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셋 파크
폴 오스터 지음, 송은주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달의 궁전]이후 두 번째로 만난 폴 오스트너의 작품입니다. 달의 궁전의 마르코와는 사뭇 다른 성격이기도하지만 상실감과 불안을 느끼며 살아가는 주인공(사실 네 명이지만 가장 신경쓰이는 인물)인 마일스가 미국이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낯설지가 않아 술술 잘 읽혔습니다. 작가는 네 명의 주인공(뜻하지 않는 임신으로 상처입은 앨런, 똑똑하지만 외모콤플렉스를 가진 앨리스, 반사회적 투사를 꿈꾸는 빙)에게 똑같은 애정을 준 듯하지만 전 마일스가 가장 아픈 손가락이네요.

 

 "대학을 그만두고 제 힘으로 독립한 이후로 7년 반 동안 그가 뭔가 이룬것이 있다면 현재를 사는 것, 지금 여기 말고는 생각하지 않는 이와 같은 능력이었다. 남들 눈에 칭찬할 만한 성취하고는 할 수 없을지 몰라도 나름대로 상당한 수련과 절제를 통해 얻은 능력이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다시 말해서 그 어떤 열망이나 희망도 갖지 않고 주어진 운명에 만족하고 하루하루 세상이 주는 대로 받아들이고 인간이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의 것만을 원하듯이 사는 것.(p10~11) "

 

 글에서 느껴지시나요?  꿈과 희망으로 가득차야 할 나이이지만 아무런 의욕이 없어보입니다. 혹시 루저 아니야,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는 성공한 출판 기업가인 아버지 헬러와 우아하고 세련된 영문학 교수인 새어머니 윌라, 의붓형 보비로 구성된 뉴욕 중산층의 자제였으며 브라운대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재학중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속도로 갓길에서 사소한 다툼 끝에 의붓형 보비를 밀게되고 마침 지나가던 자동차에 의해 보비는 죽게 됩니다. 

 

 " 차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기 전이었는지 들은 위였는지 자기에게 죄가 있는지 없는지도 확실할 수 없었다(23)"

 

  자신의 잘못을 고백할 용기도, 그렇다고 태연하게 살아갈 배짱도 없는 그가 선택한 것은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모두 버리고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트라우마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는 그저 도망쳤을 뿐입니다. 자기 자신에게서......그런 그가 7년만에 겨우 할 수 있게 된 일이 바로 "현재를 사는 것" 입니다.

 

 이야기는 주인공이 플로리다의 어느 폐가처리업체에 고용되어 주택담보대출을 갚지못해 강제 퇴거 당한 건물의 쓰레기를 치우고 남이 버린 과거의 흔적을 사진으로 담는 모습에서 시작합니다.  자신의 욕망을 아주 최소한도까지 줄여, 담배도 끊고 술도 끊고 식당에도 가지 않고 텔레비젼도 라디오도 컴퓨터도 보지 않고 최저 생계비만으로 살아가는 그가 즐기는 아주 작은 사치는 사진과 책, 그리고 어느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한 소녀였습니다. 정확히는 무기력에 가까운 그에게 꼭 대학에 보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한 소녀죠. 하지만 그런 사치도 아주 잠깐, 그녀의 가족들에 의해 쫓기듯 뉴욕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갈 곳 없는 그는 결국 오랜 친구 빙과 함께 선셋파크의 버려진 집을 불법점유해 살아갑니다.  그렇게 [선셋파크]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삶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지 못하는 청춘. 그가 처한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방황하기만 하는, 현실에 발을 디디고 있지 않은, 자기 외부를 보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작가는 상실과 불안 공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다가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앨리스가 논문 마무리 작업을 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을 가지는 모습, 마일스가 아버지와 화해하고 유명한 배우인 친어머니 메리-리와 만나는 장면에서 말이죠. 하지만 작가는 끝끝내 희망적 미래를 결론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불법점유를 한 집에 경찰들이 들어오게 되고 다소 거친 제압으로 흥분한 마일스가 한 경찰관의 턱뼈를 부러뜨리면서 막을 내립니다. 회피도 희망도 아닌 가장 현실적인 모습으로 말이죠...

 

 "미래가 없을 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는 것이 가치가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지금부터 어떤 것에도 희망을 갖지 말고 지금 이 순간, 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지금 여기 있지만 곧 사라지는 순간 영원히 사라져 버리는 지금만을 위해 살자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328) "

 

 

 작가는 시종일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이야기 하지 않습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청춘들을 섬세한 필체로 그려내죠. 하지만 단 한가지 시작과 다른 점은 주인공이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전 그점에 주목합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주먹 한 방으로 모든 것을 망가뜨렸지만, 순간 도망가려 했지만, 결국 자주하고 아버지의 도움받기 위해 택시에 탄 그는 지금 현재를 살아가기로 스스로 선택했습니다.  설령 출구가 없는 사회라 할지라도 그는 더이상 자기 자신을 그 속에 유폐시키지 않았습니다. 어떤 결말이든 앞으로 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작가는 어쩌면 상처입은 청년을,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당신은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입니다,라고 다독이고 싶은지도 모릅니다.

 

 여하튼, 이 작품은 작가의 명성답게 섬세한 울림이 있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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