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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섬 나오시마 - 아트 프로젝트 예술의 재탄생
후쿠타케 소이치로.안도 다다오 외 지음, 박누리 옮김, 정준모 감수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표지에 나오는 외딴 섬에 부둣가에 오도카니 앉아있는 노란 호박은 '남쪽의 오이'란 별명을 가지고 있는 쿠사마 야오이의 작품입니다. 부둣가에 왠 예술작품이지,라고 의아해 하지 않으셨나요? 경주를 두고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라고 평하는 것처럼, 나오시마 지역(나오시마, 테시마, 이누지마 세 지역)은 '섬 전체가 미술관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입니다. 이 책은 이 미술관 작품을 설명한 작품집이자 여행에세이이며 건축가의 건축 철학이 담긴 책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yoCSfkqkfA8
(멋있죠? 동영상의 멋진 작품을 이 책에서는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답니다.
)
(첫번째 빨간호박은 미야노우라항에 있는 작품으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도, 안에서 바다의 경치를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나오시마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되고 있답니다. 중간영상에 나오는 유리계단이 있는 곳은 스기모토 히로시에 의해 재탄생된 고오진자입니다. 고오진자는 섬에서 씨족신으로 중요히 모셔온 신사인데 이에프로젝트 일환으로 재건하였다고 합니다. 이 계단은 지하 석실과 연결되어 있는데 이 통로는 인간이 통과하는 톨로가 아니라 신의 통로라는 의미랍니다. 석실의 설계 자체 컨셉 또한 '스스로 그러한 형태를 나타냈다' 처럼 설계 한 듯 안 한 듯함 자연스러움이 있는 곳이라네요. 그 다음이 여행작가 오오타케 신로가 버려진 치과의원을 벽을 칠하고 주워온 오브제를 조합한 추상화 같은 집. 작품명 < 혀 위의 꿈/ 보콘노조키> 입니다. )
나오시마는 처음부터 이런 멋진 미술관이 아니었답니다. 원래는 산업폐기물과 환경오염에 시달린 지역이었죠. 그런 지역을 연 평균 3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몰려들고 예술의 섬이란 애칭이 붙도록 만든 사람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이 프로젝트를 실현시켰을까 궁금했었는데, 그 이야기가 실려 있어 좋았습니다. 그 밖에도 프로젝트 대표 건축가였던 안도 타다오를 비롯한 14명의 건축가들이 그 변화과정을 세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부록으로 꼭 봐야 할 작품과 섬 지도, 그리고 섬에서 이동하는 방법, 맛집 같은 정보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자연, 예술 , 건축의 콜라보레이션 "나오시마 "
이 곳은 소이치로 베네세그룹 회장이 오랜 시간과 정성과 막대한 비용을 들여 만들어 낸 곳입니다. (기업가가 이윤추구보다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정부도 하기 힘든 거대 프로젝트를 시행했다는 점이 부러워요. 저희 나라에도 언젠가 그런 기업가가 나오겠죠?
) 그는 1992년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함께 미술관과 호텔을 결합시킨 베네세하우스를 개관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 1997년 섬마을 자체를 변화시키는 이에(家)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2004년엔 지추 미술관을 열었죠. 그에 그치지 않고 인근 지역 폐허로 남아 있던 이누지마 섬 구리제련소는 세이렌쇼 미술관으로, 16년동안 산업폐기물 불법투기장이었던 테시마 섬에는 2010년 테시마미술관을 들어서게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오랜시간이 걸려 탄생된 곳이니만큼 작가들의 애정어린 손길이 섬 곳곳에 남아 있는 것은 당연하겠죠. 이 책은 그런 애정을 듬북담아 어느지역 어떤 작품들이 왜 그곳에 있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이 곳은 구경거리를 위해 탄생된 곳이 아니라 생각거리를 던져주기 위해 만든 곳이란 느낌이 들더군요.
" 나오시마를 찾아가 너무 많은 것을 얻으려 하지 말라. 이곳은 많은 것을 주는 곳이 아닐다. 얻는 곳이 아니라 도리어 버리는 곳, 비우는 곳이기 때문이다. 그곳을 찾는 이유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는 빈 마음을 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두르지 말라, 천천히 둘러보며 생각하라. 볼 것은 작품만이 아니다. 아니 작품은 어디에서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나오시마라는 자연 또는 환경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은 이곳이 유일하다(생략) '당신의 눈에 보이는 것은 살리고 없는 것은 상상해보라' 그러면 발견하게 되는 것이 나오시마인 동시에 당신 자신이며, 그대의 그대이다." p46
한 사람의 멋진 철학이 그 지역을 너머 나라 전체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는지, 나오시마를 보면서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언젠가 예술과 문화, 인간과 자연의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가가 나와 오래된 화학단지가 있는 곳 전체를 미술관 혹은 예술 작품이 숨쉬는 곳으로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을 해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책 곳곳에 묻은 건축가의 철학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을 보이게 만드는 훌륭한 스펙트럼 역할을 해주고 있습니다. 여행 목적이 아니더라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