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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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떤 아이들은 그 짧은 생 동안 고통만 알다 가야 했을까요

작고 약한 존재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에 분노해봤거나 무기력해지는 한없이 마음이 가라앉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분명 마음을 쏟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을 읽으며 자꾸 떠오르는 이름들,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정말 그냥 픽션이었으면 좋겠는데 너무나 선명하게 떠오르는 얼굴과 이름이 있어서 읽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

🔖어른들이 한 일이 아니에요. 아이 하나가 죽어야 그나마, 아주 조금씩 세상이 변해가는 거예요.

온마음을 다해 키워도 더 잘 해주지 못 해서 매일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게 부모인데 어떻게 본인 아이에게 그런 짓들을 저지를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다가 마음이 지쳐서 고개를 돌리면 편안한 얼굴로 잠든 도연이가 있고 다시 책으로 눈을 돌리면 그곳엔 추운 방에서 폭력과 배고픔을 견디며 누워있는 아이들이 있었다.

결국 아이들은 도망쳐 나오지만 도망치던 순간도 도망친 후의 생존도 모두 어른들의 도움이 아닌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 작고 약한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하며 자신의 옷을 벗어 더 어리고 약한 아이에게 입혀주는 장면에서는 진짜 코끝이 찡해졌다.

🔖아이들은 서로가 서로를 보호하고 있었다. 작은 존재가 더 작은 존재를 지키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이런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어른들도 있다. 소설 속에서도 아이들을 유심히 살피고 결국 아이들을 찾아내는 어른들이 있어서 너무 안심이 되었다.

나도 그런 어른이어야만 한다. 이 책을 읽고 내가 매일 만나는 아이들을 앞으로는 좀 더 예민하게 살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안타까운 죽음 후에 애통해하기만 하는 일은 이제 정말 그만 하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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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 박보나 미술 에세이
박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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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지금까지 읽은 미술 에세이들과는 정말 많이 다른 느낌의 책이었다.

미술작품을 보여주고 그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작가에 대한 설명 등으로 이루어지는 보통의 미술에세이와는 다르게 이 책은 우리가 사는 이 땅 위의 모든 생존 문제를 미술과 함께 이야기한다.

미술 에세이에서 환경, 인종, 계층, 동물권, 장애, 도시개발 등의 이야기를 읽게 될 줄 몰랐는데 이런 이슈들과 미술 작품들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함께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매우 새롭게 느껴졌다.

이 얇은 책을 통해 이 시대에 예술이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새로운 생각, 예술을 향유하는 새로운 방법을 알게된 것 같다.

이 책이 너무 좋았어서 작가님의 전작인 태도가 작품이 될 때도 조만간에 꼭 읽어봐야겠다.

🔖이름을 빼앗긴 자들과 이름이 없는 존재들까지 부르는 작가들의 손짓, 그것을 읽는 나의 목소리가 당신과 내가 조금이라도 더 오래 함께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길 바라며, 지구별의 다른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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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회
윌리엄 트레버 지음, 김하현 옮김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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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체호프라고 불리는 트레버의 단편집 

나는 원래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데 이번에 12편의 단편을 따라 읽으면서는 이 글들이 단편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편으로 읽었다면 다 읽은 후에 마음이 너무 쓸쓸해졌을 것 같다.

그만큼 짧은데도 감정을 강하게 두드리는 문장이 많았는데
짧은 단편들을 읽으며 조금씩 쌓여가던 감정들이 마지막 단편 밀회에서 터져버려서 책의 마지막장을 덮은 후에도 한참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분위기의 단편집으로 추천합니다.

🔖두 사람은 한 번도 함께인 적 없이 함께 늙어갈 것이고 주름이 그녀의 얼굴을 상하게 할 것이며 기대의 장난으로 두 눈이 흐려질 것이다. 이 행복한 시간을 뒤로하고 세월이 흐르면 둘은 드물었던 만남을 되돌아보며 위안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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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집 - 불을 켜면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리는 말들
안희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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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시에 관심이 생겼을 때 추천을 받아 처음으로 구입해서 읽었던 시집이 안희연 시인의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였다.

시의 매력을 처음으로 느끼게 해줬던 그 시집 이후로 이번엔 안희연 시인의 산문집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에서 자신을 단어 생활자라고 소개한 시인은 생활 속에서 만난 단어들을 노트에 적어보기도 하고 알사탕처럼 입에 담아두기도 하다가 짧은 이야기와 함께 풀어낸다.

차례 페이지에 소제목으로 쭈욱 적힌 단어들(삽수, 라페, 휘도, 잔나비걸상, 가시손, 플뢰레, 벼락닫이, 덖음, 모탕, 끗 등등)은 사실 봤을 때 바로 그 뜻이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이 더 많았는데 그래서 어떤 페이지들은 궁금함에 먼저 열어서 읽기도 했다.

📖 가장 비문학적인 단어들에서 가장 문학적인 순간을 길어 올리는 '단어 생활자' 안희연의 따뜻한 허밍

따뜻한 책 소개만큼이나 단어와 생활과 주변을 이어주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빛나는 책이다.

🔖단어 하나로도 나를 지킬 수 있다. 단어가 빵처럼 부풀고 종처럼 울려 한 사람의 집이자 우주가 된다는 것. 참 따뜻한 움막이다. 뜻밖의 신비다.

🔖문학의 좋은 점 중 하나는 슬픔이라고 말하는 대신 복숭아라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슬픔은 안으로 감추고 복숭아 이야기만 실컷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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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 - 게임에 대해 궁금하지만 게이머들은 답해줄 수 없는 것들
최태섭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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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가 쓴 게임 설명서라니 책 소개부터 흥미로웠다.

아이에게 조금 일찍 스마트폰을 사줬고 게임을 하는 것도 크게 제지하지 않았다. 이제는 특별한 날이 되면 선물로 현질을 해달라고 하고 게임 방송도 즐겨 본다.

처음부터 무조건 못 하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내가 너무 모르는 세계에 아이가 깊숙하게 들어가는 모습을 밖에서 지켜만 보고 있자니 엄마의 마음은 자꾸만 불안해지는 게 사실이었다.

상대를 잘 모르면 오해할 가능성이 커지고 폄하하기는 더 쉬워진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대체 게임이 뭔지. 어떻게 하는거고 왜 그렇게들 열광하는지.

모두를 위한 게임 취급 설명서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게임에 대해 정말 쉽게 기초부터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하기에 편했다.

RPG가 롤플레잉게임의 약자인 것도 몰랐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게임에 대해 기본적인 상식은 갖추게 된 느낌이 든다. 게임 광고 영상에서 나오던 단어들이 이런 뜻이구나. 아이가 하는 게임은 이런 종류에 속하는 게임이구나. 이런 수익 구조니까 현질을 하게 되는구나.

게임에 대해 조금 이해했다고 해서 게임 하는 아이가 걱정이 전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대상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막연하게 걱정하는 단계에서 벗어나서 내가 책을 읽는 것처럼 아이에게도 게임이 좋은 취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단계까지는 온 것 같다.

특히 게임 속에 내제된 인종, 인권, 성차별 등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마지막장은 사회학자의 통찰력이 잘 느껴져서 인상깊었다.

게임에 대해, 게이머들에 대해 쉬운 설명으로 알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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