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 번 건들였다는 기억만 있는 책.



법칙 6. 이데올로기를 버려라

(전략).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지각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누구나 주춤할 것이다. 내 책이 많은 사람의 삶에서 사라진 어떤것을 다루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분명 내 책은 위대한 심리학자들과 사상가들의 생각에 빚지고 있다. 하지만 그 밖에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특별한 뭔가가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내려고두 가지 정보에 주목했다. 첫 번째 정보는 강연장에서 그리고 길거리, 비행기, 카페, 기타 공공장소에서 내가 만난 사람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 P190

이제 내가 이루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두 번째 정보를말하고자 한다. 단서는 수많은 공개 강연에 있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내 강연을 계속 찾아준다는 건 특권이자 신의 선물이다. 대규모 강연은 시대정신zeitgeist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또한내 새로운 생각들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충분한 관심을끄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고, 그 생각들의 품질을 부분적으로나마 판단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되어준다. 강연 중에 청중의 반응을 세심하게살필 때 그런 일이 일어난다. - P191

특히 나는 한 주제를 얘기할 때 모든 청중이 (정말로 예외 없이) 쥐죽은듯 조용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주제는 바로 책임이었다(법칙4 참조). 청중의 반응은 황홀했다. 정말 뜻밖의 반응이었는데, 원래 책임은 잘 팔리는 주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 P192

 비극과 실망으로 가득한 인생에서 우리를 지탱해줄 수 있는 의미는 고결한 짐을짊어지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우리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젊은이들은 잘못된 장소에 눈길을 주며 성장해왔다. 그로 인해 젊은이들은 취약할 대로 취약해져서, 쉬운 길에 잘 넘어가고 걸핏하면 분노의 독에 감염된다. 과연 무엇이 이런 상태를 조장했을까? 이 취약성, 이 감염성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 P193

신은 잠자고 있을 뿐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Friedrich Nietzsche는 19세기의 마지막 사반세기에 "신은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이 말은 워낙 유명해서 오늘날 공중화장실 벽에 다음과 같은 낙서가 있을 정도다.
"신은 죽었다." - 니체
"니체는 죽었다." - 신
니체가 자아도취나 승리감에 젖어 이렇게 주장한 건 아니다 - P193

『즐거운 지식The Gay Science』에서 니체는 신을 "지금까지 세계에 존재했던 모든 것 중에 가장 정직하고 강력한 존재"로, 인간을 "살인자중의 살인자로 묘사했다. 그가 미신의 소멸을 의기양양하게 찬양하는 합리주의자였다면 이렇게 묘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실 니체의 선언은 완전히 절망적인 말이었다. - P194

법칙 6.

1. F. Nietzsche, The Gay Science, trans. W. Kaufmann, section 125 (New York:Vintage Books, 1880/1974), 181. - P446

먼저 니체는 일신교 사상의 목표지향적인 구조와 그것이 제시하는 의미 있는 세계 바깥으로 인생의 목적이 밀려나 불확실해짐에 따라 허무주의가 부상하여 우리의 실존을 황폐하게 만들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만물을 창조한 아버지를 대신해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가 사람들을 지배할 거라고 주장했다. - P194

독보적인 러시아 소설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Fyodor Dostoyevsky 역시자신의 걸작 『악령 The Possessed』에서 니체와 같은 문제를 거의 동시대에 다루었다.³ - P194

3. F. Dostoevsky, The Devils (The Possessed), trans. D. Magarshack (New York:Penguin Classics, 1872/1954). - P447

니체와 도스토옙스키는 공산주의가 종교나 허무주의를 대신하는합리적이고 일관성 있고 도덕적인 대안으로서 사람들을 매료시킬테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일 거라고 예견했다. - P195

분명 니체는 새로운 물리과학이 보여주는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객관적이어서 가치는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동의한 듯하다. 그렇다면 허무주의와 전체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응 자신만의 가치를 창조하고, 그에 따라 살 수 있을 만큼 강한 개인이 되는 것이다. - P196

(전략).
하지만 두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와 융은 이 개념을 수포로 만들었다. 우리에게는 의식적인 선택으로 가치를 창조할 만큼의 자아가없다는 점을 입증한 것이다. 경험의 한계, 수많은 인지 편향, 짧은 수명을 고려할 때 그 누구도 ‘무에서ex nihilo‘ 자기 자신을 창조할 천재성은 갖고 있지 않다. 우리의 본성은 너무나 자주 우리를 지배하기에바보가 아닌 이상 가치를 창조할 수 있을 만큼 자기 자신을 완벽하게통제하고 있다고 감히 주장하지 못할 것이다. - P196

또한 과학적 방법론은 분명 유용하지만 가치는 주관적인 것이므로 현실의 구성 요소가 아니라는 과학의 세계관은 결코 타당하지 않다.
계몽주의는 현실이 객관적인 것들의 배타적 영역이라는 중요한 과학적 공리를 남겼다. 그 결과 주관적인 것에 해당하는 종교적 경험은 개인의 마음속에만 머물 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 P197

우리는 나의 존재와 경험이 실재하며, 마찬가지로 타인의 존재와 경험도 실재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존재와 경험의 기초에 생물적·신체적 토대가 있다는 생각 또한 타당하다. 실제로 정신분석학 분야에 있는 사람들이나 동기와 감정에 초점을 두고 생물심리학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이 그렇게 가정한다.⁵ 과학자들뿐 아니라 일반 대중도 그렇게 생각한다. - P198

5. 다음을 보라. J. Panksepp, Affective Neuroscience (New York: Oxford UniversityPress, 1998). - P447

 왜 우리는 종교적 경험이 이토록 공통적이고 필수적인데도 사실이 아니라고 쉽사리 가정할까?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이 오랜 진화의 결과로서,
우리가 규정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바로 그 현실에 의해 선택된 기능임이 거의 확실한데도?
우리는 전체주의의 결과를 목격했다. 그들은 집단이 인생의 짐을나눠 지고, 올바른 길을 제시하고, 끔찍한 세계를 달콤한 유토피아로 바꿀 수 있다고 선전했다. - P198

20세기의 또 다른 악당인 독일의 국가사회주의(나치즘) 역시 강력하고 위험한 이데올로기였다. 히틀러 신봉자들이 니체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건 일부 사실이지만, 그 철학은 나치즘에 상당히 이상하게반영되었다. 니체는 개인의 발전을 장려했지만 나치가 한 일은 집단의 가치관을 새롭게 창조하는 것이었다. - P199

거짓 우상의 치명적인 매력

마르크스-레닌주의와 나치즘을 받아들이는 건 아니지만, 오늘날 세계에는 보수주의·사회주의· 페미니즘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종 및.
젠더 사상 포스트모더니즘·환경주의 등의 각종 ‘주의‘들을 믿는사람들이 여전히 있다. - P200

이데올로기는 처음에는 단순하다가 진짜 유용한 이론들을 흉내내기 시작하면서 기괴할 정도로 복잡해지고, 결국에는 그 유용한 이론들을 대체한다. 이데올로기 이론가는 처음에 몇몇 추상 개념을 선택하는데, 이 개념들은 해상도가 낮아 세계를 크고 무차별적인 덩어리들로 표현한다. - P200

그처럼 중요한 문제들을 다룰 때는 개별 원인들을 신중하게 분석한 뒤에 잠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 실행하고서, 그 효과를 조심스럽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설사 그렇게 했더라도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모두가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일은 그만큼 어렵고 골치 아프기 때문에,
보통의 용기와 의지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 P201

이데올로기 창시자는 세계를 크고 무차별적인 조각들로 나누고,
각각의 문제점(들)을 밝히고, 그럴듯한 악당을 내세운 뒤, 이를 설명해주는 원리나 작용력 몇 가지를 만들어낸다(그 추상화된 실체들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실제로 얼마간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런 뒤에는 그 몇가지를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강조하고, 다른 중요한 (어쩌면 더 중요한) 변수들은 무시한다. - P201

(전략). 마지막으로 학파가 출현해 이 알고리듬적 환원을 선전하면 이데올로기는 학계와 일상 모두에서 지배력을 얻게 되며, 이에 따르지 않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은 암묵적으로나 명시적으로 악마화된다. - P202

그런 활동, 그런 게임에 기대 타락한 지식인과 무능력한 지식인들이 모두 번성한다. 이 게임에 가장 먼저 뛰어든 자들은 참가자 중 가장 영리한 사람들이다. - P202

이런 종류의 이론화 작업은 영리하지만 게으른 사람에게 특히 매력적이다. 냉소와 교만은 유용한 수단으로 쓰인다. 새로운 지지자들은 그런 이데올로기 게임에 능통해지기 위해서 경쟁 이론이나 다른 방법론, 심지어 사실 자체를 비판하는 법을 배운다.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이론에 불가해한 어휘가 딸려 있으면 더욱더 좋다. 비판자들이 그 뜻을 해독하느라 귀중한 시간을 허비할 것이기 때문이다. - P203

마르크스도 그랬다. 그는 기본적으로 계급에 기초한 경제적 관점에서 인간을 설명하고, 역사를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영원한전쟁터로 설명했다. 마르크스주의의 알고리듬에 통과시키면 어떤 것이든 척척 설명이 된다. 부자가 부유한 것은 가난한 자를 착취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자가 가난한 것은 부자에게 착취당하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적 불평등은 바람직하지 않고 비생산적이며, 근본적으로 사회가 불공정하고 부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 P204

하지만 마르크스주의를 실천한 곳들은 모두 파국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현재의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수치를 모르고 마치 중요한 건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는 듯 그 사상에 새로운 옷을 입혀 계속 수명을 연장시키려 한다. - P204

이런 종류의 이데올로기적 환원은 사이비 지식인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자들의 특징이다.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 지적 차원의 근본주의자로,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다. 그들의 독선과 사회공학social engineering에 대한 도덕적 주장은 근본주의 못지않게 뿌리 깊고 위험하다. 아니, 그보다 더할지 모른다.  - P205

(전략). 반면에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거나 정복할 수 없는 건 없다고 믿는다. 이데올로기 이론은 모든 과거, 모든 현재, 모든 미래를 설명한다. 이데올로기 추종자들은 완벽한 진리가 자기 손안에 있다고 생각한다(자기모순이 없는 근본주의자에게는 금지된 생각이다). - P205

이 이야기의 교훈은 무엇일까? 자신의 이론으로 일신교를 만드는 지식인들을 조심하라.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하나의 변수로 설명하는 것을 경계하라. - P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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