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지구의 표면은 유라시아 대륙. 태평양 해저라는 세계 지도에서나 볼 수있는 대지형부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중·소지형까지 같은 모양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지형들로 이루어져 있다. - P7

그런데 지형 연구는 개개의 지형 형성 작용 내지는 지형 형성 과정(프로세스)의 원리 · 원칙의 규명에 중점을 두는 프로세스 지형학과 지형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 중점을 두는 발달사 지형학으로 구분된다. 프로세스 연구에서는 본서의 제2부, 특히 4장과 5장에서 다루고 있는 내·외적 작용이 주요 대상이다. 이쪽 분야에서는 부족함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 시야에 넣어 체계화했다. - P8

내가 지형학 연구에 종사해온 지 약 50년이 지났다. 그동안 은사 선배를 비롯하여 많은 분으로부터 지형학과 주변 과학에 대한 가르침을 받았다. 이제 긴 세월의 정리라고 해도 될 책을 간행하면서 이 모든 분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 P8

1장
지구 표면의 개관과
지형 변화의 주요 개념

지형은 고체 지구 표면의 요철(凹凸)이다. 이 요철은 다음 세 가지 작용에 의해 형성된 지형이 겹쳐져 만들어지고 있다.

(1) 지구 내부의 열과 중력에 기인하는 작용(내적 작용)이 지구 표층부를 변위 · 변형시켜 생긴 변동 지형·화산 지형.
(2) 태양 에너지와 중력을 원동력으로 하며 대부분 대기·물을 매체로 삼아 지표 물질을 이동시키는 작용(외적 작용)으로 만들어진 침식 지형 · 퇴적지형. 이 작용은 넓게 보면 지형을 평탄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작동하므로평활화 작용이라고도 불린다.
(3) 지구 밖으로부터 온 물체가 충돌하여 지표 물질을 비산시키는 작용(외래 작용 또는 충돌 작용)으로 생긴 충돌 크레이터와 그 흔적이 침식 작용을 받아 만들어진 지형(둘을 합쳐 충돌 지형이라고 부르겠음). 이 지형은 현재의 지구 지형으로는 극히 적어 140개 정도만 알려져 있다. - P17

이들 네 권역은 각각 상이한 조성. 성질과 운동 양식 · 운동 속도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상호관계하고 변천하면서 현재에 이르러 지금의 지표 자연(지구 환경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음)을 만들고 있다. - P20

두 개의 판이 서로 다가가 사이가 좁아지는 판 경계에서는 지각에 수평압축력이 작용하여 지각의 단축 변형 · 두께 증가 · 지표 융기를 초래하는 일이 많다. 습곡. 역단층 운동 또는 전체적으로는 조산 운동이라고 부르는변동이 이런 식으로 일어난다. 반면에 사이가 넓어지는 판 경계에서는 지각에 수평 신장력이 작용하여 정단층 운동 등이 일어난다 - P21

해수는 평균 깊이가 4km가 채 안 되고 최심부에서도 12km에 미치지 못하므로 그림 1.1A의 지구에서는 0.1mm 이하의 두께밖에 되지 않는다. 해수는 얇은 두께에도 불구하고 표층과 심층에서 서로 다른 흐름을 가지고있다. 심층에서의 유속은 느려 얕은 해저를 별도로 친다면 해저 지형을 거의 변화시키지 못한다 - P23

이번에는 기권으로 가보자. 대기도 바다와 마찬가지로 광대한 지구 표면에 비하면 두께가 매우 얇다. 대기의 질량 대부분은 대류권 10km 이하에 있으므로 대기의 얇은 두께는 바다의 얇은 두께와 거의 같다. 우주에서 촬영한 일출·일몰 시 지구를 덮고 있는 얇은 대기의 모습은 인상적이다.
이 얇은 대기도 해수와 똑같이 작은 외래 물체(운석 등)의 지표로의 충돌을 줄이고, 또 자외선 등 암석의 풍화와 관련된 방사선을 약화시키거나 지표의 온도 변화를 감소시키는 작용 등을 통해 지형 형성에 관여한다. - P24

 또한 네 권역의 현상 사이에는a선(10°km/1년)과 b선(10km/10년)에서 볼 수 있듯이 변화 속도가 세 자릿수씩 달라진다. 이 변화 속도는 표 1.1에 나타낸 대기·물·얼음 · 암석의 점성이나 각각의 구동력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형은 거의 선을따라가는 현상이며, 내적 작용에 의한 변동 지형은 지각. 맨틀의 변동에서 직접 유래한다. - P25

지구와 비슷한 크기에 중력도 커 높은 밀도의 대기를 놓치지 않고 갖고있는 금성에는 백색~회색의 구름이 유동하며 행성 전체를 둘러싸고 있다.
금성의 대기는 주로 이산화탄소로 구성되어 있고 물은 거의 없으므로 바다도 없다. 과거에는 바다가 있었으나 대기가 고온(지금은 480℃ 정도)이 되는 과정에서 증발되고 자외선에 의해 분해된 것으로 생각된다. 고온이 된것은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야간 온도 차가 크지않고 위도에 따른 지역 차도 작다. 지구와 금성을 제외하면 회색~갈색~적색으로 보이는데, 이는 암석과 암설의 색이다. - P28

화성의 대기압은 지구 대기압의 1/150 정도이고 구름도 거의 없지만, 적도와 극의 온도 차가 크고 강풍이 불어 사구가 이동하며 모래 먼지가 날린다. 때로는 모래 먼지가 화성 표면 전체를 가리는 일도 있다. 평균 지표 온도는 -60℃로 낮고 액체인 물은 없으며 드라이아이스(CO2)와 얼음이 존재한다. 극관²이라고 불리며 하얗게 보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화성에는기온 차로 인해 만들어진 기후 지형대³가 있는 것 같다.

2 화성의 양극 부근에 하얗게 빛나는 부분을 가리킨다. 계절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는 극관(?冠, polar cap)은 이산화탄소가 얼어붙은 드라이아이스와 얼음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계절녹지 않는 부분이 얼음에 해당한다.

3 기후 조건에 지배되어 그 안에서 여러 지형 형성 작용의 강도와 구동하고 있는 지형 형성 기구의 종류가 거의 똑같은 지역을 가리킨다. 지형 형성 지역(morphogenetic region)과 같은 의미이나 기후 지형대라고 할 때는 기후대, 토양대와 같이 대상으로 분포하는 것으로 본다. - P29

금성과 화성에는 다양한 변동 지형과 화산 지형은 있을지라도 판구조운동은 없는 것 같다. 이는 지구에는 존재하는 길게 뻗은 선상의 볼록 지형(호상 산맥) · 오목 지형(해구) 또는 선상으로 이어진 화산열이 없다는 사실로부터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열점을 만드는 마그마 상승류(플룸)는 있는듯해 대화산이 존재한다. 화성의 대화산은 직경이 500km를 넘고 높이도 20km를 넘는다. - P30

천체의 질량과 중력

 천체의 크기와 질량의 대소는 내적 작용을 일으키는 열원의 양적 크기를 결정하고 중력의 차이를 가져오므로 천체 진화와지형 진화의 최대 요인이다. - P30

천체의 조성과 구조

 이들은 어떤 화성 활동과 판구조운동을 낳게 될지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천체의 표층 구조는 상기한 질량, 내부로부터의 열 및 조성뿐 아니라 외부로부터의 냉각 방식도 관련되어 있는 것 같다. 금성에서 암석권과 약권이 구분되지 않는 것은 금성 대기의 온실 효과가 냉각을 방해하여 판을 만들지 않았기(또는 아직 만들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있다. - P31

대기와 물의 존재 및 조성·온도·압력 · 순환

 외적 작용에는 대기와 물이 불가결하다. 이들이 없다면 지형은 내적 작용과 외래 작용으로 생긴 기복이 지표 온도의 변화, 소천체의 충돌, 중력에 의한 평탄화 작용으로 약간 바뀔 뿐이다. - P31

지구에서 바다의 존재가 지형에 대해 갖는 의미는 본서 여러 곳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심해저가 내적 작용에 의한 지형의 ‘냉(冷) • 암(暗) · 고압 보관소‘ 역할을 맡고 있다는 사실은 육상 지형과의 비교에도 중요할 것이다.
해저 지형의 탐사와 연구는 달 · 행성 지형의 탐사와 거의 나란히 진행되어왔는데, 금후에도 커다란 진전을 볼 수 있음에 틀림이 없다. - P32

지형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지구 표면의 여러 현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18세기 후반의 산업 혁명기에 영국에서는 허튼⁵과 플레이페어가 골짜기는 유수의 작용으로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유역의 크기와 골6짜기의 합류 현상을 들어 설명했다.⁶

5 허튼(J. Hutton, 1726~1797)은 영국 스코틀랜드의 지질학자이다. 1788년 Theory of the earth,
or an investigation of the laws observable in the composition, dissolution and restorationof land upon the globe, 1795 Theory of the earth with proofs and illustrations했으며, 이들 저서에서 동일과정설에 대한 생각을 밝혀 당시까지의 주류 학설이었던 격별설과 대립했다. 침식 작용, 퇴적 작용, 육지의 지속적인 융기 등도 중시했으며, 이런 기본 사상은 근대 지질학의 확립에 큰 영향을 미쳤다. 허튼은 지구 내부의 불의 작용을 강조하여 마그마의 관입과 지표 분출에 의해 암석이 형성된다고 생각했으므로 수성론자(neptunist)인워너(A. G. Werner) 일파에 대비하여 화성론자(pluronist)로 불렸다. 그러나 그는 퇴적층을만드는 물의 작용도 중시했다. 허튼의 이론은 플레이페어(J. A. Palyfair)가 1793년 출간한Illustration of the Huttonian theory of the earth를 통해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6 플레이페어는 골짜기는 하천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허튼의 견해를 "모든 하천은 하나의 본류와 각각의 크기에 비례하는 골짜기를 흐르는 여러 지류로 구성되어 있다. 모든 지류들은 서로연결되어 하나의 골짜기 시스템을 만드는데, 지류 골짜기들은 본류 골짜기와 동일한 높이에서 합류하도록 경사가 조정되어 있다. 이런 현상은 골짜기들이 그 안을 흐르는 하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일어날 수 없다."라고 소개했다. 하천의 협화적 합류(accordantjunction)로도 알려진 플레이페어의 설명을 흔히 ‘플레이페어의 법칙‘이라고 부른다. - P33

19세기 전반에는 과거와현재의 빙하 퇴적물을 비교하여 곡빙하가 과거에는 크게 확장했었다는 사실이 스칸디나비아와 알프스에서 밝혀졌다. 과거의 것을 현재 알려져 있는물리 법칙과 그에 따라 지금 형성 중인 것을 비교하여 생각하는 소위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원칙, 즉 동일과정설⁹의 성공이었다.
(중략).
비글호 항해 시 라이엘의 책¹⁰을 소지했던 다윈은 대지진과 함께 발생한 지반 융기가 누적되어 해안단구 높이까지 육지가 융기한 것을 꿰뚫어보았다. 이런 생각은 20세기가 되어 빙하성 해수면 변동설의 확립과 함께지진 발생 시의 융기와 해수면 변동의 양쪽 모두가 해안 단구의 높이를 결정한다는 생각으로 수정되었다. 


9 저자는 현재주의現在라고 표현했으나 이 용어는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므로 라이엘의 말에 요약된 uniformitarianism의 번역어로 잘 알려진 동일과정설을 사용했다.

10 다윈은 "이 책의 진가는 우리 정신의 풍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는 것이다. 라이엘이 보지 못한 것을 우리가 보았다면 그중 일부는 여전히 그의 눈을 통해 보는 것이다"라고 언급했을 만큼 라이엘의 지질학 원리를 높게 평가했다. - P36

발트해 연안에서는 지반이 서서히 융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17~18세기부터 알려져 있었다. 융기를 둘러싼 여러 가설이 제시되었고, 19세기 중반 과거의 해안선이 알려져 빙기에 발달했던 빙상의 하중으로부터 해방됨으로써 발생하는 융기라는 생각이 등장했다. 이런 생각은 히말라야 산록에서의 측량과 중력 이상으로부터 알려진 지하 구조와도 조화를 이루며 훗날 지각 평형(isostasy)이라는 용어가 생겼다.¹³

13 19세기 중반 히말라야 산맥 아래에는 주변보다 밀도가 작은 물질이 존재하고 있음이 중력측정을 통해 알려졌으며,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밀도가 크고 유동성을 지닌 맨틀 위에 밀도가 작은 지각이 떠 있다고 보는 지각 평형의 개념이 등장했다. - P37

판구조론이 태어나는 데는 중앙 해령과 도호-해구 시스템이라는 대규모 지형이 한몫을 했으며, 중·소규모의 변동 지형은 광역 응력장 개념을통해 판구조론과 결합되었다. 지각 변동의 각종 형태는 20세기 초에 이미유럽과 북아메리카에서도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그 동태가 변동 지형으로서 명확하게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은 일본, 캘리포니아, 뉴질랜드 등 변동대(판의 경계)에서였고, 1920~1930년대에는 활단층·활습곡¹⁶이라는 용어(개념)가 생겼다.

16 제4기에 계속 활동하고 있는 습곡을 가리키며, 지형학 및 측지학적 방법에 의해 그 존재를알 수 있다. 1942년 일본의 오츠카(大塚)는 습곡을 가로지르는 하안단구면이 제3기층에나타나는 습곡의 구조와 같은 방향으로 변위되어 있는 지형학적 사실로부터 활습곡을 찾아냈다. 활습곡은 뉴질랜드와 미국의 서해안에서도 하안단구와 해안 단구의 변형을 통해 그존재가 확인되었다. - P38

그런데 지형학이 체계화된 것은 변동 지형과 같은 내적 작용의 분야에서가 아니다. 오히려 육상에서의 외적 작용, 특히 유수의 침식에 의한 산지지형의 변화를 필두로 빙하 지형, 해안 지형, 평야의 퇴적 지형 등에서그 변화 과정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 P39

이와 같이 육상의 침식 기준면이 해수면이라든가 또는 산지로부터 공급된 암설과 하천의 운반력이 평형 상태(정상 상태)를 이루면 평활한 그레이드(grade)라고 부르는 완사면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 지식을종합하여 어느 고지가 낮은 평지로 바뀌어가는 지형 변화 모델로 제시한것이 데이비스²²의 침식 윤회설이다.

22 데이비스(W. M. Davis, 1850~1934)는 미국의 지리학자. 지형학자로 1904년에 미국 지리학회를 창설했다. 데이비스는 지형 발달의 변화 계열을 계통적으로 설명하는 침식 윤회설을제창했다. 이 이론은 "The rivers and valleys of Pennsylvania"(1989), "The geographicalcycle" (1989), "Geographical essays"(1909) 등의 논문을 통해 발표했으며, 특히 1908~1909년 베를린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을 정리하여 출간한 「지형의 설명적 기재(Die erklärende Beschreibung der Landformen)」(1912)에 잘 드러나있다. - P40

기후 지형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지형에 기후 단구가 있다. 하천이 기후변화에 반응하여 만든 단구를 가리키는데, 하천은 기후 변화 이외에 해수면 변동과 지각 변동에도 반응하여 침식·운반· 퇴적 작용을 바꾸고 그 변화 과정을 지형에 남긴다. 이런 연구는 지형 형성 환경의 변화, 특히 제4기의 기후 변화·해수면 변동. 지각 변동(이는 연대학 연구와 함께 발전했다)이 밝혀짐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했다. - P41

당연한 사실이지만 지구과학에서는 특정 연구에 특히 유리한 지역이라는 것이 있다. 연대학과 관련하여 말하면 1년을 단위로 편년이 가능한 빙호 점토 연구는 빙하 주변호가 많은 발트해 연안에서 발전했고,²⁶ 연륜 연대학은 건조. 습윤 변화가 큰 북아메리카 서부에서 발전했다. 화산회 편년학은 화산과 화산회가 풍부한 아이슬란드·일본·뉴질랜드·북아메리카 서부에서 진전을 보았다. 빙상과 심해저의 시추 자료 분석에 근거한 연대학도 퇴적의 연속성이나 보존 등에서 적지가 있다.

26 빙호(varve)는 조성과 조직이 다른 얇은 2개의 퇴적층이 세트가 되어 1년 치 퇴적층을 만들고, 이것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쌓인 퇴적층의 단면을 가리킨다. 스웨덴의 지형학자인 드옐(G. de Geer)이 1912년 명명한 용어이며, 스웨덴어 바브는 원래 "주기적인 반복"을 의미한다. 용어의 정의에는 성인이 들어 있지 않으나 일반적으로는 빙하 전면의 호소 바닥에 쌓인점토와 실트로 이루어진 퇴적층을 가리킨다. 퇴적물 자체를 가리킬 때는 빙호 점토(varvedclay)라고 한다. - P42

4. 지형과 그 변화에 관한 주요 원칙과 개념

1절에서 설명한 지구 표층의 암권·수권 · 기권 각각의 구성 물질과 그 운동에 의해 생긴 지형은 자연(우주) 전반에 통용되는 원리와, 2절에서 설명한 지구라는 행성의 조건 아래에서 구동하는 원칙에 지배되고 있다. 또한 지형의 성립이나 성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보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 즉 개념이 있다. 원칙도 보는 방식도 지형 연구의 영역 확대와 연구의 진전에 따라 변해왔으나 이하 저자가 현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8개 항목을 들어 해설하겠다. - P43

이하 8개의 주요 원칙과 개념을 든다. 이런 종류의 개념을 열거한 사례로는 쏜버리(Thornbury, 1954)가 지형학 개론서에서 소개한 9개 항목, 브라운(Brown, 1980)이 지형 발달사 개념으로 작성한 7개 항목 그리고 썸머필드(Summerfield, 1991)가 제시한 6개 항목 등이 있다. 항목의 정리 방식과수는 임의성이 커 편의적인 것으로 봐주기 바란다.

1. 고체 지구(고체 별)의 표면인 현재의 지형은 지구사(별의 진화사)를 통해 표층 물질에 작용해 온 내적 작용·외적 작용·외래 작용이 모두 합쳐져 만들어진 형태이며, 현시점까지의 최종 생산물이다. - P45

2. 지형의 변화는 지형 구성 물질(줄여서 지형 물질) M, 지형 형성 작용 P. 시간 T. 지형 형성 환경 E를 요인으로 해서 생긴다. 지형 형성 작용 P는 내적 작용 Pi, 외적 작용Pe, 외래 작용 Px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형 형성 환경 E는 암권 환경, 수권 · 기권 환경,
기권 밖 환경으로 크게 나누어지며, 이들은 M과 P를 변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구체적인 지형은 지형 물질 M에 어느 지형 형성 작용 P가 일정 시간 동안 일어나거나 또는 M을 P가 가져와 만들어진다. 지형의 형태는 M과 P의특성에 따라 특징이 지워지는데, 다음과 같은 명칭으로 불린다. - P46

외래 작용 Px는 소행성 · 운석 등 총칭하여 소천체)의 충돌 작용이며, 이.
로 인해 만들어지는 특징적인 지형이 크레이터³⁰이다. 이외에 운석의 충돌로 인한 지형의 평탄화도 들 수 있다. 현재 지구상에는 140개 이상의 크레이터와 그 흔적이 발견되고 있으나 충돌에 의해 직접 생긴 것은 많지 않고대부분 충돌 흔적에서 유래하는(흔적이 이후의 침식으로 파이는 등) 원형의침식 지형이다.

30 충돌 크레이터(impact crater)라고도 부른다. 직경 1,300m, 깊이 175m 크기를 지닌 미국 애리조나주의 배링거(Barringer) 크레이터가 유명한데, 충돌한 운석의 질량은 10kg 정도로추정되고 있다. - P47

3. 지형에는 대소의 규모가 있으며, 규모마다 변화를 일으키는 요인(P와 M)이 다르고형성에 필요한 시간을 달리한다. 지형은 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곡면과 평면의 집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들을 지형이라고 부른다. 각각의 지형면은 구성 물질 형성 작용형성 시대에 따라 특징이 지워지며, 지형에 대한 분석적 및 종합적 이해를 위한 기준 단위이다. 지형면이 모여 지형형 · 지형계 등으로 불리는 소~대규모의 지형 유형 Ft를 만든다. 지형 유형은 각종 형성 작용 P의 힘 그리고 지형 물질 M의 결합력이 상호작용한 결과로서 시간 가 경과하는 중에 만들어져 간다. 이는 자기 조직적인 면이 있고 피드백 기능을 가질 수 있다(예를 들면, 산맥·수계). - P48

4. 지구상에는 다양한 지형 구성 물질 M이 있고, 게다가 지형 형성 환경 E에 대응하여 형성 작용 P가 일어나기 때문에 지역과 시대에 따라 특징적인 지형 유형 Ft가 만들어진다. 육상에서는 기후와 관련된 외적 작용 Pe와 지질 구조(M의 일종)가 특징적인Fr(예를 들면, 기후 지형. 암석 제약 지형)를 그리고 대륙과 해양저에서는 판의 운동이특징적인 F(예를 들면, 중앙 해령·도호-해구 시스템)를 만드는 주된 요인이 된다. - P49

지형은 지역성을 갖고 있다. 육상에서는 외적 작용이 기후의 강력한 지배를 받기 때문에 기후에 따라 달라지는 지형, 즉 기후 지형의 개념이 성립한다. 기후는 위도 · 고도. 내륙도에 의해 대상으로 배열되므로 기후 지형도 대상으로 나타나기 쉽다. - P50

5. 지형 변화를 일으키는 주된 원동력은 중력 그리고 열에서 유래하는 부력(마이너스값의 중력)이며, 지형, 특히 수직 방향의 기복은 각종 내·외적 형성 작용에 의해 중력적으로 ‘평형‘(정상 상태)을 향해 변화한다. 그러나 각각의 내·외적 형성 작용이 반드시협력하며 조화롭게 일어나지는 않으므로 평형은 깨지거나 달성이 늦추어지기도 한다.
환경 E의 변화(예를 들면, 기후 변화. 해수면 변화)도 평형을 깨고 새로운 평형으로 유도한다. 육상 기복의 평탄화는 국지적으로는 달성되지만, 광역적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도달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P50

육상에서 일어나는 외적 작용은 하천의 침식·운반· 퇴적 작용으로 대표되듯이 중력 상의 평형면(등포텐셜면)인 해수면을 향해 지표의 평탄화를일으켜 육상 지형을 해수면에 근접시켜 간다. 해수면을 침식 기준면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 때문이다.³² 단 내륙 유역(5장 2절 참조)에서와 같이 국지적·일시적으로 해수면 이외의 수준이 침식·운반의 기준면이 될 수 있는데, 이 경우에도 국지적으로 중력 안정화를 향해 지형이 변화한다.


32 침식 작용의 하한이 되는 기준면은 침식 작용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하식의 경우에는 해수면이지만 용식의 경우에는 지하수면, 산악 빙하의 경우에는 설선, 해식의 경우에는 파랑의 침식이 미치는 하한으로 해수면보다 낮아질 수 있다. - P51

판구조운동과 관련된 지형을 살펴보자. 해양판은 시간과 함께 중력 불안정이 커지면 침강하여 안정을 찾으려 하지만, 이것이 조산 운동의 원인이 되어 호상 산맥³³과 해구라는 불안정한 대지형을 초래한다.

33 산맥호(mountain arc)라고도 부르며, 호상 열도 또는 도호(island arc)는 산맥호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 P52

6. 육상에서는 대기와 물의 순환이 빠르므로 활발한 내적 작용과 어우러져 침식 · 퇴적작용이 과거 1,000만 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지형 상당수를 침식 · 매몰시키므로새로운 지형이 탁월하다. 반면에 해저에서는 침식 · 퇴적 작용이 느려 과거 1억 년 이전에 만들어진 오래된 지형도 원래의 형태를 남기고 있다(달이나 수성·화성에는 10억 년이전의 지형까지 남아 있다). 어떤 장소의 환경은 지질 시대의 기후·해수면 변화에 더해 판의 이동에 따른 환경 변화도 받게 되는데, 제4기에는 빙기 · 간빙기가 반복되었기때문에 결과적으로 형성 작용 · 형성 강도를 달리하는 지형이 겹쳐지게 되었다. 즉 지구의 지형은 젊은 데다 다성인적이다. - P53

 약 2억 년 전부터 북반구의 육지는 대체로 북쪽으로 이동했고 기후의 한랭화가 진행되었다. 바다에서의ㅠ기후(해수 온도 등)도 태평양 북부에서는 태평양판이 북서진한 탓에 역시한랭화했으며, 해저의 침강으로 인해 판 위의 섬들도 가라앉았다. (중략).
중·고위도 지역에서는 빙기의 빙하 지형과 그 전면에 융빙수 하천이 만든 퇴적 지형을 후빙기의 하천이 침식으로 파고들거나 퇴적물로 덮음으로써 지형들이 겹쳐져 있다. 일본의 해안에는 최종 간빙기의 해저가 지금은해안단구로 변한 곳이 많다. 이런 곳에서는 최종 빙기(해수면 저하기)에 해안단구를 파고든 골짜기와 후빙기(해수면 상승기)에 그 골짜기를 메운 충적 저지를 볼 수 있다. - P55

7. 지형 발달사를 조직하기 위한 소재로는 현재의 지형과 그 구성 물질 이외에 매몰된지형(부정합면과 층리면), 지층, 각종 연대 자료가 있다. 지형 형성 환경의 복원에는 다른 지역의 각종 자료(예를 들면 식물 화석)도 이용된다. - P55

8. 현재의 지형 형성 작용에 대한 연구는 과거의 지형 변화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또한 현재 지구상에서는 좀처럼 발생하지 않더라도 과거에는 발생했던 지형 변화(예를 들면 거대 분화)에 대한 연구 그리고 현재의 지형 환경과는 다른 환경에서 만들어진 지형 연구(예를 들면, 행성의 지형 연구)는 지구의 과거·현재·미래의 지형 변화를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지형의 변화, 예를 들면 침식에 의한 산지의 변화는 매년 조금씩 발생하는 표토의 유출에 따른 변화를 모두 합한 것보다 수십 년 또는 수백 년에 한 번 발생하는 산사태로 인한 변화가 더 크다. - P56

달과 행성의 지형 연구도 지구 환경의 특이성과 지구의 지형 형성 작용의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지구사 초기에 일어났거나 혹은미래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지구에서의 지형 변화를 추정하는 데도 유용하다. 그림 1.3의 하단에 그려진 행성과 달의 환경 변화의 상당 부분은 현재알려진 지형을 바탕으로 지구 지형의 지식을 이용하여 추정한 것이다. - P57

2장
지표 평태와 지형의 연대

1. 지형면과 지형형(지형 유형)

일반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관찰할 때는 구성 부분을 세부 단위의 집합으로 분석적으로 보고, 이어서 그 조합으로서 전체상을 종합적으로 이해 - P63

 지형명 · 지형형의 용어와 개념은 연구자연구 지역, 지형 규모 등에 따라 반드시 통일되어 있지는 않으나 대체로공통적인 이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절에서는 이런 이해에 근거하여되도록 단순하면서도 대지형과 소지형 모두에 통용되는 지형을 보는 방식과 구분 방법을 제시하겠다.
1장의 표 1.3에 나타냈듯이 지형에는 규모의 대소가 있고, 분석적이든 종합적이든 지형의 이해는 모두 규모에 상응하여 이루어진다. 특히 지형을 분류·도시할 때는 어느 규모를 문제 삼느냐에 따라 최소 단위가 결정된다. - P64

(1) 지형면과 지형형

지형면이라는 용어는 많은 경우 하나로 이어진 평탄한 지형에 사용되지만, 여기에서는 평평한 사면, 곡면을 만드는 사면은 물론 보기에 따라서는물결 모양의 소기복면이나 산릉을 이어 복원한 과거의 지형에도 사용한다. - P64

지형면이라는 단위의 크기는 대상이 되는 지형의 규모 또는 보는 방식의 해상도에 따라 여러 가지이다. 작은 골짜기(우곡)와 같은 미지형이 대상이라면 우곡의 벽면을 하나의 지형면(단위 지형)으로 본다. 그러나 콜로라도고원과 같은 대지형을 대상으로 할 때는 자세히 살펴보면 몇 개의 단으로 구성된 고원면 전체를 하나의 지형면으로 보게 된다.
그림 2.1보다 규모가 한 단계 작은 지형(미지형)과 큰 지형(중~대지형)의면 구분 사례를 그림 2.2와 그림 2.3에 나타냈다. - P67

이와 같이 규모에 따라 대소의 차이는 있더라도 하나의 지형면이란 거의 같은 성질을 갖는 하나로 이어진 면이다. 여기에서 성질이란 (1) 형태,
(2) 지형 형성 물질, (3) 형성 작용, (4) 형성 연대를 가리킨다. ‘거의 같은‘이라고 표현한 것은 규모에 따라서는 ‘같다‘고 해도 정밀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 P69

(2) 지형면과 지형 물질·지형 형성 작용

한 지형면의 범위와 그 형성 기간은 대상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는 것 외에도 그림 2.4에서 해설하겠으나 동일한 대상일지라도 자세히 볼 때와 개략적으로 볼 때 어디까지를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 정할지 차이가 생긴다. - P70

 즉 매몰된 퇴적면이다(부정합면은 매몰된 침식면에 해당함). 지층의 경우에는 암상 구분, 생층서 구분, 지자기 층서 구분 등에 구분 단위의 정의와 명칭에 관한 국제적인 규약이 있다(ISSC, 1994). 반면에지형면 구분에는 이런 규약이 없으므로 용어에 임의성이 있다. - P70

모식적으로 나타내면 그림 2.4와 같다. 퇴적물 A, B, C의집합체 표면으로서 선상지면은 A, B, C 각각의 하상면보다 한 단계 위의계층이다. 지층 A, B, C는 형성 시기를 달리하지만 어떤 수준에서의 층서연구에서는 수평 방향으로 하나로 이어진 지층이며 단층으로 볼 수 있을것이다. - P71

예를 들면, 아오키 · 다야마.田山, 1930)의 M면(무사시노武藏野면)은 이후 S, M, M2,
M3, TC(이 지형면은 다시 적어도 3개 면으로 세분됨)로 구분하게 되었다. 1950년대 이후의 세분화는 간토 롬⁴이라는 화산회층과 중간에 껴있는 특징적인 화산회 단층(單層, 열쇠층)⁵의 연구를 통해 진전되었다.

4 간토 지방의 구릉· 대지 · 단구를 주로 풍성층으로서 덮고 있는 풍화 화산회이다. 간토 지방의 플라이스토세 화산 활동에 유래하는 강하 화산회를 주로 하는 화산쇄설물층이라는 의미로는 간토 롬층을, 그 물질을 가리킬 때는 간토 롬(loam)이라는 용어로 구분한다.
5 넓은 지역에 걸쳐 거의 동시에 형성된 데다 식별하기도 쉬운 지층을 가리킨다. 지층과 지형면의 대비 · 동정에 도움이 되는 지층으로 1회의 대분화로 퇴적한 테프라층이 가장 좋은 사례이다. - P73

이런 대응 관계는 지형 물질이 수성 퇴적상이 아니라 화산 기원의 용암류와 화쇄류의 경우에도 성립한다. 또한 침식면의 경우에는 퇴적물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그림 2.2와 표 2.2에 나타냈듯이 면의 형태와 형성 작용 또는 토양 물질의 대응은 있으며, 침식 작용에 동반된 잔류 퇴적물이 있다면(해식면이라면 요지에 남겨진 퇴적물과 화석 등) 이들과도 상응한다. - P74

2. 지형의 신구와 연대

(1) 지형의 신구 판정 원칙

(전략).
 이를 알기 위해서는 지형 물질, 특히 퇴적면의 퇴적층을이용하는 방법, 지표를 덮고 있는 화산회, 뢰스, 토양, 식생을 이용하는 방법, 대비 지층에 의한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 절에서는 우선 지형자체로부터 지형의 신구와 연대를 알아내는 방법(지형학적 방법)을 소개한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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