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대만금마장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관객상을 거머쥔 데 이어 2024 홍콩금상장영화제, 2024 홍콩감독조합상에서 연이어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젊은 창작자가 등장했다. 장편 데뷔작 <연소일기>로 잠재력을 인정받은 탁역겸 감독은 자살과 우울증이라는, 자국 홍콩이 마주한 사회문제를 소년요우제(황재락)의 삶에 투영한다. 요우제의 부모는 또래보다 늦되는 그를 영재 동생 요우쥔(하백염)과 비교하며 매순간 몰아붙인다. 부모의 기대치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요우제에게 돌아오는 건 그를 무시하는 주변인들의 가시 돋친 말뿐이다. 탁역겸 감독은 "육체적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치유될 수 있지만,
말로 인한 상처는 평생 마음에 남는다"며 타인의 말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살과 우울에 대한 깊은 이야기

<연소일기>
탁역겸 감독 - P20

"우리 다음에는 꼭 형도 데리고 여행 가요"라는요우쥔의 대사가 마음에 남았다. 형이 죽었다는걸 알면서도 요우쥔은 부모에게 왜 그런 말을 했을까.

우울증 이론의 5단계 중 첫 단계는 ‘부정‘인데나는 이것이 들어맞는다고 생각한다. 몇년 전친구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내가 처음 보인 반응도 요우쥔과 마찬가지로 그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부정하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런 배경들을 요우쥔의 반응에 적용했다.


요우제가 삶을 포기하지 않는 전개를 생각해본적 있는지.

있다. 만약 요우제가 살아남아 성장했다면 부모에게 반항하고 심지어 맞서 싸우기 시작하는청소년이 됐을지도 모른다. - P20

홍콩에서 작품의 반응이 무척 좋았는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안타깝게도 홍콩의 자살 문제가 내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심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연소일기>를 관람할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영화의 주제가 무겁고 진지해 대중이 쉽게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살과 우울에 관해 함께 대화를 나누고 싶은 관객에게는 작품이 꼭 닿길 바란다. 나도 그 주제에 관해 궁금한 것이 정말 많다. - P21

작별하지 않는다

빅토르 에리세의 <클로즈 유어 아이즈>사 매혹적인 이유에 관하여


송경원

운명은 죄가 없다. 삶의 무게를 저티기 힘들 때 우하응 이 묵직항 울림의 단어에 너무 많은 책임을 미루곤 한다. 어차피 그렇게 될 일이었다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손을 놓을 때 그 무기력한 낙담조차 정해진 운명일까. (중략).
<클로즈 유어 아이즈>는 사라진 유명 배우를 추적하난 어느 영화감독의 걸음에 동행하는 영화다. 노년의 영화감독 미겔 가라이(마놀로 솔로)는 한 TV프로그램으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후략). - P44

운명과 자유의지

운명이란 단어를 사용할 땐 앞뒤 행간을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설사 세상의 일들이 모두 결정되어 있고 바꿀 수 없다는 게 진실이라 할지라도, 그 사실을 어떤 결정의 이유로 삼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중략).
짐작하겠지만 이 영화가 제5ㅣ하는 선 답을 찾는 게임이 아니다. 차라리 열쇠의 형태를 감상하는 시간에 가깝다.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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