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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ㅣ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1.

[꼬마 니꼴라]의 그림이 그리워진 나이,<달빛프린스>에 소개된 장 자끄 상뻬의 [얼굴 빨개지는 아이]는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굳이 산뜻한 그림, 익살스러운 유머, 간결한 글로 사랑받고 있다는 작가소개를 보지 않아도 언뜻 훑어본 책의 여백에서 여유와 유머의 기운을 느낄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시도 때도 없이 얼굴이 빨개지는 꼬마 마르슬랭 까이유와 이유 없이 끊임없이 재채기하는 르네 라토입니다. 사실 이야기로만 본다면 A4용지 반 장 정도밖에 안되지만 아이들에게는 자신이 가진 컴플렉스를 어떻게 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친구와 공감하는 방법을 따뜻한 다독임으로 알려주는 책입니다.
#2. 줄거리

누구나 하나씩 가지고 있는 콤플렉스이지만 꼬마 마르슬랭에게 얼굴이 빨개지는 일은 혼자이길 자처하게 된 원인이 됩니다. 그러다 만난 재채기 소년 르네!! 마르슬랭은 르네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절친이 되죠.
"그들은 정말로 좋은 친구였다. 그들은 짓궃은 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지만, 또 전혀 놀지 않고도,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은 함께 있으면서 전혀 지루한 줄 몰랐기 때문이다." p59
(이 대목에서 저는 마르슬랭과 르네가 부러웠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친구에게조차 말 못할 고민이 생기고 비밀이 생기고, 만나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전혀 말하지 않고도 같이 있을 수 있는 친구가 있으신 분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분명 저도 있었는데 말이죠..T.T)
그러나 두 사람의 우정에도 시련이 옵니다. 바로 마르슬랭이 방학동안 할아버지 댁에 머무르는 동안 르네는 먼 곳으로 이사하게 됩니다. 설상가상으로 마르슬랭의 부모님은 르네가 남긴 새주소가 적힌 편지를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슬픔도 잠시, 마르슬랭 역시 르네의 빈자리를 다른 친구들로 채우게 됩니다.
마르슬랭은 르네 라토를 잊지 않았고 자주 그를 생각했으며 매번 그의 소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야지 하고 다짐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 시절엔 하루하루가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흘러가 버린다. p. 85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마르슬랭, 비오는 어느 날 우연히 길에서 끊이지 않는 기침 소리를 듣게 되고 그 기침 소리의 주인공이 르네임을 알게 되요~ 그렇게 재회한 두 사람은, 아무리 바빠도 만나는 사이가 되고 서로의 삶의 한 부분이 됩니다.

#3. 감동 포인트
성인이 된 지금, 이 책이 주는 감동은 섬세한 감정이 묻어 있는 그림도 아니고 한 줄 혹은 두 줄의 단정한 문장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작가의 문장력에 있는 것도 아니였습니다. 사실, 단순하지만 삶의 한 포인트를 집어내는 시각과 이야기 끝 부분에 있는 작가의 다독임에 있습니다.
내가 여러분을 우울하게 만들 생각이었다면 이제부터 여러분에게 이 두 친구가 자신들의 일에 떠밀려 다시는 만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려 했을 것이다. 사실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우연히 한 친구를 만나고 매우 기뻐하며 몇 가지 계획들도 세운다. 그리고는 다신 만나지 못한다. 왜냐하면 시간이 없기 때문이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서로 너무 멀리 떨어져 살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수많은 이유들로.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p.110
저 역시 절친으로 힘든 학창시절을 함께 보냈던 이가 있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났지만 결국 바쁘다는 이유로 내 삶 속에서 지워버렸죠. 작가는 그런 저에게 '삶이란 대개는 그런 식으로 지나가는 법이기 때문이다'라고 다독입니다. 하지만 그 다독임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오네요.
저도 "그러나 마르슬랭과 르네는 다시 만났다" 처럼 제 삶의 엔딩에서는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았다로 마무리 할 수 있길 바랍니다.
#4. 여담.
사실, 조카 녀석이 좋아하길 바랐는데, [얼굴 빨개지는 아이]의 그림체를 좋아하지 않아서인지 시큰둥했어요. 화려한 사진과 그림에 익숙해져서겠죠. 제 욕심이 좀 과한것인지 모르겠지만, 여백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림 한 편 속에 들어있는 작가의 시각을 집어낼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한 서적을 아낄 줄 아는 어린이였으면 좋겠는데.. 좀처럼 쉽지 않네요..^^ 언제가 감동받을 그 날을 위해, 소중히 간직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