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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농 林農
이용호 지음 / 삼사재 / 2022년 8월
평점 :
수묵화의 거장인 임농 하철경과 한국 남종화의 거장이었던 남농 허건과의 만남, 그리고 그가 화가로 살게된 이야기, 남농 허건의 외손주 사위가 된 이야기를 실명소설로 쓴 이 책은 특히 남종화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매우 흡인력있게 읽어내려갈수 있는 책이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전라도땅 목포와 진도를 배경으로 예전의 삶의 풍경들이 잘 묘사되어 있는데요. 진도항에서 목포까지 배를 타고 나와 다시 목포역에서 이리역까지 가는 여정의 경우 예전에는 꼬박 거의 하루가 가는 긴 여정이었을 것이고 당시 원광고등학교에서 반액장학생으로 미술 공부를 했던 임농의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했습니다.
임농이 뵙게된 남농 허건의 모습은 한국화에 대한 애정을 느낄수 있었고 그래서 임농은 기꺼이 남농의 화실에서 허드레일을 해가면서 성실하게 그림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남농의 지도로 그 역시 한국 산수화의 대가에 이르렀고 특히 그는 기와집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고향집이 늘 그의 원천적 그리움의 대상이 되었고 이를 그림에 잘 녹였지않을까싶네요.
소치 허련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져 내려오는 남도 남종화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임농의 이야기답게 소치 허련이 어떻게 추사 김정희와의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부터 이 소설은 시작이 되었는데요. 김정희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져오는 남종화의 계보가 앞으로도 쭉 이어져 한국 수묵화의 전통을 잘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소설을 읽는 내내 해 보기도 했답니다.
예전에는 다방에서 개인전을 열었다는 것도 무척이나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지금이야 전시장도 많아지고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그림을 알리는 것이 가능해졌지만 60,70년대에는 한국이 아직은 개발도상국으로 안간힘을 쓰던 시기라서 그림을 그리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고 타향에서의 삶도 만만치는않았음을 알수가 있었네요.
한편으로 이 책에는 임농이 어떻게 남농으로부터 호를 받게 되었는지도 묘사되어 있고 임농의 대표작 그림들도 책의 서두에 함께 실려있어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와 소설을 읽는 재미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답니다.
서양화와는 달리 여백의 미와 흑백의 미로 정제된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남종화를 우리가 더욱 알아가고 더 아끼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