합니다. 공부나 놀이를 할 때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놀이를 예로 들자면,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이길 때까지 놀아야 합니다. 한 번 더를 계속 외치면서, 이길 때까지 해야 하고, 이기려고 하고, 이기려고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물론 이는 공부나 책읽기에도 적용되는데, 이 친구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경쟁’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발짝 물러선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지는 것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이겨도 엄청 기쁘지 않지만, 져도 불쾌해 하지 않습니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놀이를 ‘재미’로 여깁니다.


물론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과 상관 없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상을 대하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은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복해야 할 대상,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다른 하나는 즐거운 대상, 함께 노는 대상으로 이해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일을 하는데 한쪽은 그것을 ‘경기’라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놀이’로 여깁니다. ‘경기’라 생각하는 아이는 경쟁하고 승리하려 하지만, ‘놀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즐거워하고 만족합니다.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여겨서 본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려 노력하고, ‘행복’하려고 뭔가 시도하기보다는 ‘획득’하려고만 합니다. 이기려고, 획득하려고,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은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고 실패해선 안 되며, 대상을 이기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즐기며 하는 사람은 실패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으며, 이겨내지 못 하면 또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해내지 못한 것은 ‘패배’가 아니라, 해내지 못한 한 가지 방법을 알아낸 것 뿐이지요.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남보다 더 앞서야 하고,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의 삶과 행복보다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틀과 기준에 맞추려 사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결코 한가해지지는 않습니다.


대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데, 그것이 아이의 기질인 것 같기도 하고, 가정 환경이나 경험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것의 해결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괜찮아’가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잘못한 일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로 여겨야 합니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임을 알면 좋겠습니다.


———


‘그러면 어때?’

‘그래도 괜찮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문입니다. 


모두가 잘난 곳에서는 서로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곳에서는 서로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서툴고 모자란 곳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알아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삶과 실수와 잘못을 범했던 걸까요?


우리 아이들은 이 진실을 품에 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작은 책 한 권이 주는 삶의 진실을 부여잡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울림스페셜이 선사하는 가슴을 크게 울리는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통해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행복하게 걸어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2024.04.27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공감

#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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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사람

#느린아이

#경계성장애

#괜찮아

#한울림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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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 3 - 그 애와 함께 창비아동문고 328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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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3 - 그 애와 함께>(김남중 / 창비)


“어린이 독자들이 자전거 뒷자리에 작가를 태우고

가파른 비탈을 올라가서 연필을 쥐어주면서 만들어낸 동화”


<불량한 자전거 여행> 1권을 읽었을 때만 해도, 행복한 여정에 아쉬운 결말이었기에, 아이들이에게 ‘열린 결말’이 가진 묘미를 설명했었다.

한참 만에 2권이 나왔을 때는, 호진이와 부모 이야기에 맺음이 필요하기에 이 작품이 끝이라 생각했다.

3권이 나오고 나서야 깨달았다. 이 책 시리즈는 어린이 독자들이 작가를 끌고 나와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라는 걸.

어쩌면, 1, 2, 3권…. 이제 시작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재미만이 아니라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이야기 속 사건과 상황, 설정, 인물의 관계와 맞닥뜨린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알려준다. 인물 하나하나에 애정을 갖고 바라보다 보면, 엄마도 보이고 아빠도 보이고, 친구도 보이고, 당연히 자기 자신의 처지가 떠오른다.


3권의 부제는 ‘그 애와 함께’인데, 그 애는 누구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으로 읽었다.


1권은 가출한 호진이가 여자친구(여행하는 자전거 친구)에 참여한 이야기지만, 결국 호진이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이 여행을 통해 자신을 통해서 부모를 바라보고 이해하며, 타인을 품어줄 줄 아는 아이로 성장한다.


2권은 부모님과의 자전거 여행인데, 힘들고 어려운 일을 겪으며 서로의 소중함을 알고 부모님의 상황을 받아들이면서도 그 변화에 함께 한다. 호진이가 자기 가족을 바라보는, 그 관계를 다룬다.


3권은 가족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다룬다. 호진이는 제주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데, 이 여정에 함께 하는 사람은 은찬과 지우, 그리고 삼촌과 치연 누나다. 친구 관계 때문에 마음 쓰이는 호진이, 지우, 가족 때문에 힘들어 하는 은찬과 삼촌, 그리고 오로지 자신과의 싸움을 해내는 은찬의 모습을 보면, 3권은 그동안의 작품과 의미를 차곡차곡 넣어둔 느낌이었다.


호진이와 은찬, 지우. 이렇게 셋은 삼촌과 치연 누나의 제주도 여행에 따라가며, 셋만의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제주시에서 반시계 방향으로 도는 여정이다. 제주도의 풍광과 자연, 고도에 따라 바뀌는 나무와 오름을 느끼는 재미가 쏠쏠하다. 


해안도로를 따라가는 완만한 여정이라 생각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세상에 편하기만 한 여정은 없고, 아이들도 수많은 어려움과 마주한다. 그런데 그 어려움이란 게 그리 멀리서 오지 않았다. 문제의 근원은 나와 바로 주변에게서 시작된 것이었고, 비탈길을 오르는 과정에서 자전거든 삶이든 그 어려움과 마주하고 올라가야 하는 길임을 생각한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 고마운 사람이 참 많이 나온다. 환경을 생각해서, 혹은 온전히 자신의 힘으로 살아내는 사람들이어서 그럴 것이다. 민박집, 게스트 하우스 사람들의 선의와 친절은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하고, 셋이서 하는 자전거 여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며, 품이 큰 아이로 자라게 만든다.


삼촌과 치연 누나의 에피소드는 가족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담는지 생각하게 만들며, 이 지점을 아이들과 더 깊이 나누면 좋을 것 같다.


아울러 이전 작품에서 등장하지 않았던 부모가 등장하는데, 은찬의 부모는 아이의 교육에 모든 걸 건 사람들이다. 은찬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찾으려 하는 여정은, 호진이와 다르면서도 또한 같았다.


1권과 2권에서 자전거에 앉은 사람은 모두 혼자다. 스스로 페달을 밟아, 자신의 힘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도자의 길을 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3권에서는 3인용 자전거가 나온다. 힘들 땐 기대기도 하고, 누군가가 페달을 더 많이 밟아주면서, 소중한 사람이 잠시 쉬고 회복할 틈을 준다. 거세게 달려왔던 1, 2권과 달리, 3권에서는 자전거 여정도 결국 사람이 함께 하는 일임을 깨닫게 한다.


참 반갑고 고맙고 즐거운 여정이었다.

이 책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연필을 쥐어주며 만든 책이란 인상이 들었다.

그리고 호진이의 여정이 끝나지 않았기를 기대한다.


#불량한자전거여행

#김남중

#창비

#창비어린이책

#좋은어린이책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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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어때서! 저학년의 품격 7
류미정 지음, 지문 그림 / 책딱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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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가 어때서!>(류미정 글/지문그림/책딱지출판사)


저학년의 품격 7️⃣번째 도서를 읽었습니다.

<우리 아빠가 어때서!>라는 제목과 😤화난 아이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이는 왜 화가 났을까요? 그건 그렇고, 아이 발 아래 있는 맨들맨들 저것은 무엇일까요?


🤔저학년 도서의 주제는 고학년보다 더 확장성이 큽니다. ‘정말 이런 주제도 가능해?’ 할 만한 주제도, 저학년 도서는 가능합니다. 아빠에 관한 고민을 다룬 도서는 참 많지만, <우리 아빠가 어때서!>는 그 주제에 있어서 독보적입니다.


🤰결혼 시기가 늦춰지다 못해 결혼 자체가 줄어들고, 노산은 늘어나면서, 부모와 자식의 나이 차이가 많이 커졌습니다. 이미 서른 살 차이는 흔하고, 마흔 살 차이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 책은 아빠와 마흔여덟 살 차이 나는 3학년 ‘이다연’ 양의 이야기입니다.


👨‍🦲다연이는 아빠가 공개수업에 오지 않길 바랍니다. 표지에서 봤듯이 아빠의 머리카락이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애들이 놀릴까 봐 걱정되겠지요. 다연이의 걱정은 커지지만 아빠에게 직접 말하지는 못하고, 아빠의 머리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조차 떠오르지 않습니다. 아빠에게 상처주지 않으려 말을 조심하는 모습을 보면, 다연이가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는지, 또한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빠가 공개수업에 참석하고, 모자를 벗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모두가 놀랍니다. 다연이는 아빠와 약속했던 떡꼬치 가게를 그냥 지나쳐 집으로 향합니다. 이미 아빠와 나이 차이가 많아서 놀림받는데, 이제 머리카락으로 놀림받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나쁘겠지요. 그런 다연이 마음을 달래주려는 아빠의 마음과 아빠표 토스트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아빠는 다연이의 생일파티를 계획하고, 다연이도 친한 아이들만 초대하는데, 그곳에 다연을 놀리던 윤건이도 참석하지요. 😳이를 어찌해야 할까요? 다행히 아빠가 만든 정성스런 요리와 아빠 팔뚝의 호랑이 문신으로, 아빠를 보는 아이들의 태도도 달라집니다. 굳이 꼼꼼히 계산해가며 아빠와 다연이의 나이 차이를 놀리던 윤건의 행동이 바뀐 걸 보면 우습기도 하고, 아이다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빠는 자신의 특기를 살려 용용 요리 교실 채널을 만들고, 다연이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다연이는 ‘아빠 조건표’로 아빠와 계약을 하는데, 아빠에게 바라는 일과 자기 마음을 사랑스럽게 전합니다. 행복하게 마무리되어 어느때보다 즐거운 이야기였습니다.


—-


🦸‍♂️“아빠는 슈퍼맨이야. 얘들아, 걱정 마!”( <아버지> 싸이 노래 중)

어릴 적, 아빠는 멋지고 강하고 뭐든 잘하는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남의 아빠와 비교하기 시작하면, 우리 아빠가 생각보다 평범한 사람임을 알고 실망합니다. 물론 나이가 들고 나면, 아빠가 정말 슈퍼맨이었단 사실을 알 테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는 동네 아저씨의 가족 버전이 될 때가 많습니다.


👨‍👩‍👦결혼하고 아이가 태어나, 더 열심히 일하느라 나이가 들었고, 이제는 그 나이 때문에 회사에서도 잘리고 삶의 위기가 찾아왔지만, 자식 앞에서는 티를 낼 수가 없습니다. 자신 때문에 자식이 힘든 것보다, 그 아픔을 속으로 삼키는 것이 편한 것이 부모니까요. 다연이는 부모님의 대화를 통해서, 아빠가 숨겼던 진실을 듣고, 아빠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아빠의 요리였는데, 아빠의 요리를 맛 본 친구들이 대단하게 생각하자, 다연이의 생각이 바뀝니다. 그래서 아빠와 요리 채널을 시작하지요. 아빠를 생각하던 다연이의 감정이, <불안-부끄러움-기대-이해>의 과정으로 나아는 이야기 구조가 좋습니다. 감정선을 따라 가며 읽기에 좋고, 내용만 아니라 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 될 좋은 도서입니다.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판단하며, 또한 다른 사람을 통해서 아빠를 이해하는 계기가 된 점은 좀 아쉽습니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이기에 충분히 또 그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함께 읽는 부모님과 교사는 아빠를 생각하는 다연이의 부끄러운 마음이 어디에서, 어느 지점에서 시작되는지를 잘 보도록 하면 좋겠습니다. 가령 아빠의 나이를 부끄러워하지 않았는데, 윤건이가 아빠의 나이를 계산하고 친구들이 놀리자, 그때부터 아빠의 나이를 부끄러워하기 시작합니다. 다연이 자신의 생각이 아니라 친구들의 생각과 놀림에서 시작한 부끄러움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야 합니다. 또한 아빠의 판박이 문신을 보고 아빠에게 조심하게 된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은, 잘못된 신호를 줄 수도 있기에 주의해서 지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아쉬운 점은 너무나 재미있게 묘사된 ‘놀림 삽화’입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의 행동이 웃기고 유쾌하게 나와 있는데, 너무 진지할 필요는 없지만 희화화한 점은 아쉽습니다. 따라서 함께 읽는 어른과 교사는 이 지점을 주의해서 지도해야 하겠습니다. 놀리며 희화화 하는 것이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아쉬운 점에도, 참 즐겁고 행복한 책입니다. 아빠를 부끄러워하는 현실적인 상황을 잘 묘사했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이 자연스럽습니다. 저학년의 품격에 걸맞는 좋은 주제와 이야기로, 우리 아이들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과 동화의 재미를 선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책딱지가 7연타석 홈런을 치고 있는 것 같아 기쁩니다. 다음 책에도 큰 기대를 품습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평임을 밝힙니다.



#책딱지

#저학년의품격

#우리아빠가어때서

#초등추천도서

#저학년창작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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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애니 라이언스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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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애니 라이언스 / 안은주 역)


나이가 들수록 무소식이 희소식일 때가 많다.

갑자기 온 연락은 늘 당황스럽고 황망하다.

잘 지낼 때는 별로 연락할 일이 없지만,

연락을 해야 하는 상황은 잘 지내지 못한 상황일 때가 많다.


잘 지내는 건 참으로 어렵다.

쫓기듯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건

그저 인사치레거나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의미에서 잘 지낸다는 것은

모든 것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닐 것이다.

약간의 문제와 오류와 불편이 있지만,

그런대로 사는 게 문제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따라서

우리가 접하는 약간의 문제, 오류, 불편에

천착하기 시작하면,

약간이었던 것들이 커다랗게 다가온다.

그래서 약간의 것들은 조금씩 무시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런데 그게 참 어렵다.

분홍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면,

오로지 그것만 생각나듯이

무시하려고 하면 늘 떠오르는 법이다.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

유도라 할머니가 깊이 파고든 문제는

바로 ‘죽음’이다.

유도라는

자신의 남은 삶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삶이라면

과감히 삶을 떠나려고 한다.

그것은 90세가 넘도록 사신 어머니를 모신

유도라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유도라 할머니는

존엄한 죽음을 선택하기로 한다.

옆집에 이사 온 로즈 가족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삶의 끝자락의 끝자락에 닿기까지

삶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

그 누가 알았겠는가?

85세의 유도라 할머니에게

인생 최고의 시간이 남아 있었을 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깨달을 수 있으리라.

당신 인생 최고의 시간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살 만한 그 인생을 기다리며,

행복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작은 문제와 오류와 불편으로,

자신의 삶을 너무 어둡게 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죽음을 선택하려 한 순간 찾아온

삶의 가장 큰 행복은

유도라의 삶 전체의 줄거리를

바꿔놓는다.


작은 꼬마 숙녀 로즈가 보여준

순수함과 선의,

세상을 바라보는 아름다운 태도는

주변 사람들의 삶의 궤적 자체를

아름답게 바꿔놓았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유도라와 로즈의 이야기로

삶과 독서의 궤적이

크게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한스미디어에서

<유도라 허니셋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정식 출간본을 보내주셨다.

표지에 참 많은 의미를 담았다.

하늘빛 바다에 튜브를 타고 유유자적한 유도라 할머니의 모습은

그녀의 삶과 그 이후를 보여주는 듯하다.


예쁘게 리본을 두르고, 선물처럼 다가온 책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섬세한 손길로, 귀한 책을 보내주신 한스미디어에 감사를 표한다.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즐겁게 읽은 책이었다.

읽는 내내 즐겁고, 끝까지 읽어버리기가 너무나 아쉬운 책이다.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와 매기, 롭. 이들과 함께 한 일주일간의 독서 시간이 정말 행복했고 따뜻했다.


이 책은 여든다섯 살 노인 유도라 허니셋의 이야기를 그의 관점으로 풀어낸 이야기다.


유도라는 자신의 삶을 끝내려 한다. 아흔 살이 넘도록 살아오면서 힘겹게 목숨을 부지한 엄마와 달리, 유도라는 삶의 끝을 스스로 결정하려 한다. 그래서 스위스 죽음 클리닉에서 온 존엄한 죽음에 관한 전단을 보고, 당장에 존엄한 죽음을 실행에 옮기려 한다.


그러나 유도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앞집에 이사 온 로즈네 때문이다. 롭과 매기의 딸인 열 살 로즈로 인해 유도라의 삶이 달라진다. 남다른 패션 감각에 숨김 없지만 기발하고, 마음을 이해하지만 거침없는 로즈로 인해 유도라는 존엄한 죽음을 기다리기까지는 자신의 삶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아내와 사별한 노인인 스탠리를 모임에서 만나는데, 유도라와 로즈, 스탠리. 이 셋은 금세 절친이 된다. 이 세 사람이 풀어가는 이야기로 책장이 넘어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이 책은 85세의 유도라의 삶과 어린 시절부터 얼마 전까지의 유도라의 삶이 교차 서술된다. 그러면서 유도라의 삶의 굴곡을 보여주며, 유도라가 자신의 삶과 죽음을 왜 그렇게 결정하고자 하는지를 알 수 있다. 유도라가 겪은 충격적인 과거와 마주하면, 유도라가 품위와 예절을 지켜가며 살아가는 훌륭한 노인이라는 점이 새삼 위대하게 느껴진다. 각 시기의 유도라가 느낀 감정과 선택,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수용해야 할 수밖에 없던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면서도,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고 살아가는 모습에 품위가 느껴진다.


사람은 자신의 죽음과 그 방식을 선택할 수 있고, 그와 같은 논리로 자기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죽음 앞에 경건하고 존엄한 자가 되어야 하는 것도 옳지만, 삶 앞에 겸손하고 존귀해야 하는 것 역시 옳다. 죽음을 생각해야 하지만, 그 생각에 파묻혀 삶을 놓쳐버리지 말아야 한다.


스위스의 죽음 클리닉에 존엄사를 신청하면서, 유도라는 그곳의 상담사인 페트라와 이야기를 나눈다. 죽음 클리닉 사람들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지금의 삶을 놓쳐선 안 된다는 걸 단호하게 말한다. 존엄한 죽음은 삶의 회피 수단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이기에, 그것이 도피가 아니라 결말임을 말해준다. 결말의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삶을 포기하지 말 것을 말하는 클리닉 사람들의 말은 매우 인상깊다.


85세 유도라 할머니의 이야기는 어린 소녀 로즈와 그 가족, 그리고 스탠리와 그의 가족, 여러 모임을 통해서 확장된다. 품위있지만 깐깐하고, 도도하지만 외로운 유도라가 진짜 삶의 행복과 가족, 이웃과 함께 하는 공동체가 얼마나 큰 위안과 행복을 주는지 깨닫는다. 물론 로즈와 스탠리가 내밀었던 손을 맞잡으며, 유도라는 그들을 변화시키고, 그 변화가 다시 유도라에게 돌아온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유도라와 베프가 된 로즈는, 로즈가 거동이 어려워 집안에서 지내자, 유도라를 자주 찾아온다.

“유도라 할머니! 아직 살아 있어요?”

로즈가, 유도라 할머니 집에 들어오면서 외치는 말이다.


죽음을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죽음과 마주하며 그 아쉬움을 소중히 여기는 로즈. 로즈는 유도라를 통해 가족과 친구의 문제가 하나씩 해결되었고, 유도라 역시 진짜 가족이 생겨 행복한 노후를 맞는다. 책 속 인물 하나하나가 참 소중한 캐릭터다.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웃음짓고, 같이 아파하고, 함께 성장하고 있었다. 삶의 마지막에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수 있었다.


진심으로 너무나 재미있는 책이라 다정하고 따뜻한 이야기가 그리웠던 분들에게 꼭 추천한다. 글밥이 많지만, 긴 호흡으로 엉덩이 붙이고 읽을 수 있는 아이들도 충분히 읽을 만하다. 당연하게 독서모임 회원분들과 함께 읽고 꼭 나누고픈 책이다.


요즘 일이 많아져서 좀 지치고, 감기를 앓으며 몸이 힘든 한 주를 보내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이 이 책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가슴 따뜻한 책 한 권으로 편한 휴식을 선물해준 ‘한스미디어’에게 참 고맙다.


로즈가 만들어낸  참 아름답고 멋진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우리요. 또봐또봐요.”





2023.04.14

*한스미디어에서 보내주신 소중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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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S클래식 : 찰스 디킨스
찰스 디킨스 지음, 산티아고 칼레 그림, 윤영 옮김 / 스푼북 / 202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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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찰스 디킨스 / 스푼북)


스푼북 출판사의 서포터를 하면서 읽는, 찰스 디킨스의 다섯 번째 책이다. 열 권 모두를 읽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찰스 디킨스의 전설적인 도서 ‘오래된 골동품 상점’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게 된 점을 위안으로 삼는다.


십몇 년 전,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책이 출간된 날, 많은 사람들이 해리 포터의 마지막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를 기다리며, 서점 앞에서 줄을 섰던 일이 있었다. 당연히 해리가 죽는 결말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한참 전부터 독자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고, 수많은 아이들이 작가에게 편지를 써서 해리를 살려달라(?)고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런데 이와 똑같은 일이 이미 100여 년 전에 있었는데, 그 책이 바로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다. 미리 말하자면, 이 책의 주인공 소녀 ‘넬’의 결말이 어떻게 되는지, 악인인 ‘퀼프’는 어떻게 되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으며, 뒷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이, 책을 실은 영국 배가 대서양을 거쳐 미국에 도착하기를, 항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니, 이 책의 가진 당시의 위상을 가늠할 수 있다.


이렇게 훌륭한 책이 우리나라에서 번역한 책은한두 권밖에 없고, 어린이 도서는 전무한 상황에서, 스푼북에서 이 책이 아동용으로 나온다는 소식은 정말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책의 주요 인물은 ‘넬’과 그녀의 ‘할아버지’, 할아버지의 골동품 상점에서 일하는 ‘키트’, 그리고 천하의 악당인 ‘퀼프’와 변호사 ‘샘슨’, 그의 직원 ‘리처드’ 등이다. 물론 넬과 할아버지가 떠돌아 다니다 만난 인형극단 사람들과 교사 마턴, 목사 등 매우 큰 비중을 지닌 인물이 많기에, 다채로운 인물과 그 특징을 따라가다 보면, 이야기의 재미에 푹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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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은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사는데, 할아버지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지만,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도박에 손을 댄 할아버지는 악당 퀼프에게 돈을 빌리지만, 그마저도 다 잃고, 퀼프에게 전당포를 빼앗긴다. 할아버지는 넬을 데리고 도망치듯 런던을 나온다. 살아남기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데, 인형극단 사람들과 지내기도 하고, 교사 마틴을 만나 교회에 딸린 건물에서 일하며 점차 안정을 찾는다. 퀼프는 넬과 할아버지를 내쫓고, 눈물을 글썽이며 터덜터덜 걸어가는 꼴을 꼭 보고 싶었지만, 그들이 조용히 빠져나가는 바람에, 그걸 보지 못한 것을 못내 서운해 한다. 그래서 골동품 상점 직원이었던 키트를 곤란에 빠뜨리는데, 이 사실을 안 갈런드 가족이 진실을 밝히고, 키트를 구한다. 그리고 퀼프는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그 후 넬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은 키트는 넬에게로 향하지만 가여운 넬은 그만 죽음을 맞는다. 키트는 오래된 골동품 상점에서의 즐거운 시간을 절대로 잊지 않기로 하고,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준다.

——-



이 작품 속 악당 ‘퀼프’처럼, 그저 악을 즐기는 사람이 있을까 의문을 가져 본다. 물론 작품에는 그런 인물이 등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보기 힘들다. 그런데 순수하게 선을 행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면, 순수하게 악한 이들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순수한 악’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퀼프’다. 퀼프는 돈 많은 상인이지만, 이기적이고 비열하다. 작품 속 전개 과정에서 필요한 악당이 아니라, 악을 즐기는 인간으로 묘사된다. 자신에게 돈을 빌려간 사람들을 이용해 그들을 자기 권력 아래 두고 괴롭히며, 그것을 즐긴다. 그래서 그가 마지막에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은 수긍이 가고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퀼프와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인물이 바로 ‘넬’이다. 넬은 착하고 순수하며, 도덕적인 신념을 지키며 살아간다. 퀼프가 만들어낸 어려움 속에서 인내하며 살아가며, 고통 속에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는다. 시련에 맞서며 자신의 가치를 깨닫고, 주변 사람과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한다.


넬과 퀼프는 여러모로 대비된다. 넬은 순수하고 선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 노력한다. 퀼프는 음흉하고 악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악용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하려 한다. 넬은 평화를 꿈꾸지만 퀼프는 사람들의 고통과 아픔을 꿈꾼다. 최후의 순간에 넬이 여러 사람들의 애도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면, 퀼프는 시커먼 강물 속에서 홀로 외롭게 죽어갔다. 그 이후로도 넬은 사람들의 말과 생각 속에 영원히 살아남았다면, 퀼프를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찰스 디킨스의 소설에는, 행복한 사람 곁에는 늘 좋은 사람이 있다. 사람은 혼자서 살기 어렵다. 혼자서 악할 수 있지만, 홀로 선할 순 없다.


우리 어린이들이 스푼북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을 통해, 백 년을 건너 도착한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작품과 마주하길 바란다. 초등 중학년 아이들에게 추천하며, 여러 인물을 자신에게 대입하여 작품을 분석하고 이해를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2023.04. 14



*스푼북에서 보내주신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서평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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