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는 인간인가?"에 대한 중립적 판단
앞서 보았듯이, 최소주의적 자유주의는 철학적인 정의관이 아니라 정치적인 정의관을 추구한다. 다시 말해 칸트주의적 인간관이건 다른 인간관이건간에 어떠한 특정한 인간관도 전제하지 않는 정의관을 추구한다. 최소주의적자유주의는 자율이나 개성 같은 "포괄적인" 자유주의적 이상들을 위해서가아니라 목적들이 서로 다른 가운데 사회적 협력을 보장하기 위해, 즉 정치적목적을 위해 논쟁적인 도덕적·종교적 문제들을 괄호 칠 것을 제안한다.⁴⁰ - P151
40 John Rawls, "Justice as Fairness: Political notAffairs, 14(Summer 1985), 245. Metaphysical", Philosophy & Public - P488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 연방대법원이 제시한 논증은 논쟁적인 도덕적·종교적 문제들을 괄호 치고서 헌법과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 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준다. 연방대법원은 자신들이 인간 생명의시작점 문제에 대해 중립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상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이미 그 문제에 대한 특정한 답변을 전제하고 있었다.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텍사스주의 낙태금지법이 인간 생명의 시작점에 관한 특정한 이론을 전제하고있다는 주장으로 시작됐다. - P151
연방대법원은 다양한 견해들을 요약하고 나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존재를 온전한 의미의 인간으로 인정한 법은 결코 존재한 바 없다‘고 결론지었다. 연방대법원은 이러한 결론을 바탕으로 해서, 텍사스 주가 생명에 관한 특정한 이론을 법으로 구현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 P152
"잠재적 생명에 대한 국가의 중대하고 정당한 관심과 관련해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은생존 능력이다. 왜냐하면 태아는 어머니의 자궁 밖에서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할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존 능력에 근거해 태아의 생명을보호하는 국가의 규제는 논리적으로 보나 생물학적으로 보나 정당하다."⁴⁴ - P152
44 John Rawls, "Justice as Fairness: Political not Metaphysical", Philosophy & PublicAffairs, 14(Summer 1985), 163 - P488
최소주의적 자유주의자의 중립성 옹호론에는 또 다른 난점이 있다. 사회적 협력을 위해 논쟁적인 도덕적·종교적 문제들을 괄호 치는 데 동의한다고해도, 괄호 친다는 것이 무엇이냐라는 문제는 여전히 논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논란을 해결하려면, 문제가 되는 이해관계에 대한 실질적 평가나 최소주의적 자유주의가 피하고 싶어하는 자아관. 이 둘 가운데 하나가 필요할 것이다. 로 사건의 판결을 인정하고 있는, 다음의 낙태 판결은 이러한 난점을보여준다. - P153
요컨대 스티븐 더글러스가 국가 전체에 하나의 답을 강제하기를 거부함으로써 노예제를 둘러싼 해결하기 어려운 논쟁을 괄호 칠것을 제안했듯이, 화이트는 해결하기 어려운 낙태 논쟁을 괄호 칠 것을 제안했다. - P153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자유로운 선택을 주장하는 것은 연방대법원의 가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지역민들이 자신들의 가치를 개인에게 강요하는 것을 막는 것일 뿐이다. - P154
설사 해결하기 어려운 도덕적·종교적 논쟁을 사회적 협력을 위해괄호 치는 데 동의한다고 해도, 이번에는 괄호 친다는 것의 의미가 분명하지 않을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즉 화이트의 입장과 스티븐스의 입장 사이에서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도덕적·종교적 이해관계에 대한 실질적 견해가 필요하거나, 아니면 칸트적 자유주의가 주장하는 것 같은 인간관이 필요하다. - P154
자유롭게 선택하는 무속박적 자아로서의 인간상은 최근에야 비로소 우리의 헌법적 실천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 호소력이 무엇이건 간에 그러한 인간상은 미국의 정치적 전통의 토대가 아니며, "민주주의 사회의 공적 문화‘는 더더욱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인간상이 자유주의를 정당화하는 데서 어떤 역할을 하든, 그 역할은 문화적 해석이나 전통에 호소하는 데만 근거해서는 안 되며, 어디까지나 도덕적 논증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 P155
만일 자유주의자들이 개인의 선택을 보장하는 방식(화이트의 방식이 아니라 스티븐스의 방식)으로 논쟁적인 도덕적 문제들을 괄호 치고자 한다면, 그들은 결국 자아의 목적보다는 자아 자체를 우선시하는 인간관을 내세울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인간관에 수반되는 난점들을 피할 수 없다. - P155
새로운 프라이버시권을 동성애 금지법에 적용한다면?
낙태 사건이 최소주의적 자유주의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데 비해, 동성애사건은 관용을 자율권하고만 연결 짓는 자유주의 유형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 P155
연방대법원은 프라이버시권을 동성애자들에게까지 확대하기를 거부하면서, 그동안의 프라이버시 판결들에서 공표된 권리들 중 동성애자들이 추구하는 권리들과 "조금의 유사성이라도 갖고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고 선언했다. "가족, 결혼, 출산 등과 동성애적 활동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성도 입증된 바 없다."⁴⁹ - P156
49 Bowers, 478 U.S. at 191. - P488
하나는 자발주의적인 답변이고, 다른 하나는 실체적인 답변이다. 전자는 행위에 반영되어 있는 자율에 입각해 논증을 펼치는 반면, 후자는 행위가 실현하는 인간의 선에 호소한다. - P156
바워스 판결에서 반대 의견을 제시한 연방대법관들은 이 두 가지 답변 중에서 오직 전자에만 의존했다. 블랙먼 연방대법관은 동성애적 내밀성을 그것이 연방대법원이 보호하는 내밀성과 공유하고 있는 인간의 선에 입각해 동성애적 내밀성을 옹호하는 대신에, 그동안 연방대법원의 판결들을 개인주의 입장에서 바라보았다. - P157
"개인의 관점에서 볼 때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자신의 삶을 어떻게 영위할 것인지, 더 좁게 말하면 반려자와의 개인적이고 자발적인 결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¹⁵⁷ - P157
52 Bowers, 478 U.S. at 218-219. - P488
항소법원은 부부 관계가 출산의 목적 때문만이 아니라 상호 지지와 자기표현을 위한 더할 나위 없는 기회 때문"에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항소법원은 "결혼은 희망을 갖고 인내하면서 신성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내밀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어떠한 운명이 닥칠지라도 함께하는 것이다"라는 그리스얼드 사건에 대한 연방대법원의 의견을 상기시켰다. - P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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