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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ㅣ 한울림 장애공감 그림책
안드레스 게레로 지음, 남진희 옮김 / 한울림스페셜 / 2023년 4월
평점 :

<그래도 괜찮아 마을에서 온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안드레스 게레로 저 / 남진희 역 / 한울림스페셜)
‘한울림스페셜’에서 좋은 도서를 보내주셨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여유로워지며, 나 자신에게 너그러워지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이 책의 배경은 제목에서 볼 수 있듯, ‘그래도괜찮아’ 마을입니다. 마을 이름에서, 이 책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가 명확하게 잘 드러나지요? 그래도괜찮아 마을에 사는 ‘행복한 사람’이라니. 아마 천국이 있다면, 그가 살고 있는 곳일 겁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에서는, 벽돌공이 짓는 집은 완성되기도 전에 무너지곤 했고, 제빵사가 갓 구워낸 빵은 며칠 지난 빵처럼 딱딱했습니다. 그 중 백미는 스쿨버스 운전기사입니다. 자꾸만 길을 잘못 든 기사는, 아이들이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사흘이 걸린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래도괜찮아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니까요.
이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은 실수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지만, 늘 많이 웃고 행복했습니다. 축구 시합에서 스무 골도 넘게 먹었는데, 열다섯 골을 먹은 다음부터는 한 골을 먹을 때마다 모두 다 함께 배꼽을 잡고 웃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즐기고 재미있게 시합한 일이 더 행복합니다.

이 마을에서 유일하게 ‘안 괜찮은’ ‘안 괜찮아’ 이장님을 본 주인공은 또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납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자신의 마을과 정반대인 ‘그러면못참아’ 마을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참 완벽하고 꼼꼼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그러면어때’만 빼고요.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결혼합니다. 주인공이 실수해도 ‘그러면어때’는 화내지 않습니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란 걸 아니까요. 과연 두 사람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
두 사람에게서 아이들이 태어납니다. 첫째는 ‘깐깐해’, 둘째는 ‘뾰족해’입니다. 얘들이 어떨지 짐작이 가죠? 주인공과 ‘그러면어때’는 나이를 먹고도 늘 행복합니다. 어느날 뾰족해가 낳은 아이 이보르가, 자신처럼 서툰 아이라는 걸 알고, 주인공은 행복해합니다. 이보르의 삶도 행복해질 걸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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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친절합니다. 마을과 인물의 이름을 통해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책 내용을 잘 몰라도 괜찮습니다. 이들의 이름을 읽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래도 괜찮습니다. 읽는 내내 우리는 행복한 사람이 됩니다.
‘그래도괜찮아’ 마을의 ‘안괜찮아’ 이장님을 걱정하는 주인공은 “정말 안 괜찮아요? 그래도 괜찮아요?”라고 묻습니다. 마치 우리에게 하는 말 같습니다. 매사에 신중하고 꼼꼼하고, 실수를 용납할 수 없고, 작은 실수가 커다란 흉터처럼 남는 우리에게 묻는 것 같습니다.
그러게요, 우리는 정말 안 괜찮은데, 괜찮은 걸까요? 그래도 괜찮은데, 우리는 스스로 쳐놓은 그물에 걸린 채로 아등바등 대는 것은 아닐까요?

이 책의 그림도 매우 인상깊습니다. 전혀 복잡하지 않게, 단순하게 그려내면서 인물의 심정과 생각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단 세 가지 입모양만으로 기분을 나타냅니다. 주인공의 입모양이 처질 때가 있는데, 아들 깐깐해가 다르팀을 204대 0으로 이겼을 때입니다. 주인공은 왜 슬퍼졌을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게 됩니다.
또 인물마다 쓰인 색의 종류에 따라 인물이 겪고 있는 생각과 감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리 주인공의 옷이 딱 한 번 변하는데,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입니다. 참 의미있는 장면이지요?
글과 그림을 읽다 보면, 이 책이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와 조금 다른 이들을 향해 있음도 깨닫습니다.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고 완벽하기 힘든 이들입니다.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나 경계성장애를 가진 이들, 자폐스펙트럼에 있는 이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들입니다. 그들을 보며 ‘안괜찮아’를 연발하는 모습은 우리와 꼭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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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니, 아이들 얼굴이 많이 떠오르네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고 공부하고 놀다 보면, 아이들의 개성만큼이나 뚜렷한 특징을 발견합니다. 공부나 놀이를 할 때 가장 크게 두드러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입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놀이를 예로 들자면,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은 자신이 이길 때까지 놀아야 합니다. 한 번 더를 계속 외치면서, 이길 때까지 해야 하고, 이기려고 하고, 이기려고 연습하고 훈련합니다. 물론 이는 공부나 책읽기에도 적용되는데, 이 친구들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을 ‘경쟁’으로 여깁니다.
그런데 거기에서 한발짝 물러선 친구들도 있습니다. 이 친구들은 지는 것에 분노하지 않습니다. 이겨도 엄청 기쁘지 않지만, 져도 불쾌해 하지 않습니다.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놀이를 ‘재미’로 여깁니다.
물론 지고는 못 사는 아이들과 상관 없는 아이들, 모든 아이들을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지만, 대상을 대하는 두 가지 뚜렷한 특징은 엿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정복해야 할 대상, 이겨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면, 다른 하나는 즐거운 대상, 함께 노는 대상으로 이해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같은 일을 하는데 한쪽은 그것을 ‘경기’라 생각하고, 다른 한쪽은 그것을 ‘놀이’로 여깁니다. ‘경기’라 생각하는 아이는 경쟁하고 승리하려 하지만, ‘놀이’라 생각하는 아이는 즐거워하고 만족합니다.
과도하게 이분법적으로 여겨서 본다면, 우리는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관점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내가 하는 일을 ‘즐기기’보다는 ‘성취’하려 노력하고, ‘행복’하려고 뭔가 시도하기보다는 ‘획득’하려고만 합니다. 이기려고, 획득하려고, 성공하려고 하는 사람은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고 실패해선 안 되며, 대상을 이기고 극복해야 하는 것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즐기며 하는 사람은 실패할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으며, 이겨내지 못 하면 또 그런대로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다. 해내지 못한 것은 ‘패배’가 아니라, 해내지 못한 한 가지 방법을 알아낸 것 뿐이지요.

너무 한가한 소리를 한다고요?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리고, 남보다 더 앞서야 하고, 남보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에 자신의 삶과 행복보다는 세상이 만들어 놓은 그 틀과 기준에 맞추려 사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결코 한가해지지는 않습니다.
대상을 바라보고 대하는 방식이 저마다 다른데, 그것이 아이의 기질인 것 같기도 하고, 가정 환경이나 경험 때문일 거란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이 모든 것의 해결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괜찮아’가 문제를 회피하는 수단이 아님을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를 일으키고 잘못한 일에 대한 회피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로 여겨야 합니다. 또한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임을 알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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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어때?’
‘그래도 괜찮아.’
‘나는 행복한 사람이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주문입니다.
모두가 잘난 곳에서는 서로 관심이 없습니다
모든 게 완벽한 곳에서는 서로가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서툴고 모자란 곳에서, 우리 모두가 행복해집니다.
이 단순한 진실을 알아내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삶과 실수와 잘못을 범했던 걸까요?
우리 아이들은 이 진실을 품에 안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작은 책 한 권이 주는 삶의 진실을 부여잡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한울림스페셜이 선사하는 가슴을 크게 울리는 아름다운 그림 동화를 통해 여러분에게 주어진 삶의 여정을 행복하게 걸어가실 거라 생각합니다.
2024.04.27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로 작성한 주관적인 견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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