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무시에 대한 두려움

많은 사람이 항상 감시와 통제를 당한다고 느끼는 이 쉼 없는 감시의 시대에도 여전히 자신이 특정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거나 사회전체로부터 무시당한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있다. 개인주의를강조하고 유명 인사를 숭배하며 거기에 소셜 미디어의 유행이 결합된 탈산업사회는, 눈에 띄어야 한다고 개인들을 점점 더 압박한다. 또 집단에서 도드라지고, 자기 홍보에 능하며, 올린 글의 "좋아요"와 공유 횟수 같은 형태로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아야 한다고 엄청나게 강조한다. - P183

요즘 우리는 남들에게 매력적이고 자신에게 기분 좋은 이미지나 공적 페르소나를 스스로 자유롭게 만들어 낸다. 하지만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의 단점은, 손질을 해서라도 어떤 수준의 완벽함에 이르고 어떤 이상에 일치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에 맞춰 살지 못할 때는 필연적으로 불만족을 느끼고 다른 사람들로부터 심판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사로잡힌다는 점이다.  - P184

현대사회는 겉으로 드러나는 이미지, 맺어야 하는 관계, 이상적인 생활 방식 등에 대해 완전히 비현실적인 관념을 갖도록 조장하며, 이런 이상에 따라 살지 못할 경우 표준 이하의 삶을 살고있다고, 또 모욕과 무시를 당한다고 느끼게 만든다. - P184

과거에는 사회적 상호작용이 실시간으로 신체적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국한되었지만, 이제는 소셜 미디어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 P185

지금까지 이 책에서 논의한, 현대인의 자기 인식 방식에서 일어난 변화로 인해 어떤 사람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을 인식하는데 점점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 어떤 경우에는 비유가 아니라말 그대로 어려움을 겪는다. 일본의 정신분석가 후쿠다 다이스케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 앞에서 불안을 겪는 내담자에 관해이야기한다. 이 여자는 근처에 있는 모든 거울을 깨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는 반사하는 표면을 부숨으로써 자신의 이미지를관찰할 때 느끼는 불안을 덜어 내고 싶어 했다.¹ - P186

6 무시에 대한 두려움
인셀부터 사칭자까지

1 후쿠다 다이스케와 나눈 개인적 대화. - P272

다른 모든 자본주의사회도 마찬가지지만 최근 일본은 미용 산업이 상당히 성장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그렇지만 일본의 여자들도 나이와 관계없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비교되거나 자신이 갈망하는 여성적 아름다움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광고에 압도당하고 있다. - P186

수지 오바크는 몸에 갇힌 사람들』에서 문화적 환경이 다를 경우나체·몸무게·아름다움을 다르게 인식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녀는 동시에 이런 환경이 무의식적인 방식으로 우리에게 흔적을 남긴다고 말하는데, 그래서 어린 시절 몸에 대해 특정한 태도를 형성하게 된 경우 다른 사회적 맥락에서 살게 될 때 변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² - P187

2 Susie Orbach, Bodies(London: Profile, 2009). - P272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비롯한 여러 소셜 미디어는 온라인 거울 단계를 만들어 놓았고, 이는 자기 인식의 새로운 문제들을 낳았다. - P187

나는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인정하는데 상대가 무시하면 상당한 심리적 고통이 생기고, 극단적이면 이런 고통으로 인셀처럼 깊은 분노와 폭력 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다.³ - P188

3 Stephanie J. Tobin, Eric J. Vanman, Marnize Verreynne, and Alexander K. Saeri, "Threats to Belonging on Facebook: Lurking and Ostracism," Social Influence 10, no. 1(2015/01/02): 31-42. - P272

무시당하는 "베타 남성"


어떤 식으로든 사회적 인정의 사다리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과 성공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불만은 역설적으로 비슷한패턴의 자기비판으로 나아가는데, 이것은 종종 공격성 - 자신을향할 수도 있고 타인을 향할 수도 있는과 결합된다. 개인주의,
삶의 경제화, 성공을 찬양하는 분위기에서 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은 그 자체로 공격 행위로 볼 수 있으며, 이것이 무시당한 사람에게서 공격적 반응을 촉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 P188

 프랑스 정신분석가 페티 벤슬라마는 테러리즘 분석에서 테러리스트의 공격 이후에 그들의 이미지를 공개하지 말라고 프랑스 매체에 촉구했다. 그런 인정과 주목은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도록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⁴ - P189

4 Fethi Benslama, Un furieux desir de sacrifice: Le surmusulman(Paris:Seuil, 2016). - P272

 스스로 인셀이라 밝히면서 호감가는 여자들이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에 섹스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남자들 역시 무시당한다는 느낌으로 인해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한 예다. 그들은 비자발적 금욕 상태다. 여기서 금욕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성공과 매력에 대한 특정한 이상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회로부터 무시당한 결과다.  - P189

인셀은 특정한 생물학적 특징이 있어야 남자가 여자의 마음을 끌 수 있다고 믿는다. - P190

 이상화된 채드는 매우 강력한 남자이고, 인셀은 감탄과 혐오가 섞인 태도로 채드에 관한 글을 쓴다. 그는 알파 남성이고 근육질이고 잘생겼고 성공한 남자다.
호감가는 여자, 이른바 스테이시는 이런 종류의 남자에게 불가항력적으로 끌리는 반면, "베타 남성"인 인셀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 P190

 프로이트의 이야기에서 남자들은 원시의 아버지를 죽인 뒤 즐거움을 얻는 게 아니라 오히려 죄책감에 시달린다. 반면, 여자들을 향한 인셀들의 공격성의 경우 실제 폭력에서건 상상의 폭력에서건 죄책감른 보통 결여돼 있다. - P190

인셀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개되는, 호감 가는 여자들로부터 관심을 얻는 방법에 대한 잔인한 환상들은 실생활에서 자신의 접근에 우호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여자들을 모욕하고 겁주려는 욕망을 반영한다. 여자를 스토킹하거나 윤간하는 환상은 인정에 대한 비틀린 욕망을 표현하는데, 이것은 1990년대 보스니아에서 전시에 일어났던 진짜 강간을 떠올리게 한다. - P191

가장 잘 알려진 것이 엘리엇 로저 사건인데,
그는 2014년 캘리포니아 대학교 샌타바버라 캠퍼스 근처에서 여섯 명을 죽이고 열네 명을 다치게 했다. 로저는 살인 행각 중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엘리엇 로저의 복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끼어들거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묘사한 성명서를 전자우편으로 보냈다. - P192

로저는 죽은 뒤 많은 인셀들에게 영웅으로 칭송받았으며, 일부는 자기 나름의 폭력 행위로 그를 모방했다. 2018년 봄, 알렉 미나시안은 빌린 밴을 몰고 혼잡한 토론토 시내 보도를 덮쳐 열명을 죽이고 열네 명을 다치게 했다. - P192

인셀 운동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만일 여자들이 이 남자들과기꺼이 섹스를 했다면 폭력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⁸ 이것은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진술이며, 사실 "인셀"이라는말 자체가 부적절한 명칭이다. 이 온라인 공동체의 가장 활동적인 구성원들은 관계를 맺을 수도 있는 여자들을 적극적으로 찾아다나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 P193

8 인셀 운동에 대한 페미니즘의 비판으로는 다음을 참고할 것. AmiaSrinivasan, "Does Anyone Have the Right to Sex?," London Review ofBooks 40, no. 6(2018/03/22). - P272

 이런 이른바 난잡한 상태와 손에 넣을 수 없는 상태 때문에 인셀은 동정녀인 동시에 자신들은 차지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차지할 수 없는 여자, 이제까지 다른 남자에게는 속한 적이 없고앞으로 한 남자에게만 속할 여자에 대한 환상을 만들어 낸다. 이것은 무지와 혐오에서 태어난 가부장적 이상으로 여자를 아무런의지나 자유가 없는 소유물로 보며, 자신은 무시당한다고 느끼면서 다른 사람들의 현실은 무시하는 위험한 상태를 반영한다. - P194

무지의 게임

여성에게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남자들은 대다수가 이런 극단적인 방법에 의지하는 대신 연애 산업이 제공하는 조언으로 방향을 튼다. 이 산업은 남자들에게 여자와 섹스할 수 있도록 여자의 관심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고 주장한다.  - P194

연애 산업과 다양한 작업 전문가 온라인 게시판에서 컬트적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닐 스트라우스의 『더 게임』에서는 남자가 적극적 무시나 무관심 전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요약한 시나리오를 발견할 수 있다.⁹ - P195

9 Neil Strauss, The Game(Edinburgh: Canongate Books, 2011). - P272

이런 종류의 조언이 실행에 옮기려 하는 라캉의 이론은, 여성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은 보통 타자의 욕망이며 이런 과정에서핵심은 여성이 "나는 ‘타자‘에게 누구인가? 다른 사람들은 나를어떻게 보나? 나는 어떤 종류의 대상인가?" 하고 자문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 P196

연애 산업은 자본주의의 전제들과 더불어 선택, 자기 계발,
24시간 지속되는 일이라는 관념들에 의지하고 있다. 유혹의 전략은 새로운 것이 아니고 역사는 남녀가 서로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을 돕는 참고서로 가득하지만, 현대의 유혹 운동은 코치,
대대적인 홍보가 이루어지는 도서들, 강좌, 훈련, 특정 유혹 기법의 성공을 증언하는 비디오에 기대 하나의 산업을 창조해 놓았다. - P196

연애 산업은 섹스를, 올바른 전략을 따르고 여자에게서 점수따는 방법을 아는 노련한 작업 전문가의 요령을 익히면 얻을 수있는 것으로 제시한다. 레이첼 오닐이 이 산업에 대한 비평에서정확히 지적하고 있듯이, 연애 산업은 섹슈얼리티와 욕망을 평가·감시·통제의 논리로 대체하며, 무슨 대단한 기교를 가르치는척하지만 실제로는 감정을 조종하고 "섹스와 관계를 경험의 대상이 아닌 관리의 대상으로 보며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규칙과 제재들의 체계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광고 산업을 흉내 내고 있다.¹⁰ - P197

10 Rachel O‘Neill, Seduction: Men, Masculinity and MediatedIntimacy (Cambridge: Polity Press, 2018), 154. - P272

다. 이 여자 저 여자를 계속 낚으러 다니는 남자들은 섹스 자체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남는 기법을 적용하고 인정받고 욕망의 대상이 되는 데 성공하는 것에서 즐거움을 얻는 듯하다. 그들은 아직 가능할 때 최대한 많은 여자와 섹스를 하는 것이 자신이 늙어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무시를 당할 때도 만족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 - P198

연애 산업에서 이런 적대적 태도는 감정과 욕망을 조종해 여자가 섹스를 하도록 유도하는 유혹 기법에 은근히 녹아들어 있다. 이때 성공은 조종에서, 또 관련된 여자의 감정과 욕망을 무시하고 오직 남자의 욕망만 인정하는 데서 온다. - P199

사칭자 증후군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두 가지 핵심적 훈계는 "모두 성공할수 있다"와 "성공할 때까지는 성공한 척해라" 이다. 성공하려면 성공한 것처럼 보이거나 성공 가도에 있는 척할 필요가 있다. - P199

"사자"라는 말의 전통적 의미는 고의로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소개하는 사람들에게 적용되지만, 사자증후군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게 부여하는 상징적 역할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헬렌 도이치는 사칭자라는 관념을 아이의 놀이와 연결한다. - P199

 죄책감에 시달리는 에고의 문제는 "사자 증후군"이나 "사자 현상"
이라는 말에서도 나타나는데, 이 말은 1970년대 말 심리학자 폴린 R. 클랜스와 수잔 임스가 높은 성취를 이루었으나 결국 탄로날 거라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든 자신을 "꿰뚫어 보고" 사기꾼임을 알아보게 될 거라고 느끼는 여자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적 영역으로 들어오게 되었다.¹² - P200

12 Pauline Rose Clance and Suzanne Ament Imes, ‘The ImposterPhenomenon in High Achieving Women: Dynamics and TherapeuticIntervention," Psychotherapy: Theory, Research and Practice 15, no.
3(1978): 241-47. - P273

전통적인 사칭자들은 이상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다른 사람인 척했던 반면, 새로운 유형의 사칭자는 성공의 사회적이상에 가까이 다가간 것처럼 보이지만 자기 인식은 다른 사람들의 인식과 다른 경우이다. - P201

첫 번째 유형의 사칭자는 다른 사람이 되고싶어 하는 반면, 두 번째 유형은 자신은 다른 사람이 보는 그 사람이 아니라고 걱정한다. 두 경우 모두 안정된 에고 같은 것은 없다는 사실, 인간은 절대로 에고 이상을 완전히 구현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이전 장들에서 보여 주었듯이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는어디인가 또는 자신이 남들에게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가 등의 질문에 대해서는 결코 만족스러운 해답을 구할 수 없다는 사실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다. - P201

다른 사람처럼 보이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더 좋게 인식하도록 이미지를 조작하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탄로 날 것을걱정하고 자신이 겉으로 보이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걱정하는 사람들은 무시당하는 것을 불평하지 않는다. - P202

도이치는 사칭자 연구의 마지막에 연구를 하면 할수록 도처에서 사칭자를 더 많이 보게 된다는 비관적 결론을 내렸다. 자신의 친구와 지인들이 그렇다는 것이고, 심지어 자기 자신도 그렇다는 것이다.  - P203

이러한 간략한 사례는 게임이, 특히 디자인된 시스템이 어떻게 실천들을 생산하며 촉진시키는지를 보여 준다. 이것들은 중립적(neutral)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아니 내가 나중에 주장하겠지만, 플레이어나 플레이어 커뮤니티는 이러한 게임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라고 해석하지 않을수도 있다. - P168

(전략). 이러한 덕 윤리학의 프레임 속에서 볼 때, 플레이어들은 수동적 주체들이 아니라 능동적인 윤리적 행위자들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레이어들은 행동을 창조하고 강화하며 실행하도록 디자인된 시스템에 대한 자발적인 경험에 의해 실제로 제한을 받는다는 사실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 P169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플레이어들이 고레벨 사례들에서처럼 특수한 지역들에서 휴전하기를 원할 수 있다손 치더라도, 그래서 반대진영의 컴퓨터 통제 캐릭터들과 플레이어와 전투를 벌일 필요를 제거함으로써 게임이 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하더라도, 그 게임은 이런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도입하기 어렵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것이 불가능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 P169

덕 윤리학의 관점에서 게임 디자인은 윤리적 딜레마의 기원이 그 게임에서 역추적될 수 있을 때 의의가 있다 - P169

게임 대상의 이해를 위해 덕 윤리학이 제공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점이 있다. 이 관점은 우선은 플레이어로서, 둘째로는 인간으로서 플레이어들이 그들의 좋은 덕을 강화하도록 허락해 주는 제한들과 행위유도성과 관련해서 게임을 분석하도록 도와준다. - P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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