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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콴유와의 대화 - 마키아벨리 군주론에 입각한 강력한 리더십의 정체를 묻다 ㅣ 아시아의 거인들 1
리콴유 & 톰 플레이트 지음, 박세연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싱가포르 어디까지 알고 계신가요?
싱가포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쓰레기 투기에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고 마약소지자에게 사형을 내리는 결벽증 나라이자 국민소득 세계 8위의 경제대국, 여성이 밤 늦도록 거리를 다녀도 치안걱정을 하지 않고 도심 곳곳에 싱싱한 나무들과 꽃들이 있는 곳.
또 하나, 정부를 비판하는 언론의 목소리도 정치적 논쟁도 없는 나라, 보건분야 세계 1위에, 그 어떤 나라보다 높은 보수를 받는 엘리트 공무원이 존재하는 나라.
이미 진부한 레퍼토리가 된 이야기만 알고 계시진 않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이 한 권의 책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죠~^^

#1. 싱가포르는 리콴유가 총감독한 한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였던 문구입니다. 지정학적으로 말레이 반도 끄트머리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이며 상하이 인구의 1/3 혹은 인도 수도 뉴델리의 1/3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국민소득 5만달러, 국가경쟁력 세계 2위를 달성한 이면에는 리콴유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작가.
그렇기에 처음으로 싱가포르의 깨끗한 외관이 아닌 그 속에 살고 있는 인물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리 콴 유.
권력과 부의 세습, 강력한 독재정치를 펼친 부정적 인물로 평가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며 제 모자란 식견에 부끄러움을 느꼈답니다.
이 책은 작가가 직접 리콴유를 인터뷰한 내용을 편집한 내용이지만 유명인사의 홍보를 목적으로 한 인터뷰가 아닙니다. 불안한 국제정세에 부족한 인재와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해낸, 20년간의 장기집권과 아들에게 총리직을 물려주었지만 어떠한 폭력적 정치상태를 겪지 않았고 짧은 시간 안에 싱가포르를 경제대국으로 만든 인물의 식견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그리고 작가 역시 인터뷰에 앞서 그가 얼마나 많은 사전조사를 했는지 알려주는 질문들이, 화려한 이미지나 사진 하나 없어도 몰입 100%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2. 내가 신경쓰는 것은 오직 싱가포르 국민들의 평가입니다! -p36
서양의 언론이 "독재자"란 타이틀을 붙이며 조롱해도 상관하지 않는 그 강인함이 부러웠습니다. 이데올로기보다 실질적 성과에 따랐고, 항상 플랜 B를 준비하며 오직 국민의 이익을 생각한 그의 정치적 신념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인물을 단순히 사회 속에서 어느 위치에 있고, 어디서 왔으며, 야망이 어떠했는가로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전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론을 무시하는 정치인을 옹호하는 입장은 아니지만,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단순히 한 사람의 편협한 시각이나 강압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독립국가로서의 생존역량을 준비하기도 전에, 1965년 말레이연방에서 쫓겨나 20년간 국제사회에서 "생존"을 목표로 살아남은 데 필요한 혜안에서 나온 것임을 스스로 증명해낸 사람이기도 하기에 쉽게 평가내려선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도덕적인 이미지를 지키는데 별로 연연해 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떠한 아이디어가 국가 운영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보이는데도 이를 무시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라고 생각한다."p158
최근 몇 년간 박람회 장소로 각광받고 있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이나 6개월마다 관광정책을 새롭게 수립한다는 엘리트 공무원을 보고 있으면 그가 단순히 '무식하기만한' 강한 리더십으로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고요?
물론 라콴유 그의 딸 조차, 아버지가 이룩한 물질적 가치와 그 흐름에 우려를 표하며 아버지가 제시한 싱가포르의 핵심적가치, 즉 물리적 평가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취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은 그의 정치이념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자신이 보장받은 안락한 삶을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은퇴한 현재 역시 그에게 정치적 고문으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라는 모습 때문이랍니다. 단순히 강하기만 한 리더십이었다면 보기 힘든 모습이 아닐까요? 
작가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의 한 대목을 인용한 부분인데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얻는 것, 그리고 경외심을 얻는 것 중 무엇인 더 좋은가? 물론 둘 다 동시에 얻는 게 가장 좋을 것이다. (중략)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사랑보다는 경외심을 선택하는 편이 안전하다. (중략) 경외심을 얻는 군주는 사랑을 얻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증오는 받지 않는다. 그리고 증오를 받는 것보다 경외심을 받는 편이 훨씬 버티기 수월하다. p185
가슴에 와 닿지 않으세요?
많은 정치인들이 사랑을 택하는 성향이 있죠? 그렇기에 국민들은 증오의 감정을 갖게 되고요. 하지만 리콴유 그는, 과감히 경외심을 선택했기에 지금까지도 국민의 증오를 받지 않았으면 더불어 사랑까지 얻은 인물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희 나라도 국민의 신뢰에 보답하고 경외심으로 존경 할 만한 그런 분이 나오시겠죠? 
여담이지만 이 책의 부작용으로 지금 전, 6년 전에 출장가서 본 싱가포르는 껍데기 였구나, 리콴유가 감독한 한 편의 블럭버스터를 감상하러 가고 싶다,는 바람이 불끈 솟아 이번 여름 휴가계획을 수정 중에 있답니다.
4. 이 책의 다른 재미
세련되고 효과적인 관계형성을 한 그의 식견, 특히 중국, 인도, 홍콩 그리고 주변국의 권력자에 대한 그의 평가와 이해가 이 책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예로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 장군에 대해, 클린턴, 네루에 대해 얼마나 편파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답니다. 리콴유의 입장을 온전히 옹호한다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으로 동남아시아 정세를 접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