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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에 대하여 - 삶은 비운 후 비로소 시작된다
토마스 무어 지음, 박미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9월
평점 :
공의 개념은 서양인보다 우리 동양인에게 더 친근하고 익숙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무래도 동양철학과 불교의 영향이 아닐까싶습니다. 토마스 무어가 쓴 이 책에서도 노자라든지 인도철학, 그리고 불교철학 등 우리가 자주 들어본 동양철학의 개념들이 소개되고 있는데요. 여기에 더해 저자는 서양의 성경이나 신화를 통해서도 공허의 개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말한 공허의 개념은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비워낸 상태가 아니며 아울러 가짜 공허를 의미하지도않습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비워진 상태라고 할수 있으며 없음을 의미하는 무라든지 뭔가 부족함이 있는 결핍과는 분명 다르다고 할수 있습니다. 공허의 의미를 더 우리가 쉽게 이해할수 있도록 저자는 40여개가 넘는 에피소드를 끌어 왔는데요. 어떤 에피소드는 마치 불교의 선문답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넘쳐나는 정보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공허의 의미가 더욱 필요하기도 합니다. 너무 쏟아내는 말보다는 때론 침묵이 더 큰 울림을 주듯이 공허 역시 열림과 가능성으로 더욱 공간의 확장을 이끈다고 할수 있겠죠. 그리고 우리가 뭔가를 채우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비워내야함을 이 책은 포함하고 있습니다. 창문과 문이 있음으로써 방이 외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듯이 때론 비워진 공간 또는 마음의 비움이 우리를 더 큰 세계로 인도하는 것은 아닐까요?
하루 하루를 너무 치열하게 살아가는 우리들. 무한 경쟁 속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는 우리들에게 여인이 시장에서 집으로 돌아온 뒤에야 소중한 자루가 비어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잠시 멈추고 뒤돌아 볼 시간을 가져야 함을 우리에게 깨우친다고 할수 있습니다. 하루가 마무리되는 저녁 시간 집으로 돌아와 평안히 눈을 감고 고요한 침묵의 시간을 가지면서 공허의 기쁨을 발견하는 그런 삶을 습관화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