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수컷만 난교를 통해 번식상의 성공 이점을 얻는다는 베이트먼의 발견은 실제로 그의 실험 중 마지막 두 번에만 적용되었는데, 마침 거기에는 이 치명적인 이중 돌연변이가 포함되었다.
(이제는 의심스러운)이 결과는 비과학적인 논리에 따라 조합되어 나름의 그래프를 도출했고, 그것이 전 세계 수백만 권의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그 유명한 베이트먼 경사도로 전파된 것이다. 실제로 처음 네 번의 실험은 정도가 약하긴 했어도 암컷 역시 경기장에 뛰어들어 이득을 보았다고 보여주었다. - P140

고와티는 "베이트먼은 자신의 기대와 일치하는 결과를 만들어낸 거예요."라고 말했다. "고인을 비판하는 것이 좀 비열하긴 하지만 베이트먼은 자신이 벌인 일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어요." - P141

트리버스는 베이트먼의 논문을 유명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이 잘나가는 하버드 인사가 식물학자의 초파리 논문을 제대로 읽기는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트리버스는 돌연변이 파리에대해 "대부분 암컷은 한두 번 이상 교미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⁷⁶ - P141

76 Robert Trivers, ‘Parental Investmentand Sexual Selection‘ in Sexual Selection and the Descent of Man, ed. by BernardCampbell (Aldine-Atherton, 1972), p.
54

정숙한 암컷의 죽음

패러다임은 강력한 것이다. 특히 서서히 퍼지는 문화적 편견과 결합했을 때는 그 힘이 가공할 만하다. 패러다임의 압도적인 영향력은 가장 부지런한 과학자도 현혹하여 세상을 보는 방식을 제한하고 상자 바깥에서 보는 신선한 관점에 혼돈을 준다. - P142

줄레이마 탕 마르티네즈에 따르면, 과거에 많은 과학자들이베이트먼의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실험 결과에 의문을 품거나 애써 무시해왔다. "일부 학술지 심사위원이나편집자가 짝짓기 횟수에 비례하여 암컷의 번식 성공이 증가한다는 함수를 보고한 논문들을 반려한 사례가 전혀 없는 일이 아닙니다. 1948년에 베이트먼이 그런 결과는 불가능하다고 입증했다‘라는 이유로 말이지요." - P142

고와티와 많은 이들은 이런 연구 결과로 보아 앞으로 베이트먼의 원리를 사실과 반대되는 가설로 취급하고 또 그렇게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⁸⁰ 그러나 여전히 어떤 이들은 베이트먼의 예측에 순응하는 소수의 종에 집착하여 "진화된 성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이형접합에 안착했다."라고 주장한다.⁸¹ - P143

80 Tang-Martínez, ‘Rethinking Bateman‘sPrinciple.
81 Lukas Schärer, Locke Rowe and GöranArnqvist, ‘Anisogamy, Chance andthe Evolution of Sex Roles in Trendsin Ecology & Evolution, 5 (2012), pp.
260-4 - P463

베이트먼의 연구를 둘러싼 논쟁은 확실히 정치적 사안이 되었다. 패러다임의 토대는 빅토리아 시대의 쇼비니즘에서 구축되었고 페미니스트 과학자들에 의해 무너졌다. 그러나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에는 양극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견고한 과학도 힘을 쓰지 못할 수 있다. - P144

베이트먼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틀렸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이형접합은 분명 어떤 종에 대해서는 진화의 경기장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것으로 성역할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없다. 크기가 다른 배우체는 여러 전략에서 비용과 편익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 중 하나애 불과하다. - P144

 예를 들어 많은 귀뚜라미 종이 먹이의 가용성에 따라 평생 성역할이 바뀐다. 먹이 공급이 열악해지면 까다롭던 암컷이 경쟁적인 귀뚜라미가 되기도 하고흥청망청하던 수컷이 분별을 갖추기도 한다.⁸⁵ - P145

85 Tang-Martínez, Rethinking Bateman‘sPrinciples - P463

일부일처성 새로 알려진 하와이의 알바트로스 갈매기는놀랍게도 무려 3분의 1이 레즈비언이다.
수컷에게 정자를 기증받은 암컷들이 새로운 서식지를 개척하고 떠난 결과다. - P376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스테로이드에 심각하게 중독된 갈매기처럼 보인다. 22종의 알바트로스 중에서 체구가 가장 작을지 모르지만 날개를 활짝 펴면 농구계의 거인 르브론 제임스도 꼬마처럼 보일 정도다. - P379

하지만 이들의 서정적 유목 생활도 번식의 필요성으로 무례하게 끝나버리고 결국 오지의 바위투성이 노두에 내려와 빽빽하고 요란한 군집을 이룬다. 레이산알바트로스는 태평양 하와이 섬들을 좋아하여 매년 11월이면 6개월의 고독한 삶을 접고 한데 모여 짝짓기하고 새끼를 한 마리씩 낳아서 기른다.  - P379

알바트로스가 장기간 인내력을 발휘하여 이룩한 또 다른 특별한 위업의 상징이 된 것도 그런 이유다. 알바트로스는 그 드물다는 일부일처성 새이다. 전형적인 알바트로스는60~70년을 살면서 평생 매년 똑같은 짝을 만나 둥지를 튼다. - P380

 2006년 하와이를 방문한 공화당 영부인 로라 부시는 알바트로스 부부가 서로에게 평생 충실한 것을 두고 찬사를 보냈다. 당시 부시 집안 사람들이 알지 못했던 것은 헌신적인 저 커플의 3분의 1이 인간의 언어로 말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이다. - P380

"모든 커플이 반드시 남녀 커플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어요."
하와이 오아후의 서쪽 끝 카에나 포인트에서 번식 중인 레이산알바트로스 군집 사이를 걸으며 린지 Lindsay Young이 내게 말했다. - P380

(전략). 땅에 둥지를 트는이 순진한 종들은 도널드 트럼프가 꿈꾸던 대형 금속 울타리에 의해 지난 20년 동안 야생 고양이, 침입종이 설치류, 사냥감을 찾아다니는 오프로드 차량으로부터 보호받았다. 울타리 안쪽의 안전한 땅은 레이산알바트로스 군집과 더불어 바닷새의 천국이 되었고, 예기치 않게 "세계에서 ‘동성애 동물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되었다.¹ - P381

1Jon Mooallem, ‘Can Animals Be Gay?‘
in New York Times, 31 March 2010 - P478

개척적인 동성 커플

하와이의 알바트로스는 생물학자들에 의해 한 세기가 넘게 기록되었으나 이들의 비관습적인 부부관계는 2008년이 되어서야 세상에 알려졌다.² - P381

2 Lindsay C, Young, Brenda J. Zaun andEric A. Vanderwurf, ‘Successful Same-sex Pairing in Laysan Albatross‘ in Biol-ogy Letters, 4:4 (2008), pp. 323-5 - P478

하지만 영과 영의 동료인 보전생물학자 브렌다 자운BrendaZaun이 의심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레이산알바트로스는 신체 구조상 한 철에 알을 한 개 이상 낳을 수 없다. 한 개 이상 낳는것은 지나친 에너지 소모이다. 그런데 카이네 포인트의 많은 둥지가 안에 또는 바로 바깥에 두 번째 알이 있는 것이 아닌가. - P382

과학자들이 ‘과산란 둥지supernormal clutch‘라고 부른 이 현상은 1919년 이후 하와이에서 주기적으로 기록되었다. 조류학자들은 이 두 개의 알에 대해 온갖 억측을 쏟아냈다. - P382

강한 촉을 느낀 자운은 과산란 커플 한쌍에서 깃털을 뽑아 린지 영에게 보냈고 영은 실험실에서 DNA를추출해 성별을 감별했다.
두 새가 모두 암컷이라는 결과를 보고 영은 자기가 실수했다고 생각했다. "제 첫 반응은 ‘내가 이렇게 대단한 발견을 하다니‘가아니었어요. ‘실험을 개판으로 했구먼‘이었지요." - P383

영의 다음 반응은 이랬다. "반박의 여지가 일절 없도록 완벽하게 준비하지 않는 한 누구도 나를 믿지 않을 거야." 그래서 영은 모든 것을 철저히 검증하면서 1년에 걸쳐 실험 결과를 재차 확인했다. 마침내 야외에서 표본 채취를 반복하고 실험 과정도 다섯번 이상 반복한 다음에야 영은 세상에 결과를 공개할 자신이 생겼다. 최종 결과는 놀라웠다. 2004년 이후로 카에나 포인트에서 125개 둥지 중에 39개가 암컷-암컷 커픙에 속했다 - P383

매년 전체 커플의 3분의 1이 암컷으로만 이루어졌다. 영은 이 암컷들이 어떤 식으로든 수컷과 교미를 하긴 했지만 그런 다음에는 다른 암컷과 동거하며 알을 품기로 했다고 생각했다.
왜 그럴까?
알고 보니 이 암컷들은 모든 의미에서 개척자였다. 카에나 포인트의 알바트로스 군집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집단이다.  - P384

혼자서 새끼를 키우는것이 알바트로스 사전에는 없는 일이므로, 이 혁신적인 암컷들은기존 암수 커플의 수컷에게 정자를 기증받은 다음 개척 정신이 뛰어난 다른 암컷과 짝을 짓고 새끼를 키워내는 어려운 과제에 동반하게 된 것이다. - P384

영은 암새가 그저 둥근 물체 위에 앉도록 각인되었을 뿐어떤 알이 자기 알인지 알 방법이 없다는 걸 확신했다. "한번은 배구공을 품고 있는 놈도 봤어요." 영의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암컷과 짝을 짓는 암컷의 번식 성공률은수컷과 짝을 지었을 때와 비교하면 잘해야 절반이다. 그러나 아예 번식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이처럼 혁신적인 암컷 커플의 가장 큰 어려움은 산란 후 첫 몇 주 동안 찾아온다. - P385

영의 데이터에 따르면 과거에 암수 중 누구와 짝을 맺었었는지에 상관없이 한 번이라도 성공적으로 새끼를 길렀던 경력으로 좋은 엄마의 자질이 증명된 암컷에게 수컷이 끌린다. 이런
‘역전된‘ 성선택 사례가 원래의 예측과 달리 암컷의 경쟁을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오히려 암컷끼리 협력하게된 바람에 본의 아니게 다윈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 P386

이들의 장기적인 번식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었을까?
먼저 나는 이들이 입지가 좋은 곳을 둥지로 선택했다고 본다.
그레츠키는 석양이 훌륭한 군집의 꼭대기에 자리 잡아 우렁찬 태평양의 파도를 마주하고 다른 새들을 내려다보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의 둥지는 노출된 모래에 파놓은 구덩이가 아니라, 하와이토종 식물인 나이오naio 덤불 아래 진흙과 식물이 뒤섞여 인상적인 도넛 형태로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었다.  - P387

알바트로스 부모가 되어 성공한다는 것은 모두 소통, 조화, 협동과 관련이 있다. 그레츠키와 그 짝이 그 일을 멋지게 해낸 것이다. 영은 그레츠키의 짝이 식사 차례를 바꾸기 위해 긴 알래스카낚시 여행에서 돌아오면, 지친 하키 챔피언을 달래주느라 이성 커플이 하듯 코를 비비고 깃털을 골라주며 알콩달콩한 사랑의 춤사위를 펼칠 거라고 설명했다. - P388

이 친밀한 몸짓은 ‘포옹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기분이 좋아지는 엔도르핀의 분비를 자극하여 커플의 유대를 강화한다.⁵ 인간의 키스나 애무에 해당한다. - P388

5Inna Schneiderman, Orna Zag-oory-Sharon and Ruth Feldman,
‘Oxytocin During the Initial Stagesof Romantic Attachment: Relationsto Couples‘ Interactive Reciprocity‘
in Psychoneuro-endocrinology, 37: 8(2012), pp. 1277-85 - P478

과학자들이 임상적으로 ‘상호 단장allopreening‘이라고 부르는행동은 새들 사이에서 협동 번식 및 낮은 이혼율과 연관되어 있다.⁶ - P388

6Elspeth Kenny, Tim R. Birkhead andJonathan P. Green, ‘Allopreening inBirds is Associated with Parental Coop-eration Over Offspring Care and StablePair Bonds Across Years‘ in BehaviouralEcology (ISBE, 2017), pp. 1142-8 - P478

"알바트로스는 사람과 똑같아요." 드물게 의인화의 덫에 걸린영이 인정했다. "대부분 일부일처이고 오랫동안 같은 상대와 함께 머물러요. 물론 저 사회적 일부일처 커플 중에서도 누구는 바람을 피우고 누구는 이혼을 하죠. 전체적인 스펙트럼이 그렇습니다." - P389

새로 밝혀진 알바트로스 동성 커플이 제안하는 바는 훨씬 고무적이다. 자연에서 성역할에 내재된 융통성은 물론이고 동물이새로운 사회, 생태적 환경 앞에서 파격적으로 행동을 바꿀 수 있다고 암시하기 때문이다. - P389

1977년에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섬에서 미국큰재갈매기 Larus occi-dentalis의 ‘과산란 둥지‘와 암컷-암컷 ‘동성애 커플‘을 기록한, 잘 인용되지 않는 한 논문만 봐도 세상에는 확실히 여성 커플인 바닷새부모가 더 존재한다. - P390

놀라운 무성생식 기술

레이산알바트로스는 하와이에 거주하는 유일한 레즈비언 개척자가 아니다. 오아후에서의 마지막 일정으로 나는 알바트로스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수컷을 완전히 배제한 말도 안 되는 생물을 만나기 위해 섬을 가로질러 달렸다. - P390

과학소설에나 나올 특별한 생물치고 매끈비늘도마뱀붙이는마치 일부러 가장이라도 한 듯 아주 평범해 보였다. 길고 통통한꼬리를 제외하면 길이 4센티미터의 대단할 것 없는 작은 베이지색동물이었다. - P392

라이트가 도마뱀을 뒤집자 반투명한 피부를 통해 사타구니쪽에 틱택 캔디 크기의 흰색 얼룩 두 개가 명확하게 보였다. "난자예요." 라이트가 말했다. 대부분의 다른 동물과 달리 이 작은 도마뱀 숙녀의 알은 수정을 완성할 정자가 필요하지 않다. - P392

이 작은 도마뱀은 번식이라는 압박이 심한 과업에 교묘하게접근했다. 이성을 찾아 매력 있어 보이려는 시도가 아니다. 이들은에너지가 소모되는 시련을 다른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 방법이라면 교미에 성공하기 위해 추가 에너지를 소환할 필요도 없고, 정사 도중 포식자에게 잡아먹힐 위험을 감수하지 않아도 된다.(섹스는 혼을 빼놓는 작업이므로 평소보다 경계가 느슨해지고, 과격한 동작으로 인해 지나가던 포식자의 눈에 더 잘 들어온다.) - P393

어쩌다가 매끈비늘도마뱀붙이는 이런 근본적인 과정을 속이게 진화하여 약 100종의 척추동물이 가입한 여성 전용 클럽에 합류했다.¹² - P393

12 Kate L. Laskowski, Carolina Doran,
David Bierbach, Jens Krause and MaxWolf, Naturally Clonal Vertebrates Arean Untapped Resource in Ecology andEvolution Research‘ in Nature Ecology& Evolution (2019), pp. 161 -9 - P479

상상만 해도 놀라운 일이지만 매끈비늘도마뱀붙이는 수백만에 이르는 개체가 모두 소수의 시조 할머니의 클론이다. 이처럼한 종으로서 세계적인 확산과 탄력성을 보면 이런 궁금증이 들 수밖에 없다. 왜 동물은 번거롭게 섹스를 하는가? - P394

암컷만 있는 좋은 유성생식하는 종보다 두 배는 더 빠르게 증식한다. 빠른 생장과 확산의 전문가로서 새로운 영역에서 훌륭한식민지 개척자가 될 이상적인 조건이다.*

* 암컷뿐인 종에 잠재된 두 배의 생산성이 수익 증대를 모색하는 농업과학자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당연하다.‘" 닭과 칠면조는 암컷밖에 없는 가계를 창조하기 위해 선택적으로교배되어온 가축이다. 복제 양 돌리 역시 또 다른 예다. 1996년 스코틀랜드 암양의 유선세포에서 복제된 혁명적인 결과물은 육감적인 배우 돌리 파튼Dolly Parton의 이름을 받아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단, 돌리를 창조하게 된 타락한 배경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았다. - P391

14 Joan Roughgarden, Evolution‘s Rainbow(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2004), p.
17 - P479

이단성의 ‘잡초 같은‘ 종들은 폭발력 있는 기회주의자로서공격적인 증식을 통해 번식이 느린 유성생식 경쟁자를 쉽게 몰아낼 수 있다. 그러나 단성생식의 경제적 이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암컷뿐인 좋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 자연은 아직 섹스 중독 상태다. - P395

역병이나 환경의 변화가 없으면 실제로 수컷의 존재가 불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수컷에게는 다행히도 세계는 늘 변화무쌍하고 유전자 카드를 섞어 다양성을 유지하려면 성이 필요하다.  - 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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