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단편은 서술트릭을 사용한 이야기이므로, 속지 않도록 신중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그 전에 대관절 ‘서술트릭‘이란 무엇인가 설명해드려야겠죠. - P7

하지만 이 책에서 매번 사용되는 ‘서술트릭‘은 위에서 언급한 트릭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서술트릭‘이란 문장 그 자체의 서술법으로 독자를 속이는 유형의 트릭입니다. 예를 들면,

범인은 ‘사건이 발생했을 때 혼자였던 사람‘이다. 주인공은 사건당시 ‘마쓰카타‘라는 인물과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범인이 아니라고 독자는 생각하겠지만, 실은 ‘마쓰카타‘라는 인물은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주인공이 만들어낸 망상이었다. 즉, 객관적으로 봤을 때 주인공은 사건 당시 ‘혼자‘였으므로 범인은 주인공이다. - P8

하지만 방금 ‘주의 깊은 독자라면‘이라고 했는데 이걸 독자가 정말 눈치챌 수 있을까요?
그도 그럴 것이 ‘마쓰카타는 그렇게 말했다‘라고 떡하니쓰여 있거든요. 마쓰카타가 없다고 누가 의심하겠어요? 그런데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은 매번 그런 것까지 의심하며책을 읽어야 할까요? 이건 좀 치사하지 않습니까? - P9

애당초 소설을 읽는 독자와 작가 사이에는 원래 수많은약속이 전제되어 있습니다. ‘그의 심장은 뛰고 있었다‘라고일일이 밝히지 않아도 등장인물은 심장을 가지고 있고, 그심장은 뛰고 있죠. 특별히 밝히지 않는다면 주인공은 ‘일반적으로 일본인‘입니다(일본 소설에서는). 어떤 장면 속 날씨에 대해 아무 서술도 없다면 ‘일단 비나 눈은 내리지 않는‘ 것으로 봅니다. - P10

마쓰카타 이야기는 제쳐놓고, 그런 방식으로 독자를 속이기 때문에 흔히들 ‘서술트릭은 불공정하다‘고 일컫습니다. 이게 바로 서술트릭의 약점이죠. - P10

그럼 공정하게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해결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첫머리에 이 단편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는 서술트릭을사용했습니다‘라고 먼저 밝히는 거죠. 그러면 모두 주의해서 읽을 테니 늦게 내는 가위바위보가 아니게 됩니다.
문제는 ‘그렇게 해서 정말로 독자를 속일 수 있느냐?‘라는 점입니다. 처음에 ‘서술트릭을 사용했다‘라고 밝히는 것자체가 이미 대담한 스포일러이니(그래서 서술트럭이 사용된작품에 대한 서평에서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자세하게는 쓰지않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종종 눈에 띕니다), 그러면 독자는 간단하게 진상을 꿰뚫어보지 않을까요? - P11

 단 한 가지,

모든 이야기에 같은 사람이 딱 한 명 등장한다.

이러한 특징이 있습니다만, 이건 명탐정이 등장하는 연작단편에 으레 따르는 약속사항이라 봐주십시오.
또한 이 책은 친절하므로 각 이야기의 트럭을 알기 쉽게끔 미리 힌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마지막 이야기는힌트 없이도 어렵지 않게 진상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 앞 이야기는
‘그때까지의 이야기를 전부 재독해보면‘ 트럭을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또 그 앞 이야기는 ‘수많은 등장인물을 어딘가에 메모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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